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원 원장의 뇌건강과 수면이야기

‘잠이 보약’. 수면건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분한 수면은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영양섭취와 함께 건강을 위한 3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은 불규칙한 수면습관과 불면증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악순환을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혜원 이지브레인송파 원장 겸 이지수면센터 대표가 매월 칼럼을 통해 뇌건강과 수면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흥미롭게 풀어서 전달한다.

세상은 코를 고는 사람과 골지 않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또 심한 코골이는 수면무호흡을 흔히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한국의 경우 40~69세 인구 중 남성 27%, 여성 16%가 수면호흡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 되었습니다(대한신경정신의학회, <신경정신의학> 제3판(3rd edition)). 이 수치도 그나마 최소로 잡은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 코골이 무호흡은 잠이 든 후에야 비로소 발생하는 증상이기 때문에 본인이 코골이나 무호흡이 있다는 자각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대개 같이 침실을 쓰는 가족이나 동료의 불평에 의해 간접적으로 알게 되지요. 본인은 이유모를 낮 졸림 증상, 하루 종일 멍한 느낌, 졸음운전 등의 모호한 증상을 느끼는 정도입니다. 그런 고로, 수면클리닉을 찾아오신 분들은 배우자의 재촉을 받아 오시거나 함께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은 코 고는 사람 vs 골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코골이 무호흡을 가진 사람과 같은 침실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입니다. ‘드르렁 푸~ 드르렁 푸우~~’ 하는 천둥 같은 규칙적인 코골이 소리도 못 견딜 소음인데, 그러다 한번 씩은 코골이가 딱 멈추면서 수십 초씩 길게는 1분 넘게 숨을 쉬지 않습니다. 혹시나 해서 흔들어 보면 ‘커억~’ 하면서 숨을 뿜어내고 뒤척이며 돌아눕습니다. 이것이 온 밤 내내 되풀이되고 새벽에 렘수면이 시작되면 대개 최고로 심해집니다. 이런 전쟁이 하루도 아니고 수십 년 이상 밤마다 되풀이 되는데 본인은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가 일쑤입니다.

음주라도 한 날은 최악이고 점차 나이가 들어갈수록 기도의 근육긴장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증상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만 갑니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자는 경우는 아이들의 수면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급기야 배우자와 각방을 쓰게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 무호흡으로 인해 수십 년간 밤마다 심혈관계에 심한 과부하가 걸리는 관계로 당뇨나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혈관질환의 유발 혹은 악화의 원인이 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수면 중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현대인의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면무호흡은 상기도의 구조적 문제로 기도가 좁아져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상기도를 구성하는 혀뿌리, 연구개, 목젖, 편도 등의 구조가 평균보다 비대하거나 아래턱이 작고 뒤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그러합니다. 구조상의 문제가 있을 경우 이러한 상기도 구조들의 장력은 우리의 의식이 깨어서 활동하는 동안에는 잘 유지되지만, 누운 자세로 잠이 드는 순간 근육에 힘이 빠지게 되기 때문에 기도를 유지하는 장력이 깨지면서 기도가 압박을 받고 좁아지거나 아예 막히게 되는 겁니다. 기도가 부분적으로 막히면 코골이, 완전히 막히면 무호흡이 발생하게 되고, 무호흡이 수십 초 이상 지속되면 산소포화도가 급격하게 내려가므로 뇌는 자동적으로 깨어 숨을 크게 몰아쉬게 됩니다. 숨을 몇 번 크게 쉬면 산소포화도는 다시 95% 이상으로 회복되고, 그러면 뇌파는 다시 잠이 들지요. 잠이 들면 또 기도가 폐쇄되니 또 무호흡이 발생하고요. 이러한 현상이 밤새도록 되풀이 됩니다.

환자로서는 경험상 보통 똑바로 누워서 자면 무호흡 때문에 자주 깨고 불편하니 저도 모르게 옆으로 돌아눕거나 밤새도록 뒤척이면서 자주 깨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하룻밤에 한두 번 이상 화장실을 가게 되기도 하고요. 보통 화장실에 가려고 자주 깬다고 말씀하시지만 사실 깊은 잠이 들면 항이뇨 호르몬의 영향으로 소변이 마렵지 않게 되는 것이 보통이거든요. 그러니 소변을 보려고 깨는 것 보다는 수면무호흡 등 다른 이유로 자주 깨면서 소변이 마렵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또한 중증 수면무호흡의 경우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나트륨과 수분을 제거하기 위해 소변양이 증가하기도 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코골이 무호흡의 후폭풍은 이렇듯 건강상의 총체적 난국을 불러옵니다.

‘코골이ㆍ수면무호흡의 후폭풍’ 삶의 질 저하...
정확한 진단ㆍ치료로 드라마틱한 호전 가능

이러한 증상을 수년간 겪고 우여곡절 끝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수면클리닉에 오시게 되면, 문진과 시진을 거쳐 수면무호흡 의심소견이 있는 경우 수면다원검사를 받게 됩니다. 뇌파, 심전도, 근전도, 산소포화도, 호흡기류계, 적외선 카메라 등을 모두 부착하고 수면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이벤트들을 모니터링 하는 이 수면다원검사를 분석하는 과정을 첫 연재에서 좀 아름답게 묘사를 했었는데요.

수면다원검사 결과 코에서 나오는 숨을 호흡기류계로 측정했을 때 평균의 30% 이상 줄어든 것을 저호흡이라고 하고, 90% 이상 막혀 있는 것을 무호흡이라고 합니다. 수면무호흡의 중증도는 국제적인 판독규칙으로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서 한 시간 당 수면무호흡의 횟수가 5회 이하를 정상으로 보고, 5~15회는 경증, 15~30회는 중등도, 시간당 30회 이상은 중증으로 간주합니다.

수면무호흡의 치료는 수면다원검사 결과 나온 중증도를 고려해서 양압기 착용, 구강내 장치 작용, 수술 등의 방법으로 나뉩니다. 중등도 이상의 수면무호흡의 경우 양압기 착용이 원칙인데요. 양압기는 안경과 같은 보조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기도에 강한 양압을 걸어줌으로써 협소하거나 폐쇄된 기도를 펴 주어 정상적인 호흡을 가능하게 도와주는 기구로, 기도에 공기로 부목을 대는 효과라고 하여 ‘공기 부목’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양압기의 압력을 마치 안경 도수를 맞추듯 본인의 기도폐쇄 정도에 맞추어서 착용하고 주무시면 아무리 심한 무호흡이라도 거의 제로에 수렴하는 정도로 그 효과는 탁월합니다. 심한 무호흡으로 인해 하룻밤에 많게는 수십 번에서 수백 번까지 일어나던 미세각성이 사라지니 수면의 질도 3단계 깊은 수면으로 잘 내려가는 등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심한 낮 졸림 현상도 호전되어 이제 양압기 없이는 못산다는 이야기도 흔히 나옵니다. 마치 심한 근시로 살아가다가 안경을 착용한 격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무호흡으로 인한 잦은 각성과 심혈관계의 과부하현상이 감소하니 혈압수치와 당수치가 호전되어 드시던 약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수년 만에 배우자와 같은 침실을 쓰시게 되었다는 분들도 많지요.

결론적으로, 수면무호흡은 매우 흔하면서도 낮 졸림을 제외한 자각증상이 없어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고, 당뇨나 혈압 등 다양한 성인병의 근원이 되어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리는 만성질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단만 정확히 되면 매우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통해 드라마틱한 호전을 볼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수면건강은 어떠신지 가족들과 함께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혜원 이지브레인송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겸 이지수면센터 대표
이혜원 이지브레인송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겸 이지수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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