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지방의회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이제는 자치입법의 시대로
지방의회 30년을 맞이하면서 전면적으로 개편돼 시행되는 「지방자치법」은 새로운 자치입법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자치분권 시대에 대비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중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립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역시 반영하고 있다.개정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지자체 기관구성 형태의 다양화 근거 마련, 주민에 대한 정보공개 의무 부여, 주민 감사청구제도 개선,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 근거 마련,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운영에 관한 근거 마련, 관할 구역경계 조정 제도, 주민의 조례에 대한 제정과 개정·폐지 청구에 관한 사항의 별도 법률 제정 근거 마련 등이다.

위와 같은 내용은 실질적 자치분권을 위해 그동안 학계와 지방자치단체 및 주민 등이 요구하거나 논의한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의회에 관한 사항도 많은 부분 개정안에 반영됐는데, 지방의회의 역량 강화 및 인사권 독립,의원의 겸직금지 조항 정비 등이 주된 내용이다. 개정된 내용에 대해 언론과 지방자치에 관심을 가지는 전문가 및 시민단체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도 효율적인 제도정착과 자치분권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자치분권 시대에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자치입법에 관한 변화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그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할 지방의회조차 인사권 독립 등의 현안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자치입법의 실질화에 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논의와 관심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개정된 자치입법 관련 사항은 자치분권의 실질화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를 담고 있으며, 개정된 제도적 기반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경우, 풀뿌리 민주주의의 본질에 적합한 자치분권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 글에서는 자치입법 강화를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 내용을 살펴본 후, 향후 자치입법을 위한 본질적인 제도적 변화에 관한 사항을 추가로 검토해보고자 한다.

조례 입법 하위 법령 제한 금지는 개헌 없는 조례의 법적 지위 확립방안이다
개정 「지방자치법」은 제28조제2항을 신설해 헌법과 법률에서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법령의 범위’에 관한 내용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입법적 근거로 마련하고 있다. 즉, 법령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은 그 법령의 하위 법령에서 그 위임의 내용과 범위를 제한하거나 직접 규정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조례의 입법적 지위를 법령과 대등한 관계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개정에 대해 형식적인 내용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조례의 법적 지위에 변화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제한적인 허용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제도의 운영적 측면을 간과한 것으로 제도적 운영과 인식 제고를 통해 조례의 입법적 지위를 최소한 행정입법인 대통령령과 동일 또는 상위의 입법형식으로 둘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이 개정 내용을 근거로 기존에 매우 소극적으로 법률에서 조례 위임의 근거로 활용한 사항을 직접 조례로 위임하는 방식이 될 경우에는 하위 법령에서 그 위임에 관한 사항을 규율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회의 법률 제·개정 단계에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보다 적극적인 요구와 요청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할 것이다. 기존의 제도 운용은 조례 직접 위임이 있음에도 중앙 행정청이 하위 법령에서 관련 내용을 제한적이고 규제적으로 해석하거나 적용하는 방안을 표준 조례 등의 방식으로 제공하거나 한정적 적용기준을 마련해 적용하도록 협의하는 방식이 가능했지만, 이 개정으로 자율적이고 자치적인 조례 입법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제정된 「중앙지방협력회의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내용에 행정청 간의 협력·참여만을 보장하는 것은 자치분권의 의회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매우 행정편의적 입법이라고 할 것이다. 중앙과 지방간의 의회협력회의 구성방안을 마련하거나, 새로운 제정 법률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아가 현행법령을 전수조사해 조례 위임사항을 재검토하고, 하위 법령에 위임된 조례입법 사항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개정법률의 입법 취지에 맞는 정책적 조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논의의 출발점은 중앙과 지방의 관계는 상하 또는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이며 동등한 기관 관계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며, 논의 파트너 역시 수평적 논의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할것이다.

빠른 “주민조례발안”제도의 실질화가 필요
「지방자치법」의 개정으로 주민조례발안 제도를 별도의 법률인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2022년 1월13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일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주민이 직접 조례의 제정과 개정 및 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해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자치입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1999년에 도입된 제도이지만 그 발안 요건이 매우 엄격하고 형식적이라는 점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반영해 그 청구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절차 등 미비점을 별도의 법률로 보장하도록 해 그 권리행사의 실질성을 확대하고자 했다.

기존의 지방의회 독점의 조례입법권을 주민이 보다 쉽게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 현안을 입법으로 주민이 직접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주민조례발안제도는 주민의 자치참여의 중요한 요소 중의하나라는 점에서 자치분권의 실질화를 위해 조례발안 이후 결정 과정에의 주민참여 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충분한 숙의와 논의가 가능한 구조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생소한 발안제도에 관한 홍보와 교육을 통해 참여 활성화 방안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치입법권 확대 위한 개헌이 절실
지방자치법의 개정으로 자치입법권의 범위와 내용이 확대되고 실질적인 자치입법의 시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역시 국회의 협조와 인식변화를 전제로 하는 점에서 근본적 변화에 한계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방의회의 지속적인 노력과 문제제기를 통해 자치입법권이 실질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자치입법권의 실질화 방안에 반영되지 못한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헌법개정을 통한 자치입법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법령의 범위’라는 한계로 인해 조례는 행정입법의 하위입법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치’입법이 아니라 ‘하위’입법으로서의 인식적 한계를 본질적으로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점을 고려해 ‘법률의 범위’로 그 내용을 변경하도록 하거나 헌법에서 별도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분권과 자치의 지위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에서 개헌논의가 있을 경우 가장 먼저 반영돼야 할 사항 중의 하나이다.

둘째, 국회와 중앙정부의 조례에 관한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즉, 조례는 지방자치단체를 규율하는 법률적 지위의 규범임을 인식하고, 행정부의 간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치입법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소한 법률과 행정입법의 중간적 지위를 인정하고 이를 체계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국회와 지방의회 간 협의체를 구성해 국회 입법과 지방의회 입법 간의 체계성 구축을 위한 노력은 물론 현행 법률에 있어서 조례의 법적 지위를 확립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방의회법」 제정을 통한 지방의회의 실질적인 법적 지위를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소속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가지지만, 국회와 같이 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독립적인 의사표시와 활동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입법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지방의회법에는 지방의회의 법적 지위에 관한 사항은 물론 독립적인 인사와 조직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을 담아야 한다. 중앙정부의 규율을 위해 국회가 「국회법」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이 지방의회는 「지방의회법」을 통해 규율돼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만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견제하고 주민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지방의회 소속의 조례입법 전문가의 확충이 필요하다. 조례입법은 법령의 하위규정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입법이 아니라 지역의 현안과 시스템을 지역 스스로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다. 이를 위해 지역 현안을 검토하고 실태를 분석하며, 주민의견을 청취해 지역에 맞는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는 것은 지역 각 분야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한 영역이며 의회 소속 조례입안 담당자 역시 조례는 물론지역 현안의 전문가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개정 법률에서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인사권 독립을 보장하고 있는 점을 활용해 보다 전문적인 지역인재를 조례입법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최근 각 지방의회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조례입법평가를 보다 내실 있게 활용하는 방안이다. 조례입법평가는 지방의회 30년 동안 제정·개정된 조례를 평가를 통해 분석하고 정리해 보다 나은 조례입법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자율적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광역지방자치단체는 광주광역시를 시작으로 8곳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기초지방자치단체는 27곳에 조례입법평가를 자치조례로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조례입법평가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형편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조례의 장단점을 적극적이고 자율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자치입법에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주민에게 보다 나은 입법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지방의회에 조례입법평가 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조례입법을 분석할 수 있는 외부의 다양한 전문가 및 전문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조례입법평가를 마련하고 있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는 보다 적극적으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는바, 조례는 법령의 하위입법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내부를 규율하는 자치규범이라는 점에서 지방의회가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제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 규범이 자치분권체계를 확립하는 기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현철 한국법제연구원 부원장
강현철 한국법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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