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주민자치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대전 동구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대전 동구, 주민자치 역량 강화 교육 펼쳐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간 요즘 주민자치 현장도 움츠렸던몸을 기지개 켜듯 깨어나고 있다. 대면 활동이 필수적인 주민자치 분야의 특성상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오프라인 활동이 늘고 있는 것. 그 대표적인 예가 주민자치 역량 강화 교육이다. 늦가을 끝자락에 서울 신촌동과 대전 동구에서 열린 의미 있는 주민자치교육의 현장을 소개한다.

서울 강북의 중심 지역으로 대학가와 상권이 밀집된 서대문구 신촌동과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오동선 대청호 벚꽃길로 유명한 대전 동구에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의 초청특강을 열어 주민자치 교육에 나섰다. 코로나19 여파 탓에 아직 많은 수가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주민자치위원 등 참석자들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고 진지했다.

▣ 신촌에 피어난 주민자치의 꽃

신촌동에는 신촌학이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 일환으로 시작된 신촌학 지도자 과정은▲허준 약초 학교 ▲신촌 상인마을 학교 ▲풍수지리학 ▲지역학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인문학 강좌를 통해 주민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기반을 만들어 왔다. 어느 지역 보다 주민들의 자치 역량이 풍부하며 주민자치회 활동 역시 적극적이고 활발한 이유다. 그런 만큼 11월 23일 신촌동 주민자치회관에서 열린 특강에 주민자치위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해서는 명확한 분권이 시행되어야 한다 "

김봉수 신촌동 주민자치회장은 인사말에서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첫 번째 주민자치회장을 맡았다. 주민자치 현장에 있으면서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어쩔 수 없는 한계도존재함을 느낀다. 주민자치위원 여러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오늘 특강이 그런 한계와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성영주 신촌동 동장은 축사에서 “잘 달리고 있는 말에 채찍질 하듯 신촌동 주민자치회의 보다 나은 발전을 위해 오늘 특강이 마련되었다.귀담아 들으시고 신촌동 주민자치회를 위해 더 힘써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상직 회장은 강의의 포문을 주민자치의 기원인 조선시대 향약으로 열었다.

“조선의 향규, 상하합계, 수령향약 등은 집권층인 양반과 수령이 주도하고 지배하는 형태였다. 상층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당연히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상층민, 다시 말해 마을의 주민끼리 민주적으로 평등하게 자치한 촌계는 성공했다. 이 촌계가 지금 주민자치의 원형이다. 근대에 와서는 1895년 향회조규를 통해 민주적인 주민자치회를 만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일제에 의해 소멸되고 말았다”

이어서 전 회장은 우리 현대사에서 주민자치의 시작이 처음부터 잘못된 단추처럼 꿰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1999년 2월, 김대중 정권 당시였다. 읍면동사무소를 전격적으로 폐지하고 주민자치회를 설치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관료사회와 공무원들의 격렬한 반대에 막혀 같은 해 8월 읍면동사무소를 축소하고 주민자치회 대신 주민센터가 설치되는 것으로 심각하게 왜곡, 변질되었다. 행정, 관료, 공무원들이 모든 권한을 움켜쥐고 주민자치위원회의 주요 업무는 주민센터프로그램 심의에 그치는 기형적인 주민자치 정책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주민자치를 위한 정책적 필수조건은 무엇일까? 전 회장은 주민에게는 주민권, 주민자치회에는 자치권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행정의 권력 앞에 가로막혀 어떠한 권한도 주민과 주민자치회에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민에게 주민자치회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권리이자 의무인 주민권을 부여해야 한다,그리고 주민자치회에는 주민을 대표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의 권리 및 행위 능력인 자치권을 주어야 한다. 합쳐 말하자면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해서는 명확한 분권이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행전안전부의 주민자치회 표준조례는 어떠한가? 주민이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될 수 없다. 당연히 주민대표성이 부재될 수밖에.입법권? 시군구 조례에 묶여 있어 주민자치회에 전혀 권한이 없다. 주민자치위원을 공개추첨하니 주민자치회에 인사권이 있을 리 없다. 시군구 예산에 의존하는데 재정권이 있을 리 만무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 행정과 권력의 시녀 역할을 자처하는 시민단체, 관변단체를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이름으로 앞세워 주민자치회를 지배해 정당한 권리를 봉쇄하고 있다. 행정에게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탁 받은 중간지원조직에 의해 주민과 주민자치는 조선시대 양반향약, 수령향약처럼 식민지에 처한 현실이다.”

김봉수 신촌동 주민자치회장(왼쪽) / 성영주 신촌동 동장
김봉수 신촌동 주민자치회장(왼쪽) / 성영주 신촌동 동장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의 함의에 대해 개인이 인격적으로 눈뜨고 마을의 공동체 의식을 인지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자치는 마을사업을 통해 개인의 인격과 마을의 공동체 의식이 눈 뜨는 가치 있는 행위다. 그런데 현재 주민자치회 사업은 봉사활동이 대다수다. 다시 말해 실적을 기반으로 한 행정서비스 형식이나 시민단체 활동을 사업화하는 서울형 주민자치회,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같은 완장형 시민운동이 대부분이다.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마을서비스 사업이야말로 진정한 주민자치형 사업 아닌가? 주민자치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가치가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 시간의 투자·재능의 발휘·재화의 기여라는 노력보다 경제·사회·심리·도덕에 우선적인 가치를 부여해 동기가 생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동의할 수 있는 공공의 동기가 성립될때 진정한 주민자치가 실현되는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끝으로 전 회장은 “주민자치가 가진 본질은 주민의 성숙한 이타성을 넉넉히 담아 숙성시키는 그릇과 같다. 신촌동의 주민자치가 더 멋지게 꽃필 수 있도록 애써 주시라”라고 당부했다.

◈ 혁신도시 대전 동구, 주민자치도 혁신적으로 기대

작년 10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해 혁신도시로 지정된 대전광역시 동구.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주민자치 쪽의 발걸음도 분주해 질 것이라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동구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가 개최한 주민자치위원 역량 강화 워크숍은 시사되는 바가 크다. 11월 24일 동별 주민자치위원 등 주민자치 관계자를 대상으로 교육 및 토론, 친목 도모 및 화합 행사 등으로 채워진 이번 워크숍에서 전상직 회장은 특강을 펼쳤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의 소박한 시작에 대해 설명하며 특강의 서두를 열었다.

“주민자치 시작? 그리 거창하지 않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나의 마을로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웃으로 여기며, 마을의 일을 나의 일로 생각하는 것이 주민자치의 시작이다”

그는 이어서 우리나라 현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의 원인을 지적하며 해결책으로 주민자치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주민자치 정책을 꼬집어 비판했다.

“선택과 집중에 치우친 현대화는 대한민국을 압축성장시켰다. 그러나 과도한 집중은 압축갈등을 일으키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도 초래했다.물질적으로 풍족한 사람들이 이웃을 타인으로 배제한 잘못이 크다. 압축갈등은 압축해소로 풀어야 한다. 대안은 주민자치다. 그러나 지금의 주민자치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이 그 증거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마을자치지원센터, 동자치지원관등 중간지원조직을 앞세워 시민단체에 정책부터 행정까지 주민자치의 모든 것을 위탁한 것은 무책임한 자치단체와 무지한 지방의회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주민 동의 없이 이렇게 위탁해 버리는 행태는 조선시대 실패했던 주민자치인 양반향약, 수령향약과 일치한다”

전 회장은 또 주민자치회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행정적, 재정적 지원은 일부분 위탁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주민자치의 본질인 고유한 사무는 절대 위탁할 수 없는 영역이다. 주민은 주민자치회의 회원으로서의 권리 및 의무를 가지고 참여하며, 총회에서 위임한 사항을 집행하고 위임하지 않은 사안은 총회를 다시 소집해 결정한다. 그런데 주민자치회의 유지와 운영에 필요한 사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은 있지만 정작 중요한 주민 사이의 소통, 주민과 주민자치회 사이의 소통을 담당하는 회원국, 주민자치회의 사업수행을 담당하는 사업국은 주민자치회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민자치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전상직 회장은 명쾌하게 설명했다.

“주민이 잘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주민자치회가 수행하기 용이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일을 하되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기획해야 한다. 그래야 실행과 성공이 가능하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주민자치회를 과업중심조직으로 판단하고 있다. 과업중심조직이 되려면 과업과 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민자치회는 예산이나 과업을 실행할 일체의 권한이 없다. 행정에서는 과업중심을 강요하지만 실상은 무엇도 못하게 가로 막는 현실이다. 다시 말해 행정에서는 과업중심조직을 지향한다지만 주민자치회에 해당하는 권리와 행위 능력은 지원하지 않는 너무나 부조리한 구조다”

" 주민자치는 주민이 마을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행위다. 그리고 주민자치위원은 마을의 어른이 되는 것을 뜻한다 "

덧붙여 그는 주민자치회의 사업 운영이 사업별로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주민자치회가 생활중심형으로 간다면 어떨까? 사무국장이 배치되어 실무를 수행하면 문제없다. 따라서 생활중심사업은 사무국에서 기본업무로 수행하되 과업중심사업은 수임·수탁·수익사업 등 사업별 사업국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국가가 법령으로, 자치단체가 조례로 주민자치회에 임무를 부여할 경우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반 조건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제공하는 조건에 대해 주민자치회가 사전에 충분히 심의한 후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송동현 대전 동구 주민자치협의회장에게 감사패를 받는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의 모습(오른쪽)
송동현 대전 동구 주민자치협의회장에게 감사패를 받는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의 모습(오른쪽)

 

전 회장은 특강의 마무리를 주민자치위원의 미덕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마을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행위다. 그리고 주민자치위원은 마을의 어른이 되는 것을 뜻한다. 여러분은 어른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가? 경험과 여유, 지혜의 미덕,덕망과 책임, 그리고 윤리라는 사회적 역할을 겸비한 사람을 의미한다. 주민을 인격자로, 마을을 공동체로 만드는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우리 마을에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 계셔야 한다.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 마을의 멋있는 어른이 되어 대전 동구의 주민자치를 이끌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한편 특강을 마친후 전상직 회장의 주민자치에 대한 헌신과 노력에 감사를 표하는 공로패가 전달돼 눈길을 모았다.

교육의 중요성은 어느 분야나 동일하다. 지속적이고 주기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진행될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겨울이 찾아 왔지만 주민자치는 오히려 봄이어야 한다. 겨울잠을 청할 게 아니라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주민자치의 현장성 회복을 역량 강화 교육에서 시작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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