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외국정책사례

10년 차를 맞은 중국의 일대일로
일대일로는 시진핑 정권의 집권 이니셔티브인 중국몽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중요한 국가정책이다. 일대일로는 실크로드 경제벨트[丝绸之路经济带]와 해상 실크로드[海上丝绸之路]가 합쳐진 사업으로 가까이는 동남아시아부터 멀게는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유럽의 일부 나라까지 광범위하게 포괄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올해 10년 차를 맞이했다. 그동안 일대일로가 진행되면서 성과도 있었지만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사업을 종결하지 않고 앞으로 예상되는 저성장 시대를 대비하고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오히려 사업영역을 넓히려 한다.

워싱턴 컨센서스 vs. 베이징 컨센서스
소련이 무너진 후 세계는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시대로 돌입했다. 미국의 시대에서 세계의 작동원리는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였다. 워싱턴 컨센서스란 1989년 존 윌리엄슨(John Williamson)이 미국을 위시로 한 서구선진국의 거버넌스 방향을 정리한 것이다. 워싱턴 컨센서스의 주요 골자는 외국인 투자를 비롯한 시장개방, 투자 자유화,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변동환율 도입, 규제 완화, 민영화 등을 꼽을 수 있다.

한편, 워싱턴 컨센서스와 결을 달리하는 중국의 협력문법을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로 정리할 수 있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2004년 조슈아 쿠퍼 라모(Joshua Cooper Ramo)가 알린 용어로 그에 따르면 혁신에 의한 개발, 조화로운 발전, 내정불간섭을 특징으로 한다. 이 베이징 컨센서스는 기본적인 사유재산은 인정하지만 국가의 폭넓은 개입을 용인하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일컫는다.

일대일로는 미국이 구축한 워싱턴 컨센서스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주도인 세계은행(World Bank)이나 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일본의 영향력이 큰 아시아개발은행(Asia Development Bank)과는 별개로 중국은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을 설립하면서 베이징 컨센서스가 잘 통하는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수표외교와 부채함정외교
일대일로를 확장하는 데 있어 중국이 사용하는 전략은 크게 수표외교(Checkbook Diplomacy)와 부채함정외교(Debt Trap Diplomacy)가 있다. 우선 수표외교란 상대방 국가의 호의를 받기 위해 경제지원과 투자를 지원하는 외교방침을 말한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경제 사정이 어려운 대상국에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도로나 철도 같은 인프라 건설, 금융협력 확대, 민간교류 활성화를 통해서 협력의 깊이와 폭을 넓혔다.

일대일로 협약국 중에서 유독 아프리카 국가에는 워싱턴 컨센서스보다는 베이징 컨센서스가 더 잘 통용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인 워싱턴 컨센서스는 왜 아프리카에서 잘 통용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말 소위 IMF 금융위기를 맞이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IMF가 요구하는 금융기관의 투명성, 시장개방 확대와 같은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다. 우리나라는 뼈를 깎는 고통을 겪으며 전방위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다행히 체질이 개선돼서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워싱턴 컨센서스를 단기간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성공한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 당시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민주화돼 있었고 국민이 고통 분담을 기꺼이 했기 때문에 국가적인 체질 변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IMF가 지원했음에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세계금융위기가 왔었던 2008년, 그리스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IMF의 조건부 지원을 받았으나 제대로 재기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주의 유럽 국가인 그리스도 워싱턴 컨센서스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아프리카의 경우에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적용은 더욱 어려웠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해외의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원조와 투자를 받는 아프리카 국가 입장에서는 미국보다는 중국이 덜 불편하다고 할 수 있다. 워싱턴 컨센서스에 따른 원조는 법의 지배를 따라야 하고, 자금의 쓰임에 있어서 부패가 없어야 하고, 그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으로 대표되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작동원리는 아프리카에서 잘 통용되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에서는 지도층이 부패해 워싱턴 컨센서스를 수용하면 지배체제가 위협받을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세계국가지수(The Global State of Democracy Index)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 중 30% 이상이 중국처럼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된다.

그런데 민주주의 국가라고 해서 중국보다 덜 부패한 나라도 많지 않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중국보다 덜 부패한 민주주의 아프리카 국가는 8개국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대부분 부패 수준이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언급한 워싱턴 컨센서스의 조건 외에도 원조받는 과정의 속도도 다르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원조에 있어서 각종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실사과정을 면밀하게 진행한다. 그래서 원조를 신청하고 자금을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에 중국의 경우에는 각종 절차를 생략해 필요한 돈을 비교적 신속히 받을 수 있다.

특히 서구선진국의 경우에는 경제성이 낮은 사업은 상환받기 어렵기 때문에 원조를 자제한다. 그런데 중국은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혜국의 국내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요구하는 대로 원조를 추진했다. 이것이 가능한 근본적인 이유는 베이징 컨센서스 중 강조되는 경제질서의 자결원칙에 있다.

물론 베이징 컨센서스를 받아들이는 데는 그만한 대가가 있다. 그 대가는 부채함정외교로 나타난다. 부채함정외교의 핵심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대방 국가에 경제적인 유상 지원을 하고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 지하자원으로 돌려받는 것에 있다(혹은 기간사업의 운영권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형식의 전략을 소위 앙골라 모형(Angola model)이라고 말한다.

대개 아프리카 국가의 지하자원을 담보로 중국이 사회간접자본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아프리카 나라의 많은 경우에는 교통, 통신, 항만을 비롯한 기본적인 인프라가 부족하고 자금과 기술이 없다. 그래서 중국은 부채함정외교로 상대국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를 아프리카 정치인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패한 정치인이 투자받은 돈의 일부를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이용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베이징 컨센서스를 받아드리기도 한다. 반대로 베이징 컨센서스의 경제자결원칙이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은 원조국의 자원획득과 시장개척이 중요하지, 지원국 정부가 부패했는지의 여부는 상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드 파워에서 소프트 파워로
죠셉 나이(Joseph Nye)는 국력을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로 나누어 보았다. 여기서 하드 파워는 경제력이나 군사력 같은 물질적인 힘을 말하고, 소프트 파워는 문화나 가치 같은 비물질적인 영향력을 말한다. 현재의 일대일로는 분명히 중국의 하드 파워 강화에 도움을 준다. 우선 일대일로 사업에 동참한 국가로 향하는 중국 영역이 저개발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균형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이와 더불어 중국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모해 중국 내 유휴인력을 활용할 수 있고 생산능력 과잉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경제적 역량을 키울 뿐 아니라 군사도 아프리카에 주둔할 채비를 하고 있다. 2015년 중국은 해외에 나가 있는 중국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국가안전법을 개정하고 2017년 지부티(Djibouti)에 군대를 파견했다. 근래는 적도기니에 군기지 건설을 타진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경제력 및 군사력 확대는 반중감정이라는 결과도 낳았다. 이러한 하드 파워의 증가로 인한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소프트 파워가 필수적이다.

중국 정부도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중국문화 전파를 위해 여러 나라에 공자학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아프리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며 중국에서 유학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도 폈다. 또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중국인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세계화상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 국가에 사는 화교들에게 네트워크 구성을 도모했다.

그리고 크게는 중국의 대외행보를 화평굴기和平崛起로 칭하며 중국의 이익과 상대방의 이익이 상치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일대일로 상대국과의 마찰음이 나고 있고, 결정적으로 언어장벽 및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데는 장기간의 시간과 철저한 노력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대처
맹자는 덕으로 인을 행하는 것은 왕도王道이고 힘으로 인을 가장하는 것은 패도覇道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패도를 행하는 국가가 규모가 클 수 있지만, 덕이 없다면 타국의 진실된 마음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현재 일대일로는 진정한 왕도로 가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 일대일로를 통해서 어느 길을 선택할지 정하는 것은 중국이 되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대응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여러 아프리카 나라들처럼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고 지원받을 처지는 아니다. 그렇다고 중국을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다. 필요 이상으로 중국자본을 유치할 경우에는 부채함정에 빠질 수도 있으므로 적정한 수준에서 필수적일 때만 중국의 자본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경제 활성화를 한다는 목적으로 불리한 조건의 투자조약을 맺지는 말아야 한다.

일대일로 사업은 팍스 시니카(Pax Sinica)를 구현할 구심점 있는 사업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주의의 발현으로 개인을 억지로 참여시키는 국책사업을 벌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일대일로 같은 국가적으로 힘을 결집시킬 수 있을 만한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G7 진입 같은 것을 목표로 국가의 중점사업을 시행할 수 있겠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력 신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이 위세가 커질수록 우리나라는 그에 비례해 위협을 느끼고 있다. 국가적인 사업으로 국력을 기른다면 중국으로부터의 부당한 위력에 피해를 받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도 일대일로처럼 적극적으로 세계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해 향후 내수시장은 점점 작아질 것이다. 그리고 늘 지하자원 빈곤으로 고생해왔다. 앞으로 자원경쟁이 더 심화될 것을 고려할 때 세계 각지의 잠재력 있는 국가와 긴밀한 협력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인지도를 높인 우리나라 문화 영역과 결합한다면 더 효과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윤수 중국 산동대학교 정치행정학부 조교수
이윤수 중국 산동대학교 정치행정학부 조교수

 

저작권자 © 더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