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주민자치 연구세미나
제34회 김미호 박사 ‘숙의형 타운미팅 프로세스의 개념과 주민자치 활용

‘숙의형 타운미팅’의 과정을 주민자치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모색과 토론이 진행됐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8월 23일 ‘숙의형 타운미팅프로세스의 개념과 주민자치 활용’을 주제로 한 제34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 김미호 부산대교육학 박사의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그간 한국사회가 급격한 경제성장과 빠른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각종 갈등이 생겨났다. 또 교육면에서도 OECD 최대의 학업시간과 노동시간, 낮은 만족도와 성취도로 이중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새로운 교육시스템과 인적자원 전략이 요구된다. 20세기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21세기에는 잘 먹히지 않는다”고 서두를 꺼냈다.

발제에 따르면, 한국 인적자원개발의 당면 과제는 창의, 융합, 의사소통, 협업에 상호이해, 호혜,신뢰, 사회통합의 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지역 중심, 아래부터의 상향식 개발이 필요한데 여전히 우리는 지엽적, 단편적 개발과 수혜적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게 한계이다.

김미호 박사는 “숙의, 공론화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고 익숙해지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 당면과제의 통합적 해법으로서 숙의의 인적 자본과 사회적자본 촉진제로서의 의의를 고찰함으로써 지역인적자원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하는게 본 연구의 목적”이라며 먼저 지역인적자원개발의 개념과 영역을 제시했다.

숙의성, 대표성과 함께 민주주의의 중요한 키워드
발표에 의하면 ‘인적자원’은 국민 개개인·사회 및 국가의 발전에 필요한 지식·기술·태도 등 인간이 지니는 능력과 품성이며, ‘인적자원개발’은 국가·지방자치단체·교육기관·연구기관·기업 등이 인적 자원을 양성·배분·활용하고 이와 관련되는 사회적 규범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하여 행하는 제반활동 지자체 및 지역의 교육·연구·기업·시민단체들이 지역민의 인적·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는 활동을 뜻한다.

또, 숙의(Deliberation)는 가치를 신중히 평가하는 것, 철저한 균형, 특정 사안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논의하는 것을 의미하며 ‘민주주의’에서 기원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즉 민주주의 중요한 키워드로 ‘대표성’과 함께 ‘숙의성’을 들 수 있다. 이와 연결해 현대 대의 민주주의 한계로 ‘대표의 실패’ 즉 ‘참여 민주주의’와 숙의 실패가 꼽히기도 한다.

김 박사는 “숙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뉴잉글랜드의 타운미팅, 아메리카 스픽스(Speaks), 프랑스 공공토론위원회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정치 말고 다른 영역에선 숙의를 거론한 사례는 없을까’하고 제 전공인 교육학 쪽에서 살펴보니 존 듀이가 ‘민주주의와 교육’에서 “민주주의 핵심에 교육이 있고, 교육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며, 시민적 토론, 판단, 참여 능력을 지닌 공중으로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과 의사소통에 바탕을 둔 ‘생활민주주의’를 확립함으로써 대중들도 활발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적 지성’을 공유할 수 있다”라고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워커와 슈왑은 학문적 지식을 교육과정으로 만드는 교육과정개발이라는 실제적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숙의를 도입, 숙의적 교육과정개발을 제시했고, 봄은 숙의를 새로운 진리를 창조하는 대화 방법으로 보고 ‘대화이론(theory of dialogue)’을 정립했으며 센게도 숙의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라며 “숙의는 민주주의 실천 원리로서 뿐만 아니라 사회가 보다 합리적인 진리를 추구하고 공유하게 함으로써 실제적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집단 지성을 형성하게 하는 창조적 대화 방법이자 생활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설명했다.

숙의, 창조적 대화법이자 생활민주주의 근간…상호소통ㆍ성찰 통해 균형 잡힌 의사결정 하는 것
김미호 박사는 숙의를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상호 소통과 성찰을 통해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정의했으며 그 특징으로 △서로 다른 여러 가지 견해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짐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교환됨 △상호 경청과 이해가 이뤄짐 △현실에 대한 합리적 성찰과 종합적 통찰을 지향함 △진지한 대화와 이성적 토론에 의해 기존의 견해가 변하거나 타협할 수 있음 △그 결과 집단 전체에 더 나은 의사결정 혹은 합의와 공공선에 이를 수 있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최선의 결과를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정리했다.

다음으로 김 박사는 ‘숙의와 지역인적자원개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자본과 숙의는 너무나 많이 관련돼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 확대로 산업구조 개편,인력양성 및 활용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새로운 교육시스템과 비전, 인적자원개발 전략이 요구된다. 협소한 전문지식, 특정 직업훈련육성이라는 인적자원개발 전략은 시대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지식 융합적 소양을 갖춘 창의적 인재가 요구되는 시대다. 개인이 아닌 조직, 공동체단위에서 공동의 문제를 찾아내고 함께 협업을 통해 융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개인 및 조직 역량이 필요하다. 즉 사회적 협력이 가능한 개인 역량, 그리고 집단지성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 역량이 강조된다”라며 “숙의는 집단지성을 활용한 공공문제해결이라는 목표를 가짐과 동시에 그 사회의 집단적 지혜를 창출하는 기반이자 집단지성 창출의 조건이며 과정이다. 봄(Bohm)은 자신의 관점을 고수하려는 폐쇄성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개방적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래 인적자본에서 숙의는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김미호 박사는 “사회적 자본은 사회통합과 발전의 거름이자, 인적 자본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숙의는 그 자체가 사회적 자본이면서 사회적자본 형성의 전제 조건이고 또한 창의 융합이 강조되는 미래 사회에서의 인적 자본의 핵심 역량이다. 숙의는 특히 4차 산업시대 인적자원개발의 사회적자본과 인적 자본 모두의 공통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박사는 “숙의는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상호 소통과 성찰을 통해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숙의 과정을 통해 미래인적자원을 배양할 수 있음과 동시에 사회통합도 이룰 수 있는 통합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지역 단위에서 상향식 참여를 통한 숙의를 확대하는 것이 지역인적자원개발의 방향이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는 인적자원개발 방향에 대한 새로운시각을 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연구 결과가 지역인적자원개발에 주는 시사점으로 △지역인적자원개발의 두 핵심 요소인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상보적 관계를 숙의를 매개로 설명함으로써 보다 풍부한 설명이 가능함△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숙의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기존에 별개로 진행되던 인적자본개발 사업과 사회적 자본 형성 사업을 통합적으로 개발할 수 있으며, 또한 인적자본 개발에 치중된 불균형한 인적자원개발 사업을 바로잡을 수 있음 △이런 통합적 개발은 기존의 사회적 자본 형성 사업과 인적 자본개발 사업의 질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이점도 있음 △진정한 상향식 지역인적자원개발이 가능함△숙의 활동을 HRD 차원에서 접근하여 정책을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그동안 지방행정과 정치 차원에서 진행되었던 숙의 활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국내에서 진행한 실제 숙의 사례와 그 한계에 대해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사례는 2016-17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대토론회’,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형 조사’, 2018‘대입개편 공론화위’, 2010년 ‘충청남도 도민정상회의’,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평택 채소마을 타운미팅 등이었으며 한계로는 △짧은 민주주의 역사로 숙의 역량 미흡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참여자의 물리적·심적 부담이 참여 부진으로 연결 △심도 깊은 숙의가 이뤄지기 보다는 단순 의견 수렴에 머물거나 단발적인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침 △보편타당 검증 숙의 시스템 부재, 저변 확대 한계 등을 지적했다.

발제 김미호 교수(왼쪽), 토론 박경하 교수
발제 김미호 교수(왼쪽), 토론 박경하 교수

숙의형 타운미팅 모형 기반 다양한 의제ㆍ조직에 적용 가능한 구체적 실행 프로그램 개발 필요
아울러 그는 숙의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는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타운미팅 프로세스를 디자인한 연구도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숙의형 타운미팅 프로세스 흐름도’와 함께 숙의 개념과 조건, 구성요소에 관한 국내외 문헌을 고찰하고 종합하여 숙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핵심가치를 도출하여 다층적·체계적으로 구조화 했으며 각각의 의미를 구체화했다. 또 숙의 하위 프로세스로 상호이해-심층평가-의사결정이라는 메커니즘을 규명하였으며 숙의형 타운미팅 프로세스를 개발하는데 있어 시스템적 프로세스 관점을 적용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단계적이며 역동적인 프로세스를 도출하였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에 기초하여 향후 현장에서의 실행 검증과 보다 다각적인 타당화를 거쳐 일반화된 실행 모형 개발 연구가 필요하다. 숙의형 타운미팅 모형에 기반하여 다양한 의제와 조직에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숙의를 효과적으로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수행지원도구 개발과 퍼실리테이터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도 필요하다. 숙의형 타운미팅의 실행 효과성 및 조직과 개인의 숙의 역량을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는 숙의 진단 지표 및 숙의 역량 평가 도구개발이 이뤄져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숙의 본연의 비판적 사고 활동과 협력적 의사소통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차원적인 사고활동이자 사회적인 활동인 숙의의 복합적인 특성에 따른 다층적이고 심층적인 개발 연구 방법 또한 다양하게 연구되기를 기대한다”고 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발제 후 채진원 한국주민자치학회 학술부회장의 진행으로 본격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채진원 부회장은 “숙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논쟁(디베이트)과의 차이 알면 좋을 것이다. 논쟁은 각자의 입장이 팽팽하고 결론이 나기 어렵다. 자기의 생각을 관철시키려 상대를 설득하려하나 설득이 잘 안 된다. 자기 논리를 상대에게 관철시키려 하는 게 디베이트의 목적이다. 반면, 숙의는 자기주장 관철이 목적이 아니고 자기 것을 주장도 하지만 생각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즉 자기 이익과 정체성을 관철시키려고도 하지만 생각의 한계 느끼면 바꿀 수도 있다. 숙의는 딜리버레이션, 즉 전달, 배달의 의미가 있다. 자기의 지나친 이익성, 생각의 짧음에서 오는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보다 더 생각을 깊이 할 필요가 있다.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토의를 통해 편협성을 극복해가면서 생각을 정리해가는 게숙의가 아닐까 한다. 숙의의 목적은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는 게 아니고 자신의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 타인의 반응을 보면서 자기 생각을 성찰하는 게 목적이 아닐까 싶다. 왜 숙의가 안 되는지, 또 잘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토론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박경하 교수는 “숙의형? 정확한 번역은 아닌 것 같다. 숙의형 타운미팅, 일반화된 용어인지 궁금하다. 숙의는 소통을 통한 성찰이 핵심가치일 것 같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토론 시 자기의견을 안 바꾸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숙의형 타운미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방법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정환 경기도 주민자치원로회의 대표회장은 “토론 자체 개념이 왜곡된 것 같다. 자기 의견만 계속 관철시키려하는 것이 아닌데 그렇게 흘러가는 것같다. 숙의형 토론은 상대의견을 존중, 배려하면서 발전하는 민주주의가 되어야할 것 같다. 주민자치가 민주주의 뿌리이고 꽃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실질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 그냥 화두만 던져진 느낌이다. 주민자치가 잘 되려면 숙의민주주의와 토론이 진지하게 이뤄져야 한다. 마을사업을 하려해도 토론이 잘 이뤄지면 동네에 꼭 필요한 것을 끄집어내서 하게 되고 그러면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소통 잘되는 동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토론 참석자를 어떻게 선별하는지, 지역에 여러 부류의 주민들이 있을 텐데 다양한 사람들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잘 선별해 토론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숙의형 타운미팅과 주민자치 어떻게 연계? 균형감 있는 참여자 선별도 과제
전은경 교수는 “평소 교육학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영역을 연결해주셔서 특이하기도 하고 교육학이 학교교육이나 평생교육에 매몰되어온 경향이 있는데 이를 확장해주셔서 감사하다. 숙의는 휴먼, 소셜 캐피털 구성하는 좋은 기제라고 했는데 휴먼, 소셜 캐피털이 방대해서 그럼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서 어느 부분에 구체적으로 기여하는지 중간 설명이 없어서 궁금하다. 또 타운미팅을 시스템 이론으로 풀어주시고 인풋, 아웃풋 과정으로 설명하셨는데 이 과정에서는 성찰, 숙의 등은 그 안에서 일어나는 하부구조 간 상호작용, 변화, 아웃풋이 나타나는데 그런 하부요소들이 그림에 안 나타나서 여러 하부요소들의 상호작용 부분을 다루면 더 완성도가 높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세스는 선형적 과정이 아니고 순환적 과정인데 그림 자체가 너무 선형적 과정으로 그러져 이런 부분도 다듬어지면 좋겠다. 그리고 주민자치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주민자치에 투입해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하면 가능한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김미호 박사는 “제가 관여했던 숙의형 타운미팅의 사례에서 보면, 정책 담당자들에게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주십사 말고는 별다른 참여 유도방법이 없었던 것 같다. 현실적인 한계가 계속 눈에 보였고 이런 식으로 해서는 진정한 주민자치와는 거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계속 했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를 내내 고민했던 것 같다. 참여자 선별과 관련해서 한 사례는 대구시 100인 위원회에서 했는데 나름대로 인구별 연령대별 직업별로 주제와 관련해 신청자 면면을 보고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신청자 중엔 또 불참자도 있었다. 실제로 다양한 사람을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가 관건인 것 같다. 제대로 하려면 취지에 맞는 주제와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답일 것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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