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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지역 주민자치 실현 위한 제언

1. 들어가며
주민자치는 행복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나 지역을 만들기 위해 주민 스스로 참여하여 마을을 가꾸고 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발생하는 현안문제는 주민 스스로가 논의하고 해결하는 것으로 민주주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주민자치는 행정만 아니라 커뮤니티 안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주민자치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주체로서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결정된 내용의 집행을 감시하는 역할을 전제로 한다. 우리나라 주민자치는 1998년 읍면동 기능전환으로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되어, 1999년 시범사업과 2000년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시작되었다. 이때 주민자치센터는 시민교육과 문화여가 프로그램 운영이 중심이었다.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은 2021년 기준 3만6994개이며 이중 2만9042개가 문화여가 프로그램이며 주민자치 프로그램은 556개에 불과하다. 주민자치회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2010)과 2013년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2013)에 의해 2013년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표준조례안’을 만들어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자체는 ‘OOO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기능은 주민화합 및 발전, 지방자치단체가 위임 위탁하는 사무처리, 법령과 조례나 규칙으로 위임 위탁한 사항 등이다. 2021년 136개 시군구 1,013개 읍면동에 시범 운영 중이다.1)       1) 배귀희(2022), 33회 주민자치연구세미나 발표자료

섬 지역에서 시범실시 되고 있는 주민자치회는 부산 영도 청학1동, 인천 중구 영종동과 용유동, 거제 사등면, 통영 산양읍, 신안 팔금면 지역이다. 이 중에서 팔금면 지역을 제외하면 도심지역이거나 도심 인접지역이다. 공간적으로 다리가 연결되지 않는 섬 지역에서 주민자치회는 없는 셈이다. 10여 년 동안 주민자치회를 시범실시 했음에도 육지와 연결되지 않는 섬 지역은 전혀 시도되지 않고 있다. 바다로 둘러싸인 육지라는 섬의 정의나 정체성을 고려할 때 섬 지역은 교육, 복지, 문화만 아니라 주민자치의 사각지대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농촌지역은 물론이고 도심지역에서도 주민자치회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고, 법과 제도의 미흡한 점도 논의되고 있다. 섬 지역에서 주민자치회가 시범실시 되기 위해서는 섬의 특성과 가치, 주민조직의 특징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2. 섬의 정체성과 그 가치
우리나라는 제주도 본도를 제외한 유인도 464개, 무인도 2918개 등 모두 3382개의 섬이 있다. 유인도 중에는 95개가 연륙되었다.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표1>과 같다. 전체 3382개 섬 중에 전남 2014개로 59%를 차지한다. 섬이 있는 광역지자체는 11개이며, 섬이 없는 지자체는 서울, 대구, 대전, 광주, 세종, 충북 등 6개 시·도이다. 인구로 보면, 경남이 32만 3천명으로 가장 많고, 전남 16만5000명이다. 유인도는 ‘만조시에 바다로 둘러싸인 지역’을 말한다(섬발전촉진법 제2조). 다만 제주도 본도를 제외하며 방파제나 교량으로 연결되어 10년이 지난 섬은 제외한다. ‘섬발전촉진법’에서 이야기하는 ‘섬’은 섬의 개념보다는 정책대상이 되는 섬을 규정한다. 무인도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만조 시에 해수면 위로 드러나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땅으로서 사람이 거주하지 아니하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또 섬에 사람이 있더라도 ‘사람이 정착하여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도서는 무인도로 규정’(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한다.

국제적으로는 ‘자연으로 형성된 육지로서 물로 둘러싸여 있고 만조시 수면 위에 있는 곳(유엔해양법협력 제 121조)’을 섬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섬의 정의는 ‘개발대상섬’을 정의하는 것으로 섬 자체를 법률로 정의한 것은 없다. 개발대상섬을 ‘지정섬’이라도도 한다(섬발전촉진법 제4조). 이 지정섬은 행정안전부장관이 시·도지사의 신청에 따라 섬발전심의위원회에서 지정한다. 이러한 섬이 정의와 달리 주민자치라는 측면에서 섬의 공간은 섬주민의 생활, 즉 ‘섬 살이’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개발대상 섬은 10인 이상 인구 상시 거주하는 섬, 10인 미만 인구 상주시 거주하는 섬이라도 섬의 특성을 고려해 개발이 필요한 섬, 지정 섬의 지정기간은 10년으로 정하고 있다(섬발전촉진법 시행령 제3조). 하지만 대부분 10인 미만 상시 거주하는 섬은 개발대상에서 제외되고, 무인도서에서도 제외되어 섬정책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또 방파제 또는 교량으로 연결되어 육지와 연결된 섬은 연결된 때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제외된다. 이 경우도 연륙·연도교 이후에도 정주, 교육, 복지, 교통(도로) 등 주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고 개발도서에서 제외되어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곳도 생겨나고 있다.

무인도는 2918개 중 전남이 1743개로 59.73%를 차지하며, 이어 경남 475개(16.28%), 충남 252개(8.64%), 인천 153개(5.24%) 순이다. 무인도서는 절대보전, 준보전, 이용가능, 개발가능으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무인도서 중 여행이 가능한 곳으로 팔미도(인천, 등대), 사승봉도(옹진, 캠핑), 옹도(태안, 등대), 석대도(보령, 신비의 바닷길 축제), 노대도(신안, 무인도탐방), 차귀도(제주, 유람선, 탐방), 질마도(완도, 갯벌체험), 시호도(고흥, 갯벌체험), 계도(거제, 낚시), 소쿠리섬(창원, 갯벌체험) 등을 추천하고 있다.

무인도서 관리는 섬만 아니라 주변해역까지 포함한다. 주변해역은 무인도서 만조수위선으로부터 거리가 1킬로미터 이내의 바다를 말한다(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무인도서는 해양생태계의 보고로 생물다양성과 생태교육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며, 최근 해양레저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양관광레저 공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해역은 대부분 근처 어촌의 마을어업공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에서는 자연산 돌미역, 가사리, 톳, 전복, 홍합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생업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육지에 멀리 떨어진 유인도는 주변 무인도에서 취한 해조류 등이 생활에 큰 보탬이 되며 마을운영의 경제적 기반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무인도의 이용을 둘러싼 마을간, 마을 내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섬 정체성
섬의 정의만으로 섬과 섬살이를 떠올리는 것은 어렵다. 섬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단지 공간지리 측면에서 바다로 둘러싸인 섬을 상상할 뿐이다. 그 결과 고립성, 폐쇄성, 배타성을 떠올리며 섬의 특성으로 각인되었다. 그리고 특성은 지금도 섬 정책을 수립할때나, 섬 여행을 할 때나, 섬사람을 만날 때나 선입견으로 갖고 있다.

섬은 ‘바다로 둘러싸인 육지’라는 정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다로 둘러싸인’ 부분이다. 바다가 전제되지 않는 섬은 존재할 수 없다. 여기에 ‘땅’은 다른 의미로 숲이요 산이다. 한라산이 제주도이고, 성인봉이 울릉도이다. 섬은 바다에 솟아 있는 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 사람은 한편으로는 이 산에 의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바다에 의지한다. 섬 주변해역은 ‘마을어업’ 공간으로 마을공동어장을 운영하는 공간이다. 일찍부터 선사시대에는 굴, 바지락, 꼬막 등 패류를 식량자원으로 이용했던 공간이다.

조선시대에는 왕실과 토호들의 차지였고, 근대에 접어들어 비로서 지역주민들이 이용하기 시작했다. 어업기술이 발달하지 않는 시기에 섬주변 갯벌과 갯바위에서 자라는 패류와 해조류는 섬 살이를 가능케 하는 경제자원이었다. 이를 갯밭이라고 한다. 이 갯밭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수산업법이 만들어 지기 전에 마을주민들이 자원을 분배하고 관리하는 규칙들을 만들었다. 그것이 어촌에서 마을법 혹은 규약 혹은 향약이라 하는 것들이다. 요즘 고령화로 섬과 어촌인구가 감소하면서 이러한 규칙들은 마치 귀어귀촌을 막는 장애요인처럼 접근해 ‘진입장벽’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어촌이나 섬의 문화를 왜곡시킬 수 있다.

두 번째로 살펴야 할 섬의 요소는 숲이다. 섬은 바다에 우뚝 솟은 산이다. 그 산에 품은 물과 나무와 풀에 의지해 섬사람들은 의식주를 해결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곳이 제주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곧 제주의 마을 숲이기도 하다. 화산암이 부서져 돌밭이 되고 그 돌밭에 나무와 가시덩굴이 자라는 곳을 말한다. 나무는 베어서 집을 짓고 테우(전통배)와 농기구를 만들었다. 돌을 걷어내고 농사를 짓고 웅덩이에 고인 물로 농사를 짓고 식수로 이용하기도 했다. 울릉도나 가거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바람이 심한 곳은 나무를 심고 돌담을 쌓았다. 이런 곳에 서남해에서는 ‘우실’이라는 부르며,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당할머니를 모셨다. 최근 섬은 치유의 공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섬길을 걷고 숲과 바다에 채취한 것으로 음식을 만들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공간으로 주목하고 있다.

인천 무의도 갯벌체험장(왼쪽), 남해 물건리 어부림
인천 무의도 갯벌체험장(왼쪽), 남해 물건리 어부림

셋째로 섬에서 살펴야 할 곳은 마을이다. 섬 주민들은 농업와 어업을 함께 하며 생활한다. 특히 어업은 마을공동어장을 중심으로 ‘마을어업’을 하고 있다. 삽이나 호미 등 단순한 도구로 갯벌이나 갯바위에서 낙지나 조개나 미역이나 톳을 채취하는 어업이다. 어촌의 대표적인 공유자원이다. 마을어업은 어촌의 정체성이자 어촌다움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그 형태에 따라 마을의 운영과 마을공간 구성도 변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마을회관, 동답, 마을펜션, 공유부엌, 가공회사, 사회적 기업(마을기업) 등도 어촌마을을 구성하는 자원이다. 제주도는 마을어장만 아니라 마을목장을 공유자원을 보유하기도 한다.

최근 도시민들이 귀어귀촌의 목적지로 섬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때 기존의 주민들과 귀촌인 사이에 마을내 공유자원의 이용을 둘러싼 권리와 의무가 논쟁이 되고 있다. 이를 ‘진입장벽’이라 부른다. 이 용어는 다분히 도시민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원주민 입장에서 보면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한 규범이다. 즉 어촌문화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마을어업의 생산성 하락 등으로 그 가치가 옛날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중요하다. 이를 공감하지 않는다면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은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섬을 위해서는 마을·사람·삶을 아우르는 마을 공간, 해안·어장(갯벌)·양식 공간을 아우르는 ‘바다’와 섬길, 농지 등을 아우르는 ‘숲’이 지속가능해야 한다. 섬지역의 주민자치는 지속가능한 섬을 위해 주민 스스로가 섬 자원을 현명하게 이용하고 보전하는 자기결정권과 연계되어야 한다.

신안 흑산도 사리마을
신안 흑산도 사리마을

섬의 가치
섬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섬발전을 위한 관련법도 기존의 ‘개발’ 대상에서 ‘가치’를 재인식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섬의 가치는 1)영토적 가치 2)생태적 가치 3)경제적 가치 4)문화적 가치로 접근해 볼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해양영토는 기선으로부터 12해리(1해리, 1,852m, 대한해협은 3해리)이다. 서해의 경우 국가 주권이 미치는 영해는 기점도서에서 12해리까지이며, 기점도서는 유인도 거문도(여수시), 여서도 (완도군), 소흑산도(신안군), 어청도(군산시) 등 7곳과 무인도 홍도(통영시), 하백도(여수), 소국흘도(신안)를 포함하여 13곳이다. 현재 우리나라 영해는 86.004㎢이지만 섬이 없이 동해처럼 통상기선으로 이루어진다면 3만㎢로 줄어든다. 이뿐만 아니라 영해 내의 해저자원과 어업자원을 차지할 수 있다.

둘째, 생태적 가치이다. 21세기는 생태가치와 문화가치가 국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접경지역 DMZ, 백두대간, 연안도서 등을 생태계보전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해양생태계보호지역 14곳 중 12곳이 섬 주변 해역으로 해양생태계가 우수하고 해양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5조). 또 특정도서, 천연기념물, 명승 등 섬과 해안의 자연생태계, 지형지질, 자연환경이 우수한 곳들을 보전하고 있다.

셋째, 경제적 가치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는 어업이다. 바다와 갯벌에서 이루어지는 마을어업, 양식어업, 어선어업 등 수산동식물 포획을 통해 얻는 소득이다. 수산업과 어촌의 공익적 가치를 8천8백억으로 추정한 연구도 있다(류정곤, 2019). 우리나라 대부분 섬은 어업보다는 농업비중이 높다. 쌀농사는 물론이고 양념류와 특산물이 많이 생산되며, 숲에서 이루어지는 임업소득과 기타 소득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섬은 농업, 수산업, 임업 소득 외에 바다와 마을과 숲 등에서 이루어지는 관광 등 서비스 관련 소득이 있다.

넷째, 문화적 가치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섬관광과 해양레저다. 여기에 낚시, 해양치유와 힐링 등 섬과 연안을 활용한 해양관광 활동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또 오래된 섬 살이에서 형성된 섬 문화도 소중한 자산이다. 진도 다시래기, 위도 띠뱃놀이, 가거도 멸치잡이, 울릉도 떼배미역채취 등 국가무형문화재, 국가중요농어업유산, 전통어법과 어구, 어업노동요, 설화와 구전 등 문화콘텐츠 풍부하다. 섬, 해안, 바닷길, 연안습지, 만, 기암괴석 등을 품은 섬 지역으로 ‘명승’, ‘국가지질공원’,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제 섬의 가치는 섬의 구성요소에 맞춰 생태계서비스에 기반해 평가되어야 하며, 국토균형발전과 섬주민 누려야 할 국민의 기본권, 국민이 누려야 할 행복추구권의 측면에서 정책 필요하다. 무엇보다 섬 주민들이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행복추구권의 사각지대와 섬의 무인화 방지대책이라는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3. 섬 지역형 주민자치 실현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
섬 지역의 주민의견 수렴은 육지보다 물리적으로도 시간적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섬이 공간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것도 의견수렴에 장애요인이지만, 같은 면이라도 여러 개의 유인도가 있다면 각각 독립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진도군 조도면의 경우 유인도가 36개이며, 신안군 흑산면는 유인도가 11개, 옹진군 덕적면은 8개의 유인도가 있다. 육지에서 면단위는 마을로 나누어져 있기는 하지만 유사한 생업과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어 의견수렴이 용이하다. 하지만 섬 지역은 면 단위에 10개의 섬이 있으면 섬의 크기와 관계없이 10개의 면이 있는 것과 같다. 물리적인 공간이나 건물이나 공공기관 등을 공유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행정중심 보다는 섬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큰 섬이라고 해서 반드시 의사결정에서 큰 힘을 갖는 것이 아니다.

둘째로 고령화와 생활환경이 주민자치의 실현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주요 섬 지역 고령화율은 <그림3>와 같다. 거제시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이 전국 고령화율에 비해 매우 높다. 거제시는 다리로 연결되어 육지와 다름없고, 옥포, 장승포, 지세포, 거제시 등 조선산업, 해양산업 등 산업도시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통영시는 산양읍과 시내 지역을 포함해도 고령화율이 19.6%에 이른다. 특히 남해군은 37.8%, 신안군은 36.7%에 이르며, 진도군, 강화군, 완도군 등도 30%가 넘는 고령화율을 보이고 있다. 도심지역과 마찬가지로 섬지역도 65세 이상의 거주민들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다만 활동내용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섬 지역은 농업이나 어업 활동 등 생업에 활발하게 종사하고 있지만, 도심지역은 은퇴 후 취미활동, 봉사활동, 사회참여 등에 활발하다. 주민자치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잠재인력이다. 섬지역은 시간으로나 내용으로나 주민자치회에 참여할 물리적인 심리적인 장벽이 생기는 것이다.

섬 지역 인구감소는 심각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귀어귀촌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또 유동인구나 관계인구에 주목해 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주민자치 혹은 주민자치회의 운영에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주말에 섬에 거주하고 평일에는 도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나 육지와 섬에 주거공간을 두고 주민등록은 육지로 되어 있는 경우 등도 마찬가지이다.

셋째 섬 내에 주민조직이나 공식 및 비공식 조직을 고려해야 한다. 섬마을의 마을조직은 크게 어촌계, 부녀회, 노인회, 청년회 등과 마을 내 의사결정기구인 마을총회(대동계) 등이 있고, 주민자치가 이루어지는 면 단위에는 수협, 농협, 면사무소, 학교, 향우회, 문중 등이 있다. 마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조직은 어촌계와 부녀회다. 특히 마을어업이 활발한 섬마을일수록 어촌계의 역할은 크고 중요하다. 맨손어업이 발달한 서해 지역은 갯벌어업이 활발하다. 이곳은 모두 마을어업 어장이다. 주로 바지락, 굴 양식이 이루어지며, 일부지역에서는 김 양식도 하고 있다. 마을 내 어촌계원들을 중심으로 공유자원인 마을공동어장을 분배하거나 공동노동 후 판매금이나 생산물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섬마을이나 어촌에서는 오래 전부터 공유자원의 분배자치가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어장을 운영해 마을 자체적으로 노령연금을 지급하는 섬도 있다.2)  2) 해삼어장이 섬주민 공유자산으로(한겨레 2021.2.1)  부녀회는 실제로 마을운영을 좌우하는 마을조직이다. 외형으로는 마을총회나 개발위원회에서 결정하지만 결정된 일이 이루어지려면, 실제로 대내외적인 활동을 진행하려면 부녀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섬 주민자치에서 부녀회는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고려해야 할 주민조직이다. 부녀회나 어촌계는 마을단위만 아니라 면단위로 조직되어 있다. 다만 이러한 조직들이 때로는 자발적으로 움직이지만, 때로는 군-면-마을조직으로 이루어지는 행정집행의 통로가 된다는 점이다. 도심에서 나타나는 ‘주민자치의 관치화’ 혹은 선거동원과 연결되기 쉽다.

넷째 섬은 도시나 농촌과 달리 다양한 공유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주민자치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이러한 공유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운영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공유자원을 둘러싸고 이해당사자가 존재한다. 전통사회에서는 공유자원의 운영은 마을 내 조직인 어촌공동체가 그 역할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보통 어촌공동체는 농촌마을처럼 마을운영을 둘러싼
마을공동체에 마을어업을 중심을 조직된 어촌계가 더해진 것이다. 어촌공동체는 마을어장의 운영과 마을구성원 인정 등 중요한 결정을 해왔다. 특히 귀어귀촌 인구가 증가하면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마을구성원과 귀촌인들은 이러한 관행을 따르지 않으면서 법의 판단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 형태가 고소고발로 나타나 공동체가 훼손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주민자치가 이러한 섬이나 어촌의 마을공동체의 전환기에 역할을 해야 한다.

4. 섬 주민자치 실현을 위한 제언
섬 지역은 주민자치회만 아니라 그 전단계라 할 수 있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도하는 프로그램도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외형적으로는 고령화와 인구감소, 생업의 계절성과 시간적 제약성(물때, 조석간만의 차) 등 자연환경과 인구사회적에 특수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섬과 어촌은 마을공동어장을 정하고 구성원들 간에 많은 논의와 시행착오를 거쳐 현명하고 지속가능한 이용방식을 ‘마을규범’으로 정해 운영했다. 이는 도시는 물론 농촌에서도 볼 수 없는 자치질서라 할 수 있으며 어촌공동체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이러한 섬 지역 특성을 고려한 주민자치가 검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최근 주민자치와 관련된 문제로 ‘주민자치회의 관치화, 선거 사조직 방지’ 등이 지적되었다.3) 3) 2020년도 국정감사결과보고서(2021, 국회행정안전위)

도시지역에서 주민자치가 이럴진대, 견제와 감시가 없는 섬 지역은 그 정도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또 생업이나 일상이 ‘물때’라는 바다의 시간에 의지해야 하고, 계절성과 자연환경 의존도가 높아 참여도 어려운 실정이다. 섬 지역에서 주민자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회적, 자연적 환경은 물론 오랜 섬 살이에서 만들어진 공유자원을 운영하고 나누는 규범도 존중되어야 한다.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의 관계설정이 필요하다. 섬 지역은 도심은 물론 농촌과도 다른 마을공동체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어업공동체와 마을공동체가 결합된 어촌공동체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어촌마을은 마을어업의 성격과 규모와 생산성에 따라 어업공동체는 이익단체,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계 등의 형태를 띤다.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과거의 마을공동체의 특성과 최근 진화하는 특성을 고려해 섬마을공동체 활성화 조례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섬 지역에는 역할을 하지는 못하지만 주민자치위원회가 있고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는 어촌지원센터, 섬지원센터, 재생지원센터 등이 있다. 이러한 지원센터들은 읍면동 보다는 기초지자체나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운영을 한다. 따라서 실제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더구나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섬 주민들이나 지원센터 등의 심리적 거리감은 매우 크다. 주민자치나 주민자치회를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된다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섬마을은 어촌을 중심으로 오래된 마을규범을 가지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주민자치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해양수산부나 귀어촌인들은 ‘진입장벽’이라 말하지만 진의를 왜곡시킬 수 있는 용어다.

섬 지역까지 주민자치회가 확대되려면, 섬 지역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섬 주민들은 도시는 물론 농촌과도 다른 생활환경과 삶의 방식으로 섬 살이를 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이 주민자치회의 구성과 운영방법에 반영되어야 한다. 도시형이나 농촌형과 다른 주민자치회 운영 사례들이 논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리로 연결된 섬만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섬, 여러 개의 유인도로 이루어진 읍면의 섬, 어업비중이 높은 섬, 농업비중이 큰 섬 등 인구·사회·경제적 환경과 해양환경을 고려해 지역을 선정한 후 시범운영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주민의 주민자치 시행에 따른 민주의식의 제고도 이루어져야 한다. 섬지역의 읍면동은 행정 중심인 면사무소가 있는 섬과 여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크든 작든 섬들은 서로 공공시설이나 사업(민자 포함)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행정이 이를 조율하거나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다. 주민자치회가 이를 조율할 수 있다면 지속가능한 섬을 만들어 가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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