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 S U E 경기연구원 주민자치 이슈&진단

주민자치회가 명실상부한 주민 대표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치 권한을 확보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안정적 재정 기반 마련을 위해 특별회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주민들 역시 주민자치회가 주민의 대표기구로 마을의 주요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이슈&진단 483호 ‘주민주권 실현의 첫 걸음,주민자치회’에 담긴 설문조사 결과와 주민자치 정책 제안을 소개한다.

주민자치회는 2013년 행정안전부 시범사업으로 시작돼 지난해 12월 기준 1013개 읍면동에서 운영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6대 전략의 첫 번째 추진전략으로 ‘주민주권구현’을, 추진과제 중 하나로 ‘주민자치회 대표성 제고 및 활성화’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기연구원은 “주민주권을 강조하는 정책 방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자치분권 추진 내용은 광역 및 기초단위 제도 운영 및 권한 이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균형 있는 지방분권 추진을 위해서는 단체자치 중심의 논의구조에서 주민자치가 결합된 구조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자치회’의 법적 근거가 미비한 점도 짚었다. 주민자치회는 2010년 개정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과정에서 주민자치회 조항이 삭제됨에 따라 법률적 공백을 맞게 됐다. 현재 국회에 주민자치회 조항을 담은 ‘지방자치법’ 일부개정안과 주민자치회 관련 제정법률안이 발의되어 있지만,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권한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국회 내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주민자치회는 ‘자발적 공동체’ 인식
주민들이 체감하는 ‘주민자치’ 온도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11월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3.2%는 주민자치회에 대해 들어봤지만 정책 효과성에 대해서는 54%가 ‘보통’이라고 답해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또 전체에서 부정적 응답(29.1%)이 긍정적 응답(16.9%) 보다 높게 나타났다.

주민자치회 활동 참여의향도 대체로 낮았다. 응답자의 41.6%는 ‘참여의향이 없다’고 답했고, 46.4%는 ‘참여의향은 있지만 적극적 참여는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참여가 어려운 이유로는 ‘생활 등으로 인한 시간부족(50.6%)’을 가장 많이 들었고 다음으로는 ‘참여경로 정보 부족(24%)’과 ‘기존 집단과의 어색함(15.9%)’을 꼽았다.

반면 주민자치회를 자발적 참여에 의한 주민대표기구로 인식하는 점은 고무적이다. 주민자치회의 성격에 대해 질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1.2%가 ‘자발적공동체’라고 응답했고, 29.4%는 ‘주민들의 의사결정기구’라고 답했다.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는 ‘주민 생활관련 협의(51.2%)’를 꼽았고 ‘주민자치 업무(21.3%)’와 ‘공동체 형성 업무(17%)’가 뒤를 이었다.

주민자치회의 실질적 기능으로는 ‘주민 대표기구로 마을의 주요 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활동(31%)’과 ‘주민의 참여와 의견개진 창구 역할(25.8%)’을 제시했다. 이외에 ‘지역사회 봉사활동(13.2%)’, ‘주민 소통및 친목 활동(12.9%)’ 순으로 나타났으며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의 주요 역할이었던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운영’은 9.3%로 매우 낮은 수준의 우선순위로 인식됐다.

주민자치회-행정 대등한 관계로 설정돼야
주민자치회 도입에도 불구하고 기능적 측면의 변화는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자치회의 기능이 실질적으로 변화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48.3%가 ‘달라진 바 없다’고 응답했다. ‘개선되었으나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25.2%에 달했다. 주민자치회의 효과가 미흡한 원인으로는 ‘주민들의 낮은 관심과 참여(42%)’와 ‘주민자치에 대한 주민 인식부족(29.9%)’을 꼽았다.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위해서는 ‘홍보 및 교육(38.9%)’과 실무인력 및 재정 지원 같은 ‘주민자치회운영의 안정성 확보(36.3%)’가 시급하다고 봤다. 또 ‘주민자치 참여 주민에 대한 보상(31.2%)’과 ‘주민자치회에 대한 법적 기반 조성(22.2%)’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높게 나타났다.

행정과의 관계는 ‘읍면동 행정과 주민자치회가 대등한 관계로 설정(56.4%)’ 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고, ‘주민자치회의 권한이 더 앞서고 읍면동행정이 따라오는 관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15%에 달했다. 주민자치회와 지역 내 다른 단체들과의 관계는 동등하게 형성되어야 한다는 답이 59%로 가장 많았다.

향후 주민자치 정책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했다. 응답자의 47.1%는 주민자치 정책확대에 동의했으며,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위해서는 ‘안정적 재정기반 마련(39.6%)’과 ‘학습도구 지원(21.8%)’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주민자치회 운영을 위한 실무 지원인력(유급 사무간사)의 고용지원(17.6%)과 전담 공무원 배치(12.6%)가 뒤따랐다. 경기연구원은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적위상 강화만큼이나 실질적 운영을 위한 재정 및 인력등의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민들의 인식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민자치 특별회계 도입으로 재정 확대
앞으로 주민자치회와 지역사회에 기반한 정책 연계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도 내놨다. 경기연구원은 “다양한 공적 사업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지역 주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실제 주민자치회는 자치계획 수립, 실행예산연계,행정사무 위탁 등을 통해 지역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다만 현재 주민자치회는 제도적 차원에서 법인으로 인정되지 않아 공공서비스 추진 과정에서 금융처리 등 실무적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자치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재정적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주민자치회운영 재원은 주민참여예산과 주민세 환원(개인균등분) 등을 활용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주민참여예산의 경우, 주민참여예산과 관련된 편성집행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주민자치회의 자율적 예산으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주민세 개인균등분은 주민자치사업으로만 사용을 한정할 수 없다는 제도적 문제가 있다. 때문에 경기연구원은 주민자치 관련 특별회계 도입을 통한 재정 확대를 제안했다.

세종시는 2018년 11월 ‘세종특별자치시 자치분권특별회계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고 2019년부터 자치분권 특별회계에 예산을 편성했다. 조례에서는 ‘지방세법’에 따른 주민세, 주민세에 상응하는 범위 내의 시비, 읍면동장이 부과하는 과태료를 특별회계의 세입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전광역시 유성구도 2019년 자치분권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주민세, 분권 관련 대전시 지원금, 그 밖의 전입금을 주요 재원으로 규정했다.

경기연구원은 “주민자치 특별회계 도입은 주민자치 재원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그동안 일반회계 내에서 분절적으로 추진됐던 주민자치 사업에 대한 통합 관리의 효과도 제시한다”며 “특별회계 도입으로 주민자치회의 재정적 기반을 확장해 지역 문제에 대응하는 주민자치회의 실행력을 재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양적 확산’ 넘어 ‘질적 개선’으로
‘지속가능한 주민자치’를 위한 협치 행정 강화도 주문했다. 경기연구원은 “주민자치회는 별도로 존재하는 단위 사업이 아니라, 풀뿌리 주민자치 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정책 요소”라며 “주민자치회 관련 정책 지원체계는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집행기능과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기능 중심으로 구성된다. 주민자치회 제도 도입 초기 특성에 따라 현재는 중앙정부의 지원기능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으나, 향후 광역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기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민자치회의 ‘양적 확산’을 넘어 ‘질적 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민 대표성 확보를 위한 주민 참여기제 강화 ▲지역사회 내 민주적 의사결정구조 확립을 위한 학습 및 공론화 체계 구축 ▲주민자치회 활동 보장과 주민 효능감 개선을 위한 주민의 실질적권한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주민자치회의 실질적 권한 확대를 위해서는 “선언적 차원의 자치권보장을 넘어 공공서비스의 위탁, 공유재산의 활용 등 제도적 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 또 주민자치회 간사및 전담 공무원 배치, 업무분장 체계화, 자체 재원 구조 내실화 등 자율적 운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준규 자치분권연구실 연구위원은 “주민자치회는 그 자체로 완결되는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며 “주민자치회가 마을, 지역 안의 다양한 논의를 담아내는 큰 용광로처럼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역 안의 다양한 정책들이 주민자치회의 공론장 안에서 활발하게 연계되어 논의되도록 관련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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