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에 대해 무지하면서도 오만하기 짝이없는 시민운동가들

속담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미련한 송아지 백정 모르고, 자가사리용을 건드린다고도 한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고서 무모하게 행동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인지편향(認知偏向,Cognitive bias)이라고 한다.

찰스 다윈은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고 지적하였고 버트란드 러셀은 “시대의 아픔 중 하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코넬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는 코넬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를 확립하였다.

실제역량이 낮은 초보자일 때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자신이 역량이 없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을 하면할수록 점점 스스로에 대해서 파악해 간다. 그래서 알면 알수록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의 무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그 다음에 경험을 쌓을수록 객관화된 형태로 스스로의 역량을 파악하게 된다. 무엇을 알고 있는지 정확하게 안다.

주민자치정책에서도 유의미하고 유효한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은 실제역량이 부족한데도 ‘근자감’에 빠지는 사람들이 주도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먼저 지식의 부족이다.
결정사항에 대해 잘 모를수록 더 강한 의견을 피력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신념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의견이 대립되는 지점에서 반대 증거가 나오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대개 더닝 크루거 효과를 보이는 사람들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신빙성 높은 수치를 제시하더라도 설득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객관적 정보에 대해 가짜라고 지칭하거나 이해관계가 얽힌 조작된 정보라고 평가하기 쉽다.

다음으로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반대로 자신의 주장에 맞는 정보가 있다면 정보의 출처나 승인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확인을 거치지도 않고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 이들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유능함과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외부의 정보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들에게 타협이나 조정과 같은 시간과 과정은 허락되기 어렵다.

끝으로 소속집단에 동조하는 것이다.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여론에 휩쓸려 동일한 관점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공동체의 의견은 집단을 구성하고 나아가 사회적 규범으로 확장될 수 있다. 상당수의 행동의 이면에는 소속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집단의 지배적 관점 역행하기보다 동조함으로서 배척될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에 대한 무지가 만들어낸 무모함의 극치다. 고 박원순 시장은 먼저 주민에 대해 몰랐다. 다음으로 자치에 대해 몰랐다. 다만 활동가들에게 맡기면 되는 조직 정도로 생각하고 주민자치를 시민단체에 맡겼다. 시민운동가들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서울시의 위력을 빌어 매우 용감하게 주민자치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 부작용이 서울시 전역에서 현실화되기 시작하였다. 주민자치에 대한 무지로 용감하게 저질렀던 조치들이 이제 현장에서 문제를 야기하여 곳곳에서 불만의 소리가 들리고 있다. 모든 것이 주민자치 초보자들의 무모한 행위들에 의해 초래된 것이다.

오세훈 시장에게 바란다. 주민자치회를 시민단체들에게서 회수하여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서울시는 발전적 지원을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상식적인 정책을 펼쳐주기 바란다.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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