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주민자치 실질화 정책토론회
1 전라북도 주민자치 활성화 및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정책 토론회

전라북도 주민자치 정책 토론회가 거둔 성과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행정·의회·학계·주민자치 현장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는 점과 둘째, 현재의 주민자치회가 가진 치명적문제점과 우리나라 주민자치가 안고있는 제도 및 행정적 한계에 대해 교감하고 공감하며,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명확한 분권으로 자치권이 보장되는 주민자치회의 권한과 지위가 확보되어야 주민과 지역을 대표하는 진정한 자치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한 목소리를 모았다.

9월 23일 전주에 위치한 전라북도의회 의원총회의실에서 ‘전라북도 주민자치 활성화 및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주최 및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는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가 좌장,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발제, 그리고 염영선 의원(전북도의회), 유희성 회장(전북 주민자치회), 방상윤 과장(전북 자치행정과), 육화봉박사(한국미래비전연구원), 조승현 교수(전북대 행정학과)가 토론에 나섰다.

김이재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주민자치 활성화 및 안착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주민자치는 의심할 여지없는 풀뿌리민주주의 초석이다. 주민이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구성, 기능등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오늘 토론회에서 여러 전문가들의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하며, 저 또한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해 무엇을 검토하고 살펴봐야 할지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전했다.

사전 행사를 마친 후 전상직 회장의 ‘한국 주민자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한 발제가 이어졌다(※본 기사 앞장에 있는 6~7P 참조).

좌장 박경하 교수(왼쪽), 발제 전상직 회장
좌장 박경하 교수(왼쪽), 발제 전상직 회장

다양한 주민자치회 구성 방식 마련 필요
발제가 끝난 후 토론에 들어갔다. 좌장을 맡은 박경하 교수는 모두발언을 통해 “전공이 조선후기향약이다. 향약은 전근대 시대의 지방자치다. 그 중 촌계는 주민자치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곳 전북에서 조선시대 주민자치가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남원 금지면 입암마을의 입암향약이다. 300년 전에 구성된 주민자치회를 지금까지 주민들이 자율적,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듯 주민자치의 오랜 역사를 가진 전북에서 토론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전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염영선전북도의회 의원은 “주민자치회가 주민 대표기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적 권한과 지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며 “현재 시행 중인 주민자치회 모델은 협력형이지만 당초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의 근린자치분과위원회에서는 협력형 모델 외에도 통합형, 주민조직형 등 3개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통합형이나 주민조직형 없이 오직 협력형만으로 시범실시된 주민자치회의 성과를 제대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자치회의 기능과 업무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염 의원은 “주민자치회 외에도 다양한 자생적 참여기구들이 있는데, 유사 단체와의 통합 및 업무조정도 필요하다”라며 “특히 주민자치회의 성공을 위해서는 주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 조직인 동시에 시군구 사무의 위임,위탁 혹은 법령에 따른 사무의 위임, 위탁 등을 담당하는 일선 행정(지원) 조직으로서의 이중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라며 “따라서 이런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위상과 권한의 부여가 필수적이지만 현행 법 제도 아래서는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행정 및 재정적 지원 규모에 따라 판가름 나는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염 의원은 덧붙여 “주민자치회 조례는 행정안전부 표준조례안에 근거하는데 지역 특성에 맞춰 달리 정하거나 자율성을 반영하는 여지가 거의 없다”라고 꼬집으며 “주민자치회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도시,농촌, 도농복합지역 등 특성별로 다양한 주민자치회 구성 방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토론 염영선 전북도의원(왼쪽), 토론 유희성 전북 주민자치회 대표회장
토론 염영선 전북도의원(왼쪽), 토론 유희성 전북 주민자치회 대표회장

충분히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 것
유희성 전라북도 주민자치회장은 현재 주민자치가 당면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유 회장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자치분권 확립과 주민자치 실질화를 강조하지만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주민자치보다 단체자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라며 “풀뿌리민주주의 구축을 위해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의 발전적 모델로 2013년부터 주민자치회 시범실시가 운영되고 있으나 여전히 주민도 없고 자치도 없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 부진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행정의 과도한 간섭으로 인한 관치 논란, 주민자치위원 선정에 있어서 동기부여를 주지 못하는 추첨제, 무차별 강요되는 사전의무교육 등이 주민자치회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문제점”이라며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주민자치회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2021년 지방자치법 개정 과정에서 주민자치회 조항은 전부 삭제되었고, 이에 지방자치단체 조례와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주민자치회의 명운이 결정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유 회장은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주민자치회가 주민과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자치권을 갖는 동시에 주민자치위원의 역량 강화를 통한 전문성 확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며 “물론 주민자치회가 가장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할 곳은 행정기관이다. 단, 행정은 충분히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하고, 주민자치회가 주도적으로 행정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더불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상황에서 오랫동안 위축된 현장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적극적이고 다양한 홍보 활동으로 모든 주민이 주민자치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사업도 시급하다”라고 전했다.

주민자치회 인식 개선 및 홍보 모색 중
방상윤 전라북도 자치행정과장은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자치단체 역할 중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지역 특성에 따라 특화할 수 있는 성공적인 주민자치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마을기업형은 주민자치회 중심의 수익사업 추진으로 지역문제에 대한 문제해결 능력 및 자생적 역량을 강화하는 모델이고, 도심창조형은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소규모 동네재생사업을 통해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평생교육형은 지역 주민의 수요, 계층별 특성에 맞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고, 지역자원형은 지역명소, 특산물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지역 브랜드 가치 창출 및 제고”라며 “끝으로 다문화어울림형은 다문화인의 지역사회 정착 및 공동체 형성을 위해 지역 사회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주민자치 교육을 통한 주민자치회 역량강화 지원에 대해서는 “주민자치회 맞춤형 컨설팅 운영, 주민자치위원 역량강화 교육,주민자치 우수사례 경연대회 운영등을 시행하고 있다”라며 “특히 주민총회 개최 지원 등 주민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다. 주민의 공론장인 주민총회를 안건 발표 위주에서 벗어나 주민자치 프로그램 발표회 등 주민이 즐길 수 있는 마을축제로 육성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한 행정 및 예산 지원에 대해 방 과장은 “전담인력 배정, 사업계획 및 실행을 위한 전문 컨설팅 지원, 안정적 예산확보 방안 강구, 시범실시가 안정기에 접어들기까지 사업 시행을 위한 지원 등을 시행 중”이라며 “무엇보다 주민자치회 인식 개선을 위한 적극적 홍보를 위해 새로운 제도와 방식 도입을 강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주민자치위원 직선하고 사무·재정 보장하는 주민자치회 법 필요
조승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민자치회 관련 법안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조 교수는 “주민자치 관련 법안들은 주민자치의 주체, 주민자치의 대상, 주민자치의 자치권 측면에서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라고 못 박은 뒤 “이로 인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주민자치회 설치, 운영에 관한 법안들은 주민도 없고 자치도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것”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조 교수는 그 근거로 “주민자치위원을 직선하지 않아 정치적 의미의 주민대표성이 부족하고 주민자치회는 사무 및 재정에 대한 보장이 없어 자치기능이 매우 취약하다”라며 “관련 법에 대한 대안으로, 자치분권 선진국처럼 주민자치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위원을 직선하고, 사무와 재정을 보장하는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힌 조 교수는 주민자치법의 기본적인 방향에 대해 ▲주민자치위원의 주민직선 명시 ▲주민자치회 정책결정을 합의제로 명시 ▲주민자치회 사무 및 재정 보장을 명확히 제시 ▲사무국설치를 명시하고 인사권은 주민자치회 대표에 부여 ▲주민자치회 총회를 설치하되 방안 및 기능과 사무, 소집 및 운영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 ▲주민총회 의장은 주민자치회 대표로 명시 등을 제시했다.

특히 “주민자치회의 정책 결정은 독임제가 아닌 합의제에 의한다는 규정도 명시해야 하는데, 이는 주민자치회 도입 당시에 협력형을 채택한 만큼 주민자치회가 읍면동장에 대한 견제 내지 심의 기능을 부여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시군구청장이 주민자치회에 주민자치센터 등의 독자적 사무는 물론 시군구 사무 중 주민편의성과 현장성이 높은 사무의 위탁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도 의무화해야 할 것”이라며 덧붙였다.

토론 방상윤 전북 자치행정과장, 토론 조승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 토론 육화봉 한국미래비전연구원 박사(왼쪽부터)
토론 방상윤 전북 자치행정과장, 토론 조승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 토론 육화봉 한국미래비전연구원 박사(왼쪽부터)

주민 없고 자치 없는 주민자치회… 실질화 위해 통리 설치해야
마지막 토론자인 육화봉 한국미래비전연구원 박사는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계층과 지역 분권에 대해 “읍면동은 행정기관이 포괄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자치회와 양립된다. 대신 통리 계층은 행정기관이 아니므로 폐지한 후 이를 주민자치회의 공간이자 조직으로 주민이 자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며 “주민자치는 통리 계층이 적합하고 기존의 행정보조 기능을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면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실현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면적, 구조, 인구 등에 따라 주민이 구역을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어서 “읍면동은 종합적인 행정기관이고 주민자치회도 대표적인 사회 조직으로 수평적 분권이 현실상 어려워 읍면동에는 읍면동회,통리에는 통리회를 각각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다수가 마을만들기를 주민자치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현장 밀착형으로 실천하는 것을 주민자치로 착각하는 경우인 것”이라며 “마을과 주민의 주체적인 과정에 국가 행정이나 단체장의 활동이 개입하면 주민자치 활동은 당연히 퇴색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육화봉 박사는 덧붙여 “주민자치는 수평적 관계 형성을 통해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주적,적극적으로 마을 일에 참여할 때 개인과 마을 차원에서도 자율성이 발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정 토론자의 토론이 끝나고 플로어의 의견이 이어졌다. 김정남완주군 봉동읍 주민자치회 간사는 “주민자치회법 제정이 시급하다. 주민자치회와 역할과 기능이 겹치는 지역 공동체나 단체들과 차별화되어야 주민자치가 실질적으로 발전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선홍진 전주시 주민자치협의회장은 “주민들이 왜 주민자치에 참여하지 않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전했다.

윤명규 군산시 옥산면 주민자치회장은 “행정적 지원 없이 주민자치회 운영이 가능할까? 오히려 행정에서는 주민자치회가 관심 밖인것 같다. 또한, 같은 읍면동마다 주민자치위원의 임기도 다 다르다. 조직적인 면에서 정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전 회장은 행정과 의회에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행정안전부 표준조례안은 말 그대로 안이다. 그런데 지자체와 지방의회에서 그대로 답습하는 게 문제다. 전북도의회 의원님들은 지역 현실과 특성에 맞는 주민자치회 조례를 만들어 진정한 주민자치의 판을 깔아 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어서 “전북 자치행정과에서는 신임 동장에게 취임 전 반드시 주민자치 교육을 시켜주시기 바란다. 읍면동장이야 말로 주민자치현장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자리인 만큼 제대로 된 주민자치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전시행정을 위한 주민자치 박람회가 아니라 양질의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갖춘 박람회를 개최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이로써 토론회의 모든 순서가 종료되었다. 이번 토론회는 앞서 주민자치와 관련된 다양한 부문의 토론자가 참석해 시범실시 주민자치회가 당면한 문제점과 주민자치의 행정및 제도적 한계 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는 한편 그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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