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읍면동 민주화 콜로키움’ 결산 토론회
‘읍면동 민주화 콜로키움’ 결산 토론회서 난제 해법 모색
“읍면 자치 부활 등 근본적 제도 개혁해야”“민주화 개념 재정립 필요”

‘길 잃은 주민자치를 구하라.’ 지난 4월 시작된 ‘읍면동 민주화 콜로키움’이 10월 23일 결산 토론회를 통해 20년 간 미로에 빠져 헤매는(?) 주민자치 구하기 해법 모색에 나섰다.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 그레이트하모니홀에서 열린 이날토론회는 김필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의 사회로 조성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과 김찬동 충남대 교수의 발제, 이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됐다.

“주민자치가 아닌 걸 주민자치라고 불러왔다. 20년 해봤는데 아니라면 해답이 아닌 거다. 이제는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할 때다.”(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민자치가 미로에 빠졌다. 20년 간 했는데 어쩌다 길을 잃었을까. 민주화의 개념을 잘못 잡은 건 아닐까.민주화 개념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모델을 재설계하자.”(김찬동 충남대 교수)

 

발제1

                                     주민자치의 해법은 읍·면 자치의 부활

먼저 조성호 박사는 ‘주민자치의 해법은 읍면 자치의 부활’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지난 20년간의 주민자치 분석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30년이 됐지만 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이는 주민자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관 주도의 자치가 됐기 때문이다. 그간 단체장이나 집행부 공무원들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주민과 의회는 소외되어 왔다. 앞으로 주민과 의회 중심의 주민자치를 해야 한다는 게제 소신이고 그래서 오늘 이러한 내용으로 발표를 하게 됐다”고 서두를 꺼냈다.

조성호 박사는 1999년 김대중 정부 이후의 지방자치, 주민자치 진행 상황을 정리해 분석했다. 그는 “1999년 읍면 자치를 부활시켰어야 했는데 주민자치위원회를 만들어 주민센터 프로그램 심의기능을 하게 했다. 1년에 한두 번 모여 프로그램 심의하는 게 무슨 주민자치인가. 이게 오늘날 주민자치회로까지 이어져 20년을 표류하게 됐다”라며 “2011년엔 지방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주민자치모델을 ‘협력형’‘통합형’‘주민조직형’ 3가지로 설정했는데 결국 ‘협력형’ 모델이 채택되어 2013년부터 주민자치회 시범실시가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전문가들을 주민자치회를 만들고 그 밑에 읍면동장이 들어와 일하도록 하는 ‘통합형’을 원했는데 중앙정부의 반대로 ‘협력형’이 채택됐다. 읍면동 밑에 주민자치회가 들어가 하부기관 형태로 운영되게 된 것이다. 그때 삭발투쟁이라도 해서 이를 막았어야 했는데, 그럼 주민자치가 20년간 표류하지 않았을 텐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지적했다.

좌장 김필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왼쪽), 발제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좌장 김필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왼쪽), 발제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통합형’ 모델 채택했어야 할 주민자치, ‘왜곡된
협력형’으로 첫 단추 잘못 끼워

이어 조 박사는 “지난해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에 주민자치회 관련 조항이 빠져 올해 국회의원들이 주민자치기본법 등의 형태로 법률 제정 노력을 하고 있다. 주민총회를 설치하고 인사권도 주고 수익사업도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내용이 있지만 그건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며 “주민자치 개념을 보면 주체와 대상이 있고 자기결정권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주민자치회는 권한이 거의 없다. 다른 나라의 그 어떤 유형에도 해당되지 않는 모델이다. 주민자치가 아니다. 학자들도 문제점만 지적하고 대안제시를 못한다. 주민자치 아닌 걸 주민자치라고 하니 답답하다. 20년 해봤는데 아니라면 해답이 아닌 거다. 이제는 근본적 제도 개혁을 할 때다”라고 강하고 설파했다.

조성호 박사에 따르면, 현재 상황에서 주민자치회는 ‘주체’‘대상’‘자치권’ 측면에서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다. ‘주체’ 측면에서 법률적 근거 없어 주민자치회에 ‘주민’도 ‘자치’도 없는 상황이다. ‘대상’ 측면에서는 자치의 대상, 즉 주민자치 사무가 없다. 주민자치 사무라면 읍면동, 시군 사무까지 가져와서 처리해야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텐데 행사 때들러리 역할에 불과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주민자치회의 사무가 명확해야 한다. ‘자치권’ 측면에서도 입법·재정권·조정권 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주민자치회는 아무 권한이 없다. 권한이 있어야 주민들이 참여한다. 주민들은 자기 삶에 영향을 미쳐야 참여한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향후 20년도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20년간 실패한 주민자치회 대신 읍면 자치단체화 해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조성호 박사는 주민자치회 대안으로 읍면을 자치단체화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동은 좀 다른 성격이다. 베를린은 주정부이면서 기초단체이다. 대도시는 그 자체가 기초단체이기 때문에 그 밑에 있는 동이 기초단체가 될 수 없고 구역별로 준자치단체화 될순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계속해서 조성호 박사는 “5~7명의 위원을 주민들이 직선으로 뽑고 이들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해야 한다. 주요 결정기관으로 주민총회를 두고 정책결정은 의장 단독이 아닌 합의제로 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배우는 기회가 된다. 여기에 자치입법권을 부여해야 자기결정권이 생긴다. 사무는 시군 위탁사무가 아니라, 기존 읍면 사무에다 이전에 시군으로 이관된 사무들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 이렇게하면 주민자치가 된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만약 남대문에서 길을 잃었을 때 방법은 하나다. 출발지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계속다니면 오히려 힘들어진다. 주민자치도 60년 전으로 돌아가 읍면 자치를 부활하면 된다”라며 “주민자치회 기능이 읍면동 위로 올라가야 한다. 기존동장은 시군으로 편입되어 행정만 하고 말 그대로 주민이 주인이 되고 읍면동은 봉사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읍면이 자치단체화 하는 방안이 채택되면 주민자치를 10년 앞당길 수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 공약에 꼭 반영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발제2

                        행정복지센터 기능분석을 통한 주민자치회 뉴 모델 설계

다음으로 김찬동 교수의 ‘행정복지센터 기능분석을 통한 주민자치회 뉴 모델 설계’ 발제가 이어졌다. 그는 “주민자치가 주민자치답지 않다, 미로에 빠졌다는 데에 기본적으로 공감한다. 그동안 주민자치는 읍면동 계층에서 계속 논의가 되어왔다. 동 자치센터에서 20년 간 했는데 어쩌다 길을 잃었을까 생각해보면 민주화의 개념을 잘못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라며 “1991년 지방자치를 시작할 때 민주화 개념으로 시작했고 민주화를 위해서 했다. 시도, 시군구 민주화 방식은 자치로 표현됐다. 읍면동 주민자치는 통리로 민주화가 내려와야 하는데 옆으로 수평으로 갔다. 민주화가 참여개념으로 수평적으로 적용됐다. 동사무소를 그대로 나두고 여기에 민주화 개념을 집어넣으려 하니 잘못됐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년 간 미로에 빠진 주민자치, 민주화 개념 잘못 설정해서...
이어 김찬동 교수는 “읍면동 민주화를 새롭게 제기함에 있어서 현재 행정의 실태, 주민자치 제도혁신과 경영 진화를 살펴보면서 행정과 자치의 관계를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인 것 같다”라며 “주민자치의 새 모델을 만드는데 있어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 나오긴 쉽지 않다. ‘협력형’ ‘통합형’ ‘주민조직형’ 이 3가지 모델을 어디에 적절히 쓰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 모델을 적합하지 않은 데 쓰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제 김찬동 충남대 교수(왼쪽), 토론 박상우 수원시정연구원 박사
발제 김찬동 충남대 교수(왼쪽), 토론 박상우 수원시정연구원 박사

" 동 자치센터에서 20년 간 했는데 어쩌다 길을 잃었을까 생각해보면 민주화의 개념을 잘못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

그는 “지방자치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풀뿌리의 주민참여를 확대하였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여전히 행정사무와 행정사업에 대한 의존으로 진정한 주민자치에 입각한 지방자치 제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점도 있다”라며 “읍면동계층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모델로서, 주민조직형 혹은 통합형의 기관구성을 가지는 주민자치 모형의 도입을 검토하고, 어떤 모형을 선택할지는 읍면동의 현장에서 자치리더들과 주민들이 함께 숙의하고 제도 선택해야 할 결정의 문제이다. 즉 현재처럼 읍면동행정의 주민센터(동사무소, 시군구의 하부행정기관, 국가의 하부행정기관)를 그대로 두고서 민주화할 것이냐 읍면동행정의 주민센터를 폐지하고 읍면동의 민주화를 할 것이냐의 제도경로의 선택이 우선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읍면동의 주민자치를 위해 어떤 기능을 부여하고 어떤 권한을 부여해야 ‘자치’가 되는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발제에 따르면, ‘주민자치의 신모델’과 관련하여 3가지 모델 중 먼저 ‘주민조직형’은 주민들이 총회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공동체의 운영을 위하여 주민들은 주민자치세를 내고 그 공동체를 이끌어갈 리더들의 모임이 있으며, 공동체 전체를 규율하는 정관(혹은 규약)을 제정하고 그 정관을 실행하는 사무조직을 운영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도시지역의 아파트단지구역이나 블록구역의 자치에, 농촌지역에서는 리 단위의 자치에 적용할 수 있을것이라고 김 교수는 발표했다.

‘통합형’은 현재의 읍면(동)계층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하부행정기관으로 되어 있는 것을 자치단체화 하는 것, 즉 읍면의회를 선거를 통해 구성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읍면장의 임명권은 현재의 시군구청장이 아니라, 읍면의회에서 임명할 수 있어야 하고, 이렇게 되면, 의회-시티매니저 형의 지방정부 기관구성이 될 것이다. 문제점은 여전히 단체자치의 확대가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생길 수 있다. 김찬동 교수는 “통합형의 주민자치 제도 설계는 읍면계층에 읍면의회를 구성하고, 읍면동장을 읍면의회의 임명 혹은 읍면의회의장이 겸임하게 하는 제도선택의 여지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협력형·통합형·주민조직형, 주민자치 3모델 선택과 결정 적용의 문제
3번째 ‘협력형’은 읍면동 주민센터를 그대로 둔상태에서 민주화개혁을 하는 것으로서 이는 참여를 확대하고 참여를 실질화 하는 과정의 개혁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고 김 교수는 발표했다. 협력형은 행정이 가진 권한을 주민자치회에 이양해 주민들이 행정사무 권한을 가지고 예산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참여의 행복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 같은 참여결정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행정의 몫이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민관협치나 거버넌스의 논의를 20여년 이상 해오고 있지만 논의의 핵심은 결국 행정사무이고, 행정의 자원을 끌고 와서 민간이라는 포장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원인은 시민사회가 스스로 자치할 수 있는 토대로서의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행정에 대한 참여밖에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찬동 교수는 “한국의 주민자치는 지난 20여년간 제도 시행을 하였지만 오히려 그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주민자치 개념에 대한 이해가 달랐기 때문이다. 즉 주민자치를 주민들이 스스로 다스리는 것이니 임의단체로 하고, 행정사무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해하였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주민자치의 한계를 인식하고 10년이 지나 새로운 주민자치회의 모형 3가지 중 한가지만을 시범실시하고 협력형 만으로 일방향의 질주를 해 왔던 것도 역시 주민자치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민주공화정의 헌법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시민사회의 공공성과 자치성을 함양하여 국가사회와 시장경제영역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아줄 수 있어야 한다”라며 위기 해결의 과제로 시민사회의 주민자치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발제에 이은 지정 토론에 앞서 전상직 회장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내년 양대선거에서 주민자치, 읍면동 민주화 대해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 있는 제안을 내야될 거 같다. 주민자치는 상당히 종합적이어서 단편적인 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이 난제를 풀어 후보들에게 자신 있게 제안해야 할 것 같다”라며 “주민자치에 관한 연구는 아직 걸음마도 못 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스위스에 가서 전문가들에게 물었을 때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해주지 않으면 필요 없다고 했다. 주민들 민원을 해결해주지 못하면 존재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주민들이 원하는 게 가장 먼저 친목이었다. 그 다음이 민원해결이었다. 내년선거를 계기로 주민자치와 읍면동 민주화에 진전이 있길 바라고 이를 위해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토론

                              법제화 절실…어렵지만 우리에게 맞는 모델 찾아야

첫 번째로 토론에 나선 박상우 수원시정연구원박사는 “조성호 박사의 발제를 들으면서, 답답해하시는 게 주민자치가 아닌 주민타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이걸 타개하기 위해 제로베이스에서 급진적으로 총체적으로 해보자는 것 같다. 그리고 주민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가 있는데 첫 번째 직업이 주민인 경우,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 동에 가면 소위 6대 관변단체가 있다. 이분들이 팬데믹을 겪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동 입장에서는 관변단체에서의 유틸리티가 떨어지고 동원행정의 강력한 수단이 안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 관변단체도 세분화 과정을 상당히 많이 겪었다. 한꺼번에 두루뭉술하게 엮기 어려워졌다. 팬데믹 상황에도 잘 하는 곳, 대처 못하는 곳이 있다. 이 관변단체 연구도 굉장히 중요하다. 예전 인식으로 폄훼하고 말 것인가.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한다”고 제안했다. 박상우 박사가 언급한 두 번째주민은 ‘참여하지 않는 주민’이다. 그는 “이를 주민을 봐야 하나. 대표성이 없다 해서 무시하고 갈 것인가. 끝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 김상미 지방의회발전연구원장(왽쪽), 토론 장은주 영산대 교수
토론 김상미 지방의회발전연구원장(왽쪽), 토론 장은주 영산대 교수

‘직업이 주민’ ‘참여하지 않는 주민’의 문제...꺼진 불의 불씨라도 살리자
박상우 박사는 또 “읍면동의 법적 지위 부활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거 없어진지 오래되지 않아 되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북한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외형은 잘 만들어져 있다. 민주집정제라는 허울 아래 지나친 독재가 일어나서 그렇지 기관 통합형으로 하고 있다”라며 “주민자치회, 포기해야 할 것인가? 정부는 폐지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표준조례는 개선되어야 한다. 여러 가지 보완해서라도 어떻게든 불씨를 살리고 나가야 한다. 꺼진 불이라도 불씨는 있을 테니 잘 살려나가는 방안으로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상미 지방의회발전연구원장은 “로버트 푸트남의 책 <나홀로 볼링>을 보면 예전에는 개인이 노력하면 성공했지만 지금은 부모를 잘 만나야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제도도 부모를 잘 만나야 잘 되고 성공하는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주민자치회는 어떤 부모에서 태어났나 살펴보면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서 태어났다. 별도 법인 ‘주민자치회법’을 만들자는 안도 있지만 이는 발의주체가 누구냐 하는 즉 법을 만드는 측의 관점과 이해관계가 직접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있다”가 언급했다. 이어 “학문적 엄밀성이라는 관점에서 ‘자치’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선거를 통하여 의회가 구성되어야 용어사용과 제도의 내용이 일치하게 된다. 주민자치의 근거 규정을 헌법에 두고 ‘자치’라는 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의회 구성이 선결과제”라고 제시했다.

" 자치가 없으면 민주주의라고 할수 없다. 자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공동의 틀안에서 서로 관계 맺고 협력하고 공동 문제들을 처리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

그런가하면 김상미 원장은 “지방자치 30주년이라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에 맞는 주민자치 모델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발굴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회에서의 자치 경험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지방소멸위기에 대한 우려와 관련하여 “지방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역량집중을 해야 되는 시점이다. 시범실시를 통해 읍면자치를 실시한다면 주민들이 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주민자치회의 주민 대표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어떻게 실현하느냐 하는 정당성은 선거제도이다. 정당성을 가진 대의기능이 아니면 주민의 화합 및 공동체형성에 기여하기 어렵다”라며 “주민자치위원 선발시 성별 연령별 할당은 바람직하나 50명이라는 정원은 모집단에 최소 표본수를 충족하지 못하므로 대표성 확보에 미흡하다. 50명이라는 숫자가 왜 정당성을 가지는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읍면자치 시범실시, 주민이 살고 싶은 지역 만들기 대안 될 것
다음으로 세 번째 토론자인 장은주 영산대 교수는 “자치가 없으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자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공동의 틀 안에서 서로 관계 맺고 협력하고 공동 문제들을 처리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의 수준을 넘어 경제생활, 일상적 관계를 맺는 다양한 사회조직에서 이야기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잘굴러가고 있고 자랑스러워해도 되지만, 자치, 주민자치 관점에서 보면 주민들은 마을, 동네일조차 자기주도로 결정하지 못하고 관리 동원되고 있다. 갈 길이 멀었다. 바로 세우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주민들의 ‘민주적 시민성’ 함양을 위한 교육적 노력을 언급하며 “다양한 수준의 자치에 대한 참여야말로 민주시민교육의 가장 중요한 방법이자 목표이다”라고 밝혔다.

토론 신준섭 건국대 교수(왼쪽), 토론 이현출 건국대 교수
토론 신준섭 건국대 교수(왼쪽), 토론 이현출 건국대 교수

이어서 신준섭 건국대 교수는 “주민자치회 제도자체를 주민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다스리는 것이라고 할 때 이념적으로 사회복지와 지향점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주민자치회가 방황하고 길을 잃고 있다고 하셨는데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사회복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쪽으로 생각했다. 시스템 개선을 통한 방법의 경우 시스템 변화도 중요하지만 주민들 역량과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개인을 변화시킨다는 측면에서는 사회복지적 측면, 사회복지사의 옹호 활동과 임파워먼트 차원에서 살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커뮤니티 케어에 있어서도 이전에는 하향식 위임행정, 즉 사회복지의 지역화/국가복지, 중앙집권에서 복지 지역화라는 관료제적 통치였다면, 지금은 상향식으로 지방자치, 분권/주민자치에서 지역 복지화로 가는 흐름이다. 하향식 행정으론 지역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 목표가 ‘능력 있는 지역공동체’라는 점에서 주민자치와 사회복지의 지향점이 같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읍면동 민주화를 위한 3가지 모델과 관련해 신준섭 교수는 “3가지 모델에서 사회복지 활동의 경우 통합형이 현실적 대안으로 보인다. 이 모델의 활성화를 위한 사회복지전문직의 역할로 지역 주민과 지역사회에 대한 임파워먼트를 강조한다”라며 “지역사회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구성원인 주민 참여를 활성화 하여 궁극적으로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읍면동 민주화, 연구하면 할수록 어렵고 근본적인 질문에 봉착한다. 해답 도출도 어렵다. 외국학생들이 한국에 많이 오는데 그들에게 한국의 시민들을 제대로 보고 가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시민들은 큰 담론의 민주주의 등을 논의할 땐 늘 깨어있는데 주체로서의 위상이 많이 확보되지 않았다”라고 서두를 꺼냈다.

“시민들, 큰 담론의 민주주의 논의엔 깨어있으나 주체로서의 위상은 약해”
계속해서 이현출 교수는 “기존 주민자치회는 주체가 없고, 자치의 대상도 수탁업무에 한정하고 있으며 자치권의 측면에서도 궁극적 집행권은 읍면동장에게 귀속되는 등 주민자치로의 실질적 이동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조성호 박사는 읍면의 자치단체화가 궁극적 대안이라고 제시하고, 김찬동 교수는 주민자치의 신모델이 읍면동 계층에서 행정과 자치의 구분을 명확히 하면서 현재처럼 읍면동을 하부행정기관으로 둔 상태에서는 참여에 불과하고 자치의 실현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정리한 뒤 논점을 제시했다.

먼저 지금까지의 주민자치 논의가 읍면동 차원에서 대의민주주의의 대체인가(직접민주주의), 주인-대리인 간의 분업을 전제로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심의민주주의 강화 또는 결사체 민주주의의 모색인가를 새롭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현행의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시민의 냉소주의 강화, 기술관료주의 강화, 강력하게 조직된 특수이익집단의 민주적 토론과정 지배, 다수파에 의한 소수파의 순응 강제 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의 논의인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통합형의 경우 주민총회와 의회 간의 대표성을 두고 경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협력형의 민주화 개혁에 있어서도 주민발안법 통과, 조례개정권 부여, 감사청구권 등의 부여가 주민자치로의 이행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이현출 교수는 지적했다.

객석에서도 의견이 이어졌다. 김경호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연수원장은 “두 분의 훌륭한 발제 내용 잘 들었고 많은 공부가 된 시간이었다. 특히 조성호 박사님 발표에 적극 동감한다. 제3공화국 이후에 지방자치가 사라지고, 기득권층인 행정관료,정치인들이 절대적으로 분권과 자치를 주민들에게 넘겨주기 싫어하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년 대선이 분기점이 될 것 같다. 대권주자들에게 명확히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발표된 훌륭한 내용들은 앞으로 주민자치의 나아갈 좋은 방안을 제시해 유튜브 등을 통해 널리 전파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행완 건국대 겸임교수는 “그간 자치에 대한 생각을 많이 안했다가 참 좋은 기회에 너무 잘 들었다. 정치질서를 구축하는데 하나는 홉스나 루소처럼 자연상태에서 출발해 새롭게 구축하는 것, 다른하나는 몽테스키외처럼 사회상태에서 그 나라 습속, 역사, 문화를 연구해 거기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현재 논의는 두 번째 방법으로 습속, 역사, 문화가 그 만큼 중요하다. 지방자치, 주민자치가 30년간 지지부진 이유가 혹시 지역주민은 그런 걸 별로 중시하지 않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시민교육으로 의식을 숙성 시킨 후에 그때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고 밝혔다.

주민자치 실질화, 많은 교육 통한 시민 의식 숙성화 이후에 가능? 결론은 사람의 문제?
김선길 서울시 광진구 주민자치협의회장은 “오늘 발제 내용에 많이 공감됐다. 주민자치회가 발전하지 못한 첫 번째 이유는 지금의 정치세력이 기득권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 바뀌니 또 정책이 바뀌고 내년 예산이 삭감됐다. 여야 바뀔 때마다 주민자치회가 흔들리는 게 문제다. 주민자치회를 그대로 두면 직능단체로 남게 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각 동 직능단체를 주민자치회가 흡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역할과 위상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한경미 망원1동장은 “7월 1일자로 동에 부임했다. 담당자로서 주민자치 업무할 때부터 전회장님과 인연이 닿았고 공부도 많이 했다. 주민자치가 왜안 될까 고민해왔는데 지금도 상황은 똑 같다. 결론은 공무원들이 제대로 안 해서 안됐다는 것이다. 오늘 여기 앉아있기가 참 힘들기도 했는데(웃음), 결론은 늘 공무원이다. 시스템도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고, 안 움직이면 안 되는 것이다. 사람이 중요하구나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오늘도 많은 공부가 됐다. 내년에 어떤 것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계획에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김정환 경기도 주민자치원로회의 대표회장은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주인이 되어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안 되고 있다. 행정 관여, 통제 하에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뭔가 해보려고 해도 자치권도 없고 재정권 등 권한이 없어 이런 상황에서 하려는 게 굉장히 어렵다. 이걸 하려면 법제화 되고, 법테두리에서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것은 예전 동정자문위원회 형태가 약간 발전한 정도이다. 주민센터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것, 그것조차 행정에서 정해주는 걸 하는 게 현주소다. 스스로도 반성할 게 많다. 성장, 능력, 시간, 역량 다 미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에서 행사할 때 시간, 재원, 인원동원등 최선을 다해 하는데 해놓고 보면 모든 결과는 행정 그들만의 잔치이고 주민자치회는 뒤안길로 내려앉는다. 늘 쳇바퀴 도는 현실이다. 대안을 잘만들어 반드시 대선공약으로, 단체장국회의원 공약으로 적극적으로 만들어서 주민자치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류호익 한국주민자치강사회의 공동회장도 “읍면동 민주화, 읍면 자치단체화, 어려운 주제인데 오늘 여러분들의 발표와 토의를 들으니까 정말 공부가 많이 됐다. 앞으로 잘 정리해서 특히 설득력 있는 자료 만드시는데 더 고생이 많으실 것 같다. 잘 부탁드린다”고 주문했다.

이섬숙 서울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은 “회의, 토론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현 공무원들이 바뀌지 않으면 쉽지 않겠다를 많이 느끼는 자리였다. 초등생에게도 자율성을 주는 데 주민자치회 교육과 사업을 학교 커리큘럼처럼 다 정해놓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사업과 교육의 경우 큰 틀을 정해주고 동에 맞게 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권영옥 서울시 주민자치여성회의 공동회장도 “주민자치 활동 19년차이다. 주민자치는 특히 혼자서는 안 된다. 동장들이 거부하면 못한다. 주민자치 제도화가 안 되서 그런 문제점이 있다. 동장이 막으면 할 방법이 없다. 그간 콜로키움에서 많은 걸 배웠는데, 앞으로 빨리 법제화 되는 게 방법이고 관건인 것 같다. 이를 위해 중앙회와 많은 분들의 노력, 간절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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