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새 정부의 공약을 살펴보다

심각한 고령화 문제
오늘날 인구 고령화는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문제와 함께 가장 큰 사회적 문제가 됐다. 2016년 미국 통계국이 발표한 ‘늙어가는 세계 2015(The Aging World: 2015)’란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은 35.9%로, 40.1%의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인구에서 노인인구의 비율이 높아지는 고령화현상은 어찌 보면 국민이 오래 살게 됐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노인인구의 증가는 곧 비생산활동인구와 사회적 의존인구층의 증가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국가와 사회의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연령이 높아질수록 일상생활의 수행능력이 퇴화되고 만성질환 유병율이 증가하는 등 고령화에 따른 노인의료문제는 국가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핵심은 노후소득보장 강화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노인복지의 우선적인 공약으로 기초연금 및 국민연금 등을 통한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약속했다. 기초연금의 경우 현재 소득 하위 70% 노인을 대상으로 월 10~20만 원을 차등지급하고 있는 것을 30만 원으로 인상해 균등 지급하고, 국민연금의 경우 소득대체율을 현재 40%에서 50%로 중장기적으로 상향 추진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란 퇴직 후 받는 연금액이 재직 시 받던 소득을 대체할 수 있는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은퇴 후 복지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자주 활용된다.

기초연금은 참여정부에서 종전에 국민연금을 적용받지 못한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시행됐던 노인수당과 경로연금을 보다 보편적인 노인소득보장제도로 대체한 기초노령연금을 박근혜 정부가 대선공약 시행 차원에서 ‘기초연금’으로 명칭을 바꾸어 확대 실시한 것인데, 이를 연금액 인상을 통해 노인소득보장에 보다 기여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기초연금은 2014년 7월 실시 이래 종래 최대 9만 9천 원에서 20만 원으로 2배 이상 인상됐으며, 이로써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기초노령연금 수급 시에 비해 절대빈곤율 기준으로 5.6% 정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은 앞으로 신정부가 공약대로 기초연금액 인상(내년부터 25만 원, 2021년부터 30만 원)을 실행하면 노인빈곤율은 현재의 44.7%에서 40.3%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수급자 수에 맞춰보면 노인 22만 4천472명이 ‘빈곤의 늪’에서 탈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초연금 인상은 기초연금의 재원이 전액 국비와 지방비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이번 기초연금액 인상 공약과 관련해 “지급액을 올리면 노인빈곤율을 낮추는 데는 기여하겠지만 정부 재정을 고려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기초연금은 다른 복지제도와 달리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탓에 현행 20만 원을 유지해도 연간소요예산이 2018년 12조 3천억 원에서 2022년 17조 2천억 원으로 늘어나는 실정인데, 공약대로 2021년부터 30만 원으로 인상하면 연간 9조 6천985억 원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한다.

이번 기초연금 관련 공약은 종전에 기초연금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운영해 온 감액제도를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현재 기초연금은 부부감액과 더불어 기초생활수급자 감액, 그리고 국민연금 수령액이나 가입 기간에 따라 감액되는 국민연금연계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즉, 부부가 기초연금을 타는 경우 각각 연금액의 20%를 감액하고 기초생활수급자들의 경우 일단 기초연금을 지급한 후 이를 소득으로 계산해 생계급여를 그만큼 감액한다. 이를 두고 그동안 이른바 ‘주었다 뺏는 연금’이라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한편 국민연금과 연계해 국민연금 수령액이 월 30만원 이하이면 기초연금 전액(월 20만 원)을 받으며, 월 30만 원을 초과한 경우 기초연금액은 가입기간에 따라 월10~20만 원을 받게 된다. 즉, 가입기간이 11년 이하이면 20만 원을 다 받으며 1년이 늘 때마다 1만 원씩 덜 받는 구조로, 가입기간 20년에 이르면 최소액인 월 10만 원을 받게 된다. 다만 정부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 월 수령액이 30~40만 원이라면 기초연금액을 합쳐 월 50만 원을 보장하고 있다. 가령 매달 받는 국민연금액이 월 33만 원이고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따졌을 때의 기초연금액이 월 14만 원으로 계산될 경우, 50만 원의 차액인 3만 원을 추가로 인정해 기초연금으로 월 17만 원을 받는다.

앞으로 대통령 공약대로 감액제도를 폐지하게 되면 부부나 기초생활수급자, 그리고 국민연금가입자 모두에게 소득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부부가 받는 기초연금은 현재 월 32만 원에서 내년 50만 원, 2021년 이후 60만 원이 된다. 다만 소득 하위 69%에 있는 사람이 기초연금을 받으면 소득 하위 71%에 있는 사람보다 소득이 더 많아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경계선상에 있는 어르신에게 최저 월 2만 원을 주는, 소위‘소득역전방지감액제도’는 계속 유지된다. 기초연금 감액제도는 설치된 이유와 관련해서 폐지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가에 대한 견해가 엇갈릴 수 있다.

복지, 결국 엄청난 비용이 문제
한편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이 높을수록 연금 가입 노인에게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일때 연금기금은 2043년 2천561조 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2060년 고갈되며, 보험료율을 현행 9%로 유지하고 소득대체율만 50%로 올리면 기금적립액은 2041년 2천388조 원으로 정점을 찍고 2056년 고갈된다. 따라서 기금안정성을 확보하려면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데 소득대체율 50%에 기금고갈 시점을 2088년으로 늦추려면 보험료율을 15.1%까지, 또 고갈되지 않도록 수지균형을 맞추려면 보험료율을 16.69%까지 올려야 한다고 추산한다. 2017년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9%)은 건강보험(6.12%)과 비교해도 이미 높은 편인데, 가입자 입장에선 2배 정도 많은 보험료를 내는 것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공약에서는 65세 이상 노인들을 위해 노인일자리를 지금보다 2배 늘리고 수당도 2배 인상한다고 약속했다. 즉, 정부사업으로 제공되는 노인 일자리 수를 현재 43만 개에서 80만 개 수준으로 확대하고 일자리 임금을 2020년까지 현행 22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동 등하교길 안전지킴이, 우리동네 야간 안전지킴이, 우리지역 환경지킴이, 급식도우미, 보육도우미, 택배수령 대행서비스 등 사회적 수요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확대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또한 65세 이상 어르신에게도 실업급여(고용보험)를 적용해 실직위험으로부터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노인일자리사업과 관련해서는 노인이 정년 또는 퇴직과 더불어 사회적 역할이 끝난 존재로 간주되는 종래의 시각에서 탈피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전문직 경험자의 노하우 활용 문제를 비롯해 노인에게 적합한 직종개발 등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깊어만 가는 고령사회에 대응해 노인의 위상이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새로운 시각의 정립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와 함께 앞으로 치매는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치매국가책임제’의 실현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100세 시대’를 맞아 치매의료비의 국민건강보험료 본인부담률을 현행 20%에서 10%로 낮추고, 지역 사회에 치매지원센터를 현재 전국 47곳에서 250곳으로 확대·설치하며, 치매안심병원도 전국에 설립해 치매를 조기에 검진하고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환자 수와 유병율은 2017년 기준으로 각각 72만 5천 명, 10.2%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약 127만 2천 명(10.03%), 2050년에는 약 271만 3천 명(15.1%)으로 예상된다. 치매에 대한 국가적 관리는 이미 2008년부터 3차례에 걸친 ‘국가치매관리종합계획(5개년계획)’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데, 이번 대통령 공약의 시행을 통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러한 일자리사업과 치매국가책임제 등 대통령 공약의 조속한 이행을 위해 올해 추경 예산안에 2천억 원을 반영할 계획이다.

대통령 공약에서는 그 밖에 틀니, 임플란트 본인부담금을 절반으로 낮추고 보청기 구매 시 건강보험 적용도 확대하며, 현재 독거노인과 저소득 노인가구에만 제공되는 ‘찾아가는 방문건강 서비스’를 65세 이상 노인으로만 구성된 123만 세대에도 제공하고 마을회관(경로당)을 어르신 생활복지회관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맞춤형 공공주택을 매년 1만 호씩 5년간 5만 호 제공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연평균 8천억 원의 추가 재정 소요가 예상된다.

선진국의 선례도 참고해야
복지 정책이나 복지사업은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재원은 거의 전적으로 정부 재정, 즉 국민의 세금에 의존한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 공약의 성공도 결국 소요재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때로는 증세가 필요할 수 있겠으나 적지 않은 경우 국민의 조세저항이 뒤따른다. 또한 최근의 복지 확대 과정에서 나타나는 남용이나 누수현상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예산으로 어떻게 ‘복지의 효율화’를 기할 수 있는가이다.

최근 서구 복지국가에서는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을 통해 사회복지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며 개인의 책임과 근로를 강조하고 있다. 공공성을 강조하며 복지의 모든 것을 정부재정에 의존하는 우리의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사회복지를 위한 정부기관을 민간기관에 위탁해 운영하는 외부계약은 일반적인 서비스 제공 방식으로 자리 잡았고, 지역 사회복지에서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이 강조되고 민간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들이 시장원리를 도입해 보다 효율적인 조직운영을 도모한다. 이에 따라 서구의 복지국가가 케인즈언 복지국가에서 슘페터리안 근로국가로 변모했다거나 복지국가에서 능력개발국가로 변모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닌다. 또한 우리보다 30년 이상 빨리 고령화를 맞은 일본의 경우 고령화 시대의 도시모델로 ‘의醫, 직職, 주住 일체형 주거단지’를 도입해 노인복지의 효율성과 더불어 사회복지 비용 절감의 효과도 기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선례와 경험은 고령사회의 공공성을 위해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각별히 강조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심도있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최향순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최향순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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