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정책제안

개헌의 핵심과제, 지방분권
20대 국회 개원과 더불어 국회의장과 사무총장이 한 목소리로 개헌을 국회의 주요 과제로 삼을 것임을 공론화했다. 중앙정부가 양극화, 저출산, 과도한 사교육, 세월호, 메르스, AI 사태 등 기능부전에 빠져 매년 공공부문 국가경쟁력은 낮아지고 있다. 강력한 중앙집권국가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국가운영의 효율성 제고는커녕 국가경제와 안보는 위태롭고, 국민의 삶의 질은 저하되는데 속수무책이다. 국가가 위기이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본연의 국가안보, 외교, 국제경제대응, 금융 및 수많은 국가공기업 관리 등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주민의 삶의 질에 대한 일은 지방정부의 책임으로 역할분담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제 지방정부에 중앙정부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집권적 국정운영체제를 지방분권체제로 바꾸는 개헌이 시급하다. 따라서 개헌은 공급자인 정치권이나 중앙정부 주도가 아닌 주권자인 국민-주민 중심으로 추진돼야 한다.

분권형 개헌의 기반으로 합의안 제시해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지방분권분과는 합의안을 만들어 다음과 같이 개헌특별위원회 1소위원회에 보고했다(간사 김성호, 김형기, 안영훈, 유재일, 이기우, 최백영 위원).

첫째, 제왕적 고도의 중앙집권으로부터 지방분권국가 이행을 선언했다. 지방정부와 주민은 자치권을 갖도록 규정했다. 현행 지방정부의 종류인 도, 시, 군, 자치구를 헌법에 규정하는 내용을 신설했다. 정부 간 권한 배분은 개인과 하위공동체의 자율과 책임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보충성의 원칙에 따르도록 했다.

둘째, 실질적인 자치입법권을 보장했다. 주민의 권리제한, 의무 부과, 벌칙 제정은 주민의 대표인 지방의회가 제정하는 조례형식으로만 제한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제도화했다. 지방정부가 제정하는 종래 조례를 자치법률로 표기했다.

셋째, 중앙정부가 법률을 집행할 때, 원칙적으로 지방정부에 위임해 수행하도록 했다. 이는 중앙행정기구의 무분별한 팽창을 방지하고, 책임 있는 종합행정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넷째, 중앙-지방 간 합리적인 재원배분을 규정했다.의존재원 중심의 지방자치는 그 본질에 부합되지 않으며, 재정책임성을 훼손한다. 지방세법률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대표 없는 조세 없다’는 법 원리에 어긋나고, 세입과 세출자치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지방세의 납세의무자는 주민이므로 지방세의 세목, 세율, 부과징수를 자율적으로 정하게 했다. 국세-지방세 주요세목의 중앙-지방정부 간 배분을 헌법상 의무화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적정 재원을 보장했다. 지방정부의 고유사무수행비용은 자기 부담과 책임의무를, 위임사무 수행비용은 위임하는 정부가 부담하도록 하여 비용전가를 금지했다. 지방정부의 자주과세권을 규정했다. 현행 <헌법> 제59조의 조세법률주의는 국세법률주의, 지방세자치법률주의를 적용했다. 조세의 가격기능회복은 지방정부에 대한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통제를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지방재정 운용원칙으로 지방정부는 재정운영상 수지균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예외적인 상황에서 지출이 수입을 초과해 부채가 발생하는 경우에 부채관리를 통해 지방재정의 악화를 방지하고자 했다. 또한 지방재정조정제도를 두어 원천적으로 재정력이 취약한 지방정부를 배려했다.

다섯째, 지방정부의 자주조직권을 보장했다. 지방정부의 기관으로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을 두도록 했다. 지방정부의 전국적인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되, 해당 지방정부의 기관구성과 선거, 조직,인사에 관한 사항은 자치법률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개별 지방의 특성에 따라 기관구성 등 조직의 자율성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여섯째, 지역대표형 상원제 도입으로 지방의 국정참여를 내실화했다. 국회에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을 신설해 지방자치에 관한 법령 제·개정 권한을 부여하고, 정부 내에서도 지방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일곱째, 자치법률의 규범통제기관으로서 위헌법률심판제청 대상에 지방의회입법인 자치법률도 포함시키도록 했다.

여덟째, 국민직접참정권 실현 위한 헌법 개정절차를 마련했다. 헌법 개정절차는 한편으로는 헌법 개정에 관한 국민발안제를 부활하고, 헌법 개정절차를 연성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했다.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 개정을 직접 발의할 수 있도록 하여 국민주권을 실현했다. 국회의원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요건을 유신헌법이전 수준으로 완화해 헌법 개정 발의가 용이하도록 했다. 대통령 헌법 개정제안권은 남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삭제했다.

아홉째, 지방사법기관에 대한 주민 통제장치 신설을 제안했다. 중앙집권적 법관인사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법원 장을 직선해 지방사법기관에 대한 주민통제장치를 마련하도록 자문위원회 사법분과에 반영을 요청했다.

개헌안에 대한 특위위원 소극적 반응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는 위와 같은 지방분권분과 합의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지방분권 개헌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지방자치 경험이 부족해 지방분권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앙집권의 역사, 지리적 협소함, 문화적 동질성에 비추어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25년에 불과해 지방자치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지방분권을 헌법에서 실체적으로 반영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는 인구 규모나 국토 면적이 좁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중앙정부 중심으로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그러나 대한민국은 인구 28위, 경제 규모로는 11위를 전후의 사실상 대국이고 선진국 반열에 서 있다. 인구가 60만 명밖에 안 되는 룩셈부르크도 철저한 지방분권에 의한 지방자치를 시행하고 있다. 예컨대 스위스는 면적이나 인구가 비교적 작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독일보다도 더 지방분권적 국가체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구 규모나 국토 면적을 이유로 지방자치 실시를 미루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응대했다.

셋째, 지방정부 간 부익부 빈익빈이 국가 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을 재정분권에 소극적인 이유로 들고 있다. 지방분권분과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국세-지방세 조정으로 자주재원 확충을 위한 재정분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둘째, 지방정부의 재정분권을 한 이후, 중앙-지방정부 간, 지방정부 상호 지방재정조정제도 도입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을 주장했다. 중앙정부와 세원이 풍부한 지방정부로부터 세원이 빈약한 지방정부로 재원을 재분배하는 수직적 및 수평적 재정조정제도를 도입하면 재정분권으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한 바 있다.

물론 국회 개헌특별위원회의 위원 중에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제안하는 분도 계시지만 앞서 제시한 것처럼 현재의 지방자치 수준 확대를 우려하는 분이 훨씬 더 많은 실정이다. 따라서 비상한 각오로 지방분권개헌 추진동력을 만들지 않으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분권 개헌 추진전략
현재 우리나라의 헌법은 사법권은 말할 것도 없고 입법권, 행정권, 재정권 등 중앙집권적 국가 권력구조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지방분권에 대한 피로감만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집권적 국가 권력구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창의적인 자치입법권을 무력화했다. 그 결과, 중앙-지방 간 사무·권한·책임이 불분명해 책임행정을 구현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국가경쟁력은 날로 저하되고 있다. 국가 위주의 세제 및 재정배분체제로 인해 지방정부의 재원구조가 국가의존적으로 구조화돼 있어 중앙-지방 간 재정책임성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국가 위주의 입법 및 정책결정으로 중앙집권으로 인한 비효율과 낭비가 우려스럽다. 지방자치는 형식만 남아 있고 자율과 책임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지방분권 개헌의 쟁점은 첫째, 국가-지방자치단체간 합리적 관계재정립을 위한 입법권 및 사무의 배분,둘째로 국세와 지방세 세원배분을 통한 자주재정권 보장, 지방의 국정참여를 위해 지역대표형 양원제의 도입, 법원, 검찰, 경찰 등 범 사법권의 배분이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이 국가적 문제해결 방안으로서의 지방분권 개헌을 지지할 수 있도록 국민적인 공감대 확산운동이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지방선거까지 개헌하겠다고 선언해 정치적인 외부 환경은 지방분권 개헌 추진에 우호적이다. 지방 4단체와 학계 및 시민사회, 국회의원 간의 공고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지방분권 개헌 추진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지방의회와 지방정부의 직원은 지역의 여론주도층이므로 지방정부별 단체장, 의회 의장 주도로 의원, 직원부터 지방분권 개헌 홍보 주체가 되기 위한 교육을 당장 추진한다. 지방정부는 지방분권 개헌 지역 여론 형성과 홍보에 최대한 자원을 집중한다. 시흥시, 수원시와 같이 지방자치대학 등 시민교육 실시는 그 예가될 수 있다.

둘째, 각 지역별로 구성된 지방분권협의회가 지방분권 개헌 주민교육 주체가 될 수 있다. 지방분권협의회가 시도와 시·군·구별로 12월까지 주민 교육활동에 인력과 예산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셋째, 지방 4단체는 중앙언론, 국회, 정부, 학계를 대상으로 지방분권 개헌을 홍보한다. 지방 4단체는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지방분권분과 개헌안의 당위논거에 대한 단행본, 논문, 보고서 등을 구입, 수집해 국회의원 및 자문위원 전원에게 배포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도래했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정치권, 언론, 학계,시민사회를 깨워 지방분권 개헌이라는 새역사 창조를 주도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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