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정책제안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제1기 내각의 교육부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여전히 공석이다. 첫 번째로 지명된 교육부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도 열리지 못한 채 자진 사퇴했고, 두 번째 지명된 교육부총리 후보자는 취임 34일 만에 사퇴했다.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의 경우 첫 번째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실시 이후에 사퇴했고, 두 번째 지명자는 인사청문회도 열리지 못하고 사퇴함으로써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 직위는 계속 공석이다. 2005년 국무위원이 국회 인사청문 대상 공직에 포함된 이후로, 대통령 취임 이후 100일이 지나도록 제1기 내각이 구성되지 못한 적은 없었다. 또한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지명한 국무위원 후보자가 사퇴하거나 청문보고서 미채택 상황에서 임명을 강행한 사례도 역대 정부 중에서 가장 많았다.

2000년에 국회 인사청문제도의 도입 이후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공직 후보자가 낙마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대통령 취임 후 제1기 내각 구성에 소요되는 기간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제도 비판도 심화되고 있으며, 심지어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20여 년간 인사청문제도가 운영되면서 정치공동체에 가져온 효과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단순히 직무능력이나 전문성에 국한되지 않고 윤리성과 도덕성까지 포괄한다는 점을 공직사회에 학습시킨 점은 큰 성과일 것이다. 이 글은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인사권’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견제한다는 인사청문제도의 이상이 현실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를 살펴보고, 그 함의를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나라 인사청문제도의 특징을 먼저 살펴보고, 실제 운영을 정권별로 구분해서 비교분석할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제도의 특징
국회 인사청문제도는 2000년에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다. 이전까지는 헌법에 따라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통령이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아야 하는 공직자 23인에 대해서만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임명의 가부 여부를 결정하고 별도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지는 않았다. 이후 인사청문 대상 공직은 꾸준히 확대돼서 2000년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까지 포함됐고, 2022년 현재 총 66인이다. 국무위원의 경우는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됐다(<표1> 참조).

우리나라 인사청문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청문 대상에 따른 이원적인 운영과 청문결과의 구속력의 차이이다. 헌법에 따라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한 공직, 즉 국무총리·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감사원장·대법관 13인과 국회 선출 대상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3인의 경우에는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본회의 표결을 통해서 국회의 동의(선출) 여부가 결정된다.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될 경우 대통령은 다른 후보자를 지명해야 한다.

반면 2000년 이후 인사청문 대상으로 확대된 공직(국가정보원장·국세청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무위원·합동참모의장·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금융위원회 위원장·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한국은행 총재·특별감찰관·한국방송공사 사장·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의 경우에는 해당 공직의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청문결과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이하 청문보고서)에 담긴다. 해당 직위에 대해서는 별도로 본회의 표결이 실시되지 않으며, 소관 상임위원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대통령은 해당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이처럼 인사청문제도가 이원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특히 국무위원 등 국회의 인사청문 결과가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공직에 대해서 ‘인사청문제도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즉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후보자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사청문회가 개최되지도 않은 후보자조차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데, 인사청문회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비판이다. 반면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 결과가 대통령의 임명권을 구속할 경우, 고위공직의 행정 공백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고,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임명권이 침해된다는 반대 여론도 있다.

정부별 제1기 내각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결과
대통령에 당선되면 당선인 자격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내각을 구성하기 위해서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하고,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하는 것이다. 2005년 국무위원이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되면서부터 대통령 당선인은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국회에 요청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실시되기 시작한 2005년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이었으므로, 제1기 내각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은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실시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 제1기 내각 후보자까지 인사청문 결과는 <표2>에 나타나 있다.

<표2>에서 두드러진 점은 제1기 조각組閣 완료에 걸리는 기간이 계속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일을 기준으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17일, 박근혜 정부에서 51일, 문재인 정부에서 96일 만에 조각이 완료됐다. 윤석열 정부의 경우에는 100일이 지나도록 아직 공석인 장관이 2자리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제1기 조각의 지연은 행정 공백을 초래하고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역대 정권별 국회 인사청문 결과와 비교
인사청문제도의 모국인 미국과 우리나라 인사청문제도의 운영을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국무위원 등 행정부 공직자에 대한 국회의 인준율이 낮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20세기 동안 국무위원(장관)에 대한 인준안이 부결된 경우는 세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반면, 연방대법관의 경우에는 낙마율이 25%에 이를 정도로 높다.

미국에서 장관 후보자에 대한 높은 인준율의 배경에는 백악관의 철저한 후보자 사전 검증 절차와 함께 장관을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는 정치문화가 존재한다. 반면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일 뿐만 아니라, 사법심사를 통해서 행정부의 정책수행을 견제하거나 대통령과 의회 간의 분쟁을 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훨씬 엄격한 인준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청문 대상 공직이 행정부인지 또는 사법부인지에 따라 국회의 인준율에 차이가 있을까? 국회 인사청문 대상 공직을 크게 행정부·사법부·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구분해 노무현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공직 후보자 인준 거부율을 분석한 결과가 <표3>에 나타나 있다. 분석자료는 국회에 공직 후보자 임명동의안이나 인사청문요청안이 접수된 경우만 포함하고 있으며, 임명동의안이 부결되거나 청문보고서가 미채택된 경우를 국회가 후보자 인준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했다.

행정부 소속 공직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비롯해 2000년 이후로 법률개정을 통해서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된 공직을 포함한다. 감사원장도 대통령 소속하에 있다는 점에서 행정부 소속 공직에 포함시켰다. 사법부 소속 공직에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포함되고, 헌법상 독립기관의 공직에는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을 포함시켰다.

<표3>에 따르면 역대 정부에서 공통적으로 행정부 공직자에 대한 국회의 인준 거부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행정부 공직자의 경우 인준 거부율이 평균 22.7%인 반면, 헌법상 독립기관 공직자는 14.3%, 사법부 공직자는 1.9%에 불과하다. 특히 사법부의 경우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총 52건 제출돼서 1건만 철회되고 51건이 가결됐다. 헌법상 독립기관에 속하는 공직의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만 인준 거부율이 행정부 공직자보다도 높은 35%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헌법재판관에 대한 청문보고서 미채택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인데, 정치적 사법화에 따라 헌법재판관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을 반영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정부별로 모든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 결과를 사례 수가 적은 김대중 정부를 제외하고 비교하면, 박근혜 정부 시기는 예외지만 전체적으로 국회의 인준 거부율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준 거부율은 26.8%로 다른 어떤 정부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제20대 대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던 정치적 양극화 현상의 한 단면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정부에서 행정부 공직자에 대한 인준율이 가장 낮게 나타난다는 점은 국회 인사청문제도가 야당이 대통령을 견제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사청문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려야
국회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지 22년여가 지나면서, 인사청문제도가 정치공동체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했을 뿐만 아니라, 공직을 지망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자질과 국민적 기대를 학습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다년간 인사청문회를 경험한 국민은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업무능력이나 전문성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반면에 지나치게 후보자의 업무 적격성보다는 도덕성 검증에 치중된 청문회, 후보자와 가족의 사생활 침해, 대통령(여당)과 야당 간의 정치적 주도권 다툼의 장으로 변질된 청문회 등은 인사청문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인사청문회의 정파적 운영, 즉 여당 의원들의 후보자 감싸기와 야당 의원들의 후보자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으로 인해서 ‘의회의 대통령 인사권 견제’라는 인사청문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제는 20여 년간 인사청문제도를 운영하면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개선해 가면서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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