주민자치의 본질과 가치에 맞게 주민과 주민자치 중심의 박람회돼야

11월 10일부터 12일까지 부산에 위치한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제21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가 개최되었다. 그러나 주민자치 주관 부처인 행정안전부 주최의 전국 단위 행사라는 명분이 무색할 만큼 주민자치 조직의 참가 규모나 운영 방식, 계획과 체계, 실효성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는 평가다.

 

주먹구구식으로 21년 이어온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는 이전까지 지방자치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바 있다. 이전까지 규모와 프로그램, 콘텐츠 등에서 박람회에 참가한 지방자치단체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 옹색함을 보인 주민자치박람회였다. 올해 역시 지방시대 엑스포로 명칭만 변경되었지 여전히 곁다리 신세를 면치 못하는 주민자치박람회다.

실제 주민자치박람회는 현장부스 60개를 설치, 운영했지만 외형적 형태에서부터 각 시도 지자체 부스에 비해 현저히 낙후된 모습이었다. 비단 외형만 그런 게 아니다. 명확하고 체계적인 부스 운영 방식 없이 현장에 참석한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의 즉흥적이고 개별적 운영에 의존한 실정이다. 물론, 전국에서 모인 주민자치위원들의 관심과 열정은 매우 높고 뜨거웠다. 하지만 사례발표 외에 특별한 메인 프로그램이나 콘텐츠가 부재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집중도는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박람회는 대전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부산으로 급작스럽게 변경되면서 일정 역시 10월 29일에서 11월 10일로 변경되었다. 애시 당초 체계적인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정 지역에 치우친 우수사례발표, 전국 행사 의미 퇴색
전국주민자치박람회의 실질적인 대표 프로그램은 주민자치 우수사례발표다. 올해 박람회의 응모접수 주민자치(위원)회수는 총 320건. 분야별로는 주민자치 92건, 지역 활성화 116건, 학습공동체 38건, 주민조직 네트워크 29건, 특별공모 33건, 제도정책 12건 등이다.

문제는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약 3분의 1 정도뿐인 79개 지자체만 참여한 행사가 과연 전국주민자치박람회로 볼 수 있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응모 접수된 320건 중 부산과 광주 지역이 무려 156건에 달하며, 본선에 오른 60개 주민자치(위원)회에서도 부산, 광주가 26개를 점유했다.

매년 대상을 특정지역에서 독식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소위 ‘대상 돌려받기’ 아니냐는 것이다.
 

연간 개최되는 가장 큰 규모의 전국 단위 주민자치 행사인 만큼 박람회 준비 조직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 보다 큰 틀에서 박람회를 기획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사무국이 상시 운영될 필요가 있다. 시군구-읍면동 주민자치 조직이 유기적으로 뭉칠 수 있는 구심점으로 전국주민자치박람회가 개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각적 학술·정책평가 부재, 현장 목소리 외면하나
또한, 앞서 언급한 6개 분야에 대한 우수사례 공모 외에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현장 사례 위주의 주민자치 정책 제안 등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개막포럼, 민관학포럼이라는 이름의 학술 행사가 열리기는 했으나 과연 주민자치 전체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다각적인 학술 및 정책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실제 박람회 현장을 찾은 한 주민자치회장은 이번 행사에 대한 일체의 고지를 행정으로부터 전달 받은 바 없어 우수사례발표에 응모조차 하지 못했다는 불만을 호소했다. 박람회를 주최 및 주관하는 행정안전부의 지침이 시군구, 읍면동 주민자치 일선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행정 위주의 전국주민자치박람회 개최도 문제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현장과 괴리된 박람회라는 지적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백지 상태서 재고할 필요, 주민자치가 주체되어야
행정안전부와 개최 지역 지자체가 중심이 되는 행정 위주 박람회의 실효성을 놓고 의구심이 큰 현실이다. 결국 관건은 주민자치의 본질과 가치에 근거해 주민과 주민자치 조직이 주체가 되는 진정한 전국주민자치박람회가 되도록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간 개최되는 가장 큰 규모의 전국 단위 주민자치 행사인 만큼 박람회 준비 조직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 보다 큰 틀에서 박람회를 기획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사무국이 상시 운영될 필요가 있다. 시군구-읍면동 주민자치 조직이 유기적으로 뭉칠 수 있는 구심점으로 전국주민자치박람회가 개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람회 현장을 직접 방문한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주민자치박람회는 말 그대로 주민자치가 중심이 되는 행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올해로 스물 한 번째를 맞고 있지만 운영 주체와 체계, 내용과 방식 등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주민자치 조직이 중심이 되는 박람회가 되어야 함은 물론 일반 주민도 동참할 수 있어야 명실상부한 주민자치 전국 행사라 할 수 있다”라며 “박람회의 대대적 개선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백지 상태에서부터 다시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취재/사진=문효근 기자

저작권자 © 더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