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고령화 속 노노부양
지금 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 케어’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60대 자식인 소노小老가 80대 부모인 대노大老를 모시는 노노부양이 20만 세대를 넘어서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40년 후에는 노인인구가 절반을 육박하는 노인국가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2019년 12월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2067년에 46.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15~60세의 생산연령인구는 같은 기간 45.4%까지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2067년이 되면,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노인 수(노년 부양비)는 100.4명에 이를 것이며, 이는 청년과 중장년층 1인이 노인 1인을 부양해야 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으로 가히 충격적이다.

우리에게 다가온 100세 장수시대는 과연 축복인가.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노노부양의 가장 큰 명암은 노노 간 갈등과 학대이다. 버거운 동거가 노노 학대를 부르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 간에 부양료 문제를 놓고 가족 간 소송은 물론, 나아가 존속살인까지도 벌어지기도 하는 게 작금의 우리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 추세와 이로 인해 발생되는 노노부양 실태와 문제들을 살펴보고 정책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노노부양가구 현황
‘노노부양’이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60대의 ‘소노(小老,자식 노인)’가 팔·구순의 ‘대노(大老, 부모 노인)’를 모시고 사는 사회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 된 자녀가 노부모를 부양하는 이른바 ‘노노老老 부양가구’가 무려 20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7년 10월 27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노노부양가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9월 기준으로 노노부양가구는 20만 2천622세대로 지난 2010년 12만 1천767세대 대비 약 70%나 증가했다. 유형별로 보면, 60~70대 자녀가 80세 이상 노부모를 모시는 경우가(피부양자, 세대원) 12만 8천411세대(63.4%)로 가장 많았으며, 50대 이하 자녀가 60~70대 부모와 80세 이상 조부모를 모시는 경우가 6만 6천51가구(32.6%)였다. 아울러 60~70대 자녀가 80대 이상 부모의 피부양자(세대원)로 등재된 사례 또한 8천160세대였다.

특히, 60~70대 자녀가 80세 이상 노부모를 부양하는 가구가 2010년 6만 3천921가구에서 2017년에 12만 8천411가구로 2배 이상 증가했고, 80세 이상 부모 아래 60~70대 자녀가 피부양자로 등록된 가구 또한 2010년 3천402건에서 2017년 8천160건으로 2.4배나 증가했다.

지역별 분포를 보면, 경기도가 4만 8천831세대로 노노부양 가구가 가장 많았고, 서울(4만 4천533), 부산(1만 3천987), 경남(1만 2천322), 경북(1만 792)이 뒤를 이었다. 반면 세종(1천157) 및 제주(2천163), 울산(4천321)이 상대적으로 노노가구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 지역으로 대구·경북 지역의 노노부양 상황을 보면, 대구는 9천275가구,경북은 1만 792가구(총 2만 67가구)로 이 중 60~70대 자녀가 80세 이상 노부모를 모시는 경우가 1만 2천461가구(62.1%)로 가장 많았고, 50대 이하 자녀가 60~70대 부모와 80세 이상 조부모를 모시는 경우가 6천575가구(32.8%)로 전국 통계수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뉴시스1, 2017. 10.27).

또 하나 우리 사회의 노노부양에서 주목할 점은, 소득 수준에 따라 노인의 수명도 달라지는 소위 ‘건강 불평등’의 문제가 심화될 것으로 조사된 사실이다. 즉, 저소득층 노인은 정기적인 치료 등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4년에는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간의 기대수명 차이가 6.24세였던 것이 2017년에는 6.48세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자료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건강 불평등의 문제는 2030년이 되면 6.73세까지 그 간극이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심각한 사회이슈가 아닐 수 없다.

노노 간, 노인 간 갈등사례
1) 노노 간 부양료 청구소송사례
100세 시대에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늙어가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갈등요인들이 잠복해 있다. 가장 큰 갈등은 소노인 60대 이상인 자식이 대노인 80대 이상인 부모를 학대하는 행위이다. 나아가 부양료 문제를 두고 부모와 자식 간에 부양료청구 가족소송이 야기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2002년도 부모 부양과 관련한 조사에서 ‘가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이 70%였으나, 현재는 20% 수준으로 현저히 감소한 상태로 이제 우리 사회도 더 이상 ‘효孝사상’에 의존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 부모와 자식 간에 부양료 청구소송이 연간 250여 건에 달하고 있음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 가구주 명의로 노부모가 가구원으로 기재된 가구는 2013년 현재 14만 2천65가구에 달한다. 노노부양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그 까닭은 초고령인 85세 이상 노인의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인 수는 2014년 말 현재 49만 8천321명으로, 이는 2013년도의 45만 5천785명보다 4만여 명이 증가한 것이다. 현재 하루 평균 116명이 초고령 노인화되고 있는 추세로, 통계청은 2025년이면 85세 이상 노인이 116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2) 노노 학대 및 노인 간 갈등사례
노노부양의 가장 큰 명암은 노노 학대다. ‘소노’가 ‘대노’를 학대하는 행위를 일러 노노 학대라 하는데, 이는 초고령 사회가 되면서 소노가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2017년 6월 15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조사에 의하면 자녀와 며느리, 사위등 존속에 의한 학대가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60대 이상 고령자가 노인을 학대하는 경우가 2천26건으로 2012년 1천314건, 2014년 1천562건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노노 학대의 가해자로는 배우자가 45.7%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이 자녀로 나타났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 또한 다른 나라보다 높은데, 이는 빈곤 노인들이 늘고 가족에게 학대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80세 이상 노인 자살율은 10만 명당 123.3명이다.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우리나라 전체 자살률(201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9.1명)의 4배 이상이고, 10대 청소년 자살(5.2명)의 24배에 달한다(조선일보, 2015.1. 29.).

이와 함께 노인 간 갈등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 할머니 2명이 숨진 ‘농약 사이다 사건’은 노인간 갈등이 살인으로까지 도화된 충격적인 사례이다. 또한 충남 부여에서는 농약 두유 사건이 일어났고, 경북 청송에서도 농약 소주 사건이 발생하는 등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3) 노노 간병 사례
2010년 여성가족부의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병이 필요한 고령자 10명 중 7명(71.2%)이 75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병을 앓고 있는 고령자 중 90세를 넘긴 사람도 10.9%에 달했다.

돌봄이 필요한 고령 남성 중 65.8%는 아내에게 간병을 받고 있는데 반해 돌봄이 필요한 고령 여성 중 남편에게 간병을 받고 있는 사람은 29.8%에 불과한 실정이다. 아내의 경우 남편 대신 아들딸과 며느리에게 의지하는 비중(57.1%)이 높았는데, 며느리가 고령의 시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경우도 35.1%나 된다. 나이 든 남편은 아내가, 병든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간병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다. 일본 후생성이 매년 실시한 ‘국민생활기초 조사’에 따르면, 돌봄이 필요한 고령 남성을 돌보는 사람은 아내가 71.3%를 차지했다. 반면 남편에게 돌봄을 받는 여성은 23.2%에 그쳤다.한국과 마찬가지로 고령 여성의 간병은 주로 자녀(47.5%)와 자녀의 배우자(24.7%)였다.

부모를 모시는 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든다. 부모 노인들은 대부분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의료비 부담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2013년 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80세 이상 초고령 노인의 월평균 진료비는 37만 5천원으로 가장 높아 전체 1인당 월평균 진료비(8만 5천 원)의 4.5배 수준에 이른다(아시아경제, 2018. 12. 27.)

노인부양의 문제점
노노부양은 결국 노인에 대한 보건의료 및 복지서비스와 관련된 노인건강관리의 문제로 가족에게 과도한 부양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행정이 적극 나서서 해결해줘야 할 문제이다. 2017년 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제시한 우리나라 노인건강과 관련된 보건의료 및 복지서비스의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보편적인 노인 친화적 건강관리 서비스가 없고, 정책과 시스템이 미흡한 실정이다.

"노노부양에 따른 다양한 문제는 가족과 개인의 부담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둘째,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민의료보험)
DIRECT와 같이 전체 노인을 대상으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서비스의 연계 및 조정 역할을 부여받은 기관이 없다. 셋째, 노인에 대한 건강 증진 사업이 여가활동 차원으로 진행되고 있어 체계적이지 못하다. 넷째, 담당 전문 인력의 부족과 다섯째, 노인보건과 임상진료의 연계, 의료서비스 간연계, 보건의료 서비스와 돌봄 서비스 간 연계가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영국 NHS DIRECT를 알리는 안내표지판
영국 NHS DIRECT를 알리는 안내표지판

외국의 사례
고령화 시대에 노인의 건강문제는 복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75세를 기준으로 구분할 때 75세 이전 노인에 비해 이후 노인들에게 복합적인 만성질환이 많이 나타난다. 이에 대응하는 외국의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일본의 군마현에서는 60세 이상 재가 노인을 대상으로 노인을 포괄 평가한 후에 신체활동과 영양 상태 및 사회참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노쇠군을 대상으로 장기요양 예방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70세 이상 지역사회의 노쇠한 노인을 대상으로 노쇠중재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EU에서는 SPRINT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블레어 총리 시절부터 NHS 현대화를 통해 ‘통합 돌봄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해왔다. NHS DIRECT에서는 간호사가 24시간 전화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2016. 12.)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생애 말기 노인환자에 대한 지원정책이 잘 돼있다.

일본, 영국, 스웨덴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의 고령 후기 노인들은 지역사회의 보호를 받으며 주로 자신의 집에서 생애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일본은 주택정책과 복지정책을 연계하고 있고, 영국은 노인보호주택과 주택수리지원을 통해, 스웨덴은 보조금 지원을 통해 생활의 계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저영양 상태에 있는 고령자를 위한 영양대책으로 일본은 개호식품 개발보급을, 영국은 배식 서비스를, 스웨덴은 반조리 식품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 그리고 통합적생활지원 서비스로 일본은 생활지원사업을, 영국은 홈 케어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스웨덴에서는 자립생활지원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재택의료서비스로서 개호,의료, 주거, 생활지원, 예방이 일체적으로 제공되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매우 크다 하겠다.

앞으로 우리의 정책방향과 대응과제
앞으로 노인복지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며, 노노부양과 관련한 향후 정책방향과 대응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인 노인건강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노인 친화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전담할 조직과 전문 인력을 보건복지부 내에 두고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전체 노인에 대한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노인건강 정보와 이용시설과 기관 및 돌봄 서비스 등에 대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며, 관련법과 제도 등에 대한 종합 검토 작업과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정부의 정책에 맞는 종합적인 플랜을 세우고, 시·군·구 보건소에 지역노인의 건강을 포괄적으로 다룰 ‘센터’를 설치해 적극 추진하도록 한다. 이 센터를 중심으로 지역공공보건 서비스와 1차 의료 그리고 병원간 서비스의 네트워킹 망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더 이상 가족에게 노노부양의 과중한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 우리도 사회 변화에 따라, 상당수 OECD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가족 돌봄자에게 ‘돌봄자 수당’이나 ‘간병수당’ 형태의 지원제도를 도입해 경제적인 부담을 대폭 덜어줘야 할 것이다.

넷째, 현재와 같이 가족 중심의 사적인 노노부양은 한계가 있으므로, 프랑스와 일본의 사례처럼 노노부양 가족에게 상속세와 세제 혜택을 통해 노노부양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겠다.

다섯째, 시대적 변화 추이와 세대별로 연령대별로 가족 구성원의 차이를 감안해 60~70대 자식 노인이 80~90대 부모를 부양할 경우, 정부가 부양 사안별로 차별화된 맞춤형 노인부양 복지 기준을 제시하는 노인복지정책이 필요하다.

여섯째, 2008년 7월에 도입된 ‘노인 장기요양보험’의 수급자 비중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 가족의 부양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보험을 현실에 맞게 노인복지 재정을 확대해 보장성을 높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끝으로 향후 중장년층의 이중부양 부담이 높아지면 결국 가족 간 갈등 증폭과 가족 해체가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의 이중부양 부담을 덜어줄 다양한 정책적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 요청된다.

이복수 한림성심대 교수/본지 명예기자
이복수 한림성심대 교수/본지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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