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외국정책사례

청소년·청년을 위한 참정권 확대
2022년 대한민국은 두 번의 큰 선거를 치렀다. 3월에 중앙정부, 6월에는 지방정부를 새롭게 구성하는 시기를 맞이했다. 선거에서 다뤄지는 정치적·사회적 이슈와 아젠다는 앞으로 4~5년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방향키가 된다. 그렇다면 이번 두 선거의 이슈와 아젠다는 무엇이었나? 그 가운데 청년세대, 이른바 ‘MZ 세대’에 대한 사회적 주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제도권 정치인들은 이 세대의 특성과 사회적 요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각각 정당마다 ‘젊은 정치인’을 영입하거나 선거 후보로 내세워 청년들의 사회적 요구에 대한 반응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이것은 하향된 선거연령과도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는 2019년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이 통과돼 만 18세부터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총선에서는 당시 만 18세를 맞이한 청소년은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또한 2021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총선과 지방선거 피선거권 연령이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하향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돼 이제 만 18세부터 선거 후보로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또한, 2022년 1월 11일 「정당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당 가입연령이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낮아졌다.

이와 같은 변화는 청소년과 청년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피선거권을 행사해 현실정치 속으로 진입한다면 해당 세대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할 것이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청소년 및 청년들을 정치인으로 키워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독일 청년세대의 현실정치 참여도
작년, 독일에서도 큰 선거가 실시됐다.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이 16년의 임기를 마치고 2021년 9월 제20대 연방선거(Bundeswahl)에서 사민당(SPD)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올라프 숄츠(Olaf Scholz)가 연방총리(Bundeskanzler)로 선출됐다. 사민당은 녹색당, 자민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해 연방내각을 이끌고 있다.

연방의회는 선거 결과 각각 사민당(SPD) 206석, 기민당(CDU) 152석, 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 118석, 자민당(FDP) 92석, 독일을 위한 대안(AfD) 80석, 기사당(CSU) 45석, 좌파당(Die Linke) 39석, 무소속 4석을 차지해 총 736석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40대 미만 의원은 186명으로 25.27%를 차지했다(독일연방의회 2021, https://www.bundestag.de/).

연령별 인원은 35세~39세 78명(10.6%), 30세~34세 62명(8.4%), 25세~29세 41명(5.6%), 18세~24세 5명(0.7%)이다. 정당별 40세 미만 의원은 사민당 65명(31.6%, 206명 중), 기민당/기사당 28명(14.2%, 197명 중), 녹색당 49명(41.5%, 118명 중), 자민당 23명(25.0%, 92명 중), 독일을 위한 대안 13명(16.3%, 80명 중), 좌파당 4명(10.3%, 39명 중) 이다. 이처럼 독일연방의회에서 40대 미만 의원은 4명 중 1명, 각 정당에도 많게는 10명 중 4명, 적게는 1명을 차지한다. 이는 독일 정당 내 청년세대가 활발한 활동과 적극적인 정치 참여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독일 정당 청년조직 성장의 역사
정당 내 청소년과 청년의 활발한 정치 참여 및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독일의 선거권(aktives Wahlrecht, 1972년)과 피선거권(passives Wahlrecht, 1976년)은 이미 50여 년 전에 만 18세로 정해졌다. 이런 결과는 정당과 청년조직들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내며 얻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정당 중 하나인 사회민주당(SPD) “청년사민주의자(유소스 / JUSOS : Jungsozialisten ind der SPD)”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청년조직이다. 이 조직은(이하 JUSOS) 1914년 뮌헨 출신인 펠릭스 페헨바흐(Felix Fechenbach : 후에 Kurt Eisner의 비서)가 “뮌헨 사회민주주의 협회(Sozialdemokratischer Verein München)”에 “청년부서(Jugend-Sektion)”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페헨바흐는 처음으로 “젊은 사회주의자(Jungsozialist)”라는 용어 사용하면서 JUSOS의 초석을 세웠고, ‘정신적정치적으로 강한 독자적 삶(ein starkes geistiges und politisches Eigenleben)’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SPD 당내 청년조직은 제1차 세계대전 시기 당이 독립사회민주당(USPD)과 다수파사회민주당(MSPD)으로 분열과 함께 나뉘었다.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에 청년부서의 주요 임무는 젊은 노동자들의 교육을 담당했고, 정치적 문제보다는 주로 자연, 예술, 문화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다.

1921년 제1차 제국회의에서 젊은 사회주의자들과 당 사이의 관계에 대해 토론이 이뤄졌고, 대다수의 젊은 사회주의자들은 당내에서 독립적인 조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원했다. 1922년에는 MSPD가 USPD의 일부와 병합된 후, 청년조직도 병합됐다.

그러나 젊은 사회주의자들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결국 1931년 라이프치히 당대회는 청년조직을 해산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1933~1945년) SPD 활동이 금지됐다가 그 이후에 청년대표의 조직은 다시 형성됐다. 1946년 하노버에서 열린 당대회에서 18세에서 35세 사이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젊은 노동자조직이 지역협회에 도입됐다.

이후 1969년 뮌헨에서 개최된 연방의회에서 JUSOS는 민주적 사회주의, 페미니즘, 국제주의라는 대의를 표방했다. 이러한 대의를 이어 오늘날 JUSOS는 ‘민주적 사회주의(Demokratischer Sozialismus)’, ‘여성주의(Feminismus)’, ‘국제주의(Internaltionalismus)’, ‘반파시즘(Antifaschismus)’ 4가지 기본원칙 아래에 주거, 교육, 노동, 경제, 이민, 다양성, 디지털화, 복지국가, 환경, 건강등 다양한 분야의 의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JUSOS는 당의 흥망성쇠와 국가와 세계의 역사적 파도를 함께 겪어왔다. 이들은 현재 전국 16개 주 협회, 6개 지부, 350개 이상 지역그룹, 80개 이상 대학생그룹, 7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한 명실상부한 독일의 대표적인 정당 청년조직이다. 특히, 16개 모든 연방주에 학생 및 직업수련생을 위한 주조정위원회가 있어 정기회의 개최, 교육세미나 제공, 주정책 수립 지원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 내에도 “독일청년연합(Junge Union Deutschlands: JU)”이라는 청년조직이 있다. 이 연합은 1947년 설립돼 현재 16개 연방주에 협회를 두고 약 10만 명의 청년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독일청년연합은 모 정당의 예비조직으로서 청년들에게 정당의 정치적 목표를 전달하고 청년세대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활동한다. 이들도 역시 다양한 정책 의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교육 및 연구, 디지털 및 네트워크 정치, 재정·경제·산업, 국내 정치 및 법제, 가족 및 사회통합, 예술·문화·미디어, 농경제·농촌, 기후·환경·에너지, 국제관계·국방, 연금·노동·건강 등 폭넓은 분야가 해당된다.

2021년 연방선거 후 사민당과 다시 연정하게 된 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에는 현재 16개 주에 협회를 두고 1만 6천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녹색 청년(Grüne Jugend)”이라는 조직이 있다. 이들은 1980년대 이미 학교 내 학생 정치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1981년 “녹색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창립했다.

초창기 독립적인 협회로 활동했으나 수년간의 토론 끝에 하나의 협회로 구성되면서, 1994년 녹색당 내 조직으로 전환돼 설립됐다. 이 청년조직은 석탄의 급속한 단계적 철폐, 에너지 전환, 마약의 비범죄화 및 합법화, 인종 및 성차별에 반대하는 평등권 요구, 반핵정책, 정보사회의 시민권, 급여 및 실업수당 인상, 자동차 없는 도심 등 청년, 교육, 민주주의, 반파시즘, 기후·환경, 페미니즘, 성적 다양성, 사회복지, 경제 분야에서 당내 정책보다 더 급진적인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청년 정치인 양성을 위한 우리나라 정당의 역할
이 같은 독일 정당 청년조직의 활동을 바탕으로 한 청년들의 현실정치, 특히 의회 진출 현황을 비교하면 우리나라 청년세대의 그것은 매우 초라해 보인다. 제21대 대한민국 국회 40대 미만 의원 수는 전체 295명 중 11명(3.72%) 뿐이다(열린국회정보 2022, https://open.assembly.go.kr/). 독일연방의회와 비교할 때, 그 비율이 1/7에 그치고 있다. 11명 중 정당별 의원 수는 더불어민주당 6명(3.48%, 172명 중), 국민의힘 2명(1.88%, 106명 중), 정의당 2명(33.3%, 6명 중), 기본소득당 1명(100%, 1명 중)이다. 이 중 30대 미만은 단 1명(정의당)뿐이다.

실제로 현재 정당들이 내세우는 ‘젊은이’, ‘청년’은 아무리 젊다 하더라도 대부분 40대 후반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설사 그 이하 연령대의 정치인이라 해도 정치나 정당과 관련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상태인 경우가 많아 당 안팎으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현실정치의 문제점은 각 연령대를 실제로 대변할 수 있는 해당 세대 정치인의 부족과 그런 정치인들을 일찍부터 양성하는 정치교육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당 내에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당”, 국민의힘 “청년의힘”, 정의당 “청년정의당”, 시대전환 “18+위원회”, 녹색당 “청년녹색당”, 민생당 “청년위원회”와 같이 청년조직이 존재한다. 이 조직들이 정당 내에서 훈련받고 성장해 우리나라 청소년청년들의 관심과 이익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직접 정책을 디자인하고 실현해나가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정당들은 선거철에만 ‘청년’을 내세우는 행태를 버리고, 정당의 철학과 정체성을 구현할 ‘정당인’, ‘정치인’을 당 차원에서 꾸준하게 체계적으로 교육해 선거 후보까지 배출하는 정치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 본 글은 필자의 2022년 2월 21일 <프레시안>의 “선거철에만 청년 찾는 한국 정당, 독일에 가 보았다” 칼럼의 내용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임을 밝힌다.

 

송영신 함께살기 연구소 공동소장
송영신 함께살기 연구소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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