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영화의 배경이 ‘마을’이다. 영화 주인공들의 삶의 터전 역시 그들이 사는 마을이고 동네이기 때문이다. 스크린 속 인물들은 배경이 되는 마을,그리고 이웃들과 때로 갈등하고 협력하며 여러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간다. 그 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되기도 하고 비극으로 치닫기도 한다. 앞으로 ‘마을, 사람들 그리고 영화’에서는 마을과 사람들의 케미스트리, 그들사이의 교감과 성장, 변화를 다룬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 속에서 주민자치의 바람직한 방향, 때로 반면교사의 깨달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마을이 있는 풍경’은 ‘마을’의 속살을 가만가만 들여다보고 소곤소곤 소통하는 코너입니다. 더 없이 가깝고 밀착돼 있지만 적지 않은 이들에겐 대체로 멀기만 한 마을의 이야기를 때론 지직거리고 둔탁한 확성기로 때론 고성능 마이크의 ASMR로 들려드립니다.온라인 서점에서 몇 권의 책을 구매했는데 미니 북이 선물로 끼어 있었다.‘H마트에서 울다’.엄마가 한국인인 한국계 미국인 미셸 자우너의 에세이 한 꼭지가 실린 얇은 책이다. 아마 일종의 맛보기용 책인 듯하다. 미셸 자우너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한인마트인 ‘H마트’에 가는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시민교육의 중요성을 말할 때마다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이 말은 흔히 민주주의에 관한 고전으로 일컫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저술한 프랑스의 법학자이자 사상가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토크빌의 말이라는 근거는 없다. 학계에서는 이 말의 출처를 19세기 사보이아 공국의 철학자였던 조제프 드 메스트로(1753~1821)가 러시아의 새로운 헌법에 대해 쓴 편지에 등장하는 문장으로 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조제프 드 메스트로는 민주주의 신봉자가 아니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인신 네거티브와 폭로 일변도의 감정 부추기기로 인하여 공공 정책이 주목받지 못하는 대선이 되고 말았다. 이 때문인지 우리가 주목하는 ‘주민자치’ 이슈는 별 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채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대선 공약으로 아예 등단하지도 못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이제 주민자치 이슈는 행정안전부의 통치 영역에 정주하도록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민자치는 민주주의의 초석이기에 일회성 선거 결과에 의해 그 품격이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품위 있고 성숙한 모습의 주민자치로 가는 길은
‘조선시대 향촌사회의 자치규약’. ‘향약’의 사전적 의미이다. 여기에 바로 이어지는 것은 ‘덕업상권’‘과실상규’‘예속상교’‘환난상휼’ 등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달달 외웠던 ‘향약의 4대 강목’이다. 다분히 정형화되고 박제화 된 향약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 것이 바로 조선시대 기층민들의 상부상조 자치조직 ‘촌계’이다. 오늘날 주민자치의 한 원형과 단초를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이에 조선시대 향촌사연구 전문가로 사단법인 한국자치학회 부설 향촌사회사연구소장인 박경하 교수의 향약이야기를 연재한다. 전통시대 향약·촌계를 재조명함으로써 오늘날 주민
서울 송파구 위례 신도시에 자리한 람가헌(藍嘉軒)은 아주 독특한 찻집이다. 중국인들이 만드는 보이차를 한국인이 직접 현지에 가서 만들어오는 흔치 않은 방식을 지향해서 그렇고, 그 차를 함께 마시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고객이라기보다 도반으로 생각하며 마음공부를 함께 하고 생활전반을 나누는 공동체를 지향해서 또 그러하다.필자가 2005년 7월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한국산업은행을 그만두고 차 좋아하는 사람들의 쉼터인 람가헌을 오픈하겠다고 했을 때 아내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고 말했다. 평소 예사롭지 않은 돈을 차나 차 도구를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2018년 여름은 스웨덴 역사상 232년 만에 가장 무더웠다. 그 여름 8월 20일, 고작 15살이었던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등교를 거부하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서 있었다. 그녀의 작은 양손에는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kolstrejk För Klimatet)’이라는 팻말이 들려있었다. 툰베리는 ‘기후위기로 미래가 없어지는 마당인데 미래를 위해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며 1인 시위를 벌였다.그날 이후부터 툰베리는 매주 금요일마다 등교하지 않고 시위를 벌였다
선거보다 과학적 성찰이 중요하다혼란스러운 20대 대선이 끝나고 그에 대한 여러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패자에게는 패배의 이유를, 승자에게는 승리의 이유를 분석하면서 그에 따른 권력 향배를 다루는 기사들이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아울러 여·야 각각 내부 세력 간의 복잡한 역학 관계에 주목하면서 다음 6월에 치러질 지자체 선거를 미리 전망하는 기사를 내놓기도 한다.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일까? 단순히 보면 대통령 선거란 대통령을 선출하는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할 수도 있다. 대부분 언론도 대통령 선거를 우리 사회의 정치 권력 사이
코로나 들어가면서시절인연時節因緣시절時節따라 오고가는 인연因緣의 의미를 관觀하면 깨달을 수 있다고 합니다.석가는 인연의 소화를 금강경 법회인유분에서 차제걸이次第乞已로 가르치고 있습니다.오는 인연으로코로나 확진된 지 사흘째입니다.부암동 서재 무우당茂愚堂에서 인연을 소화하고 있습니다.기침도 없고 발열도 없고 근육통도 경미하여 잘 쉬고 있습니다.일체의 화두/사업화두 정책화두 현장화두 모두 내려놓고오로지 나만을 살필 수 있습니다.아껴둔 차들 우려서 음미하면서 시절 따라서 달라졌던 판단들을 돌아보면서 차마 하늘을 우러르지못하고 있습니다.부끄러
불평등에 잠식된 라틴아메리카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마지막 분기에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발했다. 시위대의 요구는 다양했지만 평등한 대우, 모두를 위한 더 나은 기회, 공평한 경쟁의 장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있었다. 지난 20년간 라틴아메리카, 특히 남미에서는 소득 불평등이 감소하는 듯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웰빙 지표는 악화를 거듭했고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수는 2012~2019년 사이에 20%에서 40%로 증가했다.대규모 시위의 이면에는 단순한 빈
1.대통령 선거 국면에서의주민자치전략 활동을 종료했습니다.주민자치는‘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것’일 때 영원하고발전할 수 있습니다.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1863)의 원칙으로 미국은국가까지 경영하고 있지만우리는 주민자치회 하나도 주민들이 경영하지 못하도록 권력자들이 남부군처럼 막고 있습니다.참으로 고약합니다.1999 김대중 정부의 주민자치위원회읍면동장의, 읍면동장이 지배하는, 자치위원에 의한,행정보조를 위한 것이었습니다.2018 문재인정부의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민주당 단체장의, 시민단체가 지배하는, 주민자치회위원에 의한,
온라인 서점에서 몇 권의 책을 구매했는데 미니 북이 선물로 끼어 있었다. ‘H마트에서 울다’.엄마가 한국인인 한국계 미국인 미셸 자우너의 에세이 한 꼭지가 실린 얇은 책이다. 아마 일종의 맛보기용 책인 듯하다. 미셸 자우너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한인마트인 ‘H마트에 가는 것으로 엄마를 회고했다. 그곳에는 한국이라는 정체성이 여전히 엄마의 잔소리처럼 남아 그녀를 울게 만든다.한국에서 살아본 적도 없는 그녀를 반쪽이나마 한국인으로 생각하게 하는 곳이 H마트다. 한아름이라는 의미를 담아 지어진 이름 H마트. 그녀가 그곳에서 느꼈을 그리
인류세, 인간에 의한 대멸종 이야기요즘 TV를 켜면 두 갈래의 상반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한편에서는 예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부의 과시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극적으로 이뤄진다.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경향도 두드러지는데, 가령 맛있는 음식에 대한 탐닉이 전례 없을 정도로 공중파를 통해 전파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주로 조금 늦은 시간대의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는 세계 각지의 환경악화 현상 및 그로 인한 비참함이 두려울 정도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나 가뭄, 죽어가는 생명, 산불 등 빠르게
대선의 중심에 선 포퓰리즘이번 대선에서 두드러진 현상이 포퓰리즘이다. 정치적 담론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는 포퓰리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민 생활상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미명하에 ‘돈풀기’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물론 이는 각 정파와 후보들의 ‘정치적 상상력’ 빈곤에 따른 결과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예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 대한 구조적 대응이나 고민의 흔적은 없다. 오직 풀어야 할 돈이 50조냐 100조냐 하는 따위의 무책임한 논쟁만 난무한다. 하지만 이들 또한
코로나를 겪으며 주목받게 된 생명권력우리나라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공무원이 국민의 무엇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국가 권력이 국민을 어떤 존재로 보고 있는가와 관련돼 있다. 일반적인 견해에 따르면 국가는 주권자로서의 국민을 특정한 권리와 의무의 주체로 보고 있다.그러나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은 국가 권력과 국민 사이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만든 계기가 됐
‘마을이 있는 풍경’은 ‘마을’의 속살을 가만가만 들여다보고 소곤소곤 소통하는 코너입니다. 더 없이 가깝고 밀착돼 있지만 적지 않은 이들에겐 대체로 멀기만 한 마을의 이야기를 때론 지직거리고 둔탁한 확성기로 때론 고성능 마이크의 ASMR로 들려드립니다.내가 좋아하는 어떤 브랜드의 성장과 그를 통해 변화되는 마을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특정 브랜드를 거론하는 것에 고민이 있었지만 브랜드는 그 자체로 생명이라 브랜드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 많다.작은 광고회사를 운영하던 10여년 전, 나는 특별히 커피를 좋아하고 커피취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작년 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글을 기고(2020.3.17.)했다. ‘인류의 새로운 역사 구분: B.C.와 A.C.-코로나 이전(Before Corona) 세계와 코로나 이후(After Corona) 세계’. 이칼럼에서 프리드먼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치기 전까지, 자신은 21세기 정치에 관한 책을 만지작거리며 집필을 구상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그동안의 미래에 관한 전망들이 무의미해졌다는 걸 알게 되었고, 결국 책 쓰는 작
한국 지방자치의 기본적 한계한국의 지방자치는 몇 가지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한계는 우리 역사상 지방분권형 자치의 경험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지방자치의 개념이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전달·이해되지 못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가 자치의 본뜻에 맞게 전개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 참여자들이(단체장부터 주민에 이르기까지) 보여주는 미숙한 행태와 직결된 역사·문화적 한계이다.둘째는 집권적 전제주의, 제국주의적 식민지배,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주민들이 권위주의의피해자인 동시에 권위주의의 추종자가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