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소고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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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소고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 정기호 기자 정리
  • 승인 2020.08.0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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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 지상 토론

행정안전부가 ‘주민’도 ‘자치’도 없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온 ‘주민자치회’를 입법화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간 시범실시 과정에서 적잖은 문제가 노정되었음에도 보완 과정 없이 법 개정을 강행해 주민자치 현장에 혼란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해당 법률안 주민자치회 규정에 대한 전문 학자들의 지상토론회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심익섭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사진=한국주민자치중앙회 제공
심익섭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사진=한국주민자치중앙회 제공

지난 7월 17일은 제72주년 제헌절이었다.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이후 3년에 걸친 미군정 시대를 넘어 1948년 바로 이날 제헌 헌법이 공포되면서, 비록 분단된 상태였지만 한민족이 그렇게도 염원하던 국제적으로 공인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그 후 헌법은 정치권력에 지속적으로 휘말리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변화를 거듭하다가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여망에 부응해 지난 1987년 아홉 번째로 개헌을 하게 되는데, 바로 오늘의 우리 헌법이 그것이다.

87년 체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위해 그나마 현행 헌법에서 그렇게도 바라던 지방자치의 실시를 약속하게 되어 결국 1991년 지방의회의 구성으로 한국지방자치가 부활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87년 헌법 아래서의 지방자치가 30여 년 이어지면서 민주시민의식에 비해 자치제도 운영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국의 지방자치는 여전히 위기에 직면해 있다.

말로는 국민이 주인이요 지방자치의 주인공은 주민이라고 떠들면서도, ‘그들 기득권’은 늘 립서비스만을 반복할 뿐 주민들이 진짜 주인공 역할을 하는 것을 갖은 요설로 방해하고 있다. 왜 그들은 진짜 주인 역할을 하려는 국민을 귀찮아하는가? 왜 주인공으로서 주민이 제대로 ‘주민권(住民權)’을 행사하는 것을 견제하는가? 왜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인 주민참여를 두려워하는가? 왜 마을 일을 스스로 하겠다는 ‘자치권(自治權)’에 위기의식을 갖는가?

지난 20대 국회에서 연방국가에 버금가는 분권국가를 만들겠다는 헌법개정안이 여론형성도 제대로 못한 채 묻혀 버렸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 역시 논의구조도 만들지 못한 채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새로운 21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지난 7월 3일 정부는 발 빠르게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 되었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다시 발의했으나 지방자치의 주인공인 주민과 단체자치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주민자치의 관점에서 그 내용에는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주민자치회’ 8년의 회고

촛불혁명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연방국가에 준하는 분권국가’를 기치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강화할 것을 처음부터 약속했다. 그에 따른 풀뿌리 민초들의 기대는 매우 컸으며, 특히 지방자치 부활 이후 지배적인 ‘단체자치’를 넘어 실질적 ‘주민자치’를 기대하는 주민들의 열망이 지대했다.

그러나 정치력의 부족으로 가장 시급했던 ‘낡은 87년 헌법’ 개헌안이 불발된데 이어 각종 법률안들이 사장되는 최악의 20대 국회가 되고 말았다.

특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경우 지난 5월 19일 마지막 법안심사 소위에서 안건으로 예고하고도 실제로는 내용에 대한 논의도 전혀 안 하고 무책임하게 다음 국회로 떠넘기는 우를 범하여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반환점을 돌아선 문재인 정부 후반부에 출범한 21대 국회는 과연 ‘지방자치의 주인공은 주민’이라는 모두가 아는 구호를 제대로 제도화하고 실질화할 수 있을까? 문재인정부의 의지 표현으로 발 빠르게 지방자치법 정부개정안이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발의된 것은 가상하나 개정안의 핵심이 주민자치 실질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1991년 지방자치 부활과 함께 단체자치 대비 주민자치의 취약성이 지적되어 지속적으로 주민자치 강화 요구가 있었다. 20여 년 전 주민자치센터(위원회)가 만들어졌으나 주민자치 실질화에는 미흡해 8년 전 대통령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특별법에 의거한 새로운 ‘주민자치회’ 설치를 명문화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정권이 세 번째 바뀌면서 8년 내내 시범실시로 세월을 보내고 말았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주요내용

제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정부안으로 발의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주요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다양화 근거 마련(안 제4조)

- 지방자치단체 관할 구역 경계변경 제도 개선(안 제6조)

- 주민의 감사청구 제도 개선(안 제21조)

- 주민자치회의 설치 근거 마련(안 제26조)

- 주민에 대한 정보공개(안 제27조)

-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설치(안 제67조)

-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수위원회 구성을 명문으로 규정(안 제105조)

- 지방의회의 역량 강화 및 인사권 독립(안 제42조 및 제103조)-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필요할 때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안 제196조부터 제208조까지)

- 시·도 부단체장의 수를 조례에 의해 1명(인구 500만 이상인 경우에는 2명)을 증원할 수 있다는 점(안 제123조)- 인구 100만 이상인 시와 인구 50만 이상으로서 행정수요, 국가균형발전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대도시를 특례시로 규정하여 행정, 재정 운영 및 국가의 지도·감독에 대해서 특례를둘 수 있도록 한 점(안 제195조)

모든 법률안은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전체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전부개정안 중 주민자치회 내용은 이미 지난 20대 국회 발의 때부터 문제가 제기됐던 부분들이 보완되지 않고 그대로 다시 발의됐다는 점에서 최소한 풀뿌리 민초들 입장에서는 충분하지 못할 뿐 아니라 배신감마저 드는 아쉬움이 있다. 주민자치회 관련 조항은 안 제26조인데, 이는 다음과 같이 8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① 풀뿌리자치 활성화를 위하여 읍·면·동별로 주민자치회를 구성·운영

② 주민 화합 및 공동체 형성 등 주민자치회 기능 열거

③ 대표자 1인 등 주민자치회 구성 관련 사항

④ 주민자치회 회원 중 주민의 대표성을 고려한 위원선정 방식

⑤ 주민자치회의 정치활동 금지 명시

⑥ 주민자치회 스스로 재원확보 노력,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재정적 지원

⑦ 다른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협의체를 구성·운영할 수 있음

⑧ 1~7항 외에 주민자치회 및 주민자치협의체 구성·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범위에서 주민자치회가 규약으로 정함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주민자치, 왜 문제인가?

지난 2013년부터 특별법에 따라 풀뿌리 주민자치 활성화와 주민들의 민주적 참여의식의 고양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읍·면·동 단위에 주민참여기구로서 새로운 주민자치회가 시범 운영되고 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주민자치회는 96개 시·군·구에서 408개 읍·면·동에 설치되어 운영 중이다.

문제는 아직도 주민자치회의 확대 실시를 위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의 중요성을 감안해 별도의 제정법으로 해야 한다고 관련 풀뿌리 단체들의 지속적 요구가 거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정부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해 관련 규정에 한 개 조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제안했다.

지방자치에 관한 기본법인 지방자치법에 주민자치회 설치 근거 등 기본적 사항만을 규정하고 구체적 필요사항들은 지역의 여건과 특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조례에 위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의 주민자치센터(위원회)가 이런 식의 법률적 보호를 받지 못한 부분이 많다보니 지방자치단체장의 생각에 따라 춤추는 기형적 주민자치기구가 되었음을 간과한 것이다. 

이점을 직시하여 특별법에서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을 명시하였음에도 또다시 이런 면피용 시행착오를 반복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제 국회가 주민자치의 중요성을 직시하고 특별법에 명시된 입법 취지에 따라 ‘주민자치 중심의 지방자치’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할 때이다.

진정으로 주민자치를 실질화 하려면 21대 국회는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같이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주민자치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단일법의 제정으로 주민자치회가 법적 단체가 되어 주인인 주민의 위상 제고는 물론 주민참여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주민자치회를 단순한 관료주의적 시각에서 보는 관점부터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주민자치회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님은 물론 그 보조기관이나 소속 행정기관도 아닐 뿐더러 하부행정기관(읍·면·동)이나 기구도 아니라는 점에서 단순히 지방자치법에 포함시키기 보다는 ‘단체자치’에 대응하는 ‘주민자치’요, 그동안의 ‘주민관치’로부터 진정한 ‘주민자치’를 지향한다는 차원에서 별도의 법률로 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주민자치회’ 어떻게 해야 할까?

‘주민자치’는 지방분권으로 이양된 지방정부의 권한을 풀뿌리 주민들이 제대로 행사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찾아 해결방법까지 결정하는 주민자치야 말로 실질적 지방분권을 완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민자치를 구현하기 위해서 주민과 접촉하는 최일선 행정단위의 기능과 역할의 변화가 요구되는데, 이에 따라 일찍이 대통령위원회가 주민참여기구로 제안한 것이 ‘주민자치회’이다.

그러나 이번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통한 주민자치회 제도화 구상을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절차적으로는 물론 내용적으로도 매우 미흡하다고 할 것이다.

한마디로 지방자치법 개정안 제26조(주민자치회) 신설조항의 내용은 지난 20년간 이어져온 주민자치센터(위원회) 차원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름 바꾸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재의 주민자치센터보다 더 통제되는 기구를 주민자치기구라고 만든 논리 자체의 왜곡은 물론 지방자치 트렌드와도 거리가 먼 실정이다.

그렇다면 주민자치회,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국회에 넘겨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있는 주민자치회 조항(26조)으로는 거대한 트렌드인 민주시민성과 주민참여의 정신을 구현하는데 부족하다. 이렇게 한 개의 조항으로는 주민자치를 실질화 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주민을 통제대상으로 깔고 규정을 만들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주민이 주인이고 정치·행정권력에 우선한다는 신념으로 조항을 재구성하던가, 더 좋은 것은 풀뿌리들의 염원대로 별도의 주민자치회 관련 법률안을 만드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주민자치회 입법관련 몇 가지 논의사항을 선언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①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 관련 법률을 다시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② 주민자치 대표기구로서의 주민자치회 실효성 제고를 위해 역할, 기능 및 업무 등에 대한 보다 강력한 규정이 필요하다.

③ 주민자치회의 실질화를 위해서는 지역특성별로 다양한 주민자치회 구성 방식을 열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④ 주민자치회 위원의 결정 방식은 시민참여기구라는 점에서 공개모집이 바람직하며, 지역특성을 고려하여 자율적이고도 민주적인 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

⑤ 주민자치회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되 그것이 또 다른 주민자치회에 대한 간섭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글을 닫으며

인류 역사상 가장 바람직한 검증된 정치체제는 민주주의이다. 그리고 그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담보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지방자치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이 지방자치의 제도화와 실질화를 위해 수백 년 동안 실험하고 싸워서 자치제도를 쟁취했던 것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오늘의 지방자치는 ‘그들만의 단체자치’로부터 ‘민초들의 주민자치’로 대전환하면서 시민참여를 위한 ‘주민자치의 제도화와 실질화’가 현대 민주국가의 바로미터가 됐다.

오늘의 한국사회가 정치·사회적으로 혼란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시민의식과 시민참여를 여전히 못 믿어하는 기득권의 아집 때문이다. 아직도 기득권 세력들은 우리 시민들을 봉건시대나 계몽주의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보호 대상이나 가르침의 대상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왜곡된 정부안의 행정적 기득권에 주민자치의 실질화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면, 이제 남은 것은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하여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 등과 관련된 입법논의를 냉철하게 다시 해달라고 21대 국회에 강권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국민을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방자치법과 분리해 주민자치와 시민참여를 제대로 보장하는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따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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