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학 / 공공철학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 확산
우리 집에는 가정용 태양광 에너지 패널이 두 개나 달려있다. 정부 보조금이 지급될 때 설치한 덕분에 벌써 수년째 전기료를 할인받고 있다. 다둥이 자녀의 전기세 혜택만큼이나 미미하긴 하지만(한 달 5천 원~2만 원) 없는 것보다는 낫다. 역시 정부 보조금이 지급됐을 때 전기차도 구입해 쓰고 있다. 도입 초기에 샀기에 배터리(200㎞) 수명이 낮아 장거리를 가야 할 때는 불편하다. 그래도 충전비, 주차비, 통행료 감액 등 혜택이 많다. 공부하러 스타벅스 갈 때는 텀블러를 들고 가서 ‘에코별’을 추가로 받는다. 물건을 버릴 때는 갖고 갈 사람이 확실한 ‘당근마켓’을 통해 내놓는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불과 몇 년 사이 내 삶에 생긴 변화다. 죄책감도 덜고 가계 경제에도 기여하며 왠지 트렌디하거나 팬시해졌다는 느낌이다. 젊은 MZ세대에겐 이미 환경은 ‘힙’한 트렌드 이슈다. ‘플뤼그스캄(Flygskam)’은 스웨덴어의 말로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이란 뜻이다. 막대한 공해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지 말자는 운동이다. 대신 기차 여행을 장려한다. 자가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습관의 항공 버전이다. 기성세대에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올해 18세의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시작했다.

역시 스웨덴어로 플로깅(plogging)은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다. 동네 한 바퀴 달리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환경 보호 활동이다. 쓰레기 봉지 하나씩 장착하고 뛴다. 주변에 플로깅을 취미로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라이프스타일 문화가 일종의 트렌드나 팬덤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1020세대는 환경을 통해 느슨한 연대를 결성한다.

(그림1) 솔라펑크 개념의 이미지
(그림1) 솔라펑크 개념의 이미지

‘트렌디’, ‘힙’한 솔라펑크
그러다 ‘솔라펑크(Solar Punk)’ 운동을 알게 됐다. 펑크(Punk)는 영어로 못 쓰는 것, 폐물을 말한다. SF의 한 장르인 펑크는 반란, 반문화, 탈자본주의, 탈식민주의, 그리고 열정을 말한다. 소름 끼치는 길로 향해 질주하는 주류문화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다. 스팀펑크, 디젤펑크, 사이버펑크, 실크펑크 등 다양하게 쓰인다.

그래도 ‘솔라’펑크는 낯설다. 처음 이 말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댄 코볼트의 『장르 작가를 위한 과학 가이드』란 책에서였다. 인간과 지구를 위한 근미래 시나리오를 쓰는 SF 작가가 “재생에너지에 중점을 둔 낙관적 미래를 다룬 장르”라는 설명과 함께 소개한 장에서였다. 그리고 그 낯선 이름을 며칠 전 성균관대가 주최한 SF 학회에 초대된 미국의 미디어학자 헨리 젠킨스를 통해 다시 들었다. 낯선 단어를 우연히 세 번 들으면 트렌드니 무조건 알아야 한다는 게 내 철칙이다.

<사변소설, 팬 액티비즘, 그리고 시민적 상상: 솔라펑크로부터 되돌아보며(Speculative Fiction, Fan Activism, and the Civic Imagination: From Looking Backwards to Solarpunk)>라는 제목의 기조발표였다. 젠킨스는 ‘시민적 상상(Civic imagination)’을 강조했다. “현재의 사회, 정치, 혹은 경제적 제도와 문제에 관한 대안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더 나은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다면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도 없다는 말이다. 그는 최근에 “솔라펑크 선언문(A Solarpunk Manifesto)”를 알게 됐으며 이것이 시민으로서 팬덤을 동원해 지구를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내친김에 총 24항으로 돼 있는 솔라펑크 선언문을 찾아서 번역해봤다.

● 솔라펑크는 사변소설, 예술, 패션, 사회운동 등에서 “지속 가능한 문명은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탐색하고 이를 체화하려는 운동이다(전문).
● 솔라펑크의 미학은 실천적인 것을 아름다운 것과 결합하고, 초록의 무성한 것을 잘 디자인된 것과 조합하고, 밝고 컬러풀한 것을 지구적(대지적)이고 단단한 것과 결합하는 것이다(전문).
● 솔라펑크는 유토피아적이거나 낙관적일 수도 있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쟁과 관련돼 있지만 결코 디스토피아는 아니다. 세계가 재난으로 요동치고 있지만 우리에겐 경고만이 아닌 더 나은 해결책이 필요하다. 화석연료 없이 생존하는 법, 거짓 희소함과 풍요함을 지지하는 대신 진정한 희소성을 공평하게 관리하고 풍부하게 나누는 것, 우리가 공유하는 지구에 좀 더 친절해지는 법이다. 솔라펑크는 따라서 미래를 위한 비전이면서 동시에 사려 깊은 도발이며, 진정한 삶의 방식에 도달하기 위해 달성 가능한 일련의 제안이다(전문).
● 솔라펑크는 빼앗긴 낙관주의(optimism)를 되찾으려 한다. 솔라펑크 말고는 부정하거나 절망하는 길밖에 없다(1항, 2항).
● 본질적으로 솔라펑크는 인류가 이뤄낼 수 있는 최고를 구현하는 미래 비전이다. 인류가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로 여기며 화석연료가 청정에너지로 대체되는 탈결핍, 탈계층, 탈자본주의 세계이다(3항, 4항).
● 솔라펑크는 전술의 다양성을 포용한다. 솔라펑크가 되기 위한 올바른 한 길만 있는 게 아니라서, 세계의 다양한 공동체는 이름 짓고, 생각을 채택하고, 스스로 지속 가능한 혁명의 작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6항).
● 솔라펑크는 복고적 미래주의(retrofuturism)를 받아들이지 않고, 전적으로 미래를 지향한다. 이때의 미래는 대안(alternative)의 모습이 아니라 가능(possible)의 모습을 띈다(7항).
● 우리의 미래주의는 사이버펑크처럼 허무주의적이 아니고, 스팀펑크가 잠재적으로 가진 준반동적인 경향을 피하며, 독창성, 생산성, 독립성, 그리고 공동체주의에 대한 것이다(8장).
● 펑크는 반란, 반문화, 탈자본주의, 탈식민주의, 그리고 열정을 말한다. 소름 끼치는 길로 향해 질주하는 주류문화와는 다른 방향이다(9항).                                       ●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새롭게 활용(repurposing)하고 창조(creating)하는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12항).
● “스마트 도시”가 “스마트한 시민”을 위한 쓰레기통이 돼 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솔라펑크는 SF를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사회운동의 형태로 여긴다(12항).
● 솔라펑크는 죽어가고 있는 지구, 부자와 빈자의 극복할 수 없는 갭과 거대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 등의 시나리오와 맞닥뜨리길 원한다. 먼 미래가 아니라 근 미래에서(15항).
● 솔라펑크에서 우리는 진행되고 있는 지구의 파괴를 막기 위해 제시간에 뒤로 물러났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지구를 개선하기 위해 과학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우리는 더 이상 대군주가 아니며, 지구의 관리사 즉 정원사다(22항).

이상은 거의 전문을 다 번역한 것이다. 이쯤 되면 솔라펑크는 SF의 한 장르를 넘어 거대한 사회운동이자, 지구를 구하기 위한 자발적 시민활동이다. 게다가 힙하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는 소설이 사회운동, 즉 건축, 패션으로 확장되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그래서 더 이상 ‘소설은 소설일 뿐’이 아니다. ‘만약에(as if)’를 본질로 하는 SF는 반전과 환경, 페미니즘, 인권운동의 선봉 역할을 하고 있다. SF가 투쟁심을 위한 팬덤 형성, 조직, 동원방법론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언가와 싸우고, 전사로 거듭나게 돕는다. 냉전 말 미국이 소련의 대륙간탄도탄을 요격하는 전략방위구상(SDI)을 ‘스타워즈 계획이라 부르고, 우주왕복선에 <스타트랙>의 모선 엔터프라이즈호의 이름을 붙였을 때, 당대 최고의 SF 작가들이 국가우주정책 시민자문위원회에 참여했다.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의 세 손가락 경례(Three-finger salute)는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됐고, 미얀마와 태국에서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된 제스처가 됐다. 2017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벌어진 낙태 반대 시위에는 새하얀 보닛에 붉은 망토를 두른 여성들이 미 전역을 뒤덮었다. 미국 최고의 SF소설가 마거릿 애트우트의 <시녀 이야기>와 그 TV 시리즈에 나온 복장을 한 여성들이었다. 실제 Black Lives Matter(흑인 인권 운동, BLM)운동 등 전 세계에서 케이팝이나 SF 스토리텔링이 주축이 된 수많은 정치운동이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대중문화 속 솔라펑크
인도 출신의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는 『대혼란의 시대』 에서 “현재의 기후 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소설을 통해 더욱더 기후 위기의 대안을 상상해야 하며,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 시대의 문화가 지구 온난화에 맞서는 데 실패한 사실을 앞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후변화의 규모와 그 위력을 파악하지 못하는 인간사회의 무능을 문학·역사·정치 차원에서 탐구하고 있다.

고시의 말대로 SF로 촉발된 시민적 상상력을 발휘하면 발휘할수록 우리와 지구의 미래는 밝지 않을까? 솔라펑크는 그런 생각의 연속에서 나온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솔라펑크 자체는 사변소설이라는 하나의 문학 장르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지구를 구원하기 위한 거대한 사회운동이자 대항문화 정치력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솔라펑크를 대변하는 SF(사변소설)는 대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SF 중에서도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하위장르인 기후 소설(Cli-fi)을 예로 들 수 있을 거 같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로 태어난 신생 장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Intergovernmen 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2006년 논문을 읽은 활동가 댄 블룸이 만들었다.

기후소설이 모두 솔라펑크가 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솔라펑크가 건드리는 모든 소재는 인류세와 기후위기 문제를 담고 있다. 기후 소설로 분류할 만한 작품은 특히 영어권을 중심으로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최근 한국에 영화로 개봉해 큰 팬덤을 만들어가고 있는 프랭크 허버트의 <듄Dune>(1965)이다. 모래와 극소수 인간으로 이뤄진 세계를 멋지게 구축했다. 70년대 이후에는 기후변화가 인간에 미친 영향이 서서히 인정되며 행동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마가릿 애트우드는 <미친 아담> 3부작(오릭스와 크레이크, 홍수의 해, 미친 아담)에서 유전학자들이 야만적 인간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선별작업을 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설정했다.

미국의 SF소설가 어슐러 르 귄의 <하늘의 물레>는 인류가 세계의 섬세한 균형을 엇갈리게 하면서 생긴 효과를 보여준다. 닥터 수스의 <로렉스>는 지구 온난화만을 다룬 주제는 아니지만 1970년대 어린이들에게 환경 위기와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얘기해줬다. 생태소설가 킴 스탠리 로빈슨의 소설 <화성삼부작>(1992~1995), <비의 40가지 조짐>(2004)과 <2312>(2012), 이언 매큐언의 <솔라>(2010), 로런 그로프의 <플로리다>(2018)도 기후소설이자 솔라펑크로 분류할 만한 유명한 소설이다.

마르셀 서루의 <먼 북쪽>(2009)은 시베리아 툰드라 지대를 배경으로 한 근미래 소설로 종말 이후의 황폐한 세계에서 홀로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렸다. 파올로 바치갈루피의 <와인드업 걸>(2009)과 석유 시대 이후의 세계를 그린 근미래 소설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전부 환경 변화에 따른 인류의 미래를 상상했다.

솔라펑크의 영화로는 무엇을 들 수 있을까? <설국열차>, <투머로우> 등도 있지만 가장 유명한 예는 역시 <블랙팬서>다. 여기서 제시된 와칸다(Wakanda)의 비전은 솔라펑크가 추구하고 있는 아프로퓨처리즘 즉 흑인인권 운동과 탈식민 역사 재서술 운동과도 겹친다. 솔라펑크는 상상력을 탈식민화하는 것이며 미래의 사회정의를 자연 자원만큼이나 고루 분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듄의 상상력과 현실화 논의
그중에서도 기후소설로 가장 먼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소설 <듄>(1965)의 세계관을 좀 더 들여다보자. ‘듄’의 주인공은 모래로 뒤덮인 사막 그 자체다. 행성 아라키스는 별 전체가 사막이어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도 없다. 1959년에 기자 허버트는 미 농무부 기사를 쓰기 위해 오리건주 해안의 모래언덕을 조사하던 중 경비행기를 타고 모래언덕을 내려다보며 태평양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모래언덕이 동쪽으로 이동하며 모든 것을 파묻어 버리는 장엄한 풍경에 사로잡혔다.

“이 별에서 물은 너무나 희소해 신성하기까지 하다. 아라키스의 사막 부족인 프레멘은 사막복을 입어 몸에서 나오는 땀, 소변을 전부 식수로 재활용하고, 바람 덫과 이슬 응결기로 대기 중의 수증기를 모으고, 지하저수지와 하수관으로 물을 저장하고 나른다. 사람이 죽으면 그 시체에서 마지막 한 방울의 수분까지 모은다. 물을 남에게 주는 것은 청혼을 뜻하며, 소중한 침을 뱉는 것은 신뢰를 뜻한다. 눈물이 귀하기에 울지도 않는다.”
- 김보영, “[SF, ‘듄’] : 사막화되는 지구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책을 펼쳐라”
(미주 한국일보, 2017. 12. 13.) -

SF소설가 김보영은 듄이 너무 일찍 나온 탓에 다른 작품에 그 영향력을 빼앗겼다고 아쉬워한다. ‘듄’의 세계관은 영화 ‘스타워즈’로 거의 복제되듯 이어졌고, 행성 아라키스는 ‘스타워즈’의 첫 행성인 모래 행성 타투인으로 구현됐다. ‘듄’이 소설 내내 강조하는 자원 수급과 운용, 환경 조성의 중요성은 게임 개발자들에게 시뮬레이션 전투의 아이디어를 주었고, ‘듄Ⅱ’는 1992년 세계 최초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게임으로 발표된다. 김보영의 분석에 따르면 더 큰 유명세는 듄의 아이디어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블리자드사의 게임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가 가로챘지만, 그 생태적 아이디어는 오늘날 더 빛을 보고 있다. 그것이 듄의 선한 영향력이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다니엘 페르난데스 교수는 ‘바람 덫’과 ’이슬 응결기’ 연구에 골몰한 결과, 캐나다의 비영리단체 포그퀘스트의 ‘안개잡이’를 캘리포니아에 세우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소설 <듄>에 나오는, 공기 중의 수증기를 수집해 먹는 물로 바꾸는 장치다. 촘촘한 그물망에 이슬이 맺히면, 바람 좋은 날에는 이 장치 하나로 하루 평균 식수 30ℓ를 모을 수 있다. 지역사회에 물 관리 서비스 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회사 워터스마트의 창립자 피터 욜레는 ‘사막복’에 꽂혀 있다. 마찬가지로 소설 <듄>에 등장하는 몸에서 나는 수분을 재활용하는 옷이다. 이렇게 사막화돼가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소설 <듄>의 상상력이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우리 삶 속에 녹아드는 솔라펑크
<듄>에서부터 시작된 이와 같은 솔라펑크의 운동은 모두가 공유 가능한 오픈소스 생태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위 “생태 마을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리젠 빌리지(ReGen Village) 프로젝트’가 있다.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미국에 본거지를 두며, 현재 4개 대륙의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고 있다. 도시개발(urban development)이 아니라 도시 재생(urban regeneration)이 트렌드가 된 지금, 결국 재생 가능한 사회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가 아닌가가 관건이다.

리젠 마을은 이름부터 도시 재생을 웅변하고 있다. 급속한 인구 증가와 도시화, 자원 부족, 식량 위기 등의 난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지역 커뮤니티 전체가 기꺼이 자연을 집 안에 들이는 새로운 재생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모든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에코 커뮤니티가 탄생한 것이다. 전 세계가 당면한 문제에 응답한 결과물이다.

단순히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에너지를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와 식량을 직접 생산한다. 또 집 안과 마을 곳곳에서 식물을 재배하고, 마을의 물 저장소에 모아둔 빗물은 식물 경작에 재사용하며 쓰레기 역시 바이오 가스 발전소에서 자체적 처리를 한다. 마을의 공동 소유인 몇 대의 전기차를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한다.

곧 우리는 팬데믹이 강제하고 있는 마스크에 덧붙여 듄의 사막복을 입고 이슬로 응결된 물을 마시며 사막도시를 건너는 시대를 살게 될지 모른다. 이 시대가 되면 솔라펑크가 힙한 시대를 넘어 ‘솔라펑크여야만’ 하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 그때는 ‘백신 패스’를 받은 사람만이 팬데믹 도시를 살아갈 수 있듯 ‘솔라펑크 패스’를 받은 사람만이 사막 도시를 일궈갈 것이다. 부디 하루빨리 젊고 힙하게 솔라펑크를 장착할 일이다. 올해엔 나도 태양광 에너지 패널만 달 게 아니라 뼛속까지 솔라펑키해지길.

이원진 연세대학교 미래융합연구소 X-미디어센터 연구교수
이원진 연세대학교 미래융합연구소 X-미디어센터 연구교수

 

 

 

 

저작권자 © 더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