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자치경찰 시행 1년 과제와 발전 방향

한국형 자치경찰 운영 현황
‘자치경찰’이란 화두는 대한민국에서 꽤 해묵은 주제이다. 해방 후 미군정 시기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근대 경찰제도 태동부터 중앙집권적인 국가경찰제도를 운영해 온 우리나라에서 자치경찰제란 먼 나라의 이야기로 들렸다. 남북분단이라는 핑계와 경찰의 정치 도구화는 늘 자치경찰제 논의의 불씨를 사그라지게 했다. 그러던 중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되고 민주화가 가속화되면서 자치경찰제도 도입 논의가 정치권에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본격적으로 자치경찰제도가 논의되기 시작된 것은 1997년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대선공약에 포함되면서부터이다. 이후, 참여정부에서는 기초 단위에서 실시하는 자치경찰법안을 마련했고,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에 한정해 우선해서 실시됐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기초 단위자치경찰제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논의는 지속됐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던 중 박근혜 정부 말미의 촛불혁명은 자치경찰제의 불씨를 재점화했다.

자치경찰제 도입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 사항이었고, 취임 후 광역 단위 자치경찰제가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의 자치경찰제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2019년 2월 14일 당정청협의회에서 자치경찰 입법화에 대한 주요 내용과 추진일정 등을 합의했으며, 20대 국회에서 자치경찰법안이 발의됐으나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2019년 3월 11일 홍익표 의원 대표발의안).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당·정·청은 2020년 7월 30일 권력기관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기존 이원화 모델에서 일원화 모델로 변경된 자치경찰모델을 제시했다. 새로운 시행안은 별도의 자치경찰 조직이 신설되는 이원화 모델과 달리 조직을 일원화하는 모델이다(2020년 8월 4일 김영배의원 대표발의안).

경찰은 현재와 같이 국가경찰공무원으로 전국 시·도경찰청, 경찰서, 지구대·파출소에 소속돼 일하며 국가경찰사무, 자치경찰 사무, 수사경찰 사무 등 3개 분야의 업무를 나눠서 맡게 되는 형태이다. 국가경찰 중심으로 국가경찰사무는 경찰청장, 수사사무는 국가수사본부장, 자치경찰사무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하는 체제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찰법·경찰공무원법’ 전부개정안은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됐고, 6월 30일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7월 1일부터 전국에서 전면 시행됐다. 한편, 노무현정부에서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고 있던 제주에서는 자치경찰사무 집행기관으로서 제주경찰청과 자치경찰단이 이원화된 구조로 운영되고, 제주 자치경찰위원회에서 양쪽 모두 지휘·감독하는 형태이다. 이렇게 출범한 한국형 자치경찰제가 어느덧 시행 1주년을 맞고 있다.

현행 자치경찰제의 문제점
‘신박한’ 한국형 자치경찰제에 대해서는 시행안 발표 때 부터 비판이 이어졌다. ‘무늬만 자치경찰’, ‘페이퍼 컴퍼니’,‘유명무실’, ‘허수아비’ 등 자극적 표현을 서슴지 않고 경찰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구조적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현행 자치경찰제는 “자치경찰사무는 있지만, 자치경찰 공무원은 없다.” 법령상 자치경찰사무로 주민 생활안전, 지역 교통, 지역 경비, 소년범죄·가정폭력·아동학대·교통사고 및 교통 관련 범죄 등 일부 수사 업무가 자치경찰사무로 분류된다. 자치경찰 사무에 대해서는 시·도시자 소속의 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을 하며, 사무 집행은 국가경찰공무원이 담당한다. 국가경찰이 조직적으로 분리되거나 인력이 이관된 것이 아니라 하는 일을 중심으로 지휘·감독권이 달라지는 구조이다.

자치경찰사무 담당 경찰관이 100% 자치경찰사무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경찰사무를 함께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몸이 하나지만 하는 일이 두 가지로 구분되고 사무에 따라 지휘체계가 달라지는 기이한 일도 발생한다. 근본적으로 자치경찰사무 수행 국가경찰공무원들의 정체성이 불명확해지고, 제도는 달라졌지만, 사무의 내용과 수행방식은 달라지지 않은 ‘페이퍼 컴퍼니’라는 지적을 받는다.

다음으로, 시·도지사 소속의 자치경찰위원회는 실질적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경찰법, 경찰공무원법 및 시행령에서 이론적으로는 자치경찰위원회에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돈도, 조직도 없이 운영되는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직도 없다시피 하고, 주민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도 없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자치경찰 ‘사무’는 있으나 ‘공무원’이 없어
신박하지만, 비현실적인 현행 제도로는
자치경찰 목표 실현에 한계 드러내고 있어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점은 제도 시행 때부터 예견된 것이다. ‘신박하지만, 비현실적인’ 현행 자치경찰제도는 주민밀착형 경찰상 정립, 주민 맞춤형 치안서비스 제공, 치안-지방행정의 연계 등 자치경찰제 도입의 목표를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일원화 자치경찰 모델은 새로운 형태의 국가경찰 모델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옳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이후 지속적인 지방분권이 추진됐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와 공동으로 ‘주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갖는다. 이것이 우리 헌법과 지방자치법, 경찰법, 지방분권법의 입법 취지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그동안 꾸준히 논의됐던 ‘자치경찰 이원화’를 도입하는 것이 그 해결책이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조직적으로 이원화하고, 현재는 자치경찰위원회의 감독권에서 제외돼 있는 지구대·파출소를 자치경찰로 이관해야 한다. 조직·인력의 이관은 자치경찰위원회의 실질적 권한 행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예산 편성과 집행에 대한 자치단체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중앙정부의 통제권을 축소함으로써 국가 중심의 획일적 사고를 탈피해야 한다. 자치경찰제도는 자율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지역맞춤형’ 제도로 거듭나야 한다.

‘지역맞춤형 자치경찰’ 추진 방향
자치경찰사무는 시·도별, 권역별, 시·군·구별 사무의 양과 질에서 차이가 있다. 획일적인 기준에 따라 조직과 인력을 분배하고 운용한다면, 지역 치안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지방-치안행정의 연계와 융합을 통한 지역안전 종합행정서비스제공이라는 측면에서도 관련 기관의 통합적 대응과 행정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획일화된 조직·인력 구조는 유연성을 갖기 어렵다. 이로 인해 지역 문제해결을 위한자원과 참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치안행정의 특성상 경찰조직의 경우 기본 사무와 공통사무가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광역자치단체는 권역별,시·군·구별 자연환경, 사회·경제적 환경, 인구 구조 등이 다양하다. 이런 다양성은 치안 수요의 차이를 가져오게 되고, 자치경찰 치안서비스는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제공돼야 한다. 외국 자치경찰 운영 사례와 우리나라 자치단체분석 결과 자치경찰 운영 모델을 6가지로 도출할 수 있다. 6가지 특화모델은 완전히 상이한 구조로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치안 수요에 따른 주요 사무의 내용에 따라 조직 편성을 달리하는 방식이다(<표 1> 참고).

현행 자치경찰제는 광역자치단체를 기준으로 시행되고 있고, 소위 일원화 모델을 적용해 조직과 인력은 기존 국가경찰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시·도지사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관인 자치경찰위원회를 통해 사무적으로 지휘·감독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위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치경찰 특화모델을 해당 자치단체나 권역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이원화해 자치경찰위원회에 조직과 인력 편성, 예산 배분에 대한 권한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찰서, 지구대·파출소의 조직과 인력을 지역맞춤형 치안서비스 제공에 적합하도록 편성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시·도자치경찰의 사무수행 방식 및 절차, 내용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지방-치안행정의 연계 및 융합을 통해 행정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원화를 통해 자율성을 보장해야
지역맞춤형 치안서비스 제공에
더 걸맞은 자치경찰 될 수 있어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일이 국가경찰만의 사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다. 그것은 국가경찰의 사무가 아니고 국가의 책무이자 국가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정부의 일이면서 모든 공공기관의 업무와 관련된 것이다. 공공의 안녕과 사회질서를 확보·유지하는 국가의 임무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구성되는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 관련된 조직 모두의 의무이며 책임이다.

치안행정에 있어서의 지방분권을 추진해 지방자치단체가 자치경찰사무에 대해 권한과 책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자치경찰제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기대하는 ‘지역맞춤형 자치경찰’은 지방분권을 통한 자치경찰의 이원화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김영식 서원대학교 경찰학부 부교수
김영식 서원대학교 경찰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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