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주민자치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의미와 기대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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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주민자치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의미와 기대효과]
  • 채진원 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 승인 2021.02.0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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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활성화 통해 읍면동 민주화 촉진

지방자치법 개정의 한계와 대안입법의 필요성

2020년 10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21대 첫 정기국회를 통과했다. 약 32년 만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우리 지방자치의 한축인 ‘단체자치’가 한 단계 진전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주민자치’ 관점에서 볼 때, 권력기관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주권재민’의 핵심 원리인 ‘주민자치회’ 설립 규정이 빠졌다는 점에서 큰 오점과 논쟁거리를 남겼다.

21대 국회의 압도적 다수파인 민주당은 그동안 구두선(口頭禪)처럼 지방자치를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행안부가 제출한 개정안에 있었던 ‘주민자치회’ 설립 근거와 지원 의무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규정(제13조의3 주민자치회)을 삭제하는 모순과 이중성을 보였다.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과정에서 ‘주민자치회’설립규정을 삭제했다는 것은 아래로부터 충분한 민의가 반영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2020년 1월 2일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대표발의를 맡은 자유한국당 이학재 국회의원등과 함께 2020년 국회 1호 법안인 ‘주민자치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주민자치회법)’을 제안한 바있다. 법안의 공동 발의자로 박지원, 김두관, 유성엽,정운천, 박덕흠, 원유철, 정유섭, 안상수, 홍일표, 김재경 의원이 초당적으로 참여했다.

당연히 이 주민자치회법안이 국회의 입법논의에 반영되면 시·군·구의 행정적 통제를 받고 있는 주민자치 조직이 풀뿌리민주주의를 향해 한 단계 도약하는 획기적 계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법안이 국회논의에 반영되지 않은 채 자동폐기 되었다는 점은 입법 손실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21대 국회는 주민들이 읍·면·동별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주민자치회 설립 및 지원 근거조항’ 자체를 아예 삭제한 채 지방자치법을 통과 시켰다. 이로써 민주적 통제의 핵심장치인 주민자치회의 설립이 법적으로 무력화되었다. 이런 21대 국회의 조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러 해석이 있지만, 중앙집권화 정치를 추구하는 엘리트정치가들이 주민자치권력을 통한 민주적 통제의 싹을 무력화하여 풀뿌리 주민자치권력과의 경쟁에서 자신의 기득권적 권력을 선제적으로 방어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민들의 결사체인 주민자치회의 핵심인 주민총회는 주민들이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최종 의결하는 공론장이자 직접민주주의의 장이다.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및 통·리 단위의 주민대표기구로, 매년 민주적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주민참여예산 및 주민세 환급사업을 선정하고 주민총회에서 인준 받아 차기 년도 자치계획을 수립한다.

주민자치회는 2013년 시범실시 이래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118개 시군구, 626개 읍면동으로 확산되어 운영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전체 25개 자치구 중 22개 자치구 136개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운영하고 있다. 금천구는 전체 10개동 모두 주민자치회를 가동 중에 있다. 그간 조례에 근거해 시범 운영해온 주민자치회를 본격 실시하기 위해 지방자치법에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으나 민주당이 다수파로 있는 21대 국회가 반대해 무산됐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법적인 주민자치회 보장 없이 무슨 주민자치와 지방자치를 하겠다는 것인가.

불행 중 다행으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2021년에 다시 입법발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상직 회장은 현재 <주민자치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성안되어 발의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로 나서겠다는 협력의 다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측이 제안하는 본 법률안의 내용과 의미 그리고 기대효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론장을 마련하는 일은 시급한 일이 되었다.

법률의 기본정신 그리고 내용과 의미

한국주민자치회중앙회가 성안한 ‘주민자치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률안)에 담긴 ‘법률의 기본정신’과 주요 내용 및 효과로 크게 두 가지씩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률안의 주요골자는 ▲법의 목적에서 주민의 자치 실현과 주민의 자치역량 함양 명시▲주민자치회에 법인격 부여 ▲읍·면·동·통리·반 단위의 주민자치회 설립으로 해당 지역과 주민을 대표▲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자치회의 자율성 보장과 파트너십 인정 ▲매년 1회 이상 주민총회 개최 ▲주민총회에서 주민자치회 규약 자율적으로 제정 ▲설립 목적 범위 내 수익사업과 회비기부금보조금 등을 통한 독립재정 확보 등이다.

이 법률안은 한국주민자치회중앙회가 사단법인 한국자치학회와 함께 2016년 1월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주민자치 선진국인 스위스, 영국, 미국,독일, 프랑스 사례에다 한국의 전통 사례까지 포함하여 3백여 명의 전공학자들과 비교학적 접근으로 집중연구하여 얻은 내용을 ‘법률의 기본정신’과 주요골자로 반영하고 있다.

법률안은 주민자치회의 설립과 자율적 운영의 힘이 주민자치의 성패요인이라는 것을 ‘법률의 정신’으로 분명하게 밝히면서 그것을 주민자치회 설치의 목적에서부터 법의 마지막 조항까지 일관된 내용과 체계로 보여주고 있다는 데 선진적 의미가 있다.

법률안은 첫째, 주민자치회의 목적과 성격을 ‘주민회’이자 ‘자치회’로서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 자율의 공적인 ‘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주민자치회는 대내적으로는 ‘주민들이 구성’을 하는 자치회이며 대외적으로는 ‘주민을 대표’하는 “주민회”가 된다. 이런 법률의 기본정신은 주민자치회가 주민을 대표하는 주민회가 되지 못하면 주민들에게 외면받고 관변단체가 되고 만다는 선진국의 사례를 충분하게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결론이다.

또한 법률안은 주민자치회의 성격으로 외부의 간섭 없이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까지 할 수 있는 ‘자치회’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주민자치회는 마을 일을 찾아내고 계획하는 과정으로 이웃이 되고 자원을 결집하는 행위자가 된다. 주민자치회는 마을 일을 실행하면서 협동으로 연대를 하며 마을 일을 평가하면서 경험을 축적하고 지혜를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하는 주체이다.

그리고 법률안은 주민자치회가 스스로 자치를 할 수 있는 ‘권리능력’과 자치를 할 수 있는 ‘행위능력’을 갖추어야 됨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주민들이 주민회를 결성하고 규약을 만들고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주민들이 자치를 할 수 있는 계획-실행-평가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체계와 자원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률안은 만약 민간이 자율적 성격의 법인격을 갖추지 못하면 권리나 행위 주체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한다.

둘째, 법률안은 통·리·읍·면·동에서의 주민자치회 설립과 운영의 힘이 새롭게 펼쳐질 마을공화국의 토대임을 강조한다. 주민자치회가 운영되는 구역을 ‘통·리회’와 ‘읍·면·동회’로 구분하고 있으며, 통·리회는 통·리에 두며 ‘반회’를 둘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읍·면·동회는 읍·면·동에 두며 반드시 해당 읍·면·동의 통·리회를 포함하여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법률안이 주민자치회의 종류와 구역을 구분한 것은 이전에 실시되었다가 폐지된 읍면동 주민자치운동(읍면동장 직선제와 읍면동 지방의회)의 경험 사례를 복원하여 주민자치회 설립의 추동력을 삼자는 취지이다. 우리는 1952년 이후 읍·면·동장을 주민직선제로 선출하였으나 독재정부의 등장으로 폐지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1년부터 현재까지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30년 되었지만, 현재 읍면동장은 관료화된 공무원으로 단체장이 임명하고 있고 통리장도 임명제로 운영되고 있어 극복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법률안의 기대효과와 설득을 위한 과제

그렇다면 주민자치회 법률안의 기대효과는 무엇일까? 두 가지만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법률안이 주민자치의 핵심원리(주권재민을 통한 민주적 통제원리)를 ‘주민주권론’과 ‘보충성의 원리’를 통해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효과가 있다. 일찍이 주민자치의 선진국인 미국을 방문한 프랑스 정치학자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저작인 『미국의 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1835)에서 ‘주민자치의 정치적 효과’를 “마을자치결사체(타운미팅)에 기초한 연방공화국의 민주주의 구현”으로 설명한 바 있다. 책본문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타운미팅과 자유의 관계는 초등학교와 학문의 관계와 같다. 타운미팅에서 자유는 주민의 손이 닿는 범위에 있다. 타운미팅은 사람들에게 자유를 사용하고 누리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타운 하나하나는 본래 독립국가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타운은 그 권력을 중앙권위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자신의 일부 자주성을 주에 양보했다.” “뉴잉글랜드 주민의 뜨거운 애향심과 높은 공공정신은 타운공동체의 막강한 자치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함양된 것이다.”

토크빌에 따르면, 주민자치의 효과는 주민들의 공적사안에 대한 관심과 자유로운 민주적 습속을 증가시킨다. 또한 주민들이 자신의 주권과 자유를 사용하는데 익숙하도록 훈련시킨다. 그리고 마을자치결사체의 적극적 시민참여와 정치행동의 결과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하여 효과적인 기초정부와 연방정부를 탄생시킬 뿐 아니라 주권자들의 시민적 의무를 확장시켜 국민적 통합을 강화한다.

이런 토크빌의 언급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에 발의한 헌법 개정안의 취지와도 통한다. 헌법개정안 제9장 제121조는 “지방정부의 자치권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 주민은 지방정부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여 지역적 주체인 주민에 의한 자기통치를 실현하는 주민주권론을 보장하고 있었다.

이어서 법률안은 ‘보충성의 원리’를 강화시켜 읍면동의 기초정부를 주민자치권력의 핵심으로 세우는 데효과가 있다. 법률안은 주민들이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는 데 시·군·구의 장이 우선적으로 협력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어서 주민자치회의 자립을 도모할 수 있다.

또 이것은 문 대통령의 2018년 헌법 개정안의 취지와도 연결된다. 헌법개정안 제9장 제121조 4항에는 “국가와 지방정부 간, 지방정부 상호 간 사무의 배분은 주민에게 가까운 지방정부가 우선 한다”는 “보충성의 원리”를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보충성의 원리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보충성의 원칙이 지켜졌다면 21대 국회가 지방자치법에서 주민자치회 규정을 삭제하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둘째, 법률안의 기대효과는 ‘주민자치회’의 활성화를 통해 관료주의가 만연한 읍면동 행정체계의 민주화를 촉진하여 ‘제2의 민주화’를 선도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의 지방자치단체인 시도, 시군구는 아직도 법령이나 예산 등에 있어서 중앙정부의 직접적 통제를 벗어날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실생활에서 주민들과 가장 밀접한 근거리에 있는 읍면동의 장을 주민들이 선출하지 못하고 단체장이 임명하는 공무원이 맡고 있는 실정이다. 본 법률안대로 읍·면·동·리·반에서 주민자치회 설립에 따른 ‘생활자치’가 작동한다면,“읍면동 행정체계에 의한 주민 생활세계의 식민화”가 멈추는 ‘제2의 민주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과연 이 법안이 관련 국회 상임위와 법사위를 무사히 통과해 본회의까지 통과할 수 있을까? 많은 험로가 예정되어 있기에 성공적 입법을 위한 효과적 대응에 지혜를 모야야 할 것이다. 여야합의와 대국민 설득은 물론 반대진영과의 토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주민자치는 시기상조가 아닌가? 혹은 주민자치의 역량이 약하지 않는가? 그래서 여전히 ‘관료주의’나 ‘관치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설득력 있게 답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체계에 의한 주민 생활세계의식민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차이가 존재함을 이론적으로 토론해볼 필요가 있다. “행정체계에 의한 주민 생활세계의 식민화”란 한마디로 국가와 시민관계 혹은 주민과 행정체제와의 관계를 중앙집권적 관료주의나 관치주의(폴리테이아, Politeia)에 의해 주민들의 생활자치세계(폴리스, Polis)가 억압받는 상태로 명제화한 개념이다.

위 그림의 예시(⇨, ⇦)처럼, 폴리테이아와 폴리스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두 가지 견해(top-down, bottom-up)가 고대 때부터 현재까지 경쟁하고 있다. 첫째는 플라톤의 시각처럼, 폴리테이아(정치체제 및 행정체제)에서 폴리스라는 시민정치공동체를 하향적(top-down)으로 보는 시각이다. 이런시각은 시민참여보다 국가나 국가의 행정체제를 우선으로 보는 시각으로 국가주의적 관료주의나 중앙집권적 관치주의에 가까운 시각이다.

둘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각처럼, 폴리스라는 시민정치공동체의 생활관점에서 폴리테이아를 상향적(bottom-up)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 시각에는 오늘날 국가주의나 관료주의 및 중앙집권주의나 행정주의를 견제하려는 시민사회에 기초한 주민자치결사체이거나, 주민자치권력에 기초한 연방주의권력 또는 연방정부형태가 해당된다. 이런 두 개의 이론적 지형에서, 주민자치회라는 시민자치결사체를 우선하는 본 법률안은 플라톤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각에 더 가까우며, 오늘날 이런 입장이 더 시대적 적실성을 갖는다는 것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채진원 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채진원 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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