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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중국 정부는 불투명한가
정부 투명성은 좋은 거버넌스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정부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제대로 일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투명성이 없다면 정부가 국가 운영에 있어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국정운영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사람은 정부에 더 많은 투명성을 바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 투명성은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 정부는 과연 모든 측면에서 투명성이 낮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런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다음에서는 정부 투명성이 무엇인지 간략히 설명하고 중국 정부의 투명성의 실태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투명성에 대한 전략을 논의할 것이다.

정부 투명성이란 무엇인가
데이비드 힐드(David Heald)는 정보의 방향이 어디로 나가느냐에 따라 내향적, 외향적, 하향적, 상향적 투명성이 있다고 보았다. 정부가 시민의 정보를 습득하는 정도도 정부 투명성의 종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정부 투명성은 정부 내의 정보가 얼마만큼 시민에게 공개되는지를 일컫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 투명성을 파악하자면 정부 내부에 있는 정보를 외부인인 시민이 열람하는 외향적 방향으로 이뤄진다.

투명성은 정보 방향으로 구분될 뿐만 아니라 투명성의 객체가 무엇이냐에 따라서도 종류를 나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공개하는 정보가 재정 정보일 경우에는 재정 투명성이라고 부른다. 정부는 정보의 객체에 따라 투명성 수준을 조정하기도 하는데 외교 분야의 경우에는 다른 분야보다 더 엄격하게 공개 범위가 정해진다.

다양한 투명성만큼이나 투명성을 측정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이 글에서는 유엔(The United Nations)에서 발간하는 전자정부발전지수(E-government Development Index), 국제예산파트너십(International Budget Partnership)에서 나오는 열린예산지수(Open Budget Index), 그리고 세계정의프로젝트(World Justice Project)의 법치지수(Rule of Law Index)에서의 열린정부 측면을 중심으로 중국의 투명성의 정도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중국의 전자정부
전자정부, 그 자체로는 투명성이 아니다. 하지만 21세기 정보화시대의 사람들은 정부가 공표하는 많은 정보는 정부의 홈페이지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서 열람한다. 따라서 전자정부의 성숙도는 투명성을 측정하는 주요한 지표가 된다. 중국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행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사무자동화를 시도했고, 1993년에 이뤄진 소위 3금공정三金工程을 통해서 디지털 사회를 구축하려고 했다.

이어서 이어진 정부 분야를 12개 분야로 나눈 12금공정十二金工程으로 불리는 사업이 정보화 구축과 밀접하게 관련돼서 진행됐다. 첫째, 금재공정金财工程은 재정관리정보시스템, 둘째, 금농공정金农工程은 농업 분야의 정보화, 셋째, 금보공정金保工程은 사회보장시스템의 정보화, 넷째, 금세공정金税工程은 세무행정의 전산화, 다섯째, 금관공정金关工程은 관세행정의 전산화, 여섯째는 금수공정金水工程은 수자원관리의 정보화, 일곱 번째 금질공정金质工程은 검역관리의 정보화, 여덟 번째 금심공정金审工程은 재정관리의 정보화, 아홉 번째, 금카공정金卡工程은 금융관리의 전산화, 열 번째, 금무공정金贸工程은 무역통상의 전산화, 열한 번째, 금기공정金企工程은 기업 데이터베이스의 구축, 마지막으로 열두 번째는 금순공정金盾工程은 인터넷 감찰관리다.

유엔은 2년에 한 번씩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전자정부의 수준을 측정하고 지표화한다. 이 전자정부 지수는 3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째, 온라인 서비스, 둘째, 정보통신 기간 시설, 셋째, 인적자본 수준이다. 정부 투명성과 가장 관련이 깊은 부분은 첫 번째 부분이다. 온라인 서비스를 측정하기 위해서 유엔은 각 나라의 전자정부를 통해서 140여 개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림1>에 나와 있듯이 2010년에는 0.1567에 불과했던 온라인 서비스 점수가 10년이 지난 2020년에 0.9059까지 급상승했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중국의 전자정부 수준은 낮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의 절대 수준이 낮다기보다는 우리나라가 전자정부 지수에 있어서 수위를 다툴 정도로 아주 높은 수준을 구가해서 낮아 보이는 것이다. 중국의 행정의 디지털화를 보았을 때 전자정부 지수는 앞으로도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예산 투명성
국정운영에 있어서 돈의 흐름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예산에 기해서 정책을 집행한다. 그러므로 정부가 거둬들이고 쓰는 돈의 흐름을 아는 것은 경천위지經天緯地(세상을 다스림)를 위해서도 중요하고 정부의 책무성을 고양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예산파트너십(International Budget Partnership)은 IMF에서 나오는 재정 투명성 준칙과 OECD의 예산 투명성의 모범사례를 바탕으로 열린예산지수(Open Budget Index)를 만들고 있다.

이 지수는 크게 4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투명성이다. 이 투명성은 대중이 중앙정부가 세원을 어떻게 걷고 쓰는지 알 수 있는 정도를 파악하는 것으로 예산의 용처를 얼마큼, 시의적절하게 포괄적으로 접근 가능한지를 측정한다. 두 번째는 대중참여다. 일련의 예산 과정에 있어서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정도를 측정한다. 일반인의 참여가 정부 정보를 뜻하는 투명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중의 참여가 없이는 대개 제한된 투명성만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 참여도 고려됐다. 그리고 세 번째는 입법부에 의한 감사이고 네 번째는 회계기관에 의한 감사다. 행정부 외의 기관에 의한 감사는 효과적으로 정부의 정보를 드러낼 수 있는 강력한 기제가 된다.

중국의 열린예산지수는 전자정부지수와는 달리 저조하다. 일반적으로 대중이 중앙정부 예산에 대해서 시의적절하게 포괄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 자체가 부족하다. 그리고 예산 과정에 대중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도가 거의 없다. 그래서 2019년과 2021년에는 0점이라는 박한 점수가 나왔다. 그리고 입법부에 의한 감사도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입법부 역할을 하는 전국인민대표회의가 통법부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권력분립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입법부에 의한 감사가 낮은 점수를 받은 것에 반해 회계기관에 의한 감사는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감사기관으로는 당기율검사위원회가 있고 국가감찰위원회가 있지만, 재정문제와 관련한 감사는 심계서审计署가 주로 맡는다. 심계서는 1983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감사원급의 기관이다. 기관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이 기관에서는 비교적 독립적으로 정부의 재정이 소요되는 사업과 국정운영의 재정 상태를 감사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국무원 총리에게 보고한다. 심계서가 담당하는 감사 범위는 점차 넓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공산당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어서 감사 수준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중국의 열린정부지수
세계정의프로젝트(World Justice Project)에서는 법의 지배지수(Rule of Law Index)를 거의 매해 발간하고 있다. 이 법의 지배지수에서는 거버넌스의 다양한 측면을 측정하고 있고, 그중 한 부분으로 열린정부(open government)가 있다. 열린정부는 네 가지 부분으로 세분화돼 있다. 우선 공표된 법과 정부 데이터(publicized law and government data)가 있다. 법은 국가의 방침을 문서화한 것으로 법을 알 수 없다면 그 어떤 활동도 불확실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부 데이터는 정부 투명성의 핵심 내용이다. 이 항목에서 중국은 0.42에서 0.52 정도의 점수로 권위주의 정부치고는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았다.

알권리(right to information)는 정부 투명성을 진작시키는 중요한 법적인 토대다. 알권리가 현대적인 의미로 구체화된 것은 세계 제2차대전 이후로 미국을 필두로 많은 서구권 국가에서 알권리를 법제화했고 시민이 정부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중국의 정부데이터 공개에 대한 기본적인 법적 토대는 2007년에 공포된 정부정보공개조례[政府信息公开条例]에 잘 정리돼 있다.

이 조례는 공민과 법인이 정부 정보 획득을 보장해 정부 투명성을 제고하고, 법치행정이 도모하고, 생활 및 경제에 도움이 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국무원을 중심으로 각급의 인민 정부는 정부 정보공개 업무를 확립하게 했다. 원칙적으로 행정기관의 정보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비공개를 예외로 한다. 그리고 정부는 적시에 정확하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또한 시민의 편의를 위해서 정보공개 온라인을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과 표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중국은 0.48에서 0.63의 점수를 받았는데 이는 명목적인 알권리는 보장이 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보장돼있지는 못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투명성을 나타내는
열린예산지수, 열린정부지수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시민참여(civic participation)는 앞서 열린예산지수를 언급한 논리대로 시민참여가 있어야 정보가 더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시민참여 부분에 있어서 중국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중국에서의 공공영역 참여는 대부분 간접적으로 이뤄진다. 전국 단위의 선거는 전혀 없고, 부분적으로 자신이 소속된 사구社区나 촌민위원회의 간부를 뽑을 때 선거가 있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당에서 내려오는 지침을 받아들이는 하향식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시민참여는 저조하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충처리는 정부와 시민이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과정을 포착한다. 시민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사람들은 적법한 권한과 더 많은 정보자원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해결하기를 바란다. 이러한 문제해결 과정이 시스템화돼 있는 것도 열린정부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중국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중국의 정부 투명성에 대한 전략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 투명성을 늘리는 것을 공공연하게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많은 학자가 투명성의 긍정적인 효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부 투명성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가령 정책 정보가 공개돼 정책 집행에 혼선을 가져올 수도 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데 정보를 공개했다가 명예가 실추되거나 책임질 일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투명성이 정부의 위신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을 중국 정부는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중국의 경우에는 “전략적 불투명성”을 통해서 정부 신뢰를 관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전략적 불투명성의 대가로 정부의 대응성이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참여를 통해서 정부 투명성을 증가시키고 기민하게 정부가 대응하는 정책을 요구할 수 있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점이 어렵다. 이런 면에서 중국의 전략적 불투명성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공개하는 소위 어항 투명성(fishbowl transparency)은 공공정책 시행이 있어서 부정적일 수도 있다. 반대로 항구적인 기밀성은 오히려 정부의 책임감과 대응성을 낮춘다. 따라서 중국의 전략적 불투명성을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블랙박스형 투명성(blackbox transparency)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일단 공개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정보를 잘 관리하고 있다가 필요한 조건이 맞을 경우에 쉽게 공개를 할 수 있는 투명성 정책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정책 시행을 할 때는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정책 시행 후에 책임질 사람은 책임질 수 있게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이윤수 중국 산동대학교 정치행정학부 조교수
이윤수 중국 산동대학교 정치행정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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