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Ⅰ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주민자치
한국주민자치중앙회, 국민의힘에 주민자치 정책 제안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선거운동기간 동안 연일 선심성 공약을 내놨다. ‘소확행 공약’ ‘심쿵 공약’ 같은 생활밀착형 미세 공약부터 권역별 구 단위 공약까지 선보였지만, 정작 직접민주주의의 핵심이자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인 ‘주민자치’는 외면했다.

후보자 공약 청취-주민자치 정책 제안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대선 기간 동안 주요 후보들에게 현 주민자치회 운영의 문제점과 ‘주민자치회법’제정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한편, 2월 10일 개최한 제10회 주민자치 실질화 정책 대토론회에서 주요 후보들의 주민자치에 관한 정책적 견해를 청취했다. 하지만 당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를 제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주민자치 활성화’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데 그쳤다.

이후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3월 7일 국민의힘 정책본부와 간담회를 갖고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주민자치 제도와 정책을 주문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백영춘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경제정책본부장인 윤창현 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과 윤창현 국민의힘 경제정책본부장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과 윤창현 국민의힘 경제정책본부장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 후보들의 주민자치 공약은 아쉬운 점이 많다. 주민주권을 내세우지만 정작 주민들과 주민자치회에 자치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의 주민자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구축한 권력형 시민단체가 지배하는 주민자치다. 주민들이 해야 할 일을 시민단체가 빼앗고 주도하는 현실”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어 “행정 관료에 의한 관치는 이미 주민자치에서 심각한 폐단을 일으키고 있다. 시장군수구청장이 시민단체와 관변단체에 주민자치회 운영을 포괄적으로 위탁해 버려 주민자치를 식민지화시켰다”라고 꼬집으며 “이런 참사를 가능케 한데는 관련 조례를 통과시킨 지방의회의 책임도 크다. 주민자치의 본질적 개념에 대해 전혀 무지한 것인지, 주민자치를 무시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주민자치를 호도하는 행정과 정치권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진정한 주민자치 대안 마련”
전상직 회장은 또 “주민이 마을이라는 생활세계를 온전히 자치할 수 있도록 충분하게 분권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를 지원하는 주민자치회 법령과 정책이 절실히 요청된다”며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다름 아닌 주민자치 실질화다. 주민이 주체가 되고 주민이 자치하게끔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민을 인격자로, 마을을 진정한 공동체로 만들 수 있도록 국민의힘에서 정책적으로 힘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창현 의원은 “그동안 지방자치가 단체자치 위주로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주민이 핵심이 되는 주민자치가 맞다. 오랜 시간 동안 주민자치 분야에서 터득한 경험과 연륜을 통해 전해주신 고견을 새기도록 하겠다. 주민자치는 선물 같은 일회성 공약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훼손되고 왜곡되지 않는 진정한 주민자치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고심하고 논의하겠다”고 화답했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이날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구성하는 주민회이고 마을에서 구성하는 마을회이며 주민들이 자치하는 자치회임을 확인한다 ▲주민들이 자치할 수 있도록 정부는 필요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다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정하는 규약에 의하여 주민이 선출하는 대표에 의하여 주민이 결정하는 재정에 의하여 운영돼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다 ▲주민자치회가 주민들을 결속하고 마을을 대표하며 주민을 대변하는 조직으로서 대표적인 지위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다 ▲국회에서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조속히 입법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등을 골자로 하는 주민자치 실질화 정책안을 제시했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3월 7일 국민의힘 정책본부와 간담회를 갖고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주민자치 제도와 정책을 주문했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3월 7일 국민의힘 정책본부와 간담회를 갖고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주민자치 제도와 정책을 주문했다.

윤석열 당선인 “진정한 지방분권 확대”
그렇다면 대통령 당선인과 후보들은 주민자치에 대해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가지고 있을까?

윤석열 당선인은 2월 10일 열린 제10회 주민자치실질화 정책 대토론회에서 이명수 국회의원(국민의 힘)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주민자치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당시 윤 당선인은 메시지에서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지방자치제도는 꾸준히 발전해 왔지만 아직도 중앙정부가 지역 현안을 주도하고 지방은 이를 따라가는 관계이다 보니 정작 주민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지역의 일은 해당 지역 사정을 제일 잘아는 주민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 한 사람 한사람의 의견이 지방정부 및 국가 정책에 반영되어야 풀뿌리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지역도 나라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주민자치 실현과 지방분권 확대를 위해 노력해 오신 주민자치 가족 여러분의 지혜와 경험으로 주민자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실질적인 자치권을 보장하는데 계속해서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하고 “대토론회에서 모아주신 소중한 담론을 잘 참고해 주민자치를 통한 진정한 지방분권 실현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일에 저와 국민의힘도 함께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사진=국민의힘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사진=국민의힘

이재명 ‘주민자치회 활성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치분권 균형발전 공약’을 통해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약속했다. 이후보는 ‘자치분권 균형발전’ 세부 공약으로 ▲자치경찰제 강화 ▲주민참여제도 활성화 ▲지방의회 권한과 위상 강화 및 책임성과 투명성 강화를 제시했다. 특히 주민참여제도 활성화 방안으로 ▲주민소환 청구요건완화, 개표 요건 폐지 및 확정 요건 도입 등 제도개선▲중앙정부 국민참여예산제 활성화 추진 ▲주민자치회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및 지원 확대를 공약으로 내놨다. 해당 공약은 2월 17일 충주 수안보 상록호텔에서 열린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자치분권위원회 상임위원장인 신정훈 국회의원이 발표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주민자치회 입법 추진”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제10회 주민자치 실질화 정책 대토론회에서 주민자치 공약을 발표했다. 심후보는 ‘자치분권, 균형발전 공약’을 통해 ▲주민자치회의 활성화 및 지원을 위한 입법화 추진 ▲주민자치회 위원 구성의 다양성 제고 ▲주민자치회의 대표성 확보를 위한 공모제, 추첨제, 직선제 등 실시 ▲지역시민단체, 노동조합, 정당 등의 주민자치회 참여 활성화 ▲주민자치회의 의사결정 권한 강화를 약속했다.

심상정 후보는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는 지방자치를 끌고 가는 두 바퀴이며, 우리나라 지방자치에서 단체자치는 1995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일정한 진전이 있었으나 주민자치는 아직까지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하며 “시범운영 중인 주민자치회가 전면 실시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회에서 주민자치 관련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의당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사진=정의당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사진=정의당

인수위서 주민자치 정책 기조 논의해야
이처럼 대선 후보들은 주민자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행 주민자치제도의 근본적 문제를 짚지는 못했다. 올바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선 정확한 현실분석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행정과 시민단체에 의해 훼손되고 있는 주민자치회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선 공약은 후보자뿐만 아니라 각 당의 주민자치에 대한 인식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리고 새 정부의 운영방안과 정책기조를 설정하게 된다. 인수위원회에서는 정부의 조직과 기능, 정책기조가 논의되는 만큼, 이제라도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제언을 귀기울여 듣고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정책을 세워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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