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커뮤니티 아트

주목받기 시작한 빈집의 변화
공가公家는 아직 폐가廢家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버려진 것들은 모두 공空하면서 곧 폐기廢棄된다. 버려진다는 것은 버리는 행위의 결과가 아니다. 버려지는 이유로부터 버려지는 결과는 그 원인에 대해 마음을 바로 쓰지 못한 것-행위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폐기된 것은 마음을 담지 않았다는 방증일 뿐이다. 폐가란 집에 대한 ‘마음 씀’이 닫혔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폐가는 공가가 될 수 없다. 공가는 마음이 떠난 자리, 그 집에 대한 어떤 마음이 새롭게 들어오기를 잠시 기다리는, 시간의 흐름 속 한 부분에 놓여 있는 ‘집’을 가리킨다. 따라서 빈집은 상상력을 통해 비워진 부분이 메꿔질 미래의 시간이 현재로 보완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일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집에 더 이상 마음을 담지 않아 버려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사례는 농촌과 어촌의 상황과 맞물려 보고되고 있지만, 실상 대도시 한구석에서도 공가-빈집은 곳곳에서 모습을 감춘 채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 간혹 옛 모습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레트로(retro) 감성을 운운하면서 빈집을 수리해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매체를 통해 알려진다. 이런 경우 리모델링을 통한 새로운 치장治粧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감성은 하나의 상품처럼 다뤄지면서 이곳저곳에서 유사한 치장술을 이용해 가게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빈집의 변화는 이제 장소의 특징으로까지 선전되기도 한다.

또 다른 인테리어의 방식, 고재
일본 나가노현[長野県] 스와시[諏訪市] 카마스와[上諏訪] 지역의 고재 가구점의 변신을 사례로 살펴보자. 카페로 리빌딩한 이 고재 가구점은 오래된 것들을 소중하게 보존하려는 주인의 ‘마음 씀’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빈집의 치장술과 그 활용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집은 누군가의 거주居住 공간이다. 즉, 살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자리를 마련하고 보존하는 긴 시간이 담긴 장소이다.

따라서 집은 어디에서 살고 어떤 삶을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살림살이의 마음을 담아낸다. 당연히 집에 대한 마음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물어보는 행위로부터 집의 모양을 갖춰 내보인다. 이런 집의 속성을 확장시킬 때, 가게는 단순히 판매와 거래의 장소를 벗어난다.

카페가 하나의 문화적 지표이자 상징처럼 역할을 하는 대도시에서 삶에 집-가게로 확장된 공간의 일관성은 바로 살림살이에 대한 필요의 질문에 연계돼 있다. 당연히 인테리어는 이 ‘마음 씀’을 향한 치장술이다. 혹여 인테리어를 단순한 화장술처럼 이해할 때 유행의 흐름만을 따를 뿐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 카페-가게는 또 하나의 생경한 살림살이의 여러 모습 중 하나로 치장을 한다. 곧 카페-가게는 ‘생활의 지표’로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이 드러나게 보여주는 것이 카페 공간의 치장, 곧 인테리어다.

오래된 목재와 가구, 건축 재료를 판매하는 가게에 카페를 합체한 사례는 부부의 삶이 그대로 반영된, 그들의 살림살이와 떼어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방향의 인테리어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라는 역할을 염두에 두게 된다. 다양한 지역에서 하나둘씩 철거돼가는 낡은 가옥을 보고 ‘아직 이용할 수 있는 자원들을 어떻게 해서든 다음 세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살려낼 수는 없을까’ 하고 오랜 시간 고민한 결과를 하나의 카페-가게로 옮겨 온 것이 리빌딩의 치장술 내용이 됐다.

부부는 한목소리로 “쓰레기로 분류돼야 할 고재古材를 건져내 재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발상을 보여주려고 했다. 우리는 이 발신지이기도 한 리빌딩 센터에서 고재의 장점을 전하기 위해서 가게와 카페 양쪽 기능이 모두 필요했다”고 이야기한다. 도쿄 신주쿠에서 전철로 2시간, 나가노현 카미스와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 리빌딩 센터가 있다. ‘리비센’이라 부르는 이 가게 겸 카페는 개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오래전부터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듯이 주변 풍경에 스며들어 있다.

흉내내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마음 담아내야
현재 일본의 각 지방에는 노령화와 저출산이 원인으로 해체할 수밖에 없게 된 가옥이 잔뜩 있다. 부부는 사방 곳곳을 다니면서 공가가 아닌 폐가 상태의 집에서 자신들이 살려낼 수 있는 재료들, 곧 고재들을 하나하나 모으고 있다. 그리고 이 재료들을 이용해 고재를 다루는 가게와 카페를 운영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단순히 고재를 수집하고 보관해 다시 판매하는 단선적 작업만으로는 고재가 폐자재가 되는 일방향적 수순을 재고할 수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고재를 보관하는 또 하나의 일을 마치 사업이 아니라 취미활동이자 숙명처럼 받아들인 예술적 행위로 이해했다.

그런 상상력은 홀로 개인의 삶에서 자라날 수 없다. 공동체적 인식을 통해 바라본 세계에서만 가능한 상상이다. 보관이란 바로 누군가의 차례를 기다리는 행위와 연관된다. 그러므로 리비센의 이 부부는 고재를 자신들이 잠시 보관하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누군가를, 새로운 집을 기다린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 느낌을 빈집이 다시 사랑을 받는 감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왜 리빌딩(RE-building)인가? 현재 바빠진 일상에서 취미활동으로 각광받고 있는 자기 집 자기가 꾸미기, 즉 DIY는 비즈니스로 확장됐다. 당연히 많은 소비자는(직접 자기 손으로 꾸미기를 하려는 사람들) 하나의 틀에 따라서 선택이라는 강요를 통해 자기가 직접 무엇인가 집을 꾸미는 데 열중한다. 그러나 실상 이런 DIY 내용은 살림살이에 따른 ‘마음 씀’이라기보다 흉내내기에 그치고 만다.

무엇을 흉내내려 하는가? 자신의 삶에서 연유하는 집-거주의 공간이 아니라 보여지는 집, 보이고 싶은 공간의 화장술을 따라하고자 한다. 결국 과욕에 의한 과시誇示, 자랑하기가 속내이다. 그러나 거주 공간은 살림살이의 장소이기에 ‘마음 씀’과 애씀이 남겨지고 묻어나야 하는 ‘삶의 자리’라는 기본 방향에서 손길을 받아들인다.

리비센의 주인, 부부는 이런 기본 방향을 이해시키기 위해 연간 2천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고재를 찾아 나서고, 옮기며, 보관하는 모든 일정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그 일’을 취미활동처럼 어울려 일한다. 그렇게 자기 자신들이 즐기면서 오래된 것을 소중히 하는 문화를 자신들이 사는 사회에 뿌리내리고 점차 넓혀가고 싶다는 마음을 이들은 공유한다.

도움을 주는 많은 사람과 함께 만들어
리빌딩 센터를 일본에서 운영하기로 결정한 뒤 오픈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단 10개월가량의 시간이었다. 이때 가장 큰 활약을 보였던 것이 일본 전국에서 모여든 ‘도우미’들이라 불린 조력자들이었다. 공간 디자인을 해온 부부는 ‘medicala’라는 이름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열었고, 건물주와 그 가족, 친구, medicala의 친구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손길이 더해졌다. 남편 타나후미 씨는 디자인과 시공 작업, 아내 카나코 씨는 현장 감독에 온 심혈을 쏟아 거기서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만들어갔다.

medicala의 두 사람은 그렇게 만들어가야만 오랜 기간 사랑받는 공간이 탄생한다고 믿었고, 이는 리빌딩 센터의 개축 공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부부의 친구는 물론 medicala가 관련된 건물과 SNS에서 리비센에 대해 알게 돼 멀리서는 가고시마와 홋카이도에서도 고재를 사용한 목공과 미장, 페인트칠을 돕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아와줬다고 회고한다.

그중에는 카나코 씨가 만드는 ‘현장 식사’가 먹고 싶다는 이유로 작업에 참여하러 온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공동체성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함께 식사하는 일이다. 즐거운 작업과 맛있는 식사, 그에 더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은 분명 매력적인 공동체성을 구현해 낸다. 그런 체험을 추구하며 medicala의 작업 현장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실제로 리빌딩 센터의 개축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 이상이 부부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부부가 기억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과 만남에 대한 공통된 기억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커뮤니티를 만들려는 마음이 없더라도 좋은 공간이 있으면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예를 들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면, 그곳에 좋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죠. 그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또 한 번 일을 벌이려 한다면, 인연으로 모인 사람들 모두가 저희를 도와주셨던 겁니다.”

공동체적 상상력의 전파를 바라며
리빌딩 센터에는 카페가 병설돼 있다. 아니, ‘병설’이란 표현은 올바르지 않을 듯하다. 이 카페에 오고 싶어서 찾아와, 거기서 처음으로 고재라는 것을 보게 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건축 리사이클 숍이라고 간판을 걸고 운영하게 되면 리빌딩 센터는 대다수 사람에게 관계 없는 장소가 되고 만다. 하지만 각지에 연락해 직접 고재를 구하러 가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을 손님처럼 초대할 때, 가게는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가 필요했고, 카페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제 굳이 고재를 사지 않아도 고재를 보고 가기만 해도 좋은 공간이 됐다. 이 카페를 찾아온 것으로 인해 고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해도 리빌딩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이곳에 와서 오래된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문화를 체험하고 ‘고재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야를 넓혀나가는 장소가 리빌딩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페 메뉴에도 힘을 실었다. 오픈 직후 현재 식사 메뉴는 카레 한 종류만이 실려 있다. 하지만 단 하나뿐인 식사 메뉴는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어져 몸에 스며드는 듯한 맛이 나도록 애를 썼다고 한다. 물론 카페에는 예쁘게 구워진 스콘과 부드러운 차이티도 있다. 그러나 카페의 음식은 판매를 우선하는 목표를 갖기보다, 대접하려는 ‘마음 씀’을 담아내려는 목적을 갖는다. 살림살이는 그저 평범한 ‘마음 씀’과 그것을 일상화하는 애씀으로 보존되기에 카페-가게 역시 이런 살림살이의 연장으로 보았던 것이다.

제대로 ‘평범한 일’들을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예술적 사고의 결과다. 리비센을 다른 지역에도 놓고 싶다는 제안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부는 리비센의 ‘인격’ 그 자체가 자라나서 이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일본 각지에서 리비센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화-살림살이의 일상화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 양성하고 넓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공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 온 medicala다운 결의이자 공동체적 상상력이다.

먹는 것과 살아가는 것, 생활에 직결되는 일들의 본질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사람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그래서 오래된 것에 가치를 발견하고 재활용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가 그것들을 고르고, 만들며, 살고, 먹으며, 그리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시점을 넓혀가는 거점으로써 리빌딩 센터는 성장해나갈 것이다. 결국, 이런 공동체적 상상력을 통해서 사람들은 물건을 고르는 기준이 각자 자기 자신의 살림살이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과 맞물린다는 사실을 깨달아 갈 것이다.

이섭 아트컨설턴트
이섭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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