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자치경찰 시행 1년 과제와 발전 방향

자치경찰 논의는 ‘지방자치’의 관점과 ‘경찰’의 관점이 적절히 조화돼야
자치경찰은 이를 순수한 지방자치제도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분권성과 자치성이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김대중정부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이 논의된 자치경찰제도는 그 논의과정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로 함축될 수 있는 자치성의 관점보다는 중앙과 지방 간의 수직적 권력분립의 관점인 분권성에 치중해 바라보다 보니 자치경찰 도입이 동력을 얻지 못하고 실패하는 일들이 있었다. 즉, 자치경찰 도입으로 인한 지역 특성에 적합한 경찰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분권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연히 풀뿌리 민주적 자치성의 측면이라 할 것인데 그와 관련된 논의는 후순위가 되다 보니 자치경찰제도는 국민 입장에서도 지방자치제도의 도입에 있어서와는 달리 크게 공감할 정치적 사안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자치경찰은 일반적인 지방자치제도와 달리 반드시 ‘경찰’의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주민의 생명·신체의 효율적 보호라는 경찰 본연의 기능이 제한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면 그 도입에 찬성할 국민(주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물론, 분권성과 자치성이 적절하게 반영된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도가 도입된다면 치안 불안 요소, 위험 요소에 대한 주민의 요구가 경찰활동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신체 보호라는 경찰활동의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경찰활동은 경찰이 단독으로 행할 때보다 주민과의 협력 속에서 행해질 때 그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자치경찰의 도입은 긍정적인 측면이 상당히 크다.

그러나 경찰활동의 대상이 되는 범죄는 특정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지역에 걸쳐, 심지어 국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국가가 아닌 광역 또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관장하는 방식의 자치경찰제 도입은 생명·신체의 보호라는 경찰 목적에 상당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처럼 자치경찰 업무는 복잡한 함수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치경찰의 도입 단위를 광역지방자치단체로 할것인가, 기초지방자치단체로 할 것인가의 문제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처럼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자치경찰제도를 폐지하고 경찰활동에 있어서 주민참여가 강조되는 국가경찰로 환원하는 경우도 있게 되는 것이다.

아직은 주민과 거리가 먼 자치경찰
2021년 도입된 자치경찰제도는 국가경찰 지붕 아래 자치경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현행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역의 자치경찰사무를 관리하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자치경찰 예산 수립 권한을 부여하는 등 분권적 요구에 적절하게 부응했다고 평가할 여지가 크다. 또한,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을 지역의 다양한 요소에 의해 추천하게 함으로써 과거의 국가경찰체제에 비하면 경찰활동의 자치성과 민주성을 상당한 정도로 담보하고 있다.

특히, 시·도자치경찰위원 7명 중 국가경찰위원회 추천 1명을 제외하고는 시·도지사가 1명, 시도교육감이 1명, 시·도의회가 2명, 위원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게 하고, 위원추천위원회는 시·도별 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체 1명,시·도별 시장, 군수, 자치구 구청장 전부가 참가하는 지역협의체가 추천하는 1명, 재직 중인 경찰공무원이 아닌 사람 중에서 경찰청장이 추천하는 1명, 지방법원장이 추천하는 1명, 시도 본청 소속 기획 담당 실장으로 구성하게 함으로써 주민 대표성을 가지는 지역의 다양한 주체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렇게 구성된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주민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즉, 예를 들어 인구 천만 명의 서울이나 경기도에 시·도자치경찰위원이 단 7명이기 때문에 사실 주민의 입장에서는 일반 광역자치단체장과 같은 정도의 거리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주민 대표성이 강조된 영국의 삼원체제에서의 지역경찰위원회도 17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숫자가 영국에 비해 적기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하위 논의 테이블, 그리고 현존하는 지방자치제도 및 시스템들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결국 이러한 지역의 논의 테이블, 지방자치의 제도 및 시스템을 통해 지역 주민이 경찰과 공동으로 치안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서 단위로 존재하는 생활안전협의회, 경찰발전협의회, 집회시위자문위원회 외에도 주민의 자발적 조직인 자율방범대, 모범운전자회, 녹색어머니회, 새마을 부녀회,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주민자치위원회등의 논의 테이블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폭력과 관련해서도 시·군·구 학교폭력대책 지역협의회 등의 테이블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논의 테이블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역 치안계획을 수립하거나 이에 따라 계획의 실천 여부를 평가, 환류할 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경찰법에는 언급한 녹색어머니회 등 지역 주민의 의견이 지역 치안계획의 수립 및 평가에 어떤 절차와 과정을 통해 반영될지, 그 의견은 어느 정도의 법적인 또는 정책적인 구속력을 가질지는 법률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부분은 얼마든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자율적으로 정해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다양한 주민참여 방안 모색해야
현재 조례 발의 권한은 시·도지사 및 시·도의회 의원(10인 이상)이 가지도록 하고 있지만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역치안계획의 수립, 평가권자라는 점에서 자치경찰사무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주민의 요구를 반영해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시·도지사에게 조례 발의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주민의 참여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때 이와 같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조례 발의 요청을 수락할지는 시·도지사가 결정하게 될 것이므로 자치경찰제도에 있어서의 분권적 측면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경찰서장이 지구대장, 파출소장을 보직하는 경우에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의견을 사전에 듣도록 돼 있는 법률규정(경찰공무원임용령 제4조)에 근거해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언급한 자율방범대, 녹색어머니회 등이 참여하는 지구대장, 파출소장 보직임용 공모대회(Contest)를 행할수도 있을 것이다.

현행 경찰법은 시·도의회가 자치경찰사무 예산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의결로써 자치경찰사무에 대해 시·도자치경찰위원장의 출석 및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5조제3항). 시·도자치경찰위원회도 지방자치단체의 소속 기관이기 때문에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도 관련법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근거해 행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경찰활동이 이뤄지는 경찰관서의 장에 대해서는 행정사무감사에 관한 직접적인 근거 규정은 없다. 경찰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도 이뤄지고 있는 만큼 지역경찰관서에 대한 시·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의 도입도 고려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지역의 세세한 경찰업무가 지역의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현재 단계에서는 지방의회 행정감사 시 시·도경찰청의 자치경찰차장(서울)/자치경찰부장(서울 이외 시·도경찰청) 및 (자치경찰사무와 관련해) 경찰서장을 지방의회의 의결로써 의회에 출석을 요구하도록 하고 답변하도록 하는 의무를 법률 규정으로 도입하는 정도는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주취자 및 정신질환자 보호업무 등의 처리에 있어 경찰은 주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방지의 관점에서 물리적제압 등 일차적인 조치에만 관심을 가지고, 지방자치단체는 많은 경우 경찰의 일차적인 조치 상황을 알지 못한 채보호 및 치료에만 관심을 가지다 보니 동일인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할 일련의 연계 서비스가 제대로 행해지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이 일반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가 문제되는 부분에서도 시민의 목소리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언급한 주민이 참여하는 논의테이블의 논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 관련된 연계, 협력절차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통해 충분히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경찰 본연의 가치를 지키는 선에서 주민과 함께 나가야
2021년 1월 경찰법 개정으로 같은 해 7월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전국적 자치경찰제도는 여러 가지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치경찰’에서 ‘(지방)자치’가 강조하는 분권성(수직적 권력분립), 자치성(풀뿌리 민주주의)의 요소와 ‘경찰’이 강조하는 생명·신체 보호업무의 효율성, 경찰 전문성이라는 요소 간의 대립적이면서도 상보적인 복잡한 함수관계속에서 우리나라의 특성을 반영해 도입된 제도라고 생각된다.

지방자치제도가 하나의 정형적인 모습이 있을 수 없듯이 자치경찰도 어느 하나의 제도가 정답일 수는 없다. 한국가의 형성과정, 그 나라 경찰의 태동 및 형성과정, 경찰활동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 따라 자치경찰제도의 모습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여러 나라의 자치경찰제도의 모형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서 잘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치경찰제도를 시행하다 자치성이 강조된 국가경찰로 환원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주민의 요구가 치안활동에 잘 반영되고 주민과 함께 치안서비스를 공동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 경찰업무의 핵심가치인 경찰업무의 공정성, 형평성이라는 가치도 무시될 수 없다. 즉, 주민이 원한다고 해서 경찰업무의 핵심가치인 공정성, 형평성을 무시하고 사회적으로 배제된 특정 집단을 경찰활동의 주된 대상으로 삼는 방식은 있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경찰활동은 포퓰리즘적인 정치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둘 필요도 있다.

또한, 시ㆍ도자치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사무에 대해 지방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한다는 군사적이고 위계적인 방식을 탈피해 주민의 요구를 반영해 자치경찰사무를 민주적으로 관리한다는 포용적이고 주민 친화적인 관점과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시·도자치경찰위원회 내부의 민주화도 중요한 과제인바 시·도지사가 지명한 위원이 위원장이 되는 현행의 방식을 탈피해 위원 상호 간 호선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아무쪼록 주민의 요구가 치안활동에 충분히 반영되면서도 경찰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우리나라 실정에 부합한 자치경찰제도가 잘 정착하기를 바라본다.

박병욱 제주대학교 행정학과(행정법) 교수
박병욱 제주대학교 행정학과(행정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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