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정책제안

코로나 위기 속 시행된 국민취업지원제도
2021년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도입됐다. 코로나로 인한 고용 위기 동안 고용보험제도는 실업자 보호와 고용 안정에 큰 역할을 했지만, 실업과 소득 감소의 충격이 컸던 비공식 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자영업자들은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다행히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도입돼, 첫해 43만 명이 맞춤형 취업지원서비스를 받았고, 그 가운데 34만 명이 최대 300만 원의 소득을 지원받았다.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 취업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안전망은 미비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근로 능력과 무관하게 빈곤층의 최저 소득을 보장하고 있지만, 취업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기능은 약화돼 왔다. 2019년 근로 능력을 가진 수급자는 14만 명에 그쳐, 생계급여 수급자의 10%에 불과하다. 취업자가 있는 저소득 가구의 실질 소득을 지원하는 근로장려금이 2019년 대폭 확대됐지만, 실업하거나 소득이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 적시에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 취업 취약계층은 재정을 통한 직접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지만, 일반 노동시장 취업과 연계되지 않은 단기 일자리로는 실업과 빈곤 위험을 극복하기 어렵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취업 취약계층에 소득 지원과 취업지원서비스를 결합해 제공한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취업 취약계층은 실직 위험이 높지만 장기 실업 상태에 머무르지 않으며, 대신 반복적인 실직과 저임금 일자리에 고착화될 위험이 크다.

이러한 취업 취약계층의 특성과 노동시장 현실을 고려해, 소득 지원을 통해 구직자의 숙련과 경력에 적합한 일자리 탐색을 지원하고, 취업 취약성의 정도에 따라 취업지원 프로그램 참여를 지원하며, 구직 활동 및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참여 등의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노동시장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설계됐다.

긍정적 효과 보인 국민취업지원제도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세 가지 유형의 제도로 구성돼 있다. 저소득 구직자 대상의 권리형 고용안전망(1유형 요건심사형), 청년과 취업 경험이 없는 비경제활동인구에 대한 선발형 고용안전망(1유형 선발형), 취업 취약성이 높은 구직자를 대상으로 통합적인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업성공패키지 모델(2유형)이 그것이다. 각 유형의 지원 대상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소득 구직자 고용안전망은 연령, 가구소득, 가구재산, 취업 경험 요건을 충족하면 권리로서 구직촉진수당과 취업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구직능력과 구직의사가 있는 구직자여야 하는데, 구직의사가 없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단순히 수당 수급을 목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취업 경험을 충족해야 한다. 경력단절여성 등 취업 경험이 없는 저소득층은 비경활 선발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있다.

청년 선발형 고용안전망은 중하위 소득 가구에 속한 청년 구직자를 선발해, 상담사와 협의해 취업활동계획을 수립하고 구직활동과 취업지원 프로그램 참여 등의 의무 이행을 조건으로 구직촉진수당을 제공한다.

통합적인 취업지원서비스가 제공되는 2유형은 과거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인데, 기초생활보장 조건부 수급자를 포함한 저소득층, 결혼이민자·북한이탈주민 등 특정 취업 취약계층, 청년, 중장년을 대상으로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되, 실비 성격의 취업활동비용을 지원한다.

근로연령층의 실업자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out-of-work benefits)는 실업급여, 실업부조, 최저소득보장제도(공공부조와 한부모급여)로 구성된다. <그림1>은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비취업 상태에서 현금 급여를 받는 수급자의 비율에 관한 국제 비교 통계를 제시한 것이다. 고용률과 같은 노동시장 여건에 따라 수급자 비율의 차이가 발생하겠지만, 적용 범위, 수급 요건, 재원 등이 반영된 수급자 비율을 통해 국가별 실업자 소득보장제도의 구성과 우선순위를 유추할 수 있다.

2016년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실업자 소득보장을 받는 수급자의 비율은 2.2%로, OECD 평균 5.8%에 비해 크게 낮다. 그러나 2020년 고용보험이 확대되고 2021년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중층적인 고용안전망이 구축돼, 실업자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가 형식적으로 완비됐다.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지난 1년의 가장 큰 성과는 코로나 고용 위기의 충격을 크게 받은 취업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안전망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특수형태근로종사자·프리랜서 대상) 등의 다양한 한시 대책과 달리 실업급여 수급권이 없는 취약 구직자가 수급 자격 요건을 갖추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소득과 재산조사를 통해 지원이 필요한 취약 구직자를 체계적으로 판정해 시의성 있게 지원했다는 점 또한 제도적인 발전이다.

미흡한 부분도 눈에 띄어
그러나 시행 첫해 한계도 드러났다. 참여자들은 구직활동을 대부분 성실히 이행하고 있지만,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비중이 다소 낮다. 취업 취약성이 높은 계층의 노동시장 통합을 위해서 적극적인 취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기대와는 달리 입사지원서 제출 등 구직활동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국민취업지원제도, 특히 1유형은 구직촉진수당을 제공하되, 구직활동 또는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참여할 것을 조건으로 한다.

따라서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통합을 지향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구직활동 또는 구직자의 숙련에 적합한 취업지원 프로그램 참여 등의 의무 이행을 요구하고 위반 시 제재를 실질적으로 행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취업지원 상담 인력을 확충하고 새일센터, 지자체 일자리센터 간 협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구직촉진수당 수급자에게는 월 50만 원을 최대 6개월간 지급한다. 구직촉진수당은 자활급여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1인 가구 생계급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청년은 대체로 급여 수준에 만족하지만, 부양가족이 있는 가구주의 참여는 기대하기 어렵다. 실업부조로서 구직촉진수당이 최소한의 생활 안정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부양가족 수, 취약계층 여부에 따라 수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당을 수급하는 동안 발생하는 소득이 월 50만 원을 넘으면 수당 지급을 정지하는 현행 방식은 소득 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한다. 더 나은 일자리로의 이행을 위해서도 소득 활동 제한 기준을 상향하고, 발생하는 소득 수준에 따라 수당을 감액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노무 제공자로 고용보험이 확대됐지만, 고용보험 확대만으로 보편적인 고용안전망을 확립할 수는 없다. 고용보험의 확대가 더딜 뿐만 아니라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구직자가 상당한 규모로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 해소를 추진하되, 노동시장 통합과 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한 2차 고용안전망 확대는 앞으로도 중요한 과제다.

취업 취약계층에 종합적인 취업지원을 제공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고용보험이 보호하지 못하는 구직자 대상의 2차 고용안전망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구직촉진수당과 취업지원서비스를 결합해 제공함으로써 취약계층에 대한 실업 보호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수급자와 국가 간 상호의무 원칙에 따른 운영은 더 나은 일자리로의 이행을 지원하는 고용정책을 내실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취업이 취약한 정도에 따라 취업활동계획, 구직활동 인정 기준, 취업지원서비스, 취업 알선 등 상호의무에 따른 운영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취업지원서비스 참여 등 상담자의 개입이 필요한 저소득층 실업부조, 다양한 구직활동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 청년 실업부조, 노동시장 통합을 위해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장기구직자 고용안전망으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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