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현실로 다가온 지방소멸의 위기

인구감소지역의 실태
감사원이 통계청에 의뢰해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감사결과 보고서(2021년)’에 의하면, 지금과 같은 추세를 유지할 경우 100년 뒤 우리나라 인구는 1천51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52.8%, 수도권 인구의 비중 역시 전체 인구의 52.8%를 차지해 인구 규모, 구조, 분포 면에서 매우 우려되는 결과를 내놓았다. 한편 한국고용정보원은 우리나라 228개 기초지자체 중에서 소멸고위험 시·군이 45개, 소멸위험진입 시·군이 68개, 소멸주의 시·군이 92개에 달해 대부분의 기초지자체가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이러한 발표 자료뿐만 아니라 언론등을 통해 인구문제에 대한 다양한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고,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지역은 여기에 인구 유출까지 더해 삼중고를 겪는 실정이다.

인구감소지역의 지원 필요성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지원 필요성은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공공서비스에 대한 규모의 경제이다. 주민에게 적절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자체로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규모가 필요하다. 이는 효율성의 문제이기도 하면서 제공서비스의 질을 좌우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인구가 가장 적은 기초지자체는 울릉군(9천82명)이고, 가장 많은 기초지자체는 수원시(118만 5천44명)로서 그 차이는 130배에 달한다. 반면 예산 규모는 약 13배 정도의 차이에 그치고 있어 규모의 경제성에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내셔널 미니멈(national minimum)의 실현이다. 내셔널 미니멈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전국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일정 정도의 생활 수준이나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인구감소지역 내지는 지방소멸지역에서 태어나거나 삶을 영위하더라도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정주 여건과 복지 기반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이는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편 앞서 살펴본 규모의 경제가 효율성의 문제라면 내셔널 미니멈은 가치 실현의 문제이다.

셋째, 지역 지속 가능성 확보다. 인구감소가 진행돼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상실한다면 일시적 무거주화를 거쳐 영구적 무거주화 지역이 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으로써 지역의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커뮤니티 붕괴와도 연관되는 부분이다. 농산어촌 상당수 취락의 경우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으며 커뮤니티 붕괴로 이어지면서 주민의 삶의 질을 저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의 제정과정과 내용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위한 법률을 마련하자는 논의는 꾸준히 있었다. 2020년 7월 이원택 의원 등 29인이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제출한 이후, 김형동 의원, 김승남 의원, 이만희 의원, 서영교 의원, 추경호의원, 서일준 의원, 배준영 의원, 한병도 의원 등이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 특별법안’ 내지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안’의 이름으로 의안을 제출했다. 이후 2022년 6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안가결을 통해 「인구감소지역 지원특별법」이 제정됐고, 2023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의 목적은 인구감소 위기 대응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주도적 지역발전과 국가 차원의 지역맞춤형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지자체 간 및 국가와 지자체 간연계·협력 활성화 방안과 인구감소지역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 활력을 도모해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에서는 국가 및 지자체의 책무, 국가와 지역의 인구감소지역대응계획(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인구감소지역대응위원회 설치, 정부 간 협력 강화, 생활권연계·협력, 도시와 교류·협력, 지역맞춤형 지원, 인구감소지역 조사·관리 등을 담고 있다. 특히 보육, 교육, 의료, 주거환경, 문화 기반, 산업단지 등에 특례를 부여해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고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대책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 법의 대상이 되는 인구감소지역은 행정안전부가 연평균 인구 증감률, 인구밀도,청년 순이동률, 주간인구, 고령화 비율, 유소년 비율, 조출생률, 재정자립도의 8개 지표를 이용해 전국 89개 지자체를 지정 및 고시한 바 있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의 의의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의 의의를 살펴보면 첫째, 국가의 책무를 적시한 것이다. 그간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문제는 국가적인 현상이었음에도, 그 정책적 부담은 지역이 상당 부분 책임졌다. 특히 지방소멸론 등이 확대되면서 의회, 언론 등 지역사회의 정책 압력이 각 지자체로 향하게 되면서 출산장려금, 살아보기, 뉴타운 조성 등의 각종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의 노력에도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출산, 보육, 교육은 지역이 부담하고 청년층의 경제활동은 정작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관계에 있었다. 이번 특별법을 통해 국가의 책무를 적시하면서 지역 인구감소에 대한 국가의 지원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울러, 최근 행정안전부가 조성한 10조 원 규모의 인구감소지역 지원기금에 대한 사용 근거를 마련한 점도 중요한 의의가 되겠다.

둘째,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종합적 지원체계를 제시하고 있다. 이 법을 통해 정주 여건 강화에 필요한 특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보육, 교육, 의료, 문화 등의 강화를 통해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고 주민 삶의 질을 제고하는 내용이 제안되고 있다. 특히 인구감소지역대응센터 설치,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등의 추진체계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정책효과 극대화를 위해 의미 있는 내용이다.

셋째, 생활인구, 생활권 등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그간 지역의 인구감소 대응정책은 행정구역 단위로 이뤄지는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 이번 특별법은 시·군·구 간 생활권 중심의 연계와 지자체 협력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인프라 공동투자, 시설 공동이용, 주민생활권 중심의 공공서비스 제공 등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의 한계와 과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은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한계가 있다. 첫째는 유사 법안과의 차별성 부족이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 등과 일부 유사한 성격이 있으므로 추후 개정을 통해 특별법의 내용을 차별화·특성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이번 특별법의 대상이 되는 89개 지자체는 낙후지역, 인구희소지역, 소멸위기지역, 농산어촌 등의 이름으로 여러 가지 정책들이 산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부처별,부서별, 시기별로 제각각 추진되는 정책들을 모니터링하고 패키지화할 필요가 있다. 추후 본 특별법의 개정을 통해 이러한 정책 전달체계를 강화한다면 정책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역 인구문제는 중장기적·종합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역문제를 정확히 분석·인식하고,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한 후, 모니터링과 관리를 통해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번 특별법을 통해 이러한 선순환구조 마련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일부 마련했다. 아무쪼록 이번 특별법이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안성조 대구경북연구원 사회디자인연구실 연구위원
안성조 대구경북연구원 사회디자인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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