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치학회 제7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

2022년 우리나라의 인구성장률은 간신히 0%대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자료에 따르면 2030년부터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2050년에는 -0.8%에 이를 예정이다. 인구감소를 넘어 ‘인구절벽’이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인구소멸 시대의 대응 전략으로 면(面)을 지역발전의 구심점으로 삼고, 풀뿌리 주민자치 단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자치학회가 3월 4일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 그레이트하모니홀에서 개최한 제7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에서 조성호 경기연구원 자치분권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지방 인구소멸 시대와 읍・면자치의 도입 방안’ 발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면(面)을 풀뿌리 주민자치 단위로

1961년 군사정권이 읍・면 자치제를 폐지한 후 도입한 군(郡)은 최근 심각한 인구감소 현상을 겪고 있다. 군 지역 중에서도 도시화율이 높은 읍 지역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농촌인 면 지역은 인구가 급속한 감소하고 있다. 그 결과 면 지역에서는 빈집이 늘어나고 초등학교 폐교율이 증가하는 등 지역공동체의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 조성호 연구위원은 “당면한 인구소멸 시대에 면을 지역발전의 구심점화 하고, 선진국처럼 풀뿌리 주민자치의 단위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시급하다”며 군 단위의 인구소멸 실패와 읍・면자치 도입방안을 살폈다.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총 82개의 군이 있다. 군의 평균 인구는 5만3143명이며 면적은 669.92㎢에 이른다. 군의 하부 행정기관인 읍은 232개, 면은 1180개가 있다.(2020년 12월 기준) 읍의 평균 인구는 2만1922명, 면적은 66.62㎢, 공무원 수는 28명이고 면의 평균 인구는 2940명, 면적은 62.95㎢, 공무원 수는 16명이다. 

조선시대에 군은 도의 하부조직이자 면・리의 상부조직으로 지방행정업무를 수행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직후에는 19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군은 도지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도의 사무를 처리하고 관내 자치단체를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1952년 읍・면자치가 실시됐지만 지역마다 인구 규모 차이가 크고 행정능력과 재정능력이 취약해 자체사업을 실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읍・면 자치제를 폐지하고 군 자치제를 도입하게 됐다.

그러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 실현’을 목표로 읍・면・동에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하고, 센터 운영과 주민자치기능을 수행할 ‘주민자치위원회’를 발족한다. 이어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주민자치회 설치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 2013년부터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주민자치회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2021년 12월 현재 1013개 읍면동에서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전환, 운영되고 있다. 

읍・면 자치로 주민 자기결정권 강화

조성호 경기연구원 자치분권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조성호 경기연구원 자치분권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조성호 연구위원은 군 자치의 과제로 ▲주민의 정치 접근성 부족 ▲군의 정체성 모호 ▲주민의 민주의식 약화 ▲주민들의 자율적 자치입법권 보장 미흡 ▲주민의 자기결정권 미흡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군은 다른 나라 기초정부에 비교해 인구 규모가 크기 때문에 주민들의 적극적인 자치가 어려운 환경일 뿐 아니라, 자연발생적 생활공동체가 아닌 인위적 행정단위라 공동체의식이 희박하다. 또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는 읍・면의 한 구성 부분일 뿐 자치권이 없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읍・면의 자치단체화는 지역의 고유사무를 직접 처리함으로써 주민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 참여 확대를 통한 주민자치 구현을 위해 자치단체인 군을 행정계층화하고, 읍・면을 자치단체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읍・면 자치단체화를 이루기 위해 모범적 주민자치로 꼽히는 미국의 타운미팅과 스위스 게마인데 총회 사례도 살폈다. 조 연구위원은 읍・면 자치단체화 방안으로 “기관구성은 미국 타운미팅과 스위스 게마인데를 벤치마킹해 ‘위원회형’을 채택하고, 집행부는 5~7명 정도의 행정위원들로 구성해 이들이 합의에 의해 정책을 결정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능 및 사무는 ▲자치행정 ▲조세 ▲에너지・환경 ▲건축・건설 ▲교육 ▲복지의 7개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재정은 독자적인 재원인 지방세(직접세)가 필요하므로, 현재 시군자치구세의 세원인 재산세・주민세 등을 읍・면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현행 읍・면의 행정・재정 규모가 다소 열악하므로 지속적으로 통폐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읍・면 의회 설치하고 주민총회 개최

읍・면 자치단체화를 위한 입법화 방안으로는 “지방자치법 제2조 및 제3조를 개정해 자치단체를 광역단위-시군읍면 기초정부로 계층화하고 헌법 제118조 규정에 근거해 읍・면 의회를 설치하도록 한다. 또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읍・면 의회의 주요 내용을 규정하고 의회 주요안건을 심의・의결하는 주민총회를 설치해 1년에 2번 이상 개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헌법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는 의회 대신 주민총회를 둘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민총회의 주민 대표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와 함께 “주민총회에서는 주민발안, 주민소환, 주민투표, 주민참여예산제도 역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연구위원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쟁취한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시군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 시혜적으로 준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름은 주민자치회지만 위원은 시장・군수가 임명하는, 주민도 자치도 없는 기형적인 조직이 됐다. 이제라도 읍면동장을 직선으로 선출하고, 지방자치기본법에 명시된 주민총회를 도입해 주민이 자기결정권을 갖도록 권한과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읍면동장 직선제가 주민자치 해법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먼저 사회를 맡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인구소멸의 대안으로 주민자치를 제시했는데, 주민자치와 인구증가의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를 밝힐 선행연구가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조 연구위원은 “앞서 밝혔듯이 군에 관한 연구가 매우 드물지만, 선언적으로 ‘주민자치를 하면 공동체가 회복된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다. 선산군은 구미시와 통합되기 전 인구도 많고 상권도 활발했는데 통합 후에는 구미시로 인구가 대거 유입됐다. 순천시와 성주군의 통합 이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경험에 비춰볼 때 자치계층의 소재지가 있는 곳이 거점이 되어 지역이 발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사례연구와 비교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박경하 중앙대 역사학과 명예교수는 “발표자가 지적했듯이 현재의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를 위한 기구가 아니라 읍면동장의 자문기구 수준이다. 자치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단체다. 주민도 자치도 없는 주민자치회를 할 것이 아니라 읍면동장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밥그릇 걱정에 읍면동장 직선제를 반대한다. 이제라도 한국주민자치중앙회 같은 조직이 현행 주민자치회를 전면 거부하고 읍면동장 직선제 도입을 촉구하는 정치운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역시 “문재인 정부는 주민총회는 단순히 주민들의 공론장 정도로 만들려 한다. 공론장 개념의 주민총회와 주민들이 입법권・자치권을 갖는 주민총회는 천양지차다. 정부가 시민운동의 지배력 때문에 주민총회를 약화시키려는 것 아닌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주민자치회 역시 집행기구 없이 위원으로만 구성한 다음 시민단체들이 끼어들어 예산과 사업을 마음대로 집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읍면동장 직선제 도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후 “프랑스의 경우 인구 380명 정도 규모의 코뮌에서도 자체적으로 세금 징수하고 사업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갖춰져 있다. 만약 우리가 380명 규모의 단위에 행정기능을 부여하려면 제도가 세밀하게 정비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주민들도 충분히 훈련되어야 하기에 쉽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현실에선 행정기구를 2단계로 둘지, 3단계로 둘지, 군을 존치한다면 군과 읍면이 각각 어떤 기능을 맡을지 등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연구세미나에서 논산과 담양, 당진에서 이뤄졌던 ‘리회’ 운영 경험을 들어보고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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