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정책제안

부정적 느낌의 사행산업
사행산업에서 사행이란 말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정부가 해당 산업을 진흥하고자 하지만, 그 의미가 부정적이어서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사행산업에 대해 그동안의 정부 정책은 규모를 축소시키려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육성하려고도 하지 않는 현상 유지 정책을 취해왔다.

사행산업도 정부가 허가해준 합법 산업이며 합법 산업에는 정부의 육성정책이 추진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사행산업의 경우 불행히도 ‘사행’이라는 명칭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적극적인 진흥 및 육성정책이 함께하지 못하고 있는바 그 명칭을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행운산업’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행운을 측정해본다는 의미에서 이와 같이 지을 수 있으며 동 산업 업계 전반에서도 행운산업으로 불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이하 사감위법)」을 개정해야 한다. 동법의 법률명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서 「행운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으로 바꾸고 본문 조문 중 ‘사행산업’이란 용어를 ‘행운산업’으로 일괄 개정할 수 있다.

국회에서 법안 심의를 할 때 입법 선례가 있다면 개정 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용어를 변경해 안정적으로 양성화시킨 입법 선례가 있다. 바로 저축은행이다.

저축은행의 역사를 살펴보면, 부정적 인식이 강한 용어인 사채 또는 사금융을 양성화시키기 위해 1972년 「상호신용금고법」을 제정했고 2001년 「상호신용금고법」이 「상호저축은행법」으로 개정됐다. 이에따라 기존의 ‘상호신용금고’라는 이름이 ‘상호저축은행’으로 바뀌었으며 2009년부터 상호 단축이 허용되면서 ‘저축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부정적 의미였던 사채 또는 사금융 대신 저축은행이라는 용어로 변경하면서 저축은행은 2금융으로 안착할 수 있게 됐다.

사행산업은 사행이란 용어의 부정적인 의미로 인해 그 남용 및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규제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 사행산업과 관련된 규제 중 대표적인 규제가 바로 사행산업 매출총량제이다. 이 규제는 「사감위법」 제5조(위원회의 기능)제1항제2호 ‘매출액 규모 등에 관한 총량의 적용 또는 조정’ 조항에 근거하고 있다. 동 규제의 설립목적은 사행산업의 과도한 확산을 방지하고 사행산업의 규모를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사감위는 사감위법에 따라 매년 매출 총량을 설정하고 있다. 매출 총량은 사행산업 순매출액 규모를 국내 총생산(GDP) 대비 목표 비율로 설정하고 있다. 전년도 매출액, 도박중독유병률, 사행산업 사업자의 건전화 평가 결과 등을 고려해 사행산업 7개 업종[카지노(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강원랜드),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소싸움 경기]에 배분하고 있다. 2009년부터 실시돼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사행산업 전체의 매출액을 경제 규모의 일정 수준 내로 한정하고자 하는 규제로 외국에서 예를 찾기 힘든 독특한 규제이다.

사례를 찾기 힘든 비경제적 규제
사행산업이라는 부정적인 의미의 명칭 사용과 사행산업 매출총량제 규제로 인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장경제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개별 산업 전체 총량을 제한하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힘들며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득보다는 실이 많게 된다. 미국의 경우 과거 금주법을 시행한 적이 있다. 금주법은 술로 인한 폐단을 막기 위한 취지였으나 마피아 등 지하경제 창궐로 대표되는 폐해가 많아서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폐지됐다. 술과 담배도 사람 몸에 나쁘나 이들 제품의 산업에는 거시적인 총량 규제가 없다. 술과 담배는 사람이 많이 섭취하게 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음주로 인한 사망은 연간 약 2만 2천 명, 흡연으로 인한 사망은 약 6만 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행산업을 많이 한다고 해도 죽지는 않는다. 재산을 탕진할 뿐이다. 술과 담배는 남용할 경우 사행산업보다 더 위험성이 있다. 그럼에도 이들 산업에는 총량을 규제하지 않는다.

사행산업이 실제로 남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경륜·경정 온라인 사업이 시행된 2021년 8월 6일 이후 사감위는 남용 우려가 있지 않을까 염려해 일주일 단위로 점검해 보았으나 실제 1인의 하루 사용 금액은 8천 원 정도로 나와 국민의 건전한 여가 및 레저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동 위원회는 실명제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스포츠토토는 5천 원 미만의 소액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건전한 스포츠레저문화로 정착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20년 5월, K리그 1경기를 대상으로 하는 축구토토 5회차 평균 1인당 참여금액은 4천926원이었다. 야구토토도 마찬가지로 KBO리그 대상, 4천128원이었다(<동아일보>, 2020. 5. 26.).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세계복권협회 건전성 평가에서 10년 연속 최고등급을 받았다.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사업은 2013년 국내 최초 4단계 인증을 획득했다. 그리고 2021년 1월 평가에서 또 최고 등급을 받아 국내에서 유일하게 10년 연속(2013년 9월~2024년 1월) 최고등급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세계복권협회는 10가지 요소(연구개발, 직원 교육, 판매점 대상 프로그램, 판매채널 관리, 광고 및 마케팅 등)를 기반으로 회원사를 심사, 약 3년마다 등급을 수여한다.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은 저위험 상품 운영, 구매한도·매출총량 준수 등 엄격한 규제, 셀프 구매 한도 설정 등 이용자 보호 정책, 투표권 광고자율심의위원회 운영, 온라인 발매통제 시스템 고도화, 임직원·판매점·직원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등 활동 전반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국민체육진흥공단, 2021. 1. 20.).

복권의 경우도 1회 구입 금액(로또 기준)은 “5천 원 이하”(54.6%)가 가장 많았고, “5천 원 초과 1만 원 이하”(38.3%), “1만 원 초과”(7.1%) 순으로 1만 원 이하 소액구매가 전체의 92.9% 차지했다(기획재정부, 2018. 1. 15.).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는 코로나-19 전인 2019년 내방객이 289만 명이었으나 과다이용객(연간 100일 이상)은 1천630명(VIP 포함)으로 전체 이용객의 0.29%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부분 입장객(연간 12일 이하)은 전체 이용객의 90.5%로 소액으로 카지노를 즐기는 이들이라고 한다(강원랜드, 2022. 5. 2.).

매출총량제로 미시적 차원 문제 다루는 것 부적절
둘째, 매출총량제는 국민의 사행산업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이나 개인이 이를 남용하는 것은 미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개별산업의 총량을 규제하는 거시적인 방법으로는 이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 총량을 규제한다고 해도 개인의 남용을 막을 수는 없다. 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들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의 일일 구매 한도 등을 규제하는 미시적인 방법이 효과가 있다. 개인의 남용이라는 미시적인 문제는 일일 기준 오프라인 10만 원, 온라인 5만 원으로 설정하고 있는 일일 구매한도제와 전자 구매 카드로 대표되는 실명제의 준수 등 미시적인 대책을 제대로 집행할 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시적인 대책들을 개별사업자들이 준수하고 있는지 규제당국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효과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사업자들의 서버를 규제당국이 실시간으로 연결해 개별 고객들에 대한 미시적인 규제를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감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개별 국민의 사행산업 남용은 개개인이 남용하는 미시적인 문제이므로 개인에 대해 규제의 기준을 정하는 미시적인 해결책이 효과를 보게 된다. 총량을 규제하는 거시정책으로는 특정 개인이 남용하는 미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그런데 사행산업의 남용을 막으려는 취지의 사감위법에는 거시정책인 매출총량제는 규정돼 있으나 개인별 일일 구매한도액 등 미시적인 규제는 법률뿐만 아니라 시행령에도 규정되지 못하고 있다. 개개인의 과몰입 및 남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효과가 없는 거시정책인 매출총량제는 삭제하고 개인별 일일 구매한도액, 전자 거래 카드 등 실명제 방안이라는 미시적인 규제를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

개별 사업자의 서버를 실시간으로 규제당국이 감독할 수 있게 된다면 고객은 신분이 노출되지 않을까 염려해 이용객이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규제 당국의 실시간 서버 감독은 개별 사업자가 미시대책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 이용고객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감위법」 제23조(비밀누설의 금지) “현재 위원회의 위원, 전문위원 또는 직원이거나 과거에 위원, 전문위원 또는 직원의 직에 있었던 자 및 위원회에 파견되거나 위원회의 위촉에 따라 위원회의 업무를 수행하거나 수행했던 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타인에게 누설하거나 직무상 목적 외에 이를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와 제25조(벌칙) “제23조의 규정을 위반해 업무처리 중에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 있어서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해외로 원정도박을 떠나는 문제도 발생해
셋째, 국내 합법 산업을 육성하지 않고 이를 규제하게 되면, 해외에 원정을 떠나 도박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사감위 정책연구용역보고서(2017)에 따르면, 해외 원정도박으로 빠져나가는 국부가 대략 5조 원, 이에 따른 국가 및 지방재정 손실액이 약 2조 원이라고 한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2017년 현재 국외 원정도박의 규모를 파악한 결과, 마카오와 필리핀의 총 국외 원정도박 규모는 3조 9천244억 원으로 파악됐다. 이를 전 세계 원정도박 규모로 환산하면 총 4조 9천70억 원으로 파악됐다. 국외 원정도박의 규모 추정값에 기초해 국가 재정수입 손실액을 추산한 결과 전체 국외 원정도박 규모의 38.6%(폐광지역 개발기금, 관광진흥개발기금, 국세 및 지방세)인 1조 8천941억 원의 국가 재정수입 손실액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약 5조 원 규모인 국외 원정도박 규모는 향후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경쟁적인 카지노 사업 진출 및 확장 정책으로 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적극적으로 국외 원정도박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양지에서 음지로 숨어들고 있어
넷째, 합법 시장을 적극적으로 육성하지 않는 정책으로 인해 불법 시장이 커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불법도박 시장을 단속하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기본 책무이나, 합법 사행산업을 국가가 허가해 준 경우 이들이 산업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 불법도박 시장을 국가가 제대로 단속해줄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행 「사감위법」 제5조(위원회의 기능)제1항제3호는 “과도한 사행심 유발 방지를 위해 사행산업 사업자에 대한 현장 실태 확인과 지도·감독에 관한 사항”, 제4호 “불법사행산업의 감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어 합법 산업에 대해서는 현장 실태 확인과 지도 및 감독을 할 수 있으나 불법 산업에 대해서는 감시 규정만 있을 뿐 앞의 제3호와 같은 현장 단속 업무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불법도박 시장은 급증하고 있다. 2019년 사감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도박 규모는 82조 원으로 합법 사행산업 22조 4천억 원의 약 3.6배 수준이다. 2016년 70조 9천억 원 대비 15%가 증가한 것이다.

국내 불법도박 규모 82조 원으로 인한 국가 및 지방재정 손실액은 약 32조 원이 될 것이다. 이는 국외 원정도박의 규모 추정값에 기초해 국가 재정수입 손실액을 추산한 결과 전체 국외 원정도박 규모의 38.6%로 산정한 것을 적용한 것이다.

2022년 3월 현재,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홀덤바 및 카지노바(카지노 콘셉트의 카드게임을 할 수 있는 성인용 단란주점식 보드 카페로, 다만 트럼프 놀이라는 특성상 많은 논란을 빚고 있다. 주로 하는 종목에 따라 홀덤바, 바카라바로 불리기도 함)가 성행해 그곳에서 실질적인 카지노게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돈의 송금과 입금은 코인을 이용하거나 별도 다른 장소에서 교환해 주고 있으며 멤버십을 이용한 고객 모집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나 감독기관이 명확하지 않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카지노의 휴업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카지노 종사자들이 많이 아르바이트하고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도박중독에 노출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곳을 법을 개정해 사감위가 단속과 감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2010년 온라인 스포츠베팅 도입 후 60%(2007년~2009년)에 달하던 불법시장이 25%(2010년~2012년)로 줄어드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국제적 경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 필요해
다섯째, 이러한 현상 유지 정책은 시장경제의 장점, 즉 경제 주체들은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효율적인 생산을 추구하며, 이는 기술과 경영지식 발전의 토대가 된다는 점과 기술과 경영의 발전은 생산성의 증대에 큰 역할을 하고, 국민소득의 양적인 팽창에 기여할 기회를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최성락과 박준휘(「사행산업 매출총량제가 사행산업 구조에 미친 영향 분석」, 2018)에 따르면, 사행산업 매출총량제 실시 이후 사행산업 구조 변화를 살펴본 결과, 첫째, 사행산업 매출총량제 도입 이후에는 사행산업 매출 변화량이 감소했고, 매출 증가율이 GDP 증가율과 거의 유사하게 변화했다.

둘째, 사행산업 매출총량제 도입 이전에는 사행산업의 독점도가 크게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사행산업 매출총량제가 도입되면서 사행산업의 독점도가 안정됐다. 즉, 사행산업의 경쟁 구도가 고착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사행산업 종목별로도 매출액 변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안정적인 추세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사행산업 매출총량제는 사행산업의 구조를 고착화하고 변화가 적은 정체 시장으로 변화시켰다. 사행산업 매출총량제는 사행산업 간 경쟁을 막으며, 성장도 쇠퇴도 없는 고정적 산업 구조를 만드는 효과를 가진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IOC는 스포츠베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고, 미국은 대법원판결을 통해 스포츠베팅을 합법화했으며, 우리나라를 둘러싼 러시아 연해주, 일본, 싱가폴 등 각국은 관광업 진흥을 위해 대형 카지노 복합리조트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마카오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지난 20년간 허가해줬던 카지노사업권을 만료시키려 하고 있는 등 행운산업을 둘러싼 국외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현상 유지 정책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현실을 옥죄고 있는 사행산업이라는 명칭의 적절성과 매출총량제의 실효성 문제에 대해 재검토할 시점이 됐다.

천우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
천우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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