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특별연재

지역 맞춤 탄소중립사회 실현, 지방자치의 핵심가치 인식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적 논의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다룬 ‘2050년 탄소 배출량 제로[零]’ 의제이고, 협정체결 산물인 탄소중립 협정서가 국제법적 효력을 갖게 된 점이다. 이후 1.5℃ 기후위기 안정은 곧 탄소중립이라는 등식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는 2020년 12월 2050 탄소중립 비전 선언, 다음 해인 2021년 8월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해 숨 가쁜 탄소배출 감축목표 설정, 탄소중립 여정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대외적으로 기후위기 비상대응 움직임에 동참해 탄소중립 약속의 선봉장으로 선善한 입지를 키우고, 대내적으로 탄소중립 공감대를 실사구시로 연결하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역 기후환경 변화가 상이하고, 탄소중립 시나리오 설정이 다르므로 탄소중립의 한 축인 지자체는 ‘원인 대응 처방’ 방식의 지역 맞춤 탄소중립사회 실현에 더 높은 가치를 두게 된다. 지자체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지역에 특화된 기후환경 정책 발굴과 사회공동체 인식과 같이하는 노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기본법 이행체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온실가스감축, 기후위기 적응, 정의로운 전환, 녹색성장 추진 등을 아울러는 탄소중립 추진 정책수단으로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 제도 도입, 기후대응기금 신설 등이다. 이 가운데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각종 정책을 추진할 때 탄소 감축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예산 편성·집행·결산 과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탄소인지예산 도입이 단연 돋보인다.
정부는 2023년 예산부터 본격적으로 탄소인지 예산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다양한 정책 사업이 탄소 배출량 감축방향으로 집행됐는지 그 여부를 지속적으로 분석·평가해 탄소중립 약속에 부응한다는 의미이다. 2022년 6월 제8회 지방선거가 끝난 후 지자체는 시민사회 의견 청취, 전문가 조언, 지난 정책성과 취사선택 등 여과장치를 통해 미래비전 구상, 새로운 정책방향 모색 등 전도양양한 시작을 준비하고 있고, 지자체 주도 탄소인지예산 제도 도입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자체 탄소중립 실천, 탄소인지예산에서 출발
탄소중립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탄소중립 정책에 절대적으로 응답 비율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정부의 선도적 이행과 산업계·시민사회의 동참·협력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 그런데 탄소중립 경로선택,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수단 선택, 비용 부담, 탄소 감축 기술개발·적용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열린 공감’에서 ‘상황 논리’로 입장 차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형 탄소중립(세계화), 지역 맞춤 탄소중립(지방화)을 구분해 지역 기후환경 여건을 반영해 탄소중립의 공간 확산을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역 맞춤 탄소중립’과 관련해 몇 가지 점진적인 지향점이 눈에 띈다. 먼저 탄소중립기본법 법규에서 천명한 탄소배출 감축·적응대책의 병행 추진이 강조된다. 다음으로 시민건강과 복지증진 속 사회적 불평등 개선, 녹색기술·녹색산업 유성과 촉진을 통한 경제와 환경 간 조화로운 발전, 탄소중립·녹색성장에 필요한 일련의 법규 통합 접근이다. 이런 사항은 시·도 탄소중립 자치법규 제정 시 지역 맞춤 탄소중립사회 실현에서 주목해야 할 사항들이다.

탄소중립기본법을 살펴보면 정부·지자체는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법 제24조)를 도입해 정부 기관들이 예산과 기금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재정 운용에 반영하도록 예정돼 있다. 다만 탄소인지예산의 명확한 법적 근거, 예산과목, 편성지침 등이 마련되지 않아, 당분간 정부와 지자체 간 연동화 과정이 필요하다.

6·1 지방선거 이후 민선 8기 시·도지사가 우선 검토해야 할 사항은 자치행정 추진을 위한 예산과 조례이다. 탄소중립기본조례, 지방 탄소인지예산 편성·집행·결산조례 등 자치법규 제정·운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 외, 탄소중립기본법의 탄소중립과 탄소중립 사회 개념, 탄소중립 추진과정에서 지켜야 하는 8가지 기본원칙을 해석하면 제한된 탄소중립, 확장된 탄소중립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후변화 완화·적응대책 중심의 탄소중립이 전자 개념이면, 탄소중립 기본원칙에 기초한 탄소중립사회는 후자의 경우이다. 이러한 분류는 탄소인지예산제도에도 통용될 수 있다. 앞으로 정부·지자체 탄소인지예산 편성·집행·결산 과정에서 적용할 표준지침서(편람)를 개발·보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한국형·지역 맞춤 탄소중립사회로의 진입에 다가서도록 한다.

국내외 탄소인지예산 제도 도입 동향
1) 국내 동향

탄소인지예산은 예산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반영하는 제도를 뜻하며, 종종 녹색예산, 기후예산제, 기후인지예산, 친환경인지예산,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 등과 혼용돼 사용되고 있다. 이후 2022년 탄소중립기본법 시행과 함께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로서 법적 용어로서 정의됐다.

이는 화석연료 사용 등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키는 예산을 줄이되,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의 예산 비중을 높여 예산편성·집행·결산 등에서 탄소 감축, 나아가 탄소중립 실현의 정책 수단으로 채택된다. 탄소배출 감축목표 상향 조정, 30여 년에 걸친 탄소중립 여정을 고려하면 탄소인지예산제 도입 효과는 그만큼 기대된다. 하지만 국내 탄소인지예산의 실제 적용을 둘러싼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이고, 본격 적용에 앞서 여러 가지 풀어가야 할 애로사항이 있어, 사전 준비과정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2022년 6월 현재 탄소인지예산 자치법규 조례 제정 현황에 대한 법제처 법제 정보를 검색하면 과천시, 대덕구, 시흥시 3개 사례가 있다. 조례 제정·시행정보는 과천시 탄소인지예산제 운영 조례(시행 2021. 12. 27., 경기도 과천시 조례 제1802호, 제정 2021. 12. 27), 대전광역시 대덕구 탄소인지예산제 운영 조례(시행 2021. 4. 9., 대전광역시 대덕구 조례 제1506호, 제정 2021. 4. 9.), 시흥시 탄소인지예산제 운영 조례(시행 2022. 2. 3., 경기도 시흥시 조례 제2101호, 제정 2022. 2. 3.)이다.

2) 국외 동향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기후변화·에너지·생태계 등 기후환경 목표와 국가·지자체의 예산 편성·집행·결산 과정 간 상호 정합성 증대, 상충성 해소, 통합관리 등 탄소중립사회 실현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 개발 논의가 한층 활발하다. 이는 무엇보다 기후위기 대응 움직임을 ‘비용·효과평가’처럼 예산제약 탄소배출 감축에 집중·촉진하기 위한 온전한 정책 수단 선택 논의의 배경이다.

이를테면, 녹색예산 추진을 위해 국가·지자체 재정관리시스템에 기후·환경목표를 통합하는 전략적 틀, 정책 일관성과 기후 관련 예산을 식별할 수 있는 방법론과 툴,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를 위한 보고체계 구축, 예산 편성 과정의 참여 거버넌스 등이다. 대표사례로서 2017년부터 녹색예산 제도를 시행한 프랑스가 있으며, 2019년 녹색예산 검토 보고서 발간, 2021년 예산안 반영을 검토한 바 있다(경기연구원 공식블로그, 2020. 10. 7.).

해외에서는 이미 비슷한 형태의 인지예산제도를 운영중이다. OECD는 2017년 ‘탄소인지예산에 대한 파리 협력’을 통해 탄소인지예산 방법론을 정립했다. 2021년 5월 기준 OECD 회원국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4개 국가에서 탄소인지예산 접근을 하고 있고, 5개 국가는 준비 중이다(조세연 재정포럼 발표자료, 2021. 7. 3.).

이렇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녹색예산을 설계할 때 녹색예산 태깅, 예산의 환경영향평가, 탄소세 등 외부성 내부화, 녹색 관점에서 지출과 성과목표 검토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OECD는 녹색예산의 합의된 정의와 방법론을 제시하고, 나아가 녹색예산 플랫폼에 대한 정책적 접근을 지원해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있다.

그 외, 기후변화법에 근거한 스코틀랜드 정부 구매 재화·서비스에 대한 직·간접 탄소배출 영향평가, 캐나다 공공부문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온실가스감축과 기후회복력 평가해 정부 투자 결정에 반영하는 기후렌즈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특히 노르웨이 오슬로시는 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후예산제를 도입적용하고 있다.

3) 탄소인지예산 제도 운영 논의사항
외국 사례에서 보듯이 탄소인지예산은 온실가스감축 관련 일부 사업이나 분야가 아니라 전체 정부 예산 지출이 대상이고, 예산의 긍정·부정적 영향 모두를 평가해 전체 예산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기후변화 이외에 수자원 관리, 폐기물 관리, 환경오염 저감, 생물다양성 등 다양한 환경목표를 포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탄소인지예산 지침 내지 편람 개발이 완료되지 못하고, 몇몇 지자체 조례에서 탄소인지예산의 운영 범위가 구체적이지 못한 제약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과거 기후변화 완화계획에 뿌리를 두는 온실가스감축에 초점을 맞춘 제한된 탄소인지예산 성격이 짙다.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에서 규정된 탄소중립, 탄소중립 기본원칙에 바탕을 둔 탄소중립사회 실현 개념까지 포함된 탄소인지예산 제도 운영을 검토해야 한다.

지역 맞춤 탄소중립 실천, 지자체 탄소인지예산 적용방향
1) 지자체 주도 탄소인지예산 제도 운영계획 마련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역 맞춤 탄소중립 정책 수단으로 지방 기후변화영향평가,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 공공부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 관리업체의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 수단을 선택할 경우 자치법규 제정 여부, 실제 적용과정에 따라 실제 결과가 예상과 달리 나타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2023년부터 시행할 탄소인지예산 편성·집행·결산 운영계획을 앞서, 지자체가 원용할 수 있는 탄소인지예산 지침서를 개발 및 표준조례 작성·보급해 지역 맞춤 탄소중립사회 진입을 지원해야 한다. 과거 지자체 가운데 서울시는 ‘서울판 그린뉴딜 전략’을 발표하면서 시 주요 정책 수립단계부터 기후·환경 영향을 고려하는 ‘기후예산제’ 도입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경기도는 ‘경기도형 그린뉴딜 추진전략(2020~2022)’ 정책 이행 기반으로 정책(예산 사업 등) 추진 시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검토·평가할 수 있는 탄소영향평가(가칭) 도입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민선 8기 지자체는 탄소중립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기후환경 변화에 적용할 수 있도록 탄소인지예산 자치법규 제정과 자발적인 예비 운영을 검토해, 2023년부터 정부가 예정하는 탄소인지예산제와 효율적인 연계를 검토해야 한다.

2) 탄소인지예산과 연계한 지역 맞춤 탄소중립 추진대책 확대
정부 탄소중립 추진대책과 법적으로 연동해 지자체들이 이행할 수 있는 탄소중립 추진대책으로 시·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지방 기후위기 적응대책 수립·시행, 공공기관의 기후위기 적응대책, 지역 기후위기 대응사업 시행, 기후위기 대응 물 관리, 시·도 녹색도시 기본계획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기후변화 완화·적응대책과 더불어 환경·에너지·생태계·지원순환·수자원 등 탄소중립 플러스(+) 가치가 포함된 탄소중립 추진대책이다. 이에 지역 탄소인지예산제도 적용대상으로 포함해 탄소중립의 확장성을 높여야 한다. 탄소인지예산제도의 본격적인 적용에 앞사 지자체 환경 관련 부서를 대상으로 자체 시범실시는 검토할 만하다.

3) 지자체 탄소중립 실천 공유 플랫폼 구축·운영
탄소인지예산제도 운영을 둘러싼 현안 과제는 공공부문의 예산과 기금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재정 운용에 반영하는 전 과정에 대한 정보 수집·분석이다. 정보 리스트는 탄소인지예산 법적 근거, 예산과목 확인, 예산 편성·집행·결산 내역, 제도 운영 지침서(편람), 기후영향조사·평가 등이 기본이며, 나아가 각종 탄소중립 추진대책의 탄소중립 플러스(+) 가치정보가 포함돼야 한다. 이에 지자체는 탄소인지예산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지역 맞춤 탄소중립사회 실현 관련 과학적 조사연구, 기술개발·적용, 정책정보 제공, 기후환경 데이터베이스 구축, 펀드 조성 등을 담당할 플랫폼 설치·운영하고, 한편으론 제반 정보를 시민사회와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4) 지역 탄소중립 정보소통 채널 확충 및 인프라 정비
탄소중립 실천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정보는 온실가스 배출, 에너지 생산·소비 정보이고, 이는 온전한 탄소인지예산 운영과 밀접하다. 이에 정부가 설치·운영하는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에 대응해 시·도 지자체 온실가스에너지 정보센터 구성·운영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정보센터는 지자체에서 별도 구성하지 않고, 기후대응 전문가가 있는 연구원 또는 대학교를 지정해 업무를 위탁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접근은 한국환경공단과 업무협약을 통해 지자체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다. 지자체 기후위기 적응센터 지정 및 평가는 정보센터 구축·운영 같은 방식, 정부의 적응센터 지정·평가 이후 대응하는 방식 2가지 모두를 검토해야 한다.

탄소중립기본법의 추진과 동시에
이제 시작되는 민선 8기 지자체는
탄소인지예산 도입·운용 검토해야

온전한 지역 맞춤 탄소중립사회를 기대하며
최근 코로나-19 단계적 일상 회복 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기후위기 극복 과제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핵심은 탄소중립 약속이며, 정부·지자체·시민사회·산업계를 아우르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되고 있다.

지구 평균온도 1.5℃ 안정을 향한 탄소중립은 글로벌 아젠다(agenda)로서 피할 수 없는 책임인 셈이다. 2050년 탄소중립 노력은 이제 시작이며, 탄소중립기본법 시행과 함께 2022년은 탄소중립 실천 첫걸음의 원년이다. 30여 년에 걸친 탄소중립은 험난하며 길고 긴 여정이어서 사회 저변에 깊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한편 우려 섞인 시선 또한 존재한다.

탄소중립의 선봉장, 조정자로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탄소중립 추진의 한 축인 지자체가 또 다른 역할을 찾는 노력도 또한 중요하다. 향후 지자체는 지역 맞춤 탄소중립사회 실현 주체로서, 시민사회 참여를 유도해 지역 현장에서 선도적 기후·에너지 실행 해법 찾기를 기대해 본다. 그 출발은 지역 맞춤 탄소중립사회 실현의 탄소인지예선제도의 시범실시이다.

2022년 6·1 지방선거 이후, 민선 8기 시·도지사가 먼저 검토해야 할 사항은 자치행정 추진을 위한 예산과 조례이다. 이 기회를 활용해 지역 맞춤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탄소인지예산제도 도입·운용을 검토해야 한다. 탄소중립사회에서 맞닥뜨릴 엉킨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는 계기인 지역 맞춤 탄소인지예산 예비 적용을 기대해본다.

김운수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김운수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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