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주민자치위원 사전의무교육 조례 위헌소송

주민자치위원에 대해 사전의무교육을 강제하는 조례가 헌법상 공무담임권 및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헌법소원심판이 헌법재판소 재판부 심판에 회부된 상황에서 서울특별시 양천구청장이 의견서를 제출했다.

3월 3일 헌재의 ‘서울특별시 양천구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8조 제1항 등 위헌 확인(사건 2021헌마1605)’에 대해 이해관계인인 양천구청장 명의로 제출된 의견서에는 ▲사전의무교육은 주민자치위원 역할 수행 여부의 판단 기회 제공 및 임기 중 원활한 활동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며 ▲온라인 방식으로 운영해 불편함이 없게 하는 등 공무담임권 침해가 아닌 오히려 공무담임권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한 사전적 보완 방안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평등권 침해에 대해서도 ▲지역 특성과 여건을 반영해 일정 부분 자율성을 허용한 것이 조례이며 ▲누구나 주민자치위원이 되기 위해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위원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지원자의 선택 폭을 확대하는 효과가 큰 탓에 합리적 근거 없이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의 경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의견서를 통해 주장했다.

양천구청 헌재에 의견서…사전의무교육 본질 외면
그러나 양천구청의 의견서는 주민자치위원 사전의무교육이 무차별적 강제를 통해 헌법상 공무담임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위헌소송의 핵심적인 본질은 놓친 채 원론적 의견만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주민자치에 있어 행정 주도의 우월적 시각을 확연히 드러낸 것으로, 주민자치회를 지자체의 관리 및 계도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가 엿보인다는 게 이번 위헌소송 청구인인 이동호 변호사의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주민자치위원 사전의무교육이 갖는 공무담임권 및 평등권 침해는 교육 방식의 접근성이나 난이도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사후에 해도 될 교육을 사전의무교육으로 강제해 무차별적으로 시행하는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호 변호사를 만나 소송의 진행 경과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Q 헌법소원 진행 경과는?
지난해 12월 30일 헌재에 청구서를 제출했고 올해 1월 25일부로 정식 심판에 회부되었다. 헌법소원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도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기에 양천구와 관악구, 그리고 상급단체인 서울시와 법무부 등에 헌법소원 청구서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

Q 이해관계기관의 입장은 어떠한가?
양천구는 3월 3일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관악구는 의견 없음으로 회신했고, 서울시와 법무부는 아직 의견 제출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양천구의 경우 제법 성의 있게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조례 제정의 경위와 함께 사전의무교육 실시 현황을 밝혀 놓았다. 살펴보면 2018년에는 주민자치위원모집 신청자 350명 중 280명, 2020년 570명 중 430명, 2021년 380명 중 230명이 사전의무교육을 이수했다고 한다. 적지 않은 숫자인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그만큼 주민자치회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보인다.

양천구의 의견서에는 또 사전의무교육의 구성도 명기되어 있다. 주민참여 정책의 흐름과 의미, 주민자치회 사업의 이해, 주민자치회와 사람들이라는 3가지 주제로 각 2시간씩 채워졌다. 일반적인 교양 수준 강의로 보인다. 다만 온라인으로 진행해 접근성 측면에서는 불편을 최소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Q 문제는 6시간 사전의무교육 조항에 대한 양천구의 입장이다. 공무담임권 침해에 대해 어떤 입장을 피력했나?
양천구는 우선 사전의무교육이 갖고 있는 취지를 호소했다. 주민자치위원으로 선정된 후 임기 중 사퇴 없이 원활하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판단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름의 순기능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주민자치위원의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주변 권유나 단순 호기심으로 신청한 지원자들에게 위원 역할과 권한을 고지해 위원 수행 여부의 판단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은 행정 우월적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심지어 주민자치회를 지자체의 계도 및 관리 대상으로 보는 시선도 엿보인다. 주민자치위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여건이 되는지 여부는 지원자 스스로 판단할 문제지 행정이 나서 일일이 훈계할 사안이 아니다.

이동호 변호사
이동호 변호사

Q 평등권 침해 주장에 대한 양천구 입장은?
사전의무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지자체가 있다 해도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입법 활동이므로 생활근거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양천구의 의견이다. 더불어 사전의무교육 이수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주민자치회 활동에 대한 이해를 제고시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기때문에 합리적 근거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주민자치위원이 위촉직인 탓에 도시계획자문위원처럼 관련 분야 학식과 경험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어 선출직과 비교해 평등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게 양천구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위헌소송의 핵심은 교육의 접근성이나 난이도를 판단해 평등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소송의 골자는 사후에 해도 될 교육을 굳이 왜 사전의무교육으로 무차별 강제했냐는 것이다. 그리고 도시계획자문위원은 당연히 전문지식과 경험이 요구되지만 주민자치위원은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필요한 직책이 아니다. 조례에도 18세 이상과 주민등록 말고는 여타 자격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동일하게 비교할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라는 것이 헌법에서 밝히는 평등권 정신이다. 주민자치위원은 도시계획위원이나 선출직 공무원과 분명히 다르다. 따라서 사전의무교육을 강제하지 않는 지자체에 속한 주민에 비해 명백히 차별이라는 결론을 지을 수 있다.

Q 이번 위헌소송 결정은 언제쯤 내려지나?
헌법재판은 법률상 180일 이내 선고해야 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올해 상반기 안에 결정 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규정은 강제가 아니어서 사안에 따라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올 해가 넘어가지는 않도록 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주민자치위원 사전의무교육 위헌소송은 지난해 12월 30일 채진원 한국주민자치중앙회 학술부회장(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과 이동호 변호사(법무법인 온다)가 각각 본인이 거주하는 관악구와 양천구의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헌법상 공무담임권 및 평등권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헌재에 제출하면서 시작되었다. 헌재는 1월 25일 재판부 심판에 회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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