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재난 발생
올해 10월에 뉴스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인용한 연구보고서 내용이 있다. 유엔 산하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 UN Office for Disaster Risk Reduction)이 발표한 ‘2000~2019년 세계 재해 보고서’로 최근 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7천348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으며 그 이전20년(1980~1999년) 동안 발생한 재해는 4천212건으로 재해 건수가 1.7배 늘어났고 그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로 제시하고 있다. 원인을 분석해보면 2019년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 상승하면서 폭염과 가뭄, 홍수,혹한, 태풍, 산불 등 극한 기상 현상들이 더욱 자주 일어나게 됐다고 제시돼 있다. 전체 재해 가운데 기후변화 관련 건수는 6천671건으로 이전 20년의 3천656건에 비해 1.8배 증가했는데 그중 가장 큰 비중은 홍수(3천254건, 44%)로, 앞 시기(1천389건)의 2.3배로 늘었다고 한다. 그에 비해 태풍은 1천457건에서 2천34건으로 1.4배가 증가했다.

많은 언론 기사에서 극한 자연현상으로 인한 재난의 발생 횟수가 증가하고 있고, 그러한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살펴보면 재해 발생건수가 증가한 경향과 지구 연평균 기온이 증가하는 경향이 비슷한 방향성을 가진다고 해서 기후변화가 원인이 돼 재난의 발생 횟수가 증가했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 인구수의 증가, 자동화된 측정기술의 발전 그리고 측정 센서의 설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과거보다 현재에 기록된 재난 발생 횟수가 증가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또한 도시화 현상의 가속화로 증가한 인구가 좁은 지역에 비정상적으로 밀집돼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도시 지역은 과거보다 불투수 면적이 커지면서 동일한 강우에도 홍수범람이 일어나기 쉬운 지리적 특성으로 변화돼 기후변화 못지않게 도시화의 효과도 재난 발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재난 발생 횟수가 주요 원인이라기보다는 도시 조성 시 방재계획이 부족하고 및 재난대비 기반시설 설치 등과 관련된 부분이 취약하고 부족한 것이 오히려 피해 발생의 보다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의 태풍이나 집중호우와 같은 재난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무조건적으로 기후변화와 연관시켜 보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강우량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40~50년 정도의 기록과 비교할 때 최고 기록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수준의 강수가 내렸음에도 피해가 발생했는데 피해 발생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이야기하는 것은 적합한 설명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역에 따라 간혹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극한 재난이라는 표현으로 언급되지만 대부분 과거의 기록과 비교할 때 기록을 경신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로 밝혀지는 것은 실제로는 매우 드물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재난 발생의 관련성에 대한 규명을 주요 목표로 해서 연구가 이뤄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이하 IPCC)의 5차 보고서(2014)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하천홍수나 가뭄의 발생을 증가시켰다고 보는 것은 많은 연구결과를 검토했을 때 신뢰도가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재난관리는 디테일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간혹 특정한 재난으로 인한 피해 발생과정에 대한 엄밀한 조사 없이 무턱대고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재난관리 주체가 자신이 완수하지 못한 책임을 전가시키기에 만만해 보이는 기후변화에 넘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불편함을 느낀다. 많은 사람은 인류의 힘으로 제어하기가 매우 힘든 기후변화가 재난의 주요 원인이라고 하면 재난관리에 대해 뾰족한 수단이 없는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기후변화로 앞으로 감당하기 힘든 재난이 닥쳐올 것인데 전통적인 재난관리 방법을 개선하고 준비한다고 대응할 수 있겠느냐의 허무주의가 작용할 여지가 크다. 결국, 재난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재난방지를 위한 대책 역시 피상적이거나 기존과 다르지 않은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

본 고에서는 기후변화가 재난에 미치는 영향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향후 재난관리 정책 내용에서 주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기후변화가 재난 발생에 미치는 영향
IPCC는 1988년 출범해 1990년부터 5~7년 간격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에 대한 연구결과와 정책방향을 취합해서 제시하고 있다. 1990년도에 나온 1차 보고서가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면 1995년의 2차 보고서는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인간의 활동에 있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2001년도, 2007년의 3차와 4차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과 감축에 따른 영향 평가를 다루었다. 가장 최근인 2014년의 5차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축의 실질적인 내용과 함께 지구 평균기온이 재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성과를 다루고 있다. 5차 보고서 1.4절의 내용을 인용하면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규모에서 하천 홍수의 빈도와 규모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신뢰도가 낮고, 또한 가뭄 발생이 특정 경향을 보인다는 것 역시 신뢰도 역시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은 기후변화로 인한 사람들이 겪게 되는 위험도(risk)와는 구분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위험도(risk)는 세 가지 요인을 고려해 평가한다. 그첫 번째는 재난유형별로 가지는 빈도나 강도의 발생 특성을 고려한 해당 재난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정량화시킨 위해성(hazard), 두 번째는 발생한 재난에 경제적 자산이나 인명이 얼마나 노출되느냐의 척도인 노출성(exposure) 그리고 세 번째는 동일한 재해에 노출되더라도 재난관리 능력 등에 따라 피해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정량화 시킨 취약성(vulnerability)이다.

예를 들면 태풍은 다음과 같이 그 요소를 평가할 수 있다. 우선 풍속 등급, 강우량의 크기 및 발생빈도 등을 고려해 위해성을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발생한 태풍이 어떤 경로로 주로 지나가느냐를 고려해 노출성을, 동일한 태풍에 대해서 피해를 입는 사람이 고지대에 사느냐 저지대에 사느냐, 어른이냐 노약자이냐 등에 따라 대응능력이 다를수 있는 것을 고려해서 취약성을 평가할 수 있다.

IPCC 5차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극한 자연현상 개개 발생 특성과 관련된 위해성이 변화가 있다고 보는 것은 신뢰도가 낮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노출성과 취약성을 함께 고려한 위험도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내용의 경우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 일부 생태계와 다수의 인간계가 기후변동성에 상당히 취약하고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기반시설과 주거 정착, 인간 질병률과 사망률, 정신건강 및 복지 등이 기후변화로 인해 보다 취약해지고 그 영향은 일부 국가에서 상당히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도시화로 동일한 자연재난에도 노출돼 피해를 보는 사람의 수가 크게 증가했고, 총인구 증가 및 재난에 취약한 노년 인구의 급속한 증가 그리고 재난대응 도시기반시설의 노후화 등으로 동일한 재해에서 더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보다 일반적인 기후변화가 재난의 발생에 미치는 위험이 커진 것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IPCC의 보고서는 국제 협약 및 협정 등에서 근거자료로 사용돼 왔다.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이 IPCC의 1차 보고서를, 1997년 교토의정서는 2차 보고서를, 2015년 파리협정은 5차 보고서를 토대로 성사됐다. 특히 파리협정은 당사국들에 5년마다 국가 감축목표(NDC·국가결정기여)를 수립해 이를 이행한 정보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2022년으로 예정돼 있는 IPCC 6차 보고서는 2023년에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전 지구적 이행점검(NST)의 근거로 사용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향후 재난안전 계획 시 고려사항
앞에서의 기후변화가 재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노출성과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재난관리 접근방안을 다방면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 재난관리 방안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예방-대비-대응-복구’의 4단계를 하나의 사이클로 해서 유기적,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재난관리 각 단계의 기술요소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림2>와 같이 24가지의 재난관리 기술요소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 각 기술요소를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강점과 약점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예방 측면에서는 위험요소별 피해 시나리오, 재난위험평가, 모니터링, 탐색 및 감지 부분이 취약하고 대비 측면에서는 예·경보와 교육훈련에 약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응 측면에서는 구호, 긴급 대피·수송, 재난 확산방지, 피해자 관리, 인명 수색 및 구조에서 약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복구 측면에서는 구호시설 부분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변화를 위한 재난관리에 통합적,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개념은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이다. 리질리언스는 혼란이나 교란을 흡수하고 기본적인 기능과 구조를 유지하는 시스템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와 같이 예측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높으며 향후 발생할 상황에 대한 관련 정보가 부족할수록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 전략보다는 재난 발생 시에도 기본 사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회복의 전략이 중요하다. 또한 리질리언스는 각 분야별로 활동목표를 정함으로써 공동의 목표를 향한 정책수단의 연계 및 융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리질리언스 개념에 기반한 재난관리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특징을 가져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선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이다. 전통적인 재난관리에서는 중앙 및 지방정부와 같은 기관이 주체였으나 리질리언스를 다루기 위해서는 잠재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예를 들면 민간을 포함해 보다 확대된 참여가 동반돼야 한다. 두 번째는 계획과 개발단계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재난관리처럼 특정 영역, 특정 단계에서만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영역의 모든 과정에서 위험에 대한 고려와 관리 전략이 수반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취약성(vulnerability)을 저감하는 방법을 통해 리질리언스를 확보하는 전략을 주요하게 다룬다. 취약성이 높을수록 충격에 크게 영향을 받고 회복하기에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취약한 계층, 취약한 지역, 취약한 시설 등에 대한 투자와 위험관리를 통해 사회 전반의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재난관리 정책은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를 강조한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로 미리 대비해야
기후변화에 대한 내용은 예측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매우 큰 특징을 가진다. 매일 접하는 기상이 변화무쌍하고 2~3일의 단기간도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장기간의 기후변화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관리방법으로서 유용한 대책이 시나리오 접근법이다. 최악의 상황, 최선의 상황, 평균적인 상황 등을 가정해서 각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고려해보고 미리 그 상황에 대한 대비대응책을 준비하는 것이다.

온실가스 농도 경로로서 IPCC 5차에서는 RCP(대표농도경로) 시나리오를 사용했으며 앞으로 6차에서는 사회경제학적 내용과의 연계 및 융합을 강조하는 SSP(SharedSocioeconimic Pathway, 공통사회경제경로) 시나리오가 사용될 예정이다. SSP 시나리오의 도입은 국제사회가 리질리언스에 기초한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취약성 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대한 이해가 앞으로 재난관리뿐만 아니라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에너지정책의 변화, 생태계 관리 등과 연계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수단으로 이해될 수 있기를 바란다.

박민규 중원대학교 창의융합공학부 소방방재전공학전공 교수
박민규 중원대학교 창의융합공학부 소방방재전공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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