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와 취약한 노인들 

2019년 12월 중국 우한(Wuhan)으로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 올해 들어 전 세계를 휩쓸면서 현재 214개국에 1천 844만 5천787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그중 사망자는 69만 1천740명이다(8월 5일 기준).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감염자는 1만 4천456명, 사망자는 302명으로 추계되고 있다.

세계 국가들과 우리나라 모두 노인층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로 인한 연령별 사망률은 50대 이하가 0.9%에 비해 60대 이상의 노인층이 99.1%이며 60대 2.2%, 70대 9.5%, 80대 이상 24.8% 등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요양원, 요양병원 등 노인생활시설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는데 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에는 감염자의 절반 이상이, 미국의 경우 사망자가 4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인복지 관련 시설과 관련해 발생한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3분의 1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복지 관련 시설은 이용 형태에 따라 자가에서 거주하며 낮 동안 시설을 이용하는 통원 개념인 이용시설과 시설 내에서 상시 거주하는 주거개념인 생활시설로 구분되는데, 2018년 전국의 노인생활시설은 5천445개로 보건복지부 소관 생활시설 8천 개소의 68.1%에 해당된다.

비대면이 어려운 노인복지의 영역

노인생활시설에서는 서비스제공자와 이용자 간 대면서비스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코로나 방역대책의 가장 중요한 방법인 사회적 거리 두기나 비대면 서비스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노인생활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기저질환자들은 대부분 면역력이 취약해 쉽게 감염될 뿐 아니라 일단 감염되면 질병 상태가 심해지고 치명율도 높다. 이들의 경우 마스크 착용도 쉽지 않은데, 다양한 기저질환을 가진 시설 노인들이 마스크를 잘못 착용하게 되면 오히려 호흡곤란에 따른 사망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인생활시설은 집단돌봄체제와 무증상 감염자 문제를 주요 특징으로 지적할 수 있는데, 무증상 감염자의 증상은 다양하므로 만일 초기대응이 실패한다면 다른 노인들에게 전파할 개연성이 높다. 노인생활시설 중 특히 노인요양원, 정신질환자 폐쇄병동, 중증장애인 생활시설 등은 1인 1실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코호트(cohort) 격리제로서 항상 감염의 두려움을 안고 있다.

코호트란 원래 사회학에서 특정한 시기에 동일한 역사적 과정을 공유하면서 사회화과정을 거친 세대를 뜻하는데, 의료적 측면에서는 전염병 전파가능성이 있는 환자와 의료진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격리하는 방역방법을 지칭한다. 따라서 코로나 시대에 있어 노인생활시설 운영은 ‘필수서비스 제공 유지’와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두 가지 상충된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재가노인 중심의 이용시설도 이번 코로나 사태로 경로당·노인복지관·노인교실뿐 아니라 독거·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노인급식 운영을 중단하고 방문요양보호, 안부 전화 등과 같은 재가돌봄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노인들의 생계 불안과 고독감이란 부수적 피해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 비대면의 필요성 때문에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게 되면 노숙인과 쪽방 주민은 바로 끼니가 걱정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노동자 등 일부 취약계층의 경우 일자리 사업의 중단으로 생업을 잃게 된다.
또한 시설 운영 중단에 따른 비대면으로 노인들의 고독감이 커지면 정신적 건강에도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노인복지시설에서 운영하는 급식서비스, 여가프로그램이나 물리치료·운동지원 등 건강 증진 프로그램, 상담 서비스 등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노인복지의 방향은

팬데믹 이후 이제 사람들은 감염병이 일상화되는 시대를 얘기한다. 학계에서는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변화 등의 영향으로 신종 감염병이 4〜5년 주기로 반복해서 유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노인복지와 관련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첫째, 노인생활시설을 중심으로 한 노인돌봄체계의 재정립 및 재정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노인돌봄의 시설화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도입으로 본격화됐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요양원 및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노인돌봄시설이 오히려 ‘노인의 희생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사실 그동안 노인돌봄시설은 ‘돌봄의 시설화’라는 명분하에 당사자인 노인이나 그 가족이 배제되고 행정기관의 체계적인 감독이 결여된 채 시장의 손에 노인들의 안전을 내맡긴 감이 없지 않다. 노인돌봄을 포함한 노인복지서비스는 그 이전에는 노인복지법에 의거해 지방자치단체가 전반적인 관리·감독의 역할을 담당했으나 제도 도입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관리·운영 업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감염병을 상수로 두고 취약노인들의 건강과 안전보호를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강화하는 등 돌봄 인프라의 확충과 재조직화가 필요하다.

둘째, 탈시설화와 커뮤니티 케어 체계의 적극적인 추진이다. 종래의 시설중심 돌봄체제에서 가급적 지역 중심의 돌봄체제로 이행함으로써 코로나 등 감염병으로 노인복지기관이나 시설이 일정 기간 문을 닫더라도 의식주뿐 아니라 대인관계와 일상활동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대구·경북지역의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다수의 지역봉사자들이 휴대폰에 기반한 정신건강 상담을 실시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

감염병이 일상화된 시대의 커뮤니티 케어 체계는 다양한 비대면 복지서비스와 결합돼야 한다. 그동안 실시한 비대면 서비스는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전화를 통한 안부 확인이나 책자, 식재료 지원 등의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2019년 이후 정부가 커뮤니티 케어와 노인맞춤 돌봄 서비스를 추진하면서 기존방식에 정보통신기술 등의 기술을 접목한 돌봄 서비스이다.

최근에는 비대면 중심의 노인일자리 재개와 더불어 결식 우려가 있는 노인의 자택으로 점심도시락을 배달하거나 급식소에 간편식을 배부해 노인들이 자택에서 각자 조리하도록 하는 등의 비대면 노인급식이 시도되고 있으며, 노인복지관·치매안심센터 등도 잠시 멈췄던 노인복지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전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전화상담, 유튜브 등과 컬러링북을 활용한 미술활동, 꽃화분 키우기, 실내텃밭 가꾸기 등의 비대면으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신규 프로그램 발굴·운영 등 비대면 방식이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 송파구 치매안심센터의 경우 치매환자 및 고위험 노인들에게 일일학습지, 컬러링 교재, 새싹기르기와 새싹일지로 구성된 교구들을 전달해 우울증과 기억력저하 예방을 돕고, 치매기록의 심리안정을 위해 화상앱(zoom)을 활용한 비대면 자료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노인대상의 문화교육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곳도 있는데, 강사가 유선으로 학습과정을 관리하고 학습과제물을 체크하며 과제가 미진할 경우 학습지도내용을 면밀히 상담한다.

셋째, 사회안전망의 강화 및 노인보건복지전달체계의 재정립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사회안전망은 해방 이후 70여 년의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생활보호법, 국민기초생활보호법 등을 통해 기본골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는데,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복지사업의 종류가 너무 많고 자격조건이 다양하고 복잡해 복지 사각지대 발생과 중복·탈법으로 복지혜택을 받는 상황이 동시 발생하는 문제점 등이 있다. 2014년 2월 송파 세 모녀사건, 2019년 탈북자 모녀 아사 사건 등은 복지 사각지대의 현실을 보여주며 40%를 상회하는 노인 빈곤 그리고 연령이 높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자살문제는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의 허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기존 사회안전망의 대안으로 기본소득제도(universal basic income, UBI)를 검토할 수 있는데, 이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에 의해 사람들의 일자리가 대체되고 소득 창출의 기회가 없어지는 환경변화에 대응해 최근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관심이 제고되고 있다. 기본소득제도는 저소득층 지원제도의 맹점인 근로 의욕 감퇴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선별복지의 경우 항상 문제가 되는 대상자 선별기준과 과정에 대한 시비가 거의 없으며, 현행 사회안전망의 최대 취약점인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제도화가 이루어지면 만성적 적자를 보고 있는 공적 연금의 개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공적 연금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2018년 현재 각각 2조 2천억 원, 1조 6천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으며, 이에 더해 문재인 케어 정책 추진과 코로나-19의 후속대책으로 논의되고 있는 ‘전국민고용보험’ 추진은 앞으로 정부의 복지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반면 기본소득제도는 비용이 많이 들어 조세부담률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소득생산성이 낮아지는 등 적용상 문제점도 적지 않다.

넷째,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노인보건복지서비스의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 대응과정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비대면으로 전환된 온라인과 디지털기술은 젊은이들에게는 빠르게 적응됐지만 노인에게는 여실히 한계가 드러났다. 하지만 노인층에도 현실적인 구체적 대안은 지역사회 내 복지시설 간 네트워크 구축과 여가·복지의 온라인 전달체계 마련이다. 복지시설의 이용중단 시 노인들이 각자의 가정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인여가 및 학습프로그램에 대한 온라인서비스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는 ‘한국형 뉴딜정책’으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사업, 비대면산업의 육성, 사회간접자본의 디지털화사업 등을 발표한 바 있으며, 대통령 직속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의 일환으로 비대면 진료서비스 제공, 재활·돌봄로봇 의료·복지서비스 강화, 농어촌지역 활성화를 위한 빈집활용방안 등을 연구 중이다. 경기도 이천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노인종합복지관을 ICT복지센터(가칭 ICT사랑방)로 리모델링하고 AI 로봇을 활용해 치매 예방, 신체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노인돌봄서비스 대상자는 자기 집 또는 자기 지역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코로나나 기상특보와 같은 음성알림서비스를 제공받고, 신체건강 및 치매예방프로그램을 통해 집에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 또한 음식물도 비대면으로 배달받고 온라인으로 연결된 사람들과 캠(카메라)을 보며 즐겨 먹으며, 부동산 거래도 중개인 없이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자계약으로 가능하다.

한편 노인돌봄서비스 종사자는 노인가정 방문 시 태블릿을 통해 서비스 참여노인에 대한 기본정보를 입력·관리하고 이를 통해 퇴근·이동 중에도 상담 및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모두 커뮤니티 케어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비대면 서비스, 그리고 온라인을 통한 돌봄 서비스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노인돌봄서비스의 모습들이다.

최항순 가천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최항순 가천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저작권자 © 더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