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Ⅲ 한국주민자치중앙회 2021년 2분기 정기회의
전상직 회장 ‘한국의 주민자치 문제점’
‘광역시도 주민자치회, 어떻게 자치할 것인가’ 강연

한국의 주민자치 문제점

대한민국 주민자치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시도 주민자치회가 나아갈 방향까지 가늠해보는 기회가 마련됐다.

‘주민자치, 유쾌한 반란을 하자’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맞게 한국주민자치중앙회 2021년 2분기 정기회의는 주민자치의 이론적 제고는 물론 현장에서 밀알 같은 도움이 될 실제적 프로그램을 담았다. 특히 행사 첫날과 마지막 날 진행된 전상직대표회장의 특강은 이 같은 취지에 맞게 구성되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첫날 기조강연에서 전상직회장은 “정기회의 준비하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10년 전 중앙회 창립을 위해 제주에 모여 워크숍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주민자치 상황이 오히려 그때 보다 지금이 더 위기인 것 같”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 그는 “1999년 처음 주민자치를 시작할 때 주민자치센터를 어떻게 세우면 바람직할까가 주된 화두였다. 읍면동을 없애고 주민자치회 세우겠다하니 공무원들의 반발이 엄청났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단호했다. 읍면동 없애고 주민자치회에 맡기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읍면동 폐지는 성사가 안됐고 읍면동 공무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축소를 시행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의 인원과 업무를 주민자치회에 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주민자치센터를 만들어 센터장을 동장이 하고 주민자치회장은 센터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자리를 주는데 그쳤다. 이 때의 결정의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잘못 꿰어진 단추가 20년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주민자치, 잘못 꿰어진 단추가 20년 이어져...오히려 지금이 더 위기
계속해서 전상직 회장은 “2006년 사단법인 한국자치학회를 만들어 주민자치 관련 학술 활동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주민자치의 본격적인 연구는 이때부터라고 자부한다. 그리고 2012년 서울시 주민자치회를 만들어 25개 구에 협의회를 하나씩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시군구 협의회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2013년 사단법인 한국주민자치중앙회를 설립, 전국에 협의회를 만들어 나갔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차근차근 일궈 나갔다. 힘들고 난관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도 자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반추하며 “고 박원순 전 시장과 만난 적이 많은데 한번은 구 순회 시 주민자치협의회장에게 힘을 실어 달라 당부했다. 그래서 담당 과장이 시장 순회의 의전과 사회를 협의회장이 맡게 해 주었다. 그런데 협의회장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다. 주민자치에 대한 내공이 없고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시민운동단체, 시민운동가에게 주민자치를 맡겨 버렸다. 서울형 주민자치의 비극적 시작이다. 서울에 그치지 않고 행안부가 시범실시 하는 주민자치회도 서울형 주민자치를 본 따 만들어 버렸다. 자치단체장과 시민운동가가 한편이 된 현재의 주민자치는 위기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거의 모든 주민자치회에 시민단체가 연계되어 있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마을자치지원센터 등의 이름이 바로 그것이다. 주민자치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고 지원관을 통해 실제로 주민자치회를 지배하는 감독이 되고 있다. 주민자치 교육도 여기서 맡고 있다. 주민자치회가 시민단체 밑에 놓이게 되고 밖으로 내몰리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마을자치지원센터는 폐지해야 한다.

주민자치학교도 주민자치에 소용없는 걸림돌이다. 강사의 자질이 부족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학교 역시 폐지하고 시군구 협의회에 학교 개설 및 운영권을 주어야 한다. 주민자치는 방법론적 교육이 아니라 자발성의 부여이며 자율성의 구현으로 성립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 전 회장은 “주민자치는 스스로 하는 것이지만 주민자치 정책은 주민자치가 저절로 되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주민자치의 역사에서 조선의 향약은 양반이 상민을 지배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의 상황과 너무 똑같다. 조선시대 양반의 하려던 지배를 지금의 시민단체가 하려는 것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 회장은 또 “구 사업단의 역할도 문제다. 주민자치의 모든 권한을 구 사업단이 가져가 행정과 결탁하고 주민자치위원장을 들러리 세우려는 것이다. 동 지원관 역시 문제다. 지원관의 모든 일은 주민자치회가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자치지원센터의 지시에 따라 주민자치회를 배제하려는 것이다. 시도는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 주민자치회를 위탁하고, 시군구는 마을자치지원센터에 위탁하고, 읍면동은 자치지원관에게 맡기는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전체 주민의 보편조직이지만 시민단체는 소수 운동가의 특수조직이다. 시민단체가 주민단체 내부는 몰라도 위에 올라가는 것은 결코 주민자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주민들이 주민자치회에 대해 관심과 참여, 활동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민자치회 구성원을 위원이라 하고 50명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첨으로 위원을 뽑고 형식적인 6시간 교육 이수를 하는 이유는 위원수로 주민자치회를 제한하고 추첨으로 다시 제한해 자치역량이 있어도 참여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주민자치회는 개방조직이다.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자치회 주요 기능과 역할은 친목도모-주민 민원해결...협력이 곧 자치
계속해서 주민자치회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지역의 모든 주민이 회원이 되어 주민에게 주민권을 부여해야 한다. 규약을 제정하고, 대표를 선출하며, 활동을 의결하는 주민자치회원의 총회가 있어야 한다. 이런 사안이 충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주민자치회다운 일이 아니라 봉사단체가 하던 일, 시민단체가 하던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주민자치회의 기능과 역할은 주민의 친목 도모, 주민의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다. 좀 더 전문적으로 설명하자면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고 사회 서비스를 공급하며,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주민자치센터, 자치회관이 주민자치 발전에 기여하는 좋은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취미나 여가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의 상권을 침식, 파괴하지 말고 생산적인 강좌를 기획, 관리, 개발하는 능력을 되살려야 한다. 사회적 자본형성과 서비스 역량 향상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회장은 더불어 “가장 큰 문제는 주민자치회가 대표성도 없고 대표력도 없는 것이다. 행정의 하부조직이 아니라 주민으로부터 주민자치 임무를 부여 받아 주민을 대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아야 한다. 주민자치는 생활자인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 자치에는 전문가가 없다. 있다면 사기다. 행정이 주민자치 영역을 전문가로 몰아가고 있다. 주민들을 주민자치에서 소외시키는 원인이 여기에 있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이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할 때다. 지금까지 중앙회는 주민자치를 잘하기 위한 연구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주민자치를 방해하는 세력에 맞서는 연구에 전력투구하려 한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시도 회장님들은 지방선거 유력 후보들과 토론회, 강연회를 열어 주민자치를 미리미리 각인시켜 달라. 주민자치법이 제정될 수 있게 적극적 관심과 지지를 보내 달라. 시도 자치회, 원로회의, 여성회의 간의 협력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협력이 곧 자치다”라며 기조강연을 마무리했다.

광역시도 주민자치회, 어떻게 자치할 것인가

전상직 대표회장은 행사 마지막날 강연에서 “20년 넘게 주민자치현장에 있으면서 광역시도 주민자치회는 물론 원로회의, 여성회의 등의 창립을 추진했다. 오랜 시간의 경험을 토대로 광역시도 주민자치회가 짊어져야 할 책임과 역할, 그리고 올바르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드리려 한다”고 서두를 열었다.

그는 “내년 예정된 대선과 지방선거가 주민자치 실질화의 중요한 기로가 될 것이다. 주민자치는 나혼자 보다 전체가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자치 지형에서 광역시도 주민자치회가 행정을 대상으로 대외적으로 해야 할 일은 시도 행정 당국에 주민자치 정책, 사업기획, 예산 등을 요청하고 동일한 내용을 시도 의회에도 전달하는 것이다.

올해 같은 경우 늦어도 8월 전까지 주민자치 관련 사안을 면밀히 작성해 보내야 한다”고 설명하며 “시도지사와의 관계에서는 선제적으로 제안할 사안과 협의해야 할 사안을 구분해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각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유기적 협력관계 형성도 중요하다. 물론 시군구 주민자치회와 읍면동 주민자치회를 살뜰히 지원하는 것은 기본 사항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전 회장은 광역시도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지향점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제안을 이어 나갔다.

그는 “우선 광역시도 주민자치회는 매월 1회, 분기 1회별로 반드시 정기회의를 개최해야 한다.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회의는 주민자치회의 정체성 확보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광역시도 주민자치 정책 및 주민자치 예산을 각각 시도행정 당국과 시도 의회에 제안하고 설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도의 주민자치 정책 및 관련 예산현황을 명확히 파악하며, 이를 토대로 제대로 된 주민자치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며 “주민자치회 사업을 계획하고 실제 집행하기 위해서도 정기회의는 매우 중요하다. 주민자치 교육, 주민자치 박람회 등의 주민자치 사업 개최도 빼놓을 수 없다. 대외적으로 주민자치와 주민자치회를 알리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 회장은 “그렇다면 행정당국에 대한 견제는 어떻게 해야하나? 광역시도 의회와의 협력을 통해 가능하다. 지자체별 조례, 예산, 감사 등과 관련해 주민자치회에게 자문을 구하게 하고, 주민자치회의 요구 사항을 전달하며 광역시도 의회 의원들의 활동을 평가해 주민자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며 “물론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주민자치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한다. 일손이 부족하다, 재원이 부족하다 푸념하지 말고 원로회의,여성회의와의 협력 및 협조체계를 구축해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주민자치실질화의 중요 기로...원로·여성회의와의 협력도 필요
전 회장은 또한 주민자치회의 각부문별 간사를 다수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정과 시민단체에 간사를 뺏겨서는 안된다. 지역의 뜻있는 주민을 간사로 선임해 조직의 견고함을 갖춰야 한다. 중앙회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드리겠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서로 돕고 활용해 거대한 행정 당국, 관료들과 맞서야 한다. 더불어 보다 폭 넓은 주민자치 영역과 인력 구축을 위해 주민자치 청년회의 창립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시군구 주민자치협의회와 읍면동 주민자치회에 대한 꼼꼼한 지원도 해줘야 한다. 분기회의에 참석하고 시군구 행사를 지원하며 교육, 사업, 법률 등에 대해 자문해 주는 역할도 병행되어야 한다.

풀뿌리민주주의의 토대이자 주민자치의 기본 단위가 읍면동 주민자치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힌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자치의 실현과 발전의 훌륭한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양질의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하고 일방적인 강연 형식에만 그치지 말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주민이 모일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할 것을 권한다. 지역 주민과 자치위원 등 마을의 발전과 유대감 형성에 뜻이 있는 주민을 만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바로 주민자치센터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전 회장은 “시군구에서 시행하는 주민자치 정책평가를 지속적으로 수행한다면 주민자치회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다. 주민자치 정책을 평가하고 우수정책을 포상하는 과정을 통해 주민자치 정책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것이다.” 라고 전한 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토론회 개최도 필요하다. 유력 지방선거 후보와 토론회를 같이 할 주민자치 패널을 선정해야 한다. 주민자치 정책협약식도 실시해야 한다. 정책협약식을 마다할 후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전상직 회장은 “중앙회회장은 여러분들을 돕는 비서와 같다. 필요한 일이 있거나 원하는 사안이 있으면 언제든 불러 요청하시라. 힘닿는데 까지 도움 드리겠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더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