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외국정책사례

독일의 두 가지 재정조정제도
독일의 재정조정제도는 연방에서 각 주州 간의 재정균형을 위한 연방재정조정제도와 주에서 각 게마인데(Gemeinde) 간의 재정균형을 위한 지방재정조정제도 두 가지로 구분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그 원리는 동일한데, 기본적으로는 세입이 많은 지자체에서 세입이 적은 지자체의 교부금을 보전해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 재정조정제도(Finanzausgleich)의 역사
1867년 독일 제국의 전신인 북독일연방의 설립과 함께 독일의 재정조정제도가 시작됐다. 당시 새로 편입된 연방주에서 재정균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1871년 비스마르크 제국 헌법은 관세 및 소비세 수입이 충분하지 않으면 각 주에서 연방에 기여금(Matrikularbeiträge)을 보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연방과 주의 관계는 바이마르 제국에서 뒤바뀌기 시작했는데, 바이마르 제국 헌법에서는 각 주가 제국의 지원을 받는 형태로, 연방 주에 분배된 세수에서 일정 비율을 할당받는 방식이었다.

2차대전 이후 독일연방공화국(서독) 출범 이후에는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주정부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평등하고 서로 독립적인 관계를 천명한 바 있다. 이에 1955년 기본법에 연방과 주의 조세 분리 시스템, 연방과 주가 공유하는 재정관리, 재정조정제도가 명시됐다. 독일에서 현재의 지방재정조정제도는 연방재정조정제도와 맞물려 시행되고 있는 재정조정제도로 연방교부금 또는 주 교부금의 일부를 분배금으로 설정하고, 분배금 내에서 주 또는 게마인데의 세수에 따라 교부금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지방재정조정제도(Finanzausgleich)의 기능
지방재정조정제도는 최상위 법인 기본법(Grundgesetz) 제106조 제7항에서 그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공동세(Gemeinschaftsteuern) 총수입 중 주 할당 비율에서 전체적으로 게마인데와 게마인데 연합에 귀속된다[여기서 공동세란 기본법 제106조 제3항에서 정한 바와 같이연방 및 주에 공동으로 귀속되는 소득세(Einkommensteuer), 법인세(Körperschaftsteuer), 판매세(Umsatzsteuer)를 말함]. 그 밖에 주의 조세수입이 게마인데(게마인데연합)에 귀속되는지 여부와 정도는 주법으로 정한다.
- 독일 기본법 제106조 제7항 (Art. 106 Abs. 7 des Grundgesetzes) -

이를 기반으로 각 주는 지방재정균등화법[주에 따라 재정균등화법(Finanzausgleichsgesetz) 또는 게마인데재정법(Gemeindefinanzierungsgesetz) 등으로 다르게 나타남]에 따라 지방재정조정을 실시하며, 일반적으로 주 예산과 함께 주 의회에서 의결되고 있다.

<그림1>은 지방재정조정제도의 개념도를 모식화한 것으로, 주 세입의 일정 비율을 재정조정을 위한 할당량(Verbundmasse)으로 설정하고 조정교부금을 각 지자체 세수 능력에 따라 분배하며, 기준을 초과하는 초과세입 게마인데는 재정조정 할당량을 위해 지불하는 구조로 돼 있다[독일의 최소 행정단위인 게마인데는 게마인데(Gemeinde) 또는 코뮌(Kommune) 등으로 혼용해 불리고 있음].

지방재정조정은 세부적으로 수직적 재정조정과 수평적재정조정으로 구분되는데, 수직적 재정조정은 각각의 게마인데가 주 정부에 납부하는 세율의 차별화(1차 재정균등화), 추가 교부금 분배(2차 재정균등화)와 같은 경우를 말하고, 수평적 재정조정은 이러한 균등화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심한 경우 수직적 재정조정의 결과를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2018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주 지방재정 균등화 사례
독일의 지방재정 균등화 사례를 살펴보면 지역의 세입능력을 감안할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특성과 현재의 지역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지방재정 균등화가 이뤄지고 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지방재정 균등화를 위한 할당 비율 산정 과정을 보면 공동세인 소득세, 법인세, 판매세의 주 할당량과 함께, 토지세의 4/7에 해당하는 금액에 더해 기초생활보장금, 연방재정교부금의 일부를 추가해 산정하고, 카지노 산업 수입 감소 보전금, 법률에 따른 게마인데 지원금과 사회통합 및 난민에 따른 지출은 제외하고 있다. 재정조정을 위한 할당 비율은 주 법에 따라 23%로 책정됐으며, 여기에 연방의 각 주에 대한 지원금 50억 유로 중 약 2억 유로를 재정조정 분배금에 포함시키고 있다.

재정조정 분배량은 총 4개 분야로 나눠지는데 ① 세입 능력에 따른 분배 교부금, ② 지역투자 촉진을 위한 추가 교부금, ③ 특별 추가 지원금, ④ 필요 교부금으로 구분된다. 세입 능력에 따른 분배 교부금은 원래 지방재정조정제도 기본 취지에 부합하는 교부금으로 <그림1>에 설명된 교부금(Schlüsselzuweisungen)이며 기타 교부금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게마인데재정법(Gemeindefinanzierungsgesetz, GFG)에 따른 추가 교부금이다.

지역투자 촉진을 위한 추가 교부금은 게마인데재정법 제16조에 따른 일회성 교부금으로, 지역의 특별 기금 상환, 일반 투자, 노인시설, 사회통합 등의 분야에서 지역투자 촉진을 위해 배분되는 교부금이고, 특별 추가 지원금은 게마인데재정법 제17조 및 제18조에 따라 학교 및 교육, 스포츠 분야의 활성화를 위한 교부금이다. 필요 교부금은 게마인데재정법 제19조에 따라 지역의 특성에 따라 지역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 보전해주는 제도로, 온천지역, 수돗물 경도처리에 대한 보상금, 동맹군 주둔에 따른 보상금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재정조정제도의 법 제도는?
우리 「헌법」에서는 독일과 같이 지방재정조정에 관해서 명문화하고 있지는 않으나, 전문前文에서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한다”고 하고 있으며 제123조제2항에서는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법규범을 마련해놓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법」 제136조에서는 이미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지방재정 조정의 노력을 명시하고 있고, 「지방교부세법」 등을 통한 제도 또한 마련돼 있어 법률상 제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방재정조정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현재의 상황에서 독일과 같이 최상위 법인 「헌법」 수준에서 제도를 명문화할 필요성은 없다고 보인다.

다만,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는 그 사무와 의회의 설치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방자치법 및 관련법 등에서 정하고 있고, 현재 지방자치법의 지방재정조정 조항은 지방교부세법을 통해 실현되고는 있으나 지자체의 수평적 재정조정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향후 헌법개정 시 세부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균형에 대한 선언적 의미의 명문화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재정조정제도 vs 우리나라의 지방교부세 제도
독일의 재정조정제도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제도는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이다. 두 제도는 모두 지방의 균형발전과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지방교부세에서 정의하고 있는 목적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교부해 그 재정을 조정함으로써 지방행정을 건전하게 발전시키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음). 하지만 독일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지방교부세 제도는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별로 차등 교부하는 제도, 즉, 수직적 재정조정의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지방교부세 중 특별교부세를 지역의 필요에 의해 교부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으나 이 또한 수직적 재정조정의 일부로 봐야 할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시·군·구/읍·면·동) 수준의 제도 도입 필요성
독일의 연방 및 지방재정조정제도는 연방(Bund)에서 각 주(Land)의 균형을, 주(Land)에서는 게마인데(Gemeinde)의 균형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제도인데, 여기서 게마인데는 독일 행정구역의 최소단위로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읍·면·동과 비교할 수 있으나 독일의 게마인데는 자치재정권과 법인격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성격을 갖고 있고[독일의 게마인데는 공동세(Gemeinschaftsteuer) 할당분뿐만 아니라 대표적으로 개 세금(Hundesteuer), 이중주소세(Zweitwohnungssteuer), 사냥 및 낚시세(Jadg- und Fischsteuer)등에 대한 직접적인 조세권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읍·면·동은 최소단위 행정구역으로서의 의미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차이점은 두 나라의 역사적 배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중세 유럽의 왕정사회는 지방의 귀족이나 교회가 중심이 된 영주의 토지 소유를 인정해 행정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이른바 봉건제를 운영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쳐 강력한 중앙집권적 왕권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정조정제도를 중앙정부-광역시·도-시·군·구에서 나아가 읍·면·동까지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현재의 중앙정부의 정책의 의존하기보다는 읍·면·동의 자치권한 강화의 추세와 더불어 장기적으로 읍·면·동 단위에도 영국의 패리쉬 의회(Parish Council)와 같이 자치재정권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조세권을 우회적으로라도 부여하는 등의 제도 또한 검토해야 할 것이다[영국의 패리쉬 의회(Parish Council)은 독일의 게마인데에 해당하는 최소 행정단위로서 직접적인 조세권을 갖지는 않지만 상급 행정단위를 통해 우회적으로 조세권을 확보하고 있다].

지방세 세수구조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문제
OECD 분류에 따른 세수 구조는 크게 소득과세, 재산과제, 소비과세로 나눌 수 있는데 국세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 국가에서 90% 이상이 소득 및 소비과세에서 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지방세의 경우 소득과세 + 소비과세와 재산과세의 비율이 거의 50:50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OECD, Revenue Statistics 2021). 이러한 국세와 지방세 세수 구조의 불균형은 지방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현상으로 이어지는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광역 및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100% 미만으로 중앙정부의 재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낙후지역의 경우는 한자리 수준의 재정자립도를 보인다. 국세-지방세 간 세수 구조 불균형으로 인해 대부분 재정이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충당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의 제도가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적용되기에는 지방재정조정이 아닌 현재의 지방재정의 수직적 배분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재정균형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국세 대비 지방세의 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며, 지방세 세수구조의 조정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을 충분히 확보한 뒤에야 진정한 지방재정조정제도의 도입이 가능할 것이다.

장인성 독일 아헨공과대학교 E.ON Energy Research Center 연구원
장인성 독일 아헨공과대학교 E.ON Energy Research Center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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