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평 교수의 자치이야기

한국주민자치학회와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지난해(2023년) 여러 분야에 걸쳐 실로 많은 사업을 수행하였다. 그중에서 주목할 만한 사업은 주요 대학에 시범적으로 ‘주민자치’ 관련 과목을 설치하고 지원하는 것이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을 비롯한 전국 5개 대학에 설치하여 운영한 ‘주민자치학’ 강의는 2023년 한국주민자치학회의 최고 업적 중의 하나로 평가한다.

 

주민자치 강의 어떻게 진행 되었나

대학교 수준에 주민자치 관련 과목을 개설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학의 내부 사정이나 주민자치학의 생소함, 전공 커리큘럼 개발의 난이성, 주민자치 강의교수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쉽게 진척될 수 있는 일이 아님에도 지난 십수년간 축적된 한국주민자치학회의 주민자치 세미나, 주민자치 자료, 주민자치 연구 인력의 확보, 강의 설치 지원을 통한 대학교 설득과 인정, 주민자치의 중요성과 보편성 홍보 등이 잘 작용하여 얻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학 수준 주민자치 강의 설치 내용을 간략하게 서술하면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주민자치의 중요성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홍보, 이해시키기 위해 대학과 대학원 수준에서 주민자치론 강의를 설치할 것을 요청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통해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중앙대학교, 대구대학교, 대진대학교, 숭실대학교 등에서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2학기 정규 강의로 시행’한 것이다.

강의는 주로 팀 티칭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기획되었으며 대학별 강의 성공을 위해 미리 여러 차례의 기획 및 대면 세미나를 거쳐 강의계획과 교수진이 확정되었다. 이는 한국주민자치학회의 요청 사항과 각 대학의 자율성을 혼합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주민자치 강의 구체적 내용은?

이번 학기 강의 주제는 대학 별로 비교적 자유로운 선택지를 주었으며, 학회가 필수적으로 요청한 강의 주제는 5개 내외였다. 그것은 1)주민자치의 사상과 원리(전상직), 2)주민자치의 역사(박경하), 3)주민자치 현황과 주요 쟁점(전영평), 4)주민자치 관련 법과 제도, 5)주민자치 해외 사례, 6)주민자치 실제 사례 등이었다.

필자의 경우에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대구대학교 행정대학,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주민자치의 주요 쟁점’이라는 주제로 강의하였으며 특히 대구대학교에서는 ‘주민자치운동과 새마을운동: 비교와 교훈’을 추가로 강의하였다.

덧붙이자면, ‘주민자치의 주요 쟁점’의 내용은 주민자치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이며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시도한 것이었다. 그 내용은 주민자치의 필요성, 중요성, 주체, 개념, 목적, 사업 내용, 방법론, 전개 상황, 향후 과제 등에 대한 것이었다.

이는 수차례에 걸친 한국주민자치학회 세미나에 참석한 청중으로부터의 질문을 토대로 피드백 받은 것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피드백을 참고하여 강의자는 ‘주민자치의 주요 쟁점’이라는 강의제목하에, 육하원칙(누가who, 왜why, 무엇을what, 어떻게how, 언제when, 어디서when)에 따라 세부 주제를 설정하고 강의안을 작성하여 강의하였다.

주민자치 강의를 하면서 느낀 점은 대학교, 설치 학부/학과, 학생 수준, 강사 수준과 같은 변수에 따라서 강의의 효과가 달라질 것 같다는 것이다. 필자가 강의한 3개 대학의 강의를 토대로 볼 때 강의의 효과성은 강사의 준비성, 학생 숫자, 강의 집중도, 주제 적합성, 강의 만족도로 나타날 수 있는 것 같았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은 ‘공공행복과 주민자치’라는 과목을 정식으로 설치하였으며 매주 토요일 강의에는 80명 내외의 학생이 열성적으로 강의에 임하고 질문도 하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지난 학기 강의 중 가장 성공적인 주민자치 강의였다고 생각한다. 강사진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주민자치 전공 외부 대학 교수, 주민자치 전문실무진으로 구성되었다.

또 하나 주목할 강의는 대진대학교의 ‘청년의 삶과 주민자치’였다. 교양과정에 개설된 이 강좌는 주임교수의 열정과 치밀한 계획 실행, 학생들의 태도 변화와 현실 참여를 유도하는 데 성공한 또 다른 형태의 강의가 아니었나 싶다.

중앙대학교는 ‘주민자치 연구’라는 과목을 행정대학원에 설치하여 강의하였고 나름대로 교수와 학생들의 열의가 있었던 강의라고 평가한다. 대구대학교는 대학 학부 수준에 3학점 인정 정식과목으로 설치하였고, 숭실대학교는 행정대학원에 ‘통일과 주민자치’라는 과목을 설치하여 강의하였다.

한편 한국주민자치학회는 2023년 12월 14일 ‘23년 주민자치학 강좌리뷰 및 ’24년 강좌방향이라는 세미나를 개최하여 한 학기 강좌의 실행과정과 내용을 반추하고 평가하였으며, 2024년 1학기 주민자치 강의를 설치하고자 하는 강원대학교와 충남대학교의 강의계획을 경청하고 토론하였다.

 
주민자치 대학강의의 포인트는?

2023년 2학기 ‘주민자치 강의 설치와 시행’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이었지만 대학 별로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진 강의프로그램이 개설되고 강의 대상, 강의 교수, 강의 방식, 강의 레벨, 성과 측정 등의 측면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원래 대학/대학원에서의 주민자치 강의 설치는 주민자치에 관한 학술적 연구 지속가능성과 학문 후속세대 양성이 목적이었으나 실제로는 주민자치 실무, 주민자치 참여 방안 등과 같은 기술적 측면이 강조된 점도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주민자치 강의는 수많은 시군구에서 주민자치위원 및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주민자치 대학’에서 개설하고 있으며 관학 협력을 통한 강의 개설-전형적인 예로 제주시, 서귀포시와 제주대학교의 협력을 통한 주민자치 강의 설치-도 시행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주민자치학회/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시행하고자 하는 ‘대학/대학원 수준의 주민자치 강의’는 여타 주민자치 강의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하여 차별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며 그것을 통해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가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래의 표는 강의 기관의 종류와 강의 목표를 기준으로 필자가 만든 표인데 이를 보면 일반대학/대학원 기관 레벨에서의 차별성 있는 기준은 ‘주민자치 학술연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대학원 수준의 주민자치강의는 ‘시군구 주민자치대학’이나 ‘평생교육기관(원)’에서 시행하는 주민자치와의 강의와는 매우 다르게 명실공히 ‘주민자치학’의 이론적/체계적 학술연구와 후속세대 양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열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향후 유념할 점은?

지난 학기 강의 경험과 평가세미나 토론을 통해 알게 된 것 중 중요한 점은 ‘효과적인 주민자치학 대학 강의 설치 및 운영’을 위한 최초의 기획이 기대한 바와는 상당히 다르게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강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예상과는 달리 각 대학 현장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이와 관련된 변수들이 많았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총괄적으로 평가하면 5개 대학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 ’최초 주민자치학 강의‘는 대체로 좋은 성과를 얻었으며 이와 더불어 향후 개선해야 할 점도 잘 도출되었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사안을 향후 주민자치 강의에서 반영하였으면 한다.

첫째 대학별 강의 환경을 고려한 교육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학 수준, 강의 개설 단위, 강의 교수, 강의프로그램, 학생 수와 질, 평가 방식, 만족도 측정 방법 등을 고려하여 각 대학 강좌별 ’특성화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이 요청된다. 이를 위해 각 대학 강의별 스와트(SWOT) 분석을 하고 그에 맞춘 전략과 시행 방안을 도출하여 2024년 강의에 잘 반영하면 좋을 것이다.

둘째 주민자치 사상, 이론, 역사, 쟁점, 법 제도에 대한 기본 교육을 반영하되 강의의 실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현실 사례, 자료, 통계 등의 사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론과 주장에 의존하게 되는 강단 강의의 한계를 자료, 통계, 사례 제시를 통해 보완하여 피교육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현실감각을 갖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셋째 대학에 강의 구성 재량권은 주되 주민자치의 핵심 내용과 관련한 강의 주제와 강사 선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주제에 맞는 강사를 섭외할 것인가, 강사에 맞춘 강의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넷째 주민자치론 강의의 보편성, 통일성,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민자치 핵심 이슈를 포함하는 표준교재 개발 필요성을 검토하면 좋을 것이다. 주민자치 강의는 매우 생소하게 시작된 강의이기 때문에 주민자치의 개념, 목적, 역사, 제도, 주요 쟁점, 시행 과정, 필수 주제 등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자료를 소개할 필요가 있는바 이런 기본적인 분야를 정확히 잘 인식할 수 있는 표준화된 강의 교재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외에도 주민자치 성공 사례 필드 연구를 통하여 학생들에게 실감 나는 강의와 참여를 유도해 보는 일, 학생 구성과 수준을 잘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그들의 요구사항과 관심을 반영한 강의 계획서를 보완 개발하며 학생의 강의 평가와 피드백을 수용 반영하는 일, 강의방식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통해 효과적인 강의방식을 개발 선택하는 일, 학습평가-시험, 리포트, 현장 참여 실적 등–방식을 어떻게 진화시킬 것에 관한 일 등에 대하여 향후 효과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매우 중요한 한 가지 사안을 지적하자면, 대학/대학원 강의와 평가는 산출 요소(output)인바 강의와 학습의 효과가 주민자치의 실천(주민자치 이해증진, 주민자치 현실참여, 주민자치 연구성과, 연구 후속세대 증가) 등에 어떤 영향과 효과(outcome)를 초래하는가를 예의 주시하며 추적하여 이를 잘 기록하는 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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