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커뮤니티 아트

다시, 계속, 이어지는 고민으로 공공성
이번 글 제목에 ‘다시’라는 부사를 강조해 우리가 진정 공공성에 대해 어떻게, 즉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를 말하려는 목적을 부각시켰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다시’는 ‘하던 것을 되풀이함’과 이 되풀이하는 이유를 ‘방법이나 방향을 고쳐 새롭게 함’으로 설명하고, 이를 ‘하다가 그쳤던 것을 계속함’으로 지속적인 어떤 태도를 강조하는 의미를 밝힌다. 이어서 사전에서는 ‘다음에 또’의 의미로 해명하면서 ‘다음의 또’가 지향할 수 있는 방향을 ‘이전 상태’로 지시한다. 결국 우리말의 바른 뜻을 일상생활에서 정확하게 사용한다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 때 명확한 자기 입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의 제목은 공공성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태도를 문제 삼고자 한다. 그 문제의 핵심은 바로 태도 취함에 달려 있다. 그래서 ‘다시’의 명확한 방식과 태도를 통해 그것이 ‘언제나’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와 같음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공공성은 단박에 규정되거나, 명시적으로 정의된 바에 따라 관습적으로 행동하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공공성은 ‘다시’에서 알 수 있듯, 되풀이하고, 고쳐서 새롭게 하고, 그치지 말고 계속하고, 이전 상태를 염두에 두고 또 하는 행동과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일상적 삶의 태도로부터 이해를 구할 수 있다. 그래서 공공성은 행정적 용어로 지시적 의미를 갖는 문자화 방식으로 그 뜻이 소멸될 수 없고, 정치적인 입장으로 앞에 주어질 일처럼 제시할 수 있는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없다.

공공성은 언제나 다시 삶에서 문제가 되고,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언제나 다시 그때마다 결단의 태도를 취하면서 행동해야 할 숙제宿題와 같다. 다른 글에서 이미 공공성을 풀어 설명했듯이, ‘함께 있음’의 토대로부터 자기 자신의 삶을 이해하려는 모든 일, 생각, 태도 등을 공공성은 함축한다. 공공성은 공동체적 삶에서 이미 드러나 있다. 따라서 공동체 삶이란 얽히고설킨 관계에 대해 늘 깊이 생각하고 행동을 하는 일이기에 그로부터 다양하게 파생되는 일에 대해 우리는 언제나 다시 생각하고 행동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다양한 공식적 경로를 통해 새로운 문화 양태로 정립하려는 공공예술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고 있다. 그렇기에 다채로운 제안들이 공공성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표현방식과 맞물려 실험되고 한편으로 정착되고 있다. 이를 통칭 문화-예술 정책 중 공공예술 분야 정책이라는 용어로 사용한다. 그런데 이 정책에 조응하는 수많은 제안은 제각각 별도의 성취목표를 상정하는 듯 복잡한 경로의 얽힘과 설킴을 부담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런 행태는 아마도 문화보다 예술에 더 치중하는 행태적 한계로부터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공공성이라는 공동체적 목표에 동의한다면, 입안단계와 실행단계 그리고 현장의 실천성에서 행위 주체로 일하려는 사람들은 이제 독립적 결과들이 과연 공공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다시’ 살펴야 한다. 살피려는 이유는 지금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따지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의 힘을 갖기 위한 노력, 즉 애씀이다. 공공성은 지금, 이런 저마다 애씀을 통해 늘 새롭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화도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시’ 고려해야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도시”라는 조금 어색하고 참된 의도를 쉽게 알 수 없는 용어를 통해 공공예술의 상상력으로부터 새로운 삶의 자리를 만들어 내려는 정책을 벌써 5년간 진행하고 있다. 이 정책 입안의 토대는 비전(왜 vision이란 용어를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과 목표로 친절하게 설명돼 있지만, 너무 추상적이고 실천하기 위한 상상력을 부추기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차분히 해명해 보자면, 대한민국을 중심과 주변의 관계가 아니라 지역별로 나눠 문화를 통해 주도적인 삶이 가능한 어떤 조건을 생성할 수 있다는 점을 기본 취지로서 밝히고 있음을 우리는 알게 된다.

그런데 문화를 통한 발전이나 문화적 삶이 명확하게 어떤 뜻으로 실천될 수 있는지는 사실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 목표는 실천단계를 설정하고 있는데, 공동체를 활성화하겠다는 뜻과 고유한 문화가치를 통한 지역 간 균형 잡힌 발전 양상을 만들겠다는 정책의 방향을 알린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목표로 제시한 네 가지 중 두 가지는 문화와 산업을 일치하는 하나의 실행방식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문화의 창의성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이라고 표현한 본래의 뜻은 아마도 문화산업이라는 개념으로 어떤 사태를 강하게 질타했던 서양 철학자의 말을 차용하면서, 엇갈린 내용으로 변질돼 이해할 수 없다. 풀어 생각해 보면 지역의 성장 가능성을 기존의 산업경제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체계를 만들어 보길 희망한다는 뜻과 그 기반을 삶의 여건에 능동적 활동과 직접 관련되는 모든 일(이를 문화로 이해한다면)에서 찾고자 한다는 뜻이 중첩돼 강조되고 있다.

마지막 목표는 이런 해명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는데, “문화적 도시재생과 접목한 사회혁신 제고”라는 오묘하고 뜻깊은 목표는 아마도 저마다 지역의 특성을 찾아내고 그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활동이 새롭게 정립되는 지역 사회의 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의 어려운 비전과 목표를 굳이 설명해보려는 이유는 이제 정말 그리고 언제나 ‘다시’ 이 문제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이 목표를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론이 공공성을 다시 생각하려는 구체적인 애씀에서만 제안되고 실행되기 때문이다.

목표를 명확히 담아낸 프로그램 명칭
우리가 정보를 취합하는 방식 중 사례들을 분석하는 방식은 최종적인 목표는 현재 상황에서 좀 더 구체적인 실행 가능성을 찾고, 이에 따르는 조건을 미리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부합될 까닭을 미리 알고자 하는 것은 이미 공동체적 삶을 전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월간 『공공정책』에서 할애한 이 글에서 부단히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원인과 조건에 대한 여러 정보 취합의 일례이면서 동시에 공공성을 다루려는 다양한 실험들이 어떤 애씀으로부터 실행될 수 있는지를 알리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사례를 살필 때, 현황을 나열하는 사건에 대한 보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참여하는 사람들이 노력하면서 얻고자 하는 공동체적 삶에 대한 실험(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나가노시[長野市]에서 활동하는 NPO <카페 만마루>의 ‘거처를 연결하는 지도 만들기’ 사례를 보자. 이 행사는 한 단체가 나가노시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2022년 6월 26일 개최한 소위 ‘마을지도 그리기’이다. 18개 단체에서 22명이 참여한 이 행사는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서 공동체적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연계될 수 있는지에 관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단순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홍보와 사전 연락 그리고 참여자를 모으는 방법은 SNS를 활용했고, 지역 신문이 사전 기사로 이 행사를 홍보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일본 시민단체의 활동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매우 실천적인 제안을 명확하게 표현한다는 점이다. 행사 명칭 역시 적확한 표현을 통해 어떤 내용을 제안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행사 명칭에서 드러나듯, ‘거처를 연결하는 지도 만들기’는 서로 연결돼 있지 않은 거처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최소한 시민단체가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당연히 참여자들은 거처를 연결한다는 공통의 목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다. 따라서 행사는 명료한 순서와 진행 내용으로 사전에 준비된다.

거처를 연결하겠다는 취지에서 우리는 거처가 왜 연결돼야 하는지 물을 수 있다. 여기서 ‘거처居處’는 일정하게 이미 자리하는 ‘그 장소’이다. 그 장소는 늘 동일하거나 유사한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거처는 거처를 명확하게 제안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거처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현재의 입장을 전제하면서 앞으로 결정해야 할 일과 ‘그 장소가 될 그곳’을 함께 지시하기 때문이다.

말장난 같은 이 ‘거처를 연결하려는 취지’에 중의적 뜻이 담겨 있기에 이 프로그램(현장에서는 워크숍으로 진행됐다)은 언제나 ‘다시’ 생각해야 할 공공성을 행사 명칭에 잘 녹여내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워크숍 프로그램은 두 가지 내용을 취합하려는 소기의 목적으로 준비됐다. 하나는 기존의 거처를 연결해 복합적 효과를 기대하게 하는 행동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거처로서 미래의 활동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연결(정보의 부단한 교환)하면서 기존의 거처가 갖는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인 삶의 자리에서 드러나는 공공성
이 행사는 설립 10년을 맞이한 NPO 단체가 ‘육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려는 자신들의 프로그램에서 파생된 현실적 문제에서 시작됐다. 발단은 회원 한 명이 제기한 “육아에 대한 고민이 세대 간 고민으로 퍼진다”는 고민이었다. 그래서 다른 단체 프로그램의 경우 “세대 간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알고자 했고 그런 프로그램과 연계할 수 있다면 아이를 키우는 고민과 연결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됐다. 소박한 이 질문으로부터 참여자들의 연계 가능성을 둔 공통의 문제들은 더욱 구체적인 자신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시민단체가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그 운영 장소가 과연 “안심할 수 있는 장소”를 어떻게 보장하는지, “여러 사람이 섞일 수밖에 없는 장소의 다양한 변신 가능성”에 대한 질문,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보장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장소”에 대한 문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 이 질문은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데, 이것이야말로 지역의 지역문화라는 점에 우리는 유의해야만 한다. 우리는 지역문화를 공동선共同善처럼 치장하는 데 아직 더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공공성은 그런 거창한 목표나 꾸밈에서 발현되지 않는다. 공공성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삶의 자리에서 드러나고 변화되면서 지속성을 갖춘다.

이 워크숍에서 나온 의견들, 근본적인 생활 속의 질문들의 답은 커다란 지도를 두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의 거처를 점으로 표시하면서 하나의 지도를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지도상 표기된 거처는 이미 ‘그곳’이었고, 이렇게 교환된 정보를 통해 참여자들은 앞으로 ‘그곳’이 돼 줄 지도 위에서 새로운 거처를 찾아낼 수 있었다.

단체와 단체, 사람과 사람, 프로그램과 프로그램이 중첩되는 이 교환방식은 결국 서로 가치관을 인정하는 지역-문화를 만들어내는 생산방식인 셈이다. 이 생산방식은 경제체계가 (아직) 아니다. 또한 경제체계로 변화한다면, 그 경제운용의 방식은 산업경제를 대체할 수 있지 않다. 왜냐하면 문화는 경제가 아니며, 경제는 문화와 직접적 연관을 스스로 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지형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계기로 본다는 입장만큼은 분명하지만, 지역 경제의 활성화가 이러한 문화활동에서 오롯하게 연장되지 못한다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활동 대상과 지역 등 자신의 시선이 바뀌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는 것처럼, 스스로는 자신의 거처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장소라도 거처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공공성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이 워크숍은 사례로 분석될 만하다. 마을지도는 완성형일 뿐만 아니라 각자의 거처가 가진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섭 아트컨설턴트
이섭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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