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정책제안

레고랜드를 품은 춘천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은 특별한 날이지만, 올해 어린이날은 좀 더 특별했다. 어린이날 100주년과 아울러 오랜 기다림 끝에 춘천에서 레고랜드가 정식 개장했기 때문이다.

춘천은 현재 KT&G 상상마당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어린이회관 시절부터 ‘어린이’를 위한 도시였다. 푸르른 호숫가를 배경으로 신나게 뛰어놀던 기억 위에 인형극과 애니메이션, 마임 등 상상력을 탑재한 지역문화 콘텐츠들이 속속 모여들었고, 이제 여기에 레고라는 글로벌 테마가 추가되면서 춘천은 명실상부한 어린이수도로서의 이력을 축적하는 중이다.

레고랜드 개장을 명분으로 춘천은 보다 구조적인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강원도 동해안의 경우 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됨에 따라 관광수요 급증, 방한 외래객 수용력 확대, 관광산업 다각화 등 눈에 보이는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영서권 대표 관광도시인 춘천은 상대적인 위축감과 더불어 가시적인 변화의 모습이 나타나지 못했다.

레고와 레고랜드
레고는 1932년 덴마크 빌룬(Billund)에서 목재 장난감으로 출발했으며, 덴마크말로 ‘놀이’를 의미한다. 1958년 현대적인 레고 브릭의 특허가 발효되면서 호환성에 기반을 둔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레고는 장난감으로 창조적인 놀이를 하고, 이를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이 주요 목표이다. 레고의 주요 상품군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그 범위가 넓다.

레고 시티, 듀플로, 바이오니클 시리즈 등 가장 대중적인 아이들의 놀잇감으로 시작해 레고 테크닉, 마인드 스톰 같은 청소년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도 있다. 또한 유명 영화와 애니메이션 판권을 가진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과 제휴해 블록버스터 레고 시리즈들을 출시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유명 건축물, 역사 유적 또는 레고사의 특정 기념일에 출시되는 한정판 제품들도 판매하고 있다.

한편 레고랜드는 만지고 조립하는 장난감에서 출발한 아날로그형의 창의력, 상상력 중심 테마파크이다. 2005년 레고 주식의 상당 부분을 인수한 멀린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운영사이다. 기존 놀이동산 이외에도 4D 체험시설, 워터파크, 쇼핑센터 부설 실내 테마파크, 숙박시설 등을 융·복합화한 형태로 진화 중이며, 빌룬트(덴마크), 윈저(영국), 뉴욕, 캘리포니아, 플로리다(미국), 독일, 말레이시아, 두바이, 일본 등 전 세계 9곳에서 운영 중이며, 올해 춘천에서 개장한 레고랜드 코리아가 세계 10번째 테마파크이다.

글로벌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춘천관광의 현재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전국 주요 관광지점 1개소당 평균 입장객 수는 20만 명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춘천의 경우 20만 명 이상 방문객을 맞이한 관광지가 10개소이며, 50만 명 이상 관광지도 3개소(남이섬, 강촌레일파크, 소양강 스카이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명실상부한 강원도의 대표 관광도시이다. 그중 남이섬은 한 해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국내 대표 관광지이다. 호수를 중심으로 관광객 방문이 집중된 관광지들은 문화자원, 자연자원, 위락자원 등 그 범위도 다양하다.

198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춘천의 관광자원 개발 입지를 살펴보면, 춘천은 지속적으로 호반 중심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도 삼악산 로프웨이 개통, 레고랜드 개장 등 호반 중심의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아름다운 호수와 도심이 근접해 관광목적지를 이루는 성공 사례는 매우 드문데, 춘천 호수관광이 바로 이러한 특장점을 갖추고 있다.

관광객의 방문 규모와 비교해볼 때, 춘천의 관광산업 특화도는 강원도 평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입지계수(LQ)는 해당 지역 특정 산업의 전국 대비 특화 정도를 분석하는 지표로써 계수가 1이상이면 해당 산업이 특화된 것으로 판단하는데, 춘천의 경우 도소매업을 제외하고 모두 1을 넘지만, 강원 도내 타 시·군과 비교 시 관광산업의 상대적인 특화도는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춘천의 관광소비가 미흡한 원인은 야간관광의 부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춘천은 주로 도시 외곽부에 위치한 남이섬을 중심으로 높은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어 다양한 관광산업이 집적한 도심권 관광소비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야간관광 역시 인근의 가평에 비해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가평은 한국관광 100선에 3곳의 이름을 등재시켰지만 춘천에서는 단 한 곳도 포함된 야간관광명소가 없다.

이렇듯 도시 외곽인 남산면에 집중하는 관광소비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과도 직결된다. 현재 강원도 내에서는 춘천, 강릉, 정선, 양양 정도가 외국인 관광객의 주요 관광루트에 포함된 상황인데,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남이섬을 위시해, 강촌레일파크, 엘리시안 강촌, 제이드가든 등 관광명소가 모두 도시 외곽인 남산면에 위치해 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역시 도심권의 관광상권으로 유입될 수 있는 만족스러운 여건이 아닌 상황임을 의미한다.

한편 춘천은 대도시의 관광 이미지 속성과 촌락적인 관광 이미지 속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여성적, 연인/친구, 젊은 층에 호소력이 높은 대도시 관광 이미지 속성을 나타내면서도 깨끗하고 친절하며 힐링을 지향할 수 있는 촌락적 요소도 두루 갖추고 있어 춘천만의 관광경쟁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레고랜드 개장에 따른 어린이수도 춘천의 대응 전략
1) 레고랜드 조성에 따른 글로벌 도시의 위상 검토

춘천은 전 세계 10번째, 아시아 3번째 레고랜드 도시이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해 동북아시아 테마파크 시장의 신흥 거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강원도 영서권 관광거점도시로서의 역할도 요구된다. 강도 최대 외국인 관광객 방문 목적지임을 부각시켜 방한 외래객의 수용력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지역 관광거점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강릉의 사례와 같이 글로벌 안내 홍보체계 개선, 다언어 서비스 확대, 도심 관광교통서비스 강화와 같은 글로벌 수용태세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

2) 어린이 중심 가족문화공간의 이미지 정립
레고랜드가 2세~12세를 목표로 하는 시장임을 감안해 국내외 및 동북아시아의 가족 연령층의 관심을 확보해야 한다. 춘천이 지닌 기존 도시이미지(호수의 도시, 레저스포츠의 도시, 닭갈비의 도시 등)와 레고랜드 브랜드 효과를 함께 검토해 “어린이들을 위한 도시”로의 도시 브랜드의 재개념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레고 브랜드와 연계해 ‘어린이’와 관련한 실질적인 춘천만의 색깔 찾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장난감 디자인 창작, 레고 연계 창작 토이, 고급형 완구 및 첨단 완구산업 유치 등을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

3) 호수 주변 공간의 관광목적지 역할 확대
춘천은 이미 강, 호수 등 레고랜드와 연계한 수변공간의 매력성을 강화해나가고 있으나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 기반의 친수성 강화를 통해 진일보한 ‘호반의 도시’로 재탄생돼야 한다. 캠페이지와 춘천역의 역할도 중요하다. 캠페이지와 춘천역은 레고랜드와 호수에 집중되는 관광객 동선을 구도심으로 연결하는 통로로서 그 자체의 매력성을 보강하는 일이 시급하다.

4) 레고랜드-도심 연결축의 체계적 정비
레고랜드로 진입하는 호반순환도로와 도심의 연계성 강화는 필수적 점검 사항이다. ‘섬’으로 빨려 들어가는 흐름을 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심 내에 레고하우스, 레고이벤트 광장, 레고 스트리트 퍼니처, 레고로 만든 한류드라마 패러디존 등 레고 핫 스팟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5) 문화산업을 중심으로 도시 관광산업의 다각화
춘천은 레고경제 효과와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다양한 도시산업들을 융·복합화해야 한다. 레고의 OSMU 전략과 맞물려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산업 분야들을 만들어내는 경제적 관점을 지향해야 한다. 공연산업, 영상산업, 게임산업, 애니메이션산업, 첨단 하이테크산업 등의 고부가가치화가 수반돼야 하며, 그 외 농업(테마파크 식음재료 공급), 원예업(테마파크 꽃 납품), 여행업 및 운수업(시티투어나 옵션상품 판매) 등 다양한 제조업 및 서비스업과도 연계성을 검토해야 한다. 문화산업을 다루는 공공기관의 주요 조직 및 지역 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레고 융합형 도시 관광산업 인력을 양성하는 것 역시 중요 과제라 하겠다.

6) 관광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필립 코틀러(2021)에 따르면, 이미 시장은 ‘마켓 5.0’으로 진화 중이다. 마켓 5.0은 인간성을 중시하는 마켓 3.0과 디지털 전환을 중시하는 마켓 4.0이 결합해 탄생한 시장으로 휴머니즘을 중시하는 새로운 시장이다. 사람들의 삶을 더 좋게,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마케팅의 주요 목적이다.

춘천 관광산업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역동성을 바탕으로 구조적 틀을 바꿔야만 한다. 숙박업은 공유경제, 도시민박업, 융복합 숙박업 같은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야 하며, 음식업은 지역 음식이 가진 맛과 의미를 전달하는 맥락은 유지하되 최근 수요자가 원하는 새로운 서비스와 마케팅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 쇼핑업의 경우에는 춘천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나타내는 생활문화 제품의 의미 부여, 면세·감세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쇼핑 여건 마련 등이 유효한 전략이다.

7) 상설 어린이 창의교육 프로그램 운영
춘천은 레고랜드 개장의 의미를 확대해석할 필요성이 있다. 즉, 레고가 지닌 사회적 가치의 재해석이 필요하다. 단순한 장난감으로 인식하기보다 레고가 북유럽 사회에 미친 여러 영향력을 면밀하게 검토해 북유럽식 창의교육 같은 사회적 가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춘천은 각종 문화 및 교육시설을 활용한 어린이 대상 복합문화프로그램이나 교육프로그램들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영유아에 국한된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까지 포괄하는 보다 수준 높은 창의교육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영주 강원연구원 혁신성장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이영주 강원연구원 혁신성장연구실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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