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독일 상황
2019년 12월 초,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 독일에서는 2020년 1월 27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후 3월 18일 자로 확진자가 한국을 추월해 1만 명을 넘어섰다. 4월 6일에는 확진자 10만 명을 넘으며 엄청난 폭증세를 보였는데, 광범위한 검사와 도시 봉쇄, 국경통제, 강력한 물리적 거리 두기 등의 수단을 동원해 일일 확진자 수를 줄였다.

4월 17일 기준, 치사율이 3%에 도달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지고 있었으나 치사율은 유럽 국가 중 낮은 수준이었다. 노인 인구가 많은 데다 흡연, 음주 등 건강 습관은 이탈리아보다 더 나쁘지만, 의료비·인력·병상 등 의료 인프라는 유럽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차 대유행으로 2020년 11월 26일, 독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백만 명을 넘었다. 독일에서는 동년 3~4월 코로나-19 첫 유행 뒤 10월 말부터 2차 유행이 본격화됐으며, 11월 들어서서 하루 최대 2만 명대 확진자가 꾸준히 보고됐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11월 초부터 음식점·식당·레저시설 휴업 등의 부분 봉쇄를 시행해오다가 12월 성탄절 연휴를 맞아 봉쇄를 완화할 계획이었으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다시 전면 봉쇄에 들어갔다.

국가 경제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 경제지원으로 재정지출은 늘고 세수는 감소했다. 독일 통계청은 2021년 1월 6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2020년 3분기 기준 독일의 재정적자가 1천 571억 유로(약 210조 원)에 달할 정도로 확대됐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총수입과 세수의 감소뿐만 아니라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과 의료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대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15일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 연구소(RKI: Robert Koch-Institut)의 집계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19 신규 사망자는 1천113명으로 사흘째 일일 1천 명을 넘어섰다.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만 2천638명에 달했고, 누적 확진자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앞서 독일은 2021년 1월 5일, 같은 가구 외 불특정 1명만 사적 모임을 허용하고, 코로나-19 급확산 지역에서는 반경 15㎞ 이내로 이동을 제한하는 등 봉쇄 조처를 더욱 강화했다. 또한 2월 10일, 봉쇄조치를 3월 7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옌스 슈판(Jens Spahn) 보건장관은 65세 이상 고령층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허용한다고 밝힌 가운데 메르켈 총리가 5단계로 이뤄진 봉쇄완화 계획을 내놓았다.

5단계로 이뤄진 봉쇄완화 주요 계획을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처는 오는 3월 28일까지 연장하는 가운데 꽃집이나 네일숍 등이 문을 연다. 최근 1주일간 인구 1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이하로 내려간 때는 상점이나 박물관, 동물원의 예약과 방문이 허용된다. 단,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이상 증가한다면 비상브레이크가 작동해 다시 지금까지 지속해온 전면 봉쇄 조처가 되살아나게 된다. 전반적으로는 3월 28일까지 봉쇄 조처가 연장되는 가운데, 3월 8일부터는 이전까지 가구 외 1명만 허용됐던 사적 모임에서 2가구 5명까지 허용된다.

위)베를린의 규제 반대 시위(2020년 8월 29일), 아래)라이프치히의 부분적 봉쇄조치 항의 시위(2020년 11월 7일)
위)베를린의 규제 반대 시위(2020년 8월 29일), 아래)라이프치히의 부분적 봉쇄조치 항의 시위(2020년 11월 7일)

코로나-19 심리방역의 필요 대상과 영역
코로나-19는 자신이 언제 감염되며 질병이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두려움을 일상 속에 퍼뜨린다. 코로나 사태의 극복은 궁극적으로 코로나-19라는 신체적 위협과 그에 수반하는 코로나 블루(Corona-blue)라는 마음의 질환을 동시에 제거하는 것이다. 불안이라는 사회적 바이러스의 퇴치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몇몇 연구에서 확진자의 70% 이상이 불안, 우울, 무력감과 짜증, 낮은 자존감을 갖는 것으로 보고됐다. 확진돼 입원하게 될 경우, 이미 보살펴주던 가족들 또한 확진 여부와 상관없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될 수밖에 없다. 음압 병동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가족이나 친지 등의 접촉은 금지돼 고립된 병상에서 죽음의 공포와 불안을 홀로 견뎌내야 한다. 갑작스레 사망하는 환자들의 경우 장례 절차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가족들이 참여하지 못할 확률이 높은 실정이다. 유가족들의 슬픔은 먼 타인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탈리아의 한 설문조사에서 가까운 주변 사람이 코로나에 걸렸을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불면증, 높은 수준의 긴장과 불안, 우울증, 의기소침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를 22% 더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심리적인 증상은 코로나 확진자가 사망하고 가족이나 공동체 묘지에 묻히지 않는 경우 극도로 심해진다.

독일에서 2020년 7월 1일 기준 코로나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8천985명 중 86%가 70세 이상이다. 추정치에 따르면 사망자의 약 절반은 요양시설 입소 환자에게서 나왔다. 요양시설의 입소 노인에게는 강한 보호조치가 따르는데 일반적인 방문 금지나 가장 엄격한 방문 규정이 적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시설 입소자끼리의 접촉이 금지되기도 하며, 그룹 활동이 완전히 중단된다. 이로 인해 시설 입소 노인들은 극도의 심리적 불안과 우울증을 경험한다. 노인 계층은 심리치료적인 도움이 필요할지라도 기계나 기술적인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온라인 상담과 치료서비스에 한계가 있다.

아동과 청소년들은 심리적으로 심한 위협을 느낀다. 유아시설과 학교 폐쇄로 인해 동년배들과 접촉을 할 수 없으며, 특히 한 자녀의 경우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또래 집단 간의 놀이를 통한 즐거움과 만족은 전화나 인터넷 접속으로 대체하기 어려우며, 가정에서의 놀이는 놀이터와 스포츠클럽에서의 접촉이나 활동과 비교될 수 없다.

그리고 비트콤(Bitkom) 디지털 협회에 따르면 독일 거주 취업자의 약 45%가 재택근무 중이다(BKK Dachverband, Wie Arbeitnehmer der Pandemie zuhause trotzen, 2021. 1. 15.). 가사 소모 시간을 2020년 4월과 2018년 시점을 비교해보면 어머니는 6.6시간에서 7.9시간, 아버지는 3.3시간에서 5.6시간으로 매우 증가했다. 특히 한부모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부담을 갖는다. 의료조합 DAK의 전국 설문조사에서 아동 및 청소년 응답자 1천 명 중 약 1/3이 종종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1/4은 종종 혹은 자주 슬퍼진다고 답했다[DAK-Gesundheit(독일 공보험사), 2020].하노버 의과대학은 성인 3천545명을 대상으로 팬데믹 기간 그들의 심리적인 상태에 대해 질의했다. 약 1/3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화가 나고 공격적인 상황이 되는 것을 체험했으며, 그중 2/3는 이러한 분노와 화가 타인에게 표출됐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연구로, 뮌헨공대와 라이프니츠 경제연구소가 공동으로 3천8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접촉 제한 시기의 폭력 경험에 대해 온라인 방식으로 설문했다. 첫 보고에서 여성의 3.1%가 얻어맞거나 다른 신체적인 폭력을 당했으며, 3.6%가 파트너로부터 폭력을 당했다고 했다. 그리고 6.5%의 가정에서 아이들이 폭력을 당했는데, 재정적인 어려움이 더해지면 가정폭력 위험도 크게 증가한다(https://drive.google.com/file/d/19Wqpby9nwMNjdgO4_FCqqlfYyLJmBn7y/view).

또한, 독일의 실업률은 2020년 3월 5.1%였고 6월 말 6.2%였다. 3월에서 6월 말까지 특히 1천200만 독일인이 단축노동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더 많은 수치일 것이다. 현재 단시간 노동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음을 의미하며, 이는 2008년의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Bundesagentur fȕr Arbeit(독일 연방노동청), 2020]. 이것은 당연히 생계 불안과 심리적 위축 및 공포를 야기한다.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항정신성 약물 처방의 개연성은 실업 한 달 뒤가 2~3배까지 상승한다. 실업 종결 6개월 후 약물 처방률은 실업 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심리적인 질병이 있는 노동자는 장기 미출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들은 신체적인 질병에 비해 연간 약 35일 더 병원 처방을 받은 것으로 보고된다. 의료보험 피보험자의 데이터를 평가해 보면 우려스럽게도 2020년 상반기에 심리적인 질병 신고가 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Kaufmȁnnische Krankenkasse(카우프만 건강보험), 2020].

과거 경제위기나 감염병 위기 시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자살률이 상승한 경험이 있다. 2020년 독일의 팬데믹 동안 이동 제한, 비대면 접촉, 경제적 어려움 등에 기인하는 심리적인 위험 경보가 나타났기에 현재 공식적으로 집계된 자살률 통계자료는 없지만 분명 심각한 결과가 예상된다.

심리지원 프로그램과 서비스
가족과 확진자는 불안과 죄책감, 그리고 트라우마를 체험한다고 보고된다. 독일에서 심리치료사는 코로나 1차 팬데믹 기간에 전화 상담과 온라인 화상 치료를 크게 확대했다. 위험에 처한 확진자를 위해 2차 팬데믹 기간에는 개별적으로 보다 나은 정보와 신속한 상담 제공이 필요했다. 인터넷서비스와 개별 전화 상담이 중요하며, 핫라인 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심리치료사는 무엇보다 모든 노인 환자에게 도움의 손길이 도달될 수 있게 전화 상담과 치료가 가능하도록 지원했다.

유아시설과 학교에서의 학습과 단체활동의 제약으로 1차 팬데믹 기간에는 홈스쿨링이 핵심 조처였으나 사실 가정에서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필요한 기술적인 학습 지원도 쉽지 않다. 그리해 2차 팬데믹 기간은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안정적인 소그룹 속에서 상호 접근과 교제가 가능한 돌봄서비스와 접촉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러한 접촉과 교제 가능성은 아동과 청소년이 그들의 사회적, 심리적 배터리를 다시 채울 수 있는 충전장소이다.

요양시설과 방문요양시설에서의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는 공공건강서비스 예방개념이 필요하다. 상담과 심리치료적 서비스는 나이에 상관없이 요구되며, 특히 요양시설은 심리치료적 지원이 보장돼야 한다. 심리치료적 접근이 어렵다면 화상전화 통화에 의한 치료뿐만 아니라 일반전화 통화라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요양보호사는 일반적으로 높은 사회적, 심리적 부담의 힘든 노동조건을 갖고 있는데, 팬데믹은 전반적으로 이러한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그리해 연방심리치료센터(BPtK : Bundes Psychotherapeuten Kammer)는 독일 요양사 단체와 공동으로 직업 간병인 대상 범독일 심리치료 상담서비스를 만들었다(www.psych4nurses.de). 1차 팬데믹 동안은 불안에 떠는 사람들, 보호 장비 부족, 테스트 전략 부족, 위기 개념 부재, 직원교육 부족을 보완하기에 매우 짧은 기간이었다.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에 2차 팬데믹 기간에는 입소 요양시설을 위한 보다 나은 예방개념이 만들어졌다.

또한, 팬데믹 위기상황에서 여성들이 폭력으로부터 자녀와 함께 보호받기 위해 여성보호센터도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 장애인들에게는 사회적 고립과 대면 서비스 전달의 어려움이 있다. 그 때문에 장애인 시설은 공공의료서비스와 함께 특별한 예방전략을 발전시키고 실행하기 위해 풍부한 자원이 필요했다.

독일의 예방전략과 질병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은 공공의료서비스로 연결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나은 인력 보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팬데믹의 흐름에 뒤늦게 대처했다는 반성이 있었다. 고위험군 예방 및 학교나 유아시설 폐쇄에 대한 보다 개선된 형태, 그리고 청소년 돌봄서비스를 위해 사회적 고립은 피해야 한다. 2차 팬데믹 대응에 있어 모든 보호 대책의 우선은 “우리는 콘택트(대면)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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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고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에서도 작년 8월부터 정부가 심리방역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해 지원을 펼치고 있다. 주요 서비스로는 국가 트라우마센터(02-2204-0001, 2), 심리상담 핫라인(1577-0199) 상담, 국가 트라우마센터의 카카오톡 챗봇 서비스, 그리고 지자체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의 심리상담 서비스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심리상담 서비스가 있다.

특히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서 비대면 심리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정신건강자가검진’, ‘마음프로그램’, ‘마성의 토닥토닥’ 등 모바일 앱을 통해 쉽고 간편하게 자신의 마음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심리적 안정을 얻는 방법을 훈련해 볼 수 있다. 또한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본인이 직접, 언제든지 편리하게 전문가 심리상담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해 접근성을 확대한다.

그동안 국민이 심층 상담을 받으려는 경우,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 연계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가 트라우마센터 카카오톡 채널에 심리상담 신청을 하고 연락처를 남기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에 소속된 전문가가 24시간 이내 전화해, 보다 편리하게 비대면 심층 상담을 이용할 수 있다.

독일이나 한국, 또는 빈국이나 부국,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바이러스 침투는 동일하다. 독일의 경우 1차 팬데믹에 비해 2차 팬데믹 기간에 심리지원서비스를 보다 신속하게 확대 지원했다. 한국에서도 작년 8월부터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여러 영역에서 발전된 개념이나 기술 서비스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특히 노인 및 장애인의 장비 지원 및 기술의 접근과 사용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콘택트로 머물러야 한다는 개념을 우리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개인 지원 서비스만 아니라 소규모 콘택트가 가능하도록 돕는 것도 정신건강을 위해 중요하다.

최승호 충북연구원 사회통합연구부 선임연구위원
최승호 충북연구원 사회통합연구부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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