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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지역 사례분석·서울특별시 은평구
사진 은평구 제공

한자부터 ‘은평(恩平)’, 은혜롭고 평화로운 지역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비율이 무려 50%를 웃돌 정도로 녹지 비중이 매우 높다. 약 47만 명이 거주하는 주거 밀집지역으로 6개의 산이 있고 2개의 천이 흐르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화자원이 풍성한 곳이기도 하다. 50년 간 은평구를 떠난 적 없는 김미경 구청장은 특히 주민들에 대한 칭찬과 자부심이 넘친다. 인구의 약 25%인 12만여 명의 구민이 자원봉사자로 등록되어 복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적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있으며, 15년 연속 적십자회비 모금 서울시 1위를 할 만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봉사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주민자치에 대한 기대도 높다. 구의 위탁에 따라 구성된 중간지원조직의 전담기구인 주민자치지원단에 의해 주도된 측면이 강한 구 주민자치회는 올해 6월부터 동 사무국 체제로 전환 운영되고 있다. 변화의 새 바람이 불고 있는 은평구 주민자치를 주목해본다.

2021년 실시된 역촌동 마을의제 선정투표 모습(왼쪽), 사무국체제 구축을 위한 사무국장-간사 공채 공고
2021년 실시된 역촌동 마을의제 선정투표 모습(왼쪽), 사무국체제 구축을 위한 사무국장-간사 공채 공고

“주민자치 활성화에 대한 단체장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 인터뷰로 만난 이상훈 은평구 주민자치협의회장의 말처럼 김미경 구청장의 관심과 열의는 진지하고 뜨거웠다.

그는 ‘2~3만 명 인구의 읍면동 규모에서 실질적인 주민자치는 어렵다. 무보수 명예직인 주민자치회장이 주민과 소통하고 관할할 수 있는 통리 수준에서 주민자치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하면서 “좋은 방안이다. 다만 현재 읍면동 단위로 구성이 되어 있고 이게 시스템적으로 변화하기까지는 현 체제에서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실제로 각 동 주민자치회의 사업을 보면 그 아이디어와 실행력에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2022년 기준 은평구청의 자료에 따르면 구 주민자치위원 수는 총 775명이다. 이 중 남성이 347명으로 약 45%, 여성이 428명으로 55%를 차지한다. 연령별로 보면 40대 미만은 38명으로 5%에 불과하고 60대 이상이 무려 45%로 압도적이며, 40대(137명)와 50대(255명)가 각각 17%, 33%의 비중을 점하고 있다. 분과수는 총 76개, 분과원수는 893명이다.

이에 대해 구청 측은 “현재 우리 구 주민자치회 위원 구성을 살펴보면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비율이 78%로 높은 편으로, 소통창구로서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관내 청년단체의 주민자치회 참여를 독려하고, 젊은 층의 관심이 많은 취업, 육아, 재테크 등과 관련된 교육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운영하여 주민자치회가 신규 구성되는 2023년과 2025년에는 좀 더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갈현1동 마을버스 승강장 의제투표 모습
갈현1동 마을버스 승강장 의제투표 모습

2021년 전 동 주민자치회 구성 완료...올해 6월부터 사무국 체제 돌입
은평구는 지난해 16개 전 동의 주민자치회 구성을 완료했다. 구는 2018년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은평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 주민자치사업단 운영 위수탁 협약을 체결, 이듬해 3월 5개 시범동에 주민자치회 1기를 구성했다. 이후 2020년엔 ‘은평구 주민자치회 확대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다음해인 2021년 1월 11개 확대동에서도 주민자치회 1기를 출범시켰다. 작년 3월엔 5개 시범동에서 주민자치회 2기가 구성되기도 했다.

아울러 작년 말엔 ‘주민자치회 및 자치회관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가 전면 개정됐다. 이를 통해 주민자치회 업무수행을 위한 구 차원의 인력과 재정행정적 지원을 가능토록 했다고 구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기회의 참석 수당 및 식비 지원, 전 주민자치위원 단체상해보험 가입, 간사활동비 인상, 주민자치 활동에 대한 봉사 시간 인정 등 주민자치위원 처우 개선을 통해 적극적 참여와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고 구는 밝혔다.

2022년 접어들면서 가장 큰 변화는 중간지원조직에 의해 위탁 운영되던 주민자치사업단 체제가 주민자치회 자체 조직인 사무국 체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동 주민자치지원관 등을 통해 주민자치회 운영을 주도하던 주민자치사업단은 올해 4월로 업무가 종료되고, 동 주민자치회장을 도와 회 운영과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사무국장이 동 마다 선발되어 주로 행정-서류처리를 담당할 간사와 함께 팀워크를 이루게 된다. 중간지원조직의 리드가 아닌 자체 팀 조직 구성과 협력 시너지를 통해 주민자치에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체제 변화는 주민자치회 행정사무 전담기구 신설을 통한 원활한 사무처리 및 안정적 운영 및 자율성 강화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구는 향후 시범 운영기간(7개월) 동안의 사무국 운영 실태를 종합 평가하여 추후 운영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무국장+간사 체제’에 인력이 더 필요하게 되면 자원봉사자도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김미경 구청장은 “그동안 서울시의 중간지원조직 위주의 획일적 지원을 통해 주민자치회가 운영되었다면, 이제는 자치구 사정에 맞는 주민자치회 활성화, 대표성 확보, 자생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한 장기적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행정 차원에서도 주민센터와 주민자치회 간의 관계 정립 필요,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주민자치회에 대한 정책, 지원 등에 일관된 기조가 유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자치회 사무국 역량강화 교육 현장
주민자치회 사무국 역량강화 교육 현장

온라인 주민총회-청소년총회 첫 개최...동별 특화ㆍ고도화된 의제 발굴
팬데믹이 장기화 되면서 비대면 방식의 주민 소통창구 구축 필요성이 커진 데다 쌍방향 정보교류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대면방식의 교류’가 중심이 되어왔던 주민자치 활동은 코로나19로 더욱 위축되기도 했고 이에 따른 돌파구 모색이 절실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은평구는 전국 최초로 전 동 온라인 주민총회를 개최했다. 총 1만3000여명이 참가하여 주민 참여에 대한 관심과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청소년 총회를 별도로 개최하여 청소년들이 2억원의 예산 범위에서 사업을 직접 검토하고 선정함으로써 청소년의 정책 참여와 자치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온라인 주민총회와 청소년총회에는 사전신청을 한 주민과 청소년 100여 명이 영상으로 참여하여 참여예산 투표대상 정책과제와 청소년사업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받으며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공론장을 통해 구체화된 주민제안은 부서 검토와 참여예산위원회 및 청소년 정책추진단의 심사를 거쳐 투표대상 과제(사업)로 선정됐다. 주민·청소년의 사전투표는 약 한 달간 진행돼 주민투표 1만5225건, 청소년투표 2450건과 총회 당일 실시간투표 주민 506건, 청소년 168건이 합쳐져 2022년 참여예산 정책과제와 청소년사업가 최종 확정됐다.

김미경 구청장은 “은평구 16개 전 동은 주민총회에서 선정된 132개의 마을의제를 추진하고 있다. 중복되고 이름뿐인 사업의 방지를 위해 공공데이터설문조사 등에 기반한 분석자료를 바탕으로 한 동별로 특화되고 고도화된 마을의제 발굴을 지원하는 컨설팅 용역을 추진하고, 발굴된 의제에 대해서는 실행을 구체화할 수 있는 민간전문가를 함께 양성하여 주민자치회 기능 전문화에 한층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각 주민자치회별 공모전을 통해 동 특색이 잘 드러난 로고, 슬로건 개발 등으로 각 주민자치회의 독립된 가치, 전문성을 향상시킬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자치회관 운영과 같은 주민들에 대한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업무는 단계적으로 주민자치회에 위ㆍ수탁시킨다는 계획이다.

팬데믹 이전 주민총회의 모습
팬데믹 이전 주민총회의 모습

온라인플랫폼 ‘참여의 큰 숲’ 구축-주민자치회 동별로고 개발-‘주민자치 어울림 한마당’ 추진
그런가하면 지난해 12월부터 은평구 주민참여 온라인 플랫폼인 ‘참여의 큰 숲’ 운영이 시작되었다. ‘참여의 큰 숲’은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방식의 주민 소통창구에 대한 필요성이 늘어난 데다 주민참여 확대에 따른 활동의 소개 및 정보교류를 통한 쌍방향 소통을 위해 구축됐다. 더 많은 주민들이 지역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제안·숙의·실행과정에 일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주민참여 활동 공유가 가능한 주민참여 온라인 플랫폼인 셈이다.

‘참여의 큰 숲’ 플랫폼 구축을 통해 구, 16개동 주민자치회, 청년, 청소년 등 단위별 그룹 운영으로 소통공간이 일원화 됐으며, 일상에서 느꼈던 불편함, 더 나은 은평을 위한 다양한 생각을 주민 누구나 단위별 그룹에 제안할 수 있다. 제안에 대하여는 댓글 의견 제시를 통해 토론에 참여하며 제안내용을 발전시킬 수 있다. 또, 투표대상으로 선정된 제안에 대하여는 주민투표와 주민총회를 통해 다음 연도 실행사업 선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렇듯 ‘참여의 큰 숲’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제안, 토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제안된 사업이 어떻게 선정되고 실행되는지 추진현황이 공개되고 각 단위의 주민참여 활동 공유를 통해 참여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전 동 주민자치회 구성 및 사무국 체제 출범과 함께 실시한 ‘주민자치회 로고 공모전’도 눈길을 끈다. 16개 각 동에서 열린 이 이벤트는 동별 특색을 살린 주민자치회 로고·마을캐릭터·슬로건 디자인을 공모한 것으로 녹번동 등 13개 동에서는 ‘로고’를, 그 외 이미 로고가 있는 대조동과 진관동에서는 ‘마을캐릭터’를, 갈현1동은 ‘슬로건’을 공모했다. 이 결과 16개 동은 각각 지역 특색을 잘 드러내는 로고와 마을캐릭터, 슬로건을 갖게 됐다.

 

공모로 선정된 각 동 주민자치회 로고들
공모로 선정된 각 동 주민자치회 로고들

이와 함께 금년 하반기에는 은평구 16개 동 주민자치회의 활동성과를 공유하고 우수사례를 홍보하기 위한 ‘주민자치 어울림 한마당’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난 4년간 주민자치회에서 직접 선정했던 241개 사업들 중 우수사례를 선정, 홍보함으로써 주민들이 주민자치에 관심을 갖고 한 발짝 다가서는 계기를 만들 예정이다.

‘실버모델 콘테스트’ ‘우리 동네 사진작가’ ‘서머 워터파크’ ‘마을장독대’ 등 특색 사업 ‘눈길’
은평구 각 동 주민자치회에서는 지역별로 특색 있는 사업들을 통해 주민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몇 가지 사업들을 살펴보면 먼저 갈현2동 주민자치회의 실버모델 콘테스트가 있다.

2020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 사업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모델 콘테스트를 개최, 사진영상 제작을 통해 시니어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참여의지를 높이고자 하는 취지로 호응이 높다.

갈현1동에서 지난해 추진된 ‘우리 동네 사진작가, 마을을 담는 눈’은 재개발되기 전 우리 마을의 사계절 촬영과 전시, 저소득층 가족어르신 대상 가족장수사진 촬영 봉사 등으로 의미와 성과를 다 잡았다.

그런가하면 작년 여름을 시원하게 만든 갈현1동의 ‘갈곡리 서머 워터파크’는 마을 내 테마워크파크 조성 및 운영으로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진관동 주민자치회의 ‘마을장독대 보리쌀효소 된장 담그기’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동 만의 특화된 방식으로 보리쌀효소 된장을 담가 우리 전통을 새롭게 체험하고 숙성을 거쳐 저소득층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훈훈한 사업이다.

김미경 구청장은 “‘지역의 일은 그 지역 주민이 가장 잘 안다’라는 말처럼 앞으로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로 나아가야 한다. 행정은 주민자치회가 우리 사회의 실질적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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