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직 회장 ‘지방자치법 개정안’ 분석…입법ㆍ인사ㆍ재정권 촉구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세션
SECTION 1.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주민자치회 분석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세션.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세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주민자치회를 무력화ㆍ예속화 하는 악법이다. 주민자치 발전은커녕 퇴보를 부추기는 현행 주민자치회 관련 조항을 폐기하고 선진국 도약을 위한 새로운 주민자치를 기획해야한다.”행정안전부가 7월 국회에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법률안’)’이 주민자치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고 있어, 입법인사재정권을 갖춘 진정한 의미의 주민자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면 재설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8월 13일 알로프트서울명동호텔에서 열린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나타난 주민자치회 분석’ 발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이날 제1섹션 발제자로 학술대회의 포문을 연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의 이론적학술적 원리와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개정법률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법률로 주민자치회에 권리ㆍ행위능력 부여

회장은 먼저 “주민자치회에 관한 법률은 주민에게는 주민권과 자치권을 명확히 부여하고, 자치회에는 권리 능력과 행위 능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럼에도 행안부는 주민들이 자발적, 자주적, 자율적으로 자치할 수 없도록 ‘개정법률안’을 설계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실시된 주민자치위원회,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서울형 주민자치회 등을 ‘실패한 제도’로 진단한 전 회장은 “현행 주민자치회(위원회)는 주민이 회원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읍·면·동장이 위촉한 위원이나 추첨으로 뽑은 위원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사실상 자치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주민자치회 법률은 주민들이 자발성·자주성·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게 설계되어야 하고, 국가는 적극적인 분권으로 이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읍·면·동 폐지 못하면 행정-자치기구 독립 운영

전 회장은 “통치제는 주민에게 가까울수록 건전하다. 행정기구인 읍·면·동을 과감히 폐지하고 자치기구인 읍·면·동회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을 고려한다면 읍·면·동 계층에 행정기구인 행정복지센터와 자치기구인 주민자치회를 각각 두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읍·면·동장으로 불리는 공무원의 호칭은 ‘행정복지센터장’으로 변경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현재의 읍·면·동은 대부분 자치단체에 가까운크기라 주민들 사이의 생활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고, 인구면에서도 무보수 명예직의 주민자치위원이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자치기능은 통·리 계층에 두고, 협치기능은 읍·면·동에 두는 이중구조로 설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승종 교수, 최환용 박사, 최근열 교수, 이철 교수(왼쪽부터).
이승종 교수, 최환용 박사, 최근열 교수, 이철 교수(왼쪽부터).

주민자치 필요조건은 ‘분권’…입법·인사·재정권 보장

주민자치의 필요조건인 ‘분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전 회장은 “주민자치는 국가의 분권 없이도 자생적으로 형성·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광복 후 조선의 향촌자치 전통을 살리지 못했고 선진국의 주민자치를 받아들이지도 못한 채 일제의 강점체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우리나라는 매우 강력한 분권과 현실적인 자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주민자치를 위해서라면 소극적인 경우에도 계획-실행-평가 과정을 분권해야 하며, 적극적인 경우라면 투입-계획-실행-평가-산출의 전 과정을 분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치와 분권이라는 조건을 갖춘 ‘주민자치’의 기능으로는 △사회적 자본 형성 △사회적 서비스 공급 △주민의 목소리 대변·변호·옹호를 꼽았다. 또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민들로 구성되는 주민총회를 두고 주민 스스로 주민자치회 규약을 제·개정할 수 있는 입법권과 대표를 선출할 수 있는 인사권, 필요한 자원을 조달할 수 있는 재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법률안, 분권 없이 모호한 기능만 나열”

그렇다면 행안부의 ‘개정법률안’에 담긴 주민자치회는 앞서 열거한 조건을 충족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전상직 회장의 분석이다. 행정기관의 ‘분권’ 없이 선언적 기능만 나열함으로써 자치할 수 있는 권리도, 행위 능력도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먼저 주민자치회를 읍·면·동에 두도록 한 제26조 1항에 대해 전 회장은 “주민자치회가 행정기관과 대립하게 되는데다 통·리장이 지역을 촘촘하게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주민회로도, 마을회로도 설 자리가 없다”며 “주민자치회는 통·리에서는 통·리회로 증강하고, 읍·면·동에서는 읍·면·동회의 이중구조로 설치될 때 비로소 주민의 자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주민자치회를 구성할 수 있게 하면서도 권리능력과 행위능력을 부여할 ‘분권’이 명시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주민자치회의 기능을 열거한 2항은 “자치 원칙에정면 위배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 회장은 “주민들에게 ‘자치’를 하라고 하면서도 법률로서 기능을 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주민자치회를 행정기관으로 착각하고 축조한 조항이 아니라면 절차법으로서 주민자치회가 자치할 수 있는 틀거리만 제공하도록 수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법으로 기능 규정 말고 대표자 선출 주민에 맡겨라”

특히 ‘읍·면·동장과의 협의’와 ‘지방자치단체장이 위탁하는 사무의 처리’를 명시한 것은 “주민자치회가 행정서비스 하청기구가 되라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주민 생활관계와 밀접한 사무는 원칙적으로 주민자치회 사무로 분권해야 하며, 분권이 어려우면 읍·면·동장에게 의무로 부과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주민자치회 기능과 대표자 선정 등을 조례·규칙으로 정하도록 한데 대해 “조례나 규칙으로 정한 일만 하라는 것은 자치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대표자 선출은 주민자치의 핵심이자 동력인 만큼 공동대표로할지, 집단체제로 할지 등 선출에 관한 사항을 주민자치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재원 확보 및 재정 지원에 관한 6조에 대해선 “수익사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회비 징수는 법적으로 불가하다”며 “주민자치회가 회비를 징수할 수 있고, 기부금을 받을 수 있고, 재산을 취득·활용·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필요한 필수 사항은 반드시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민자치회 권리·행위능력 보유토록 재설계”

전상직 회장은 “조례나 규칙으로 운영 규정을 하게하면 주민자치회는 무력화 될 수밖에 없다. ‘개정법률안’은 폐기가 마땅하며, 주민자치 고유한 영역을 분권함으로써 주민자치회가 권리능력과 행위능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를 새로이 기획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개정법률안’의 보완 필요성에 공감했다. 최환용선임연구위원은 “주민자치회를 ‘조례’라는 틀 안에 두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법률상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미흡함이 있다”며 “조례로 정할 때 하지 말아야 할 사항이나 기준을 정하는 이른바 ‘네거티브방식’으로 입법화함으로써 법령이나 조례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것 이외에는 ‘자치’의 영역으로 맡겨두는 전향적 입법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주민자치회의 제도화 취지에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철 동양대 교수(경찰범죄심리학과)는 “주민자치회는 지역주민과의 관계에서는 자치 기능을 최대화하고, 자치단체와의 관계에서는 협력자 역할을 최대화하면서 한편으로는 정부로부터의 분권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이 점에서 ‘무엇을 분권할 수 있는가?’ ‘무엇을 자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심도깊이 논의해야 할 주제”라고 공감을 표했다.

이어 “발제자의 읍·면·동 폐지 주장은 공무원 저항으로 실현하기 힘들다”는 점을 짚고 “동등한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과 주민자치회를 설치하고, 둘 간의 조정과 협치를 통해 분권과 자치, 자치와 협치, 국가권력과 주민권력을 서로 경쟁시키면서 활성화 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고 제안했다.

“개정안 미흡 공감…주민들도 자치 역량 갖춰야”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인 최근열 경일대교수(경찰행정학부)는 “주민자치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일선 공무원들은 주민자치회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다. 자신들의 권한을 주민들에게 다 주면 공무원들은 무얼 하라는 것이냐, 하는 반발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일본과 호주의 사례를 살핀 후 “발제자는 독립적 법안 제정을 주장하는데, 지방자치법 내에 주민자치회 관련 조항을 두고 차후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차선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염일렬 서정대 교수(행정학과)는 “‘지방자치법’이32년 만에 개정되면서 주민자치 관련 조항이 포함돼 주민자치회의 제도적 기초를 마련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다만 조례 제정을 통해 정책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짚었다. 또 “앞으로 주민자치의 법적·제도적 설계가 이뤄졌을 때 주민들이 자치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주민자치위원이나 주민들이 분권 역량, 자치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공무원에 의존하고 종속될 수 밖에 없다”며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상직 회장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제출됐을 때, 주민자치회 조항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이 있었을 만큼 주민자치회는 정치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뜨거운 감자다.이번 21대 국회에서 이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다룰것인지가 숙제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필요조건인 주민자치를 새로이 기획하는데 우리의 역량을 키워나가자”라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 했다.

 

 

 

저작권자 © 더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