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 주민자치회를 무력화·예속화하는 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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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 주민자치회를 무력화·예속화하는 악법
  •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
  • 승인 2020.07.14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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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

■ 들어가면서

주민권·자치권

주민들에게는 개인 차원에서는 주민으로서의 권리인 ‘주민권’이 있으며, 집단 차원에서는 자치를 할 수 있는 ‘자치권’이 있다. 주민들이 개인 차원에서 주민권을 행사하는 형식이 ‘주민회’고, 집단 차원에서 자치권을 행사하는 형식이 ‘자치회’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개인 차원의 주민들이 마을에서 집단 차원으로 자치를 하는 ‘회’다. 

주민자치회에 관한 법률은 개인 차원으로 주민에게는 주민권을 명확하게 부여하고 집단 차원으로 자치회에는 자치권을 명확하게 부여해야 한다. 특히 자치회에는 주민자치를 할 수 있는 ‘권리 능력과 행위 능력’을 부여해야 주민들이 자치회로 자치를 할 수 있다.

주민회·자치회

주민자치회는 주민회고 자치회다. 주민자치회는 기본적으로 주민회다. 지금까지는 주민자치회에 주민이 없어서 주민회가 아니었다. 주민회는 주민으로만 구성해야 하고, 반드시 주민 전체로 구성해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기본적으로 자치회다. 자치를 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

주민자치회 관련 법률은 먼저, 주민들이 주민자치회로 자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다음으로 주민자치회가 주민들의 자치를 촉발·배태·발전시키도록 하는 것이며, 끝으로 주민자치회가 주민회와 자치회로 바람직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분권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에 있는 주민자치회가 과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주적으로, 자율적으로 자치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됐을까? 행안부가 제안한 주민자치회로 주민들이 자치를 할 수 없다면, 그것은 국가적인 재앙임과 동시에 전 주민들의 재앙이 된다. 과연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에 있는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에 디딤돌이 될까? 걸림돌이 될까?

주민자치의 조건

주민자치회는 이론적으로는 주민권에 의해 성립한다고도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법률에 의해서만 설치·운영이 가능하다. 따라서 주민자치회에 관한 법률은 주민자치 성립의 ‘필요조건’인 분권과 주민이 실제로 자치할 수 있는 ‘충분조건’, 그리고 분권과 자치의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성공조건’인 주민자치회에 대해 규정해야 한다.

주민자치회에 관한 법률은 주민자치의 필요조건인 분권과 주민자치의 충분조건인 자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실천적으로는 주민자치회가 분권과 동시에 자치를 실천할 수 있는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의 주민자치회(재개정안) 조문 분석

제26조(주민자치회)

주민자치회법은 주민자치의 충분조건인 주민의 자치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주민들에게 주민권을 부여하고, 집단적으로는 마을에 자치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 방법은 주민자치회로 제도화된다. 조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① 주민은 풀뿌리자치의 활성화를 위하여 읍·면·동 별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다.

분석 첫째, 주민자치회를 읍·면·동별로 둔다. 먼저, 읍·면·동은 인구로도 무보수 명예직인 회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서며, 면적으로도 이웃이 형성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선다. 주민들이 자치를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다음, 읍·면·동 계층에 설치하면 신설되는 주민자치회는 종합행정기관인 읍·면·동과 기관 대립이 되며, 이때 주민자치회는 대립 관계를 쉽게 극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읍·면·동에는 통·리장이 주민자치의 기반이 되는 지역을 촘촘하게 장악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주민자치회는 주민회로도 마을회로도 설자리가 없다. 현재의 통·리는 통·리회로, 읍·면·동은 읍·면·동회로 격상시켜 이중 구조로 설치할 때 비로소 주민의 자치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주민자치회를 두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주민자치회가 읍·면·동을 지역과 주민을 대표하고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사례로 보면, 주민자치회가 유지들의 이익 집단이거나 행정의 봉사 집단인 경우에는 주민들이 외면했다. 주민자치회가 지역과 사회의 공공성을 성실하게 대표하고 대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주민은 주민자치회를 구성해서 운영할 수 있다. 먼저,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를 할 수 있는 권리 능력과 행위 능력이 있어야 비로소 자치가 가능하다. 다음, 권리 능력과 행위 능력은 주민자치회를 만든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분권으로 주어지는데 분권이 없다.

넷째, 척박한 주민자치 토양에서 필요·충분 조건을 두루 갖춘 주민자치회를 만들고 운영해서 성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민자치회를 무력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본 조항은 대폭 개정·보강돼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주민자치회(이하 ‘주민자치회’라 한다)는 다음 각 호의 기능을 수행한다.

분석 주민자치회는 행정기관이 아니다. 주민회고 자치회다. 따라서 법률이 ‘무엇을 하라’고 정하는 것은 자치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자치는 무엇을 할지 주민이 정하는 것이지 법령이 정하는 것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주민자치법률은 실체법과는 달리 절차법 성격이어야 한다. 주민자치회가 자치를 할 수 있도록 틀거리만 제공하면 되기 때문이다. 

본 조항은 주민자치의 원리에 무지한 행정 관료들이 주민자치회를 행정기관으로 착각하고 축조한 조항이라 판단된다. 주민자치의 원리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이런 조항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1. 주민의 화합 및 공동체 형성

분석 주민의 화합과 공동체 형성은 주민자치의 결과다. 주민자치법률은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결과를 만들어 내도록 자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분권하고 지원하는 것이 기본 취지다.

주민이 화합하기 위해 필요한 강좌를 열고, 사업을 하고, 행사를 해야 한다. 그것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결과만 강요하는 것은 중세 조선의 전형적인 행태요, 관료들의 고질적인 병폐다. 부디 하라고 명령만 하지 말고 어떻게 할 수 있는가를 충분히 배려한 법률로 다시 만들어라. 

2. 읍·면·동의 행정 기능 중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에 대한 읍·면·동장과의 협의

분석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민 생활에 밀접한 부분이다. 먼저, 그것을 주민들이 자치를 해야 하는가, 읍·면·동장과 상의를 해야 하는가. 이 조항의 이면에는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도 주민들이 자치로 하지 말고, 읍·면·동장이 행정으로 하라는 것이 숨어 있다. 분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음,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에 대한 읍·면·동장과의 협의를 하는 형식은, 주민자치회가 읍·면·동장의 휘하에 들어가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주민자치는 읍·면·동장 휘하에 둬 처절하게 망쳐졌다. 끝으로, 주민 생활 관계와 밀접한 사무는 원칙적으로 주민자치회 사무로 분권해야 한다. 분권이 어려우면 협의의 의무를 주민자치회에 생색내듯이 부여할 것이 아니라, 읍·면·동장에게 강력한 의무로 부과해야 한다.

3.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탁하는 사무의 처리

분석 주민자치회가 시·군·구 행정 서비스 하청기구가 되라는 것이다. 물론 단체장이 위탁하고 주민자치회가 수탁할 수는 있지만, 그 이전에 현재 행정이 독점하고 있는 사무를 자치사무, 위임사무, 위탁사무, 행정사무로 나눠서 각각의 사무 특성에 따라서 어떻게 한다는 기획이 있어야 한다.

예전에 있었던 위임사무를 행안부에서 빼버린 것은 주민자치회를 만들면서부터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임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4. 지역 발전과 주민의 복리 증진

분석 주민의 발전과 주민의 복리 증진은 주민의 자치로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미 정부가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하고 있다, 지역 발전과 주민의 복리 증진에서 어떻게 행정과 자치를 분리할 수 있는가. 분리하지 못하면 봉사를 하라는 것에 지니지 않는다.

5. 그 밖에 관계 법령 또는 조례·규칙으로 정하는 사항

분석 가장 어처구니없는 조항이다. 조례가 정하는 일만을 하고 심지어는 규칙이 정하는 일만을 하라는 것은 주민자치회가 자치하지 말라는 것이다. 주민자치는 주민의 자치인데, 어떻게 시·군·구 의회가 만드는 조례에 복종하는 것이 자치고, 시·군·구 관료가 만드는 규칙에 따르는 것이 자치인가. 주민자치회가 스스로 일을 할 수 없도록 옭아매는 조항이다. 

③ 제2항 각 호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자치회에 대표자 1명을 포함한 위원을 둔다.

분석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르라’는 것은 ‘대표자 선출에 대해서 자격과 임기’에 대해서 조례로 규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군·군 의회는 주민자치위원장의 임기 축소에 혈안이 돼 주민자치위원장 임기가 심지어는 1년인 곳도 있다. 어떻게 유린했는가는 다수의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시 주민자치회 대표를 시·군·구 의회에 맡겨서 한국의 주민자치릍 싹부터 자르려고 하는가?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은 주민자치의 핵심이며 동력이다. 주민들이 자치로 할 수 있도록 하라. 대표자도 공동대표로 할지 집단 체제로 할지 주민자치에 맡기는 것이 옳다.

④ 제3항에 따른 위원은 주민자치회의 회원 중에서 지역 내 주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주민자치회가 선정하며, 명예직으로 한다.

분석 위원회는 위원이라고 하고, 법인은 이사라고 한다. 본 조항은 주민자치회를 법인이 아니라 위원회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주민자치위원을 읍·면·동장이 선정하거나 추첨해서 주민자치를 처절하게 망쳐왔다. 위원이든 이사든 지역 대표와 계층 대표와 지역 대표를 모두 민주적으로 선출해 주민자치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⑤ 주민자치회는 그 명의 또는 대표자의 명의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반대하는 등의 정치 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분석 주민자치회가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책은 언제든지 비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⑥ 주민자치회는 그 운영 및 기능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회의 운영 및 기능 수행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분석 주민자치회 재정에 관한 규정이다. 먼저, 재원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수익 사업을 하는 것이요, 하나는 회비를 징수하는 것이다. 수익 사업은 주민자치의 본질이 아니며, 회비 징수는 조세와 같은 성격이다. 수익 사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회비 징수는 법적으로 불가하다.

주민자치회가 회비를 징수할 수 있고, 기부금을 받을 수 있고, 재산을 취득·활용·처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행·재정적 지원은 선택 지원과 필수 지원으로 나눠서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필요한 필수 사항은 반드시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⑦ 주민자치회는 기능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다른 주민자치회와 연계하여 주민자치협의체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

분석 협치를 위해 읍·면·동, 시·군·구, 시·도, 국가 차원에서 협의체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고, 각각의 협의체에 지위와 임무와 지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며, 지원을 명문화하는 것이 옳다.

⑧ 제1항부터 제7항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주민자치회 또는 주민자치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범위에서 주민자치회가 규약으로 정한다.

분석 시·군·구 조례로 주민자치의 모든 것을 정할 수 있게 하면 주민자치회는 무력화 될 수밖에 없다. 주민자치의 고유한 영역을 주민자치회에 명확하게 분권해서 주민자치회가 권리 능력과 행위 능력을 갖고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나가면서

주민자치의 반성

김대중 정부는 읍·면·동 구조 조정을 하기 위해 읍·면·동을 폐지하고 주민자치회로 대체하려고 했다. 공무원들의 동요로 구조 조정의 범위를 읍·면·동 폐지에서 축소로 선회하면서 주민자치센터가 생겼고, 주민자치센터의 부속으로 주민자치위원회가 생겼다. 관료들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읍·면·동장을 선출하는 정도를 넘어서는 읍·면·동 폐지는 지금으로서도 혁명적인 정책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주민자치에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행정 체계를 개편하면서 읍·면·동을 구조 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읍·면·동 계층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입법했다. 행안부 장관에게는 시범실시를 맡겼다.

박근혜 정부는 주민자치를 철저히 무시했다. 틈을 타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만들었다. 자치구에 강요하다시피 했다. 문제는 박원순 시장의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차라지 하지 않는 것이 주민의 자치 측면에서는 더 옳았다. 읍·면·동장이 지배했던 주민자치위원회를 시민단체에 맡긴 것에 불과했다. 주민 입장에서는 읍·면·동장과 시민단체 모두 행정 권력과 결탁한 지배자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행안부는 시범실시 명목으로 서울형과 유사한 주민자치회를 전국에 강권하다시피 해서 지금은 500여 개, 올해는 1000개의 읍·면·동에 시범실시를 한다고 한다. 시범실시를 빌미로 국회에서 입법되지 아니한 편법적인 주민자치회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매우 우려가 된다.

주민자치회법 입법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에 있는 주민자치회는 한마디로 법률안에 있는 대로 시행해도 주민자치가 발전하기는커녕 후퇴하고 말 것이다. 주민자치회가 자치를 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주지 않고, 통제할 수 있는 조항만 나열했다. 그래서 고쳐서 쓸 수도 없다. 폐기가 마땅하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필요조건인 주민자치를 전혀 새로이 기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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