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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신촌동 주민자치회장

김봉수 신촌동 주민자치회장

김봉수 신촌동 주민자치회장은 바쁘다. 정말 바쁘다. 생업도 있고 지역상권 살리기도 시급하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고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게 주민자치회장으로서의 역할이다. 신임 서대문구청장 인수위원회에도 참여해 지역 주민의 현안, 숙원사업을 적극 알려 이를 공약에 반영시키느라 바빴다. 그가 생각하는 주민자치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허걱, 그렇게나 되셨다고요?”
나이 얘기에 이런 반응이 그리 놀랍진 않다는 투다. “하도 들어서……” 그렇다. 김봉수 회장은 극강 동안의 소유자다. 그래서 종종 손해도 본단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그를 한참 어리게 봐서다. 심지어 흰머리도 적지 않은데…

장난꾸러기 같은 인상의 김봉수 회장이 신촌지킴이로서 자각을 하기 시작한 과정은 어찌 보면 물 흐르듯 매우 자연스럽다. 1966년 신촌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한 그의 부친은 상인조직 활동을 오래 하신 원로이자 신촌 상권의 터줏대감이다. 그런 아버님의 영향으로 그 역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상인조직 활동을 활발히 했고 일찌감치 동네 젊은 일꾼으로 떠올랐다.

주민자치위원회와의 인연도 먼저 하셨던 부친의 뜻을 이은 셈이다. 위원회 시절 간사, 축제위원장 등으로 활동한 후 지난해 시범실시 주민자치회의 회장으로 당선됐다.

‘전국 3대 상권’ 과거 영화 뒤로 하고 서대문구서도 최하위…신촌 되살리기 역점
신촌은 대표적인 대학촌이다. 신촌로터리를 중심으로 대학생과 직장인이 항상 북적이던 활력 넘치는 거리가 이제는 쇠락한 도시가 됐다.

“1990년대 중후반 신촌은 명동, 강남과 함께 전국 3대 상권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소상공인의 활력지수, 5년 생존율, 유동인구량 등을 따지면 서울시 평균보다 떨어지고 서대문구에서도 최하위예요. 주말 유동인구가 주중 보다 떨어질 정도죠. 그나마 연세로만 유동인구가 유지되는 편인데 뒷골목 들어서는 순간 숙연해질 정도로 사람이 없어요. 지역 교통환경이 망가진 탓, 연세로 통제의 영향이 커요.”

점점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그는 “차 없는 거리의 모델은 유럽 도시들인데, 이들은 다 문화역사 유적이 많은 오래된 도시들이고 원래도 차가 다니기 어려운 구조였다. 근데 신촌은 유럽 도시들과는 상황이 다른데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활력만 떨어뜨렸다. 행정의 실패”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지역 현안, 숙원사업 해결에 김봉수 회장은 주민자치회를 이끄는 리더로서 적극 나서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지역 현안은 △신촌광역상권과 홍대광역상권을 구성하는 8개 상권 연결 △경의선 지하화 △지역 내 주차장 확충 △신촌의 실리콘밸리화 등이다.

주민자치회의 중요한 역할은 의제 세팅-지역 숙원사업 공론화
김봉수의 주민자치 리더십론은 확실하고도 명료하다.
“주민자치위원들은 회장이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거죠. 제가 생각하는 주민자치회의 중점적인 역할은 지역의 어려운 현안, 숙원사업을 공론화 해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획, 사업실행, 회원관리 등 다 중요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의 주민자치회가 역량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또 안 되는 역량을 하루아침에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주민자치회가 나아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의제 세팅, 즉 지역 현안, 주민 숙원사업을 공론화 하고 이를 행정에 던지고 정치인들이 알 수 있게 하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는 “매우 어려운 시절에 지역의 산적한 현안들을 많이 끄집어내 알린 것 같다. 실질적으로 일이나 사업 진행이 많지 않을 수 있으나 큰 의제 세팅에는 성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그간의 주민자치회장으로서의 활동을 평가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으면 이렇게까지 지역 일을 못했을 것 같다”는 김 회장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업에 치여 마을 일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60~70대 분들은 시간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역량은 약하고 4050 분들은 역량은 있어도 참여가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해가며 김봉수 회장이 찾은 주민자치회의 핵심 역할이 의제 세팅과 공론화인 것이다. 이를 통해 여론을 조성하고 구체적 방안을 만들고 수정해가며 공약에 포함시키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련의 과정들도 다 그가 ‘실무형 리더’이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이 와중에 부딪치는 현실적 문제는 ‘주민자치위원 임기 2년, 이후 추첨을 통해 위원 새로 선발’이라는 주민자치위원 선정 방식이다. 김 회장은 “각 분과에서 역량을 발휘하게 하기에 2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업무를 익히고 역량을 발휘하려면 2년으로 부족하다. 문제는 2년 마다 위원을 새로 추첨해 뽑아 모든 것이 리셋 된다는 것이다. 이게 2년 마다 무한반복이다. 헛도는 셈이다”라며 개탄했다.

또 하나, 주민자치회와 행정 사이에 있던 중간지원조직 혹은 지원관 제도도 일을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사업에 제동이 걸려 행정에 문의하면 “지원관에게 연락하라”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했다고.

“공직선거법 적용, 주민자치위원에게 과도한 정치적 중립 요구 부당”
김봉수 회장의 최근 행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민자치조례 내용 관련한 헌법재판소 헌법소원심판(헌재 위헌소송)의 청구 당사자가 된 것이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와 함께 한 이번 심판 청구는 공직선거법에 의거, 주민자치위원에게 선거운동을 금지시키는 과도한 정치적 중립 요구를 부여한 주민자치회 조례 조항에 대한 위헌소송이다.

그는 “특히 지방선거의 경우 선거운동을 직접 못하더라도 특정 정당 혹은 후보의 정책에 대한 지지를 할 수도 있는 건데 그에 대한 권리가 다 박탈됐다. 자치위원들이 통장처럼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또 행정 수탁업무나 위임업무를 하는 것도 아닌데 이 같은 제한은 말도 안 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과도한 규정 때문에 선거기간 동안 주민자치회 모임 자체를 못하게 하거나 회의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손발이 묶여 사업이나 회의 진행 자체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 마디로 “매우 갑갑한 상황” 그 자체라는 것이다.

늘 분주한 일상이어서인지 달변의 김 회장은 말하는 속도도 무척 빠르다. 일의 속도, 추진력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다. 부디 신촌동 주민자치회가 공론화한 해묵은 숙원사업들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어 실행되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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