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안전-방역 올림픽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으로 세계의 축제로 예정된 2020년 7월 도쿄올림픽은 연기되고 대신 1월부터 ‘코로나-19(COVID-19) 안전 올림픽’(이하 ‘경기’)이 시작되면서 세계는 환희의 함성 대신 비통의 눈물로 채워지고 있다.우발적으로 시작된 이 사건으로 세계 각국이 넓게는 안전,좁게는 방역행정 능력을 유사자연실험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다.

이 ‘경기’의 특징은 코로나-19에 의해 초래된 비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과 권리를 평소와 같이 보장하면서 생명과 재산 피해의 최소화하는 데 있다. 출전은 ‘생활공동체’로서의 국가 단위이고, 선수단은 국가의 정치와 행정이 구심력을 발휘해 조직하고, 사기업과 모든 국민이 의도하지 않는 참여로 구성됐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촉발된 이 ‘경기’는 21세기에 발현된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과 같은 기존의 해외유입 바이러스 상황과는 시작부터 아주 달랐다. 방역을 국내 유입을 방지하는 검역, 한정 지역에서 통제, 전국 확산 방지, 그리고 전국의 관리까지 4단계로 구분한다면, WHO가 중국 우한의 코로나-19 발생을 경고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2020년 1월 중순에 이미 지구촌 대부분 국가의 여러 지역에 유입-확산했기 때문에 지역 통제와 확산 방지에서 2~3단계에서 시작됐다. 이렇게 시작된 ‘경기’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신종바이러스 특징상 지속 기간을 6월까지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간 전체를 1파(wave, 시즌 1)로 간주하면, 이것은 다시 네 개의 국면(period)으로 세분할 수 있다.

‘경기’의 이런 성격에 따라 각 국가는 최소의 피해와 비용으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생명을 보호하고 재산을 지키는 것이 목표다. 이 세 목표를 순환하면서 이것을 작동시키는 핵심 기제는 개인의 몸에서 시작돼 발현되는 다양한 유형의 자유로운 사회적 이동이다. 전근대와 다르게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이 자유로운 이동에서부터 생명을 지킬 수 있고,경제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여기서 다양한 인적-물적 피해의 종류와 규모를 한 직선상에 배열하면 한극단에는 사망자와 확진자 증가라는 생명의 안전문제와 다른 극단에는 경기침체와 실업 증가라는 경제문제가 있다.

하지만, 신종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 아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생명과 재산을 동시에 지키기는 쉽지 않다. 특히 코로나-19의 경우 신종바이러스로 방역에 필수적인 ‘추적-진단-치료’에 필요한 의·과학적 지식이 절대 부족한 불확실한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가령 중국의 우한 사례처럼 극단적 봉쇄 전략을 채택할 경우 일정 지역 주민의 큰 희생으로 다른 지역 주민의 생명은 보장되지만, 봉쇄된 지역 주민의 생명과 인권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대조적으로 스웨덴처럼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면, 생명이 위태롭다.

따라서 ‘생명-재산-권리’라는 이 세 가지 중 한 목표만을 달성하기는 상대적으로 쉬워도 2개 이상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기는 쉽지 않다. 국가는 딜레마보다 더 심각한 트릴레마(trilemma)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트릴레마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시기를 국면으로 나누어 국면별로 하나 혹은 두 개의 목표를 서로 다르게 조합해 순환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가령 방역 1단계인 초기 국면에서는 검역을 위해 국가 간 이동의 자유를 억제하는 것이 생명과 재산을 보장하는 것이 합리적 대책이다.

안전-방역행정 : ‘생명-재산-권리’ 간의 트릴레마
코로나-19 첫 파의 1국면(2월 중순까지)에서 중국 인접국가들은 과거의 충격적 경험으로 감수성은 높았지만, 국가간 이동성의 증대로 국내 확산을 차단하지 못했다. 그리고 중국과 원거리에 있는 국가들은 기존 표준매뉴얼을 가동하면서도 사태를 관망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1월 중순부터 인접 국가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은밀히 확산됐다. 1월 말 인접 국가에서는 현상이 뚜렷해졌고, 유럽과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출현해 점진적으로 그 수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WHO가 글로벌 수준의 국제 공중보건을 위험에서 비상사태로 그 수위를 높임으로 여러 국가는 중국과의 항공편을 통제했다. 2월 초에는 일본에 정박한 크루즈 선인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확진자가 대량 발생하고 2월 말에는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지역의 대량 확산 사태가 갑자기 발생하면서 국면이 전환된다.

2국면(3월 중순까지)은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가시화된 위기였지만, 다른 나라 역시 은밀하게 지속해서 확산한 시기로 코로나-19의 범세계적 유행(pandemic)의 중대 기로(criticalpoint)였다. 트릴레마에 빠진 이 기로에서 각 국가의 서로 다른 선택 논리와 그것의 집행 능력이 행정 역량이 상이한 결과를 초래했다. 대량 확산에 직면한 한국은 이동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면서도 신속하게 준비 확충된 검사 능력, 발전된 IT 기술을 활용한 접촉자 추적, 음압병상, 선별진료소와 드라이브 스루 등으로 준비된 병원 설비, 의료 이용의 경제적 장애물을 낮춘 건강보험 제도, 그리고 이런 방역 요소를 조직하고 지휘한 행정 능력이 결합해 적절한 수준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었다. 반면, 이탈리아는 그렇지 못해 대량 발생을 더 증폭시켰고 다른 나라는 잠복해 은밀하게 확산하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방임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더 자세하게 분석하기 위해 먼저 ‘경기’의 구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방역행정의 구성을 공격과 방어 측면으로 대별한다. 전자의 특성은 기존 인플루엔자와 다른 종으로 무증상 잠복기와 감염과 연령 차별적 치사율등이 있다. 이 특성을 접촉 정도, 감염 가능성, 바이러스 지속 등의 요인에 공격 강도가 파악된다. 방어 측면은 추적, 진단과 치료라는 세 요소가 있다. 한국은 이렇게 준비된 대응체계를 통해 정치적 의지, 건강보험을 포함한 의료체계와 방역행정의 능력과 국민의 순응이라는 세 기능이 결합해 코로나-19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었다.

한국의 2국면에서의 이런 차이는 3국면으로 이어져 한국은 지역 감염을 제어하면서 해외 유입자 검역에 집중해 상황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의 상황은 달랐다. 3월말 일본은 올림픽 연기 발표 이후에, 미국은 정치적 의지의 부족으로 2국면에 방역행정의 기반 마련에 실패했다. 이후 양국에서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미국은 중국을 추월했다.

첫 파동의 3국면에서 서로 다른 국가 능력의 차이는 경기침체 방지를 위해 출구전략이 필요한 4국면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예외적으로 싱가포르같이 너무 빨리 정상화 경로에 진입해 의외의 사건이 발생할 수 있지만, 대개는 몇 달 동안 확립된 방역 능력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관리될 가능성이 크다. 4국면에서 한국은 신중한 출구전략의 출발점에 서 있지만, 일본과 미국, 그리고 이탈리아를 포함한 서유럽 국가들은 안전을 희생한 가운데 경제침체 방지를 위해 출구전략을 서둘고 있다.

안전-방역의 공공성 토대 : 민주성-공공성-합리성
이전과 다르게 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6개월간 한국행정을 발자취를 복기해 작동 메커니즘을 추출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성공의 경험을 제도적으로 착근시키고 사회적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방역행정이 위기 상황에서 선방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한국 자본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감당할 수 있는 피해 수준에서 대응을 유지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에 의한 국민의 공포감을 관리하고 적절한 수준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 노동을 통해 지속적인 소득을 유지하게 했다.이런 안전한 ‘몸 → 노동 → 소득(재산권)’의 구조는 수요를 유지해 공급을 지속하게 했다.

개인이 자본의 순환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시장에 참가, 즉 취업이 필수다. 그러나 취업의 과정에는 여러 장애물이 있는데, 그 첫 장애물이 나이이고, 다음이 건강이고 마지막으로 학력이다. 최근의 청년실업은 이런 노동 공급 단계에서 발생한다. 이것들은 ‘고용주의 수요와 그것을 보장하는 경기’라는 노동 수요자 측면에서 해소된다. ‘나이 → 건강→ 학력’이라는 전자의 세 단계는 복지국가의 핵심으로 보건복지정책의 영역이라면, ‘고용수요와 경기’는 경제산업정책의 영역이 된다. 이런 이유로 국가는 일차적으로 보건복지(건강보험 등)행정을 통해 국민의 몸을 일차적으로 책임지고, 이것은 다시 교육행정(의무교육)과 병무행정으로 이어지고, 다음으로 노동행정(산재보험)이, 마지막으로 여러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등의 복지행정이 책임져 통치의 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자본의 순환에서 가장 중요한 몸을 관리하고 이동의 자유를 통제하는 감염병 유행기에 현대 국가의 특성은 방역행정에서 가시화된다. 이동의 자유는 세계인권선언과 헌법적 권리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 제한받는데, 방역 행정은 <감염병예방법>, <검역법>과 「코로나-19 대응지침」을 기반으로 해외 유입자 및 확진자의 접촉자 등을 대상으로 14일간 격리를 명령할 수 있는 코로나-19의 자가격리 규정에서 잘 관찰된다. 이것을 중범죄 용의자로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있을 때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해 48시간 동안 구금할 수 있는 긴급체포와 비교하면 방역행정에 동원되는 권력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양날의 칼과 같은 이런 권력이 공공성을 위해 민주적으로 합리적으로 사용되지 않을 때는 반대로 권위주의 정권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안전-방역 행정의 자유주의적 조절 전략의 미래
2020년의 코로나-19의 방역행정은 2015년의 메르스 때와 달랐다. 2016~17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 성숙했고, 코로나-19의 대처에서도 민주성의 대원칙 아래 개방성과 투명성 그리고 소통이라는 세부 원칙의 준수하면서도 그간 한국행정의 고질병이었던, ‘비밀주의’와 ‘편의주의’와 같은 권위주의 패러다임에 의존하지 않고 국민의 자발적 순응과 함께 안전과 경제문제에서의 피해 최소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주장은 IMF 등과 같은 국제기구의 경제 성장률 예측에서 입증된다. 물론 아직 4국면 출구전략이 종료되지 않았고 비교 국가의 상대적 열위와 같은 우연적 요소가 결합한 결과이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로 볼 때 출구전략의 다양한 문제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자유주의(민주)적 행정 패러다임 정착의 여정은 아직 멀리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의 하나는 한국의 경제관료의 ‘경로의존성’(path-dependence)인데, 코로나-19 이후 북대서양 양안의 선발 자본주의 국가들과 일본,IMF, World Bank, OECD 등의 초국가기구는 경쟁적으로 과감한 확대 재정정책을 채택해 집행할 뿐만 아니라 암묵적으로 다른 국가에 재정 확대를 독려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관료는 이제는 종언을 고한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갇혀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외부 충격으로 단기간에 대량 실업의 발생이라는 큰 위기 상황에서 그 부작용을 완충하는 공공재로써 고용보험이 필수적이다. 이번 사태에서 건강보험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고용보험도 이번 기회에 이런 위기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제도적 확충이 필수적이다. 고용보험의 도입과 형성이 1998년 경제위기 때 IMF의 요구로 도입했다는 역사적 사실만 기억해도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적절한 증거일 것이다.

하호수 한림성심대학교 의무행정과 교수
하호수 한림성심대학교 의무행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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