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및 각 구 자치행정 담당자 대상 워크숍에서 전상직 중앙회장 주민자치 특강 열려

서울시 및 각 구 자치행정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2023년 서울시 워크숍에서 주민자치 파트가 운영되었다. 3월 15~16일 양일간 제주도에서 열린 이번 워크숍에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 대표회장은 ‘서울시 주민자치회 실질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펼쳤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서울시 워크숍에서 주민자치 특강을 열었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서울시 워크숍에서 주민자치 특강을 열었다.


"주민자치 담당 공무원의 관점에서 볼 때 주민자치는 주민자치위원들이 스스로 일을 찾아 스스로의 힘으로 알아서 진행하고 말썽 없이 실수 없이 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라고 특강의 서두를 연 전상직 회장은 "이런 면에서 주민자치는 행정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경영학적이기도 하며, 정책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23년째 주민자치하고 있으나 아직도 어렵다. 오늘은 제가 경험한 지금까지의 주민자치의 경험을 풀어 내 여러분 실무에 참고가 될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단기간 발전한 한국 사회 병패, 주민자치가 해소시킬 수 있어

본격적인 특강이 시작되었다.

전 회장은 "주민자치의 시작 그리 거창하지 않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나의 마을로 진정성 있게 생각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을 이웃으로 인정하며, 마을의 대소사를 나의 일로 받아들이는 것이 주민자치의 소박한 출발”이라 전하며 “오늘 말씀 드릴 강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주민자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그 배경과 조건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실행해야 하며, 과연 주민자치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 같이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전 회장은 “서구 사회의 현대적 성장은 300년, 일본은 100년인데 반해 한국은 30년이라는 단시간 동안 높은 성장을 일궈냈다. 양적으로는 압축성장했지만 질적인 성숙은 이루지 못했다. 국가 차원에서는 경제개발이 최우선 정책으로 선택되었고, 시장경제는 중화학공업에 집중한 탓에 지역사회는 철저히 배제되고 소외된 것이다”라며 “일사불란하게 발전된 한국 사회는 벌거벗은 경쟁에 치중했고 영혼 없는 엘리트를 양성했으며, 이로 인해 위험사회를 넘어 잔인사회로 진입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고 말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서울 등 대도시로 떠나는 이촌향도가 발생했고 도시는 거대화되고 밀집화되었다. 당연히 공동체사회로서의 미숙성이라는 결말에 마주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통반 편성을 보면 각 동사이의 관계, 층 사이의 관계가 단절돼 제대로 된 통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채 심각한 해체현상을 겪고 있다”라며 “현재 우리 사회는 공적인 냉소와 사적인 정열이 지배하는 공공성과 사회성이 빈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30년 동안 이어온 압축성장이 불러온 처절한 복수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상직 회장은 이렇듯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현대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병폐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민자치를 제시했다.

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현대화는 우리나라를 압축성장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선택에서 제외된 부분과 과도하게 이루어진 집중은 압축갈등을 불러오며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했다. 한마디로 위험이 일상화된 것”이라며 “먹고 살만하게 된 풍족한 사람들이 이웃을 철저하게 타인으로 만들고 일상에서 배제시킨 잘못이 크다. 압축갈등은 압축해소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전략적 기획이 필요한데, 여기서 자치의 절박성을 엿볼 수 있다. 그 대안은 다름 아닌 주민자치”라고 주장했다.

빛나는 향회 전통은 사라지고 일제 잔재만 남아

전 회장은 이어서 우리나라 역사 속 주민자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주민자치의 역사는 중종 당시인 1518년 향약을 반포하면서 시작되어1747년 상하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보은향약에서 꽃 피웠다. 그러다 1895년에 들어 유길준이 향회조규를 만들면서 만개한다. 향회조규는 오늘날 주민자치회 법이다"라며 "그러나 일제가 말살해 연결고리 끊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전 회장은 또"1895년 대한제국에서 법률로 반상차별을 철폐하고 주민이 회원이 되어 대표자를 선거하는 등 조선 향약 328년의 경험이 주민자치의 지혜로 되살아 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선 주민자치의 결정판인 향회다”라고 주민자치의 역사적 배경을 재차 설명한 전 회장은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읍면동과 통리 체제는 일제의 잔재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시도지사와 시군구장을 주민이 선출하는데 반해 읍면동장과 통리장은 관선하는 것이 그 증거”라고 분석했다.

주민에게 주민권-자치회에는 자치권 부여해야 주민자치 완성

전 회장은 이어서 “주민들에게 주민자치회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권리이자 의무인 주민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주민자치회에는 주민을 대표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의 권리 및 행위 능력인 자치권을 주어야 한다. 결국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명확한 분권이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못 박으며 “우리나라 주민자치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김대중 정권 시절인 1999년 2월, 읍면동사무소를 전면 폐지하고 주민자치회를 설치하려 했다. 그러나 공무원 조직의 반발에 막혀 같은 해 8월 읍면동사무소는 축소에 그치고 주민자치회를 대신해 주민센터가 설치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행정, 관료가 전권을 틀어쥐고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센터 프로그램 심의가 주요 업무인 전혀 다른 성격의 왜곡된 정책, 졸속 행정이 시작된 것이다”라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마을, 이웃, (마을의)일을 나의 마을, 나의 이웃, 나의 일로 여기며 주민 스스로, 주민들이 함께 하는 것이 주민자치의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러나 관료가 하면 관치고 시민단체가 하면 운동에 그치고 만다. 주민이 해야 비로소 주민자치가 완성되는 것”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중간지원조직 포괄적 위탁으로 시민단체 덩치만 키워

그는 또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 주민자치회 설치에 관해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을 행정안전부 표준조례에서는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란 문구를 삭제해 버렸다”라고 꼬집으며 “이로 인해 주민자치회의 회칙 제정권은 박탈되었고 대신 시군구 조례에 묶여 관치화된 것이다. 주민자치회장 선출권도 박탈되고 공개추첨으로 무력화시켰다. 재정권 역시 빼앗아 시군구 예산에 의지하게끔 예속화 시켜 버렸다. 결국 지금의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아닌 소수의 위원만으로 구성된 심각하게 기형적인 구조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 회장은 이어서 “여기에 더해 행정과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 관변단체를 중간지원조직이라는 미명 아래 주민자치회를 지배하고 주민자치회의 정당한 권리를 말살시키고 있다. 행정에게 권한을 위탁 받은 중간지원조직에 의해 주민은 흡사 식민지에 처한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얼마 전 폐지된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이 대표적 증거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마을자치지원센터, 동자치지원관 등 중간지원조직을 내세워 주민자치 경험이 전무한 시민단체에 정책부터 행정까지 포괄적으로 위탁한 것은 자치단체의 무책임이자 지방의회의 무지를 드러내는 극치다. 주민 동의 없이 모든 것을 민간에 위탁해 버리는 작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조선시대에 이미 실패했던 주민자치인 수령향약, 양반향약과 다를 게 없다”라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물론 일부 행정적, 재정적 지원은 위탁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주민자치 본질인 고유 사무는 위탁 불가한 영역이다. 주민은 회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며, 총회에서 위임한 사항을 집행하고 위임하지 않은 사안은 다시 총회를 소집해 결정한다”라고 주민과 주민자치회의 관계를 설명한 전 회장은 “그러나 주민자치회 유지 및 운영에 필요한 사무국은 있지만 주민 간 소통, 주민과 주민자치회 간 소통을 담당하는 회원국, 주민자치회의 사업수행을 담당하는 사업국은 지금 주민자치회에 부재된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읍면동은 협치-통리는 자치, 이중구조로 설계해야

이어서 전 회장은 주민자치회의 설치 구역 및 계층에 대해서도 비판의 메시지를 던졌다.

“읍면동 단위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한 것은 명백한 정책 오류다. 한국 읍면동은 대다수가 자치단체에 가까운 큰 규모다. 인구도 무보수 명예직의 비상근 주민자치회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며, 면적에서도 생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주민자치회를 통리 계층에 설치하는 것이 이론이나 현실적으로 가장 적절하고 기존의 행정 보조기능을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면 주민자치 실질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회장의 이론대로 이중구조 주민자치회는 지역이나 주민을 대표하는 자치기능, 자치단체와 협력하는 협치기능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자치기능을 통리에 두고, 협치기능을 읍면동에 두는 이중구조로 주민자치회 설계가 충분히 가능하다.

통리에 설치하는 다양한 주민자치회 모델 필요

한편, 주민자치회가 직접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주민자치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한 전상직 회장은 “주민과 주민자치회는 충분한 자치역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행정이나 정치에서는 주민에게 자치역량이 없다고 호도한다”라며 “물론, 분권 없는 자치역량은 민원의 소지가 되고 정치적으로 편향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주민의 개인역량을 집단의 역량으로 발전시킨다면 누가 가장 경계하게 될까? 읍면동장이나 지방의원들일 것이다. 그럴수록 주민자치회가 주민에게 자치의 동기를 부여해 줘야한다. 더불어 지역 특성과 사회, 사업 등에 따라 주민자치회의 유형을 특화시켜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맞춤형 주민자치회 모델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을서비스사업이 진짜 주민자치형 사업

그렇다면 주민자치 사업은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전상직 회장은 이에 대해 크게 3가지로 구분해 설명했다.

“첫째, 사람선차성은 사업을 성공리에 수행시킬 전문가·지도자·여가자를 발굴하는 것이고 둘째, 예산선차성은 예산확보 및 집행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지원사업·공모사업·자치사업이 있다. 세 번째, 사업선차성은 사업을 제대로 기획해 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주민이 좋아하는 일이나 주민에게 득이 되는 일이라면 그 자체로 사업이 되는 것인데, 사업의 성공은 이러한 사안들이 100% 이상일 때 가능하다. 만약 100% 미만이라면 1%나 99%나 다를 바 없는 성공확률”이라고 전했다.

주민자치회 통해 정부에 민원 넣고 해결하는 일본 사례

전 회장은 이어 “해외 사례를 들자면 일본의 경우 주민자치회의 역할이 주민 간 커뮤니케이션과 친목도모라는 사회적자본 형성, 그리고 주거환경 유지 및 마을문제 대응이라는 사회서비스 공급에 치중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부분에서 자치단체 측에 협력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것보다 주민자치회를 통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주민의 불만해결의 주요 매개체도 개인이나 직간접적으로 지자체 의원, 유력자를 통하기보다 주민자치회를 통해 진정하고 해결하는 비율이 높다”고 밝혔다.

더불어 “주민자치는 일, 다시 말해 마을사업을 통해 개인의 인격과 마을의 공동체 의식이 눈 뜨는 행위다. 그런데 현재 주민자치회 사업은 봉사활동이 대다수인 실적 위주의 행정서비스형이나 시민단체 활동을 사업화하는 서울형 주민자치회,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같은 완장형 시민운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마을서비스 사업이야말로 진정한 주민자치형 사업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조선의 촌계 이후 맥락이 끊긴 상태”라고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행정은 지원하되 간섭 말고 기다려야

그렇다면 주민자치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전상직 회장은 “주민이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 주민자치회가 수행하기 쉽고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 일을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기획해야 실천과 성공이 가능하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현재의 주민자치회를 과업중심형 조직으로 보고 있다. 과업중심이 되려면 일감과 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민자치회는 예산이나 과업을 실행할 각종 권한이 부재되어 있다. 행정에서는 과업중심을 강조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못하게 막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과업중심조직을 지향한다지만 주민자치회에 권리와 행위 능력은 지원하지 않는 매우 부조리한 구조다”라고 지적하며 “생활중심형으로 간다면 주민자치회에 사무국장이 배치되어 실무를 수행하면 가능하다. 따라서 주민자치 사업을 생활중심형은 사무국에서 기본업무로 수행하되 과업중심의 사업은 수임·수탁·수익사업 등 각 사업에 따라 별도의 사업국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덧붙여 “국가가 법령으로, 자치단체가 조례로 주민자치회에 임무를 부여할 경우 이를 원활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반 조건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점은 제공하는 조건에 대해 주민자치회가 사전에 충분히 심의한 후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못 박아 말했다.


주민자치, 더디더라도 주민 스스로 숙성시켜 나가는 것

“주민자치를 통한 마을행사는 개인의 인생과 마을의 역사를 일깨우는 것으로 전입주민 환영회, 성인 축하식 등을 통해 주민 간 친목을 도모할 수 있다”고 밝힌 전 회장은 주민자치를 통해 학습과 배움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며, 동네인문학에 기반한 마을 강좌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서 그는 “매슬로(Maslow)의 욕구위계이론에 따르면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자아실현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상위욕구”라며 “주민자치 역시 주민자치가 완성되는 공식을 부등식으로 설명하자면 가치가 가격보다 높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시간 제공·재능 발휘·재화 기여라는 물리적 노력보다 경제·사회·심리·도덕이라는 고귀한 가치에 더 높은 동기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주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공공의 동기가 성립될 때 진정한 주민자치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주민자치 성패 열쇠, 여기 모인 분들이 가져

전상직 회장은 "똑 같은 계곡의 물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지만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 관료가 하면 100% 행정화, 관치화되고 시민단체가 하면 100% 시민운동이 된다. 주민자치는 주민에게 맡겨야 한다"라며 "주민자치를 제일 잘하는 방법은 주민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다. 단지 실패하지 않도록, 설사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지원해 주는 것이 여기 모인 여러분들의 몫이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전 회장은 “주민자치는 주민이 자신의 주인, 마을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행위이며 주민자치의 본질은 주민의 이타성을 담아 숙성시키는 그릇과 같다. 비록 더디더라도 주민 스스로 주민자치를 숙성시켜 나갈 수 있도록 여기 모이신 서울시와 각 구청 자치행정 담당자들께서는 인내하고 지원해 주시기를 바란다"라며 "여러분들이야말로 서울시 주민자치의 성공 열쇠를 가진 분들이니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이라면 언제든 기꺼이 나설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당부하며 특강을 마무리 지었다.

사진=한국주민자치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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